DRAMAtical Murder re:connect 노이즈(Bad)
이제 편해지고 싶어?
이제 포기하고 싶어?
이제 쉬고 싶어?
이제 잠들고 싶어?
이제 눈 뜨지 않아도 돼?
이제 힘내지 않아도 돼?
이제 그만해도 돼?
아픔을 모른다.
마비인지 뭔지, 어쨌든 통각이 제 기능을 하지 않는다.
육체적인 아픔을 모르기에 정신적인 아픔이라는 것도 당연히 잘 모른다.
내게는 그게 다였다.
그런 사실이 있다는 것뿐, 별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주위에서 보면 그건 아주 섬뜩하고 폐가 되는 일인 듯했다.
통각이 없다고 깨달았던 건 언제였던가.
이미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 집은 다른 곳보다 가정 교육이 엄해서 그 일에 대한 반발이 있었던 건 어린 마음에도 기억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넘어져서 무릎이 까져 피가 흘러도, 나는 그 피를 손으로 문지르고 웃으며 어머니에게 보여주러 가기도 했다.
붉은 액체가 무릎에서 나오는 게 재밌었기 때문에.
어머니는 그걸 보자마자 굳어진 얼굴로 당황해서 나를 말렸다.
그 반응을 봤을 때, 나는 어쩐지 괜히 기뻐졌다.
평소에는 엄한 표정밖에 보여주지 않는 어머니가 나 때문에 당황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부주의로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다리뼈가 부러졌던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아프지가 않아서 좀 걷기 힘들구나, 라고 생각하며 그대로 돌아갔다.
골절이 발각된 건 꽤 지난 다음으로, 그 탓에 치유가 늦어졌다.
싸우다가 때렸을 때도 왼손 손가락뼈가 부러져서 내버려뒀더니 구부러진 채로 붙어버렸다.
다른 상처에 대해서는 딱히 아무렇지도 않지만, 왼손만큼은 지금도 약간 불편하다.
과연 내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부모가 병원에 데려가기도 했지만, 이상은 눈에 띄지 않았다.
치료 방법은 모르고, 부모도 날 기분 나빠하고, 스스로는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상처의 아픔을 모른다는 말은 사람의 아픔도 모른다는 얘기다.
그러니 장난으로 때리거나 할 때도 조절을 할 줄 모른다.
상대가 울어버렸을 때, 나는 어째서 상대가 우는지 몰랐다.
그런 때는 언제나 어른이 다가와서 나한테 맞은 아이를 감싸며 으레 이렇게 말했다.
「 제대로 사과하렴. 장난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울 정도로 세게 때리면 안 돼 」
울 정도로 세게.
그게 대체 어느 정도야?
나는 그걸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나는 어느샌가 난폭한 아이라고 여겨지며 싸움만 하게 되었다.
싸움에서 진 적은 없다.
사람을 때리는 것도 얻어맞는 것에도 공포심이 없기 때문이다.
보통은 사람을 때리거나 맞을 때 반사적으로 주저함이나 공포가 생길 것이다.
맞으면 아프고, 때린 상대의 아픔도 상상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픔을 모르는 내게는 무관한 이야기였다.
맞아도 아프지 않으니까 상대의 아픔도 모른다.
처음에 나는 싸움도 놀이의 일환이라고 생각했다.
아파서 우는 아이를 보고 왜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닌데 우는 걸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싸움을 거듭하는 동안, 상대가 내게 명확한 적의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들 노는 게 아니다.
내가 미워서 싸우는 거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쇼크였다.
왜 미움받는지를 알 수 없어서 어린 마음에 당황했다.
어떻게 하면 친구들과 사이가 좋아질 수 있는 거야?
그런 걸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싸우지 않으면 되는 건가 싶어서 걸어온 싸움을 거절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치지 않는 싸움에 응하는 동안 내 안의 죄책감은 희미해져 갔다.
저쪽이 그럴 작정이라면 이쪽도 똑같이 하면 된다.
미움을 받고 있는데 어째서 나만 고민해야 하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하게 되자, 어느덧 주위에서 두려워하게 되었다.
타인뿐만이 아니다.
부모도 그렇다.
양친은 체면이니 프라이드니 하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타입이라 문제만 일으키는 내가 진심으로 성가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유일하게 남동생만은 나를 걱정해주고 있었지만, 부모가 절대로 나한테 다가오게 두지 않았다.
동생은 나와는 달리 아픔을 아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이미 몇 번째인지 모를 싸움에서 상대 아이의 이빨을 부러뜨렸을 때, 양친은 내 팔을 끌고 어떤 방으로 데려갔다.
거기는 지금까지 내 방과는 다르게 화장실이나 욕실, 간이 부엌과 냉장고까지 완비된 방이었다.
우리 집은 컸기 때문에 몇 갠가 있는 빈방 중의 하나를 양친이 개축한 것 같았다.
그 방은 문자 그대로 나의 「성」이 되었다.
나는 그 방에서 한 발짝도 나오는 걸 허락받지 못한 채, 유소년기 대부분을 거기서 보내게 되었다.
방에 갇혔을 때 나는 울부짖으며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문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식사나 소모품 종류는 메이드가 가져와서 문 아래쪽에 만들어진 열쇠가 달린 작은 창으로 넣었다.
죄인과 똑같은 취급이었다.
가족인데도.
실컷 울부짖으며 도움을 구했다.
날뛰고 있다 보면 상처를 입어 버려서, 그걸로 또 울었다.
그런 식으로 며칠 정도가 지났을 때였던가, 완전히 기진맥진해서 몸을 웅크리며 생각했다.
울부짖어도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는다.
내가 다쳐도, 아무도.
그렇다면…… 혼자서 살아갈 수 있게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니.
나는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다」.
그렇게 결심하기로 했다.
결심하자, 그것이 내게 있어서의 진실이 되었다.
혼자서 살아갈 수 있다면 주위 인간 따윈 필요 없다.
내가 살든 죽든 주위에 관계없는 것처럼, 나도 자신 이외의 누가 죽어도 관계없다.
그렇게 사는 것이 내게는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러자 나 이외의 모든 것의 현실감이 옅어졌다.
어떤 얼굴을 하고 있든, 어떤 머리 스타일이든, 어떤 복장이든.
모두 다 마찬가지.
내게는 인형 같은 것이다.
내 의사는 전해지지 않고, 전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이상한 게 누구인지, 사실은 알고 있다.
나다.
세계에서 쫓겨난 존재.
있으나 없으나 변하지 않는다.
혼자서 살아간다는 말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통각 이외에도 나는 만지거나 하는 표면적인 감각이 전반적으로 둔하다.
유일하게 감각이 살아있던 건 혀다.
어떤 우연인지 몰라도, 어째선지 혀만은 깨물거나 비틀면 모르는 감각이 스쳐지나 갔다.
「몸에 구멍을 뚫는」일에 흥미를 갖고 피어스를 뚫었을 때도 혀만은 아팠다.
아아, 이게 아픔인가, 그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혀에 피어싱을 했을 때는 이상한 감동과 고양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곧 익숙해졌다.
역시 일부분의 아픔만으로는 잘 알 수 없다.
어쩌다가 그 부분의 감각이 다른 곳과는 다른 거라고 어렴풋이 생각할 따름이었다.
그런 내게 있어서 통각을 온몸으로 유사 체험할 수 있는 게 라임이었다.
라임은 뇌에 「공격을 받았다」고 착각하게 해서 몸을 다치게 하지 않고 아픔을 느끼는 구조로 되어 있다.
내게는 꽤 획기적인 시스템이라 처음 참가했을 때는 혀에 피어싱을 했을 때와 같은 고양감이 있었다.
이거야말로 아픔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아파도 결국은 의사적인 감각에 지나지 않는다.
그 생각이 항상 머리 한구석에 있어 냉정한 자신이 비웃고 있었다.
그럼에도 유일하게 아픔을 알 수 있는 장소였기 때문에 계속 참가하고 있었다.
현실의 싸움에서 진 적이 없었던 나는 라임에서도 연전연승이었다.
이유는 역시 아픔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상황 아래서도 나는 냉정하게 분석과 대책을 생각할 수 있었다.
아픔을 알고 패배한다면 아픔 따윈 필요 없지 않을까?
아픔이 있어서 대체 무슨 이득이 된다는 거지?
아픔 따윈 필요 없다.
그렇게 생각하던 나에게……
「패배의 아픔」이라는 감각을 때려 박아온 녀석이 있었다.
그게 아오바다.
내가 타성에 젖어 라임을 하게 되었을 무렵, 약간의 흥미로 과거의 라임 참가자 기록을 뒤져본 적이 있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강한 녀석이 있었나 싶어서 그냥 조사해봤을 뿐이었다.
그 안에서 나와 마찬가지로 연전연승인 녀석을 발견했다.
「SlyBlue」.
내가 조사했을 땐 이미 라임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그 녀석이 공연히 신경 쓰였다.
그렇게 강한 녀석이라면 싸워보고 싶다.
그 생각에 「SlyBlue」를 조사하는 동안 아오바한테 도착하기 이르렀다.
그리고 싸움을 걸었다.
공식이 아니라 피차 전력으로 해치우는 비공식 쪽으로.
「 …… 이번에 방문해 주셔서 지극한 영광입니다 」
…… 결과는 나의 참패였다.
있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싸움도 라임도 졌던 적이 없었다.
자신이 이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더욱.
라임에서 졌다.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을 때, 가슴 속이 욱신욱신하고 목덜미가 싫을 정도로 뜨거워졌다.
「졌다」는 굴욕감이 가슴을 찔렀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도 「아픔」이었다는 걸 안다.
내게 아픔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던 라임.
라임에서의 패배는 내가 지금까지 맛본 적 없는 감각을 가져왔다.
………… 난, 사실은 아픔을 바라고 있어?
아니. 바라지 않는다.
…… 그럴 터였다.
아픔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다.
아무 도움이 없어도 혼자서 살아갈 수 있다.
그렇지만, 사실은.
처음에는……, 어렸을 때는.
친구들도 금방 싫어하니까 아픔을 모르는 게 싫었다.
홀로 방에 갇혔을 때 슬프고 괴로워서 어쩔 수가 없었다.
내가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던 걸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야말로 미쳐버릴 정도로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면…….
그러나 그건 내가 아무리 바래도 결코 얻을 수 없는 감각이다.
아픔을 알고 싶다.
그 마음을 억누르며 없었던 걸로 치고 외면해서.
나는 지금까지 살아왔다.
아픔 따윈 몰라도 살아갈 수 있다.
그렇게 결심하고 살아왔는데……, 그 녀석이.
아오바가 스크랩으로 가둬둔 내 마음의 벽을 부수려고 했다.
『 내가 너한테 딱 하나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말이야. 아마도…… 네가 생각하는 만큼 이 세계는 나쁘지 않다는 거야 』
그런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해서.
하지만 그 말을 들었을 때 가슴 속에서 뭔가가 태어났다.
그게 무엇인지는, 바로는 몰랐다.
따뜻하고 밝다.
「희망」.
…… 그런 건 벌써 계속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 하찮은 건…….
…… 그 녀석 때문에 나는.
이제 편해지고 싶어?
이제 포기하고 싶어?
이제 쉬고 싶어?
이제 잠들고 싶어?
이제 눈 뜨지 않아도 돼?
이제 힘내지 않아도 돼?
이제, 그만둬도 돼?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다고 결심한 뒷면에서 피폐해져 온 나의 마음.
그 현실이 흘러넘쳤을 때, 나는 자신의 진정한 소망과 마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그것만 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아픔」.
그리고……
아파하지 않는 내 몫까지 아파하려 하고, 무리하고, 걱정해서.
나를 어떻게든 이 세계와 연결하려고 해준 그 녀석이다.
지금까지 날 위해서 이런 식으로 해준 녀석은 없었다.
모두 우리 집의 재산이나 나라는 아이콘을 자신의 스테이터스로 삼기 위해 다가오는 녀석이 많았다.
그 녀석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본인한테 말했더니 심하게 화를 냈다.
캄캄한 벽에 둘러싸인, 나 혼자만의 공간밖에 없는 세계에 꾹꾹 비집고 들어오려 했던 그 녀석.
………… 아오바.
「 …………!! 」
욱신거리는 지독한 아픔이 스쳐 가 눈을 뜬다.
「 …………, …… 아야…… 윽! 」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확인하려고 하자 또 아픔을 느낀다.
아까는 어디가 아픈지 몰랐지만……
지금은 등이다.
주위는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드러누워 있는 것 같다.
움직이려고 하자 뭔가 따뜻한 게 매달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목덜미에 부드러운 털 같은 게 닿아서 움찔한다.
이건 혹시……
나한테 매달려 있는 것을 바라본다.
…… 역시 그렇다.
「 …… 노이즈!? 」
노이즈는 정면에서 나를 꽉 껴안고 있었다.
부름에 응하는 것처럼 쇄골에 한숨이 닿는다.
나도 노이즈도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여기는……
필시 현실이 아니다.
스크랩으로 들어갔을 때와 똑같은 방 안이다.
그 말은, 즉……
스크랩은 실패했나?
노이즈가 꿈틀거리며 움직여서 내 몸을 다시 껴안는다.
「 아…… 윽!! 」
팔에 칼로 베였을 때 같은 아픔이 스쳐 가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서 시선을 돌리자 팔의 피부가 찢어진 것처럼 터져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왜 갑자기…….
원래 있던 상처인가?
아니, 그렇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끼며 나는 노이즈를 보았다.
어둠에 잠긴 그 표정을 주시하고…… 오한이 스쳐 간다.
「 …………
………… 쿠쿡, 후후후후
………… 아파 」
「 ………… 」
노이즈는 몸을 구부린 채 웃으며 불쑥 그렇게 말했다.
아파?
지금 확실히 아프다고 했다.
그렇지만 노이즈는 아픔을 못 느끼는 게 아니었던가?
「 노이즈, 지금 너…… 」
나는 그걸 물어보려고 하며 시선을 맞추기 위해 노이즈의 어깨를 잡았다.
「 아얏 」
순간 노이즈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렇게 세게 어깨를 잡지는 않은 것 같았지만, 나는 반사적으로 사과하려 했다.
「 미안……, ……!? 」
다시 노이즈의 모습을 보고 눈을 크게 뜬다.
노이즈의 몸은 여기저기에 나이프로 베인 듯한 상처가 생겨 있었다.
아까 내 팔에 생긴 상처와 비슷하다.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자 역시 노이즈와 똑같은 상처가 여기저기 생겨 있다.
「 에, 이거……, 왜…… 」
「 아오바…… 」
잘 모를 상황에 당황하고 있자, 노이즈가 얼굴을 가져다 댔다.
그 눈동자가 바로 정면에서 나를 사로잡는다.
「 ………… 」
탁하게 흐려진 진흙같이 어두운 눈동자.
내 쪽을 향해 있는데도 나를 보지 않는다.
노이즈의 그 날카로움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채 입가에는 느슨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싫은 예감이 퍼뜩 관자놀이를 찌른다.
「 …… 노이즈……? 」
「 …… 하하…… 」
노이즈는 힘없이 웃으며 내 입술에 입술을 겹쳤다.
「 ! 」
입술이 찌릿하게 아파 나는 놀라서 얼굴을 뒤로 뺐다.
혀로 그곳을 더듬어 본다.
…… 피 맛이 난다.
입술이 찢어졌어?
그렇지만 어째서?
별로 깨문 것도 아니다.
그저 닿았을 뿐인데…….
「 도망치지 마, 아오바…… 」
노이즈가 어리광이라기보다는 애원하는 듯한 어조로 중얼거리며 내 머리에 팔을 감아 끌어당기려고 한다.
「 ! 아얏…… 」
뒤통수가 칼로 베인 것처럼 아프다.
지금 노이즈가 닿은 곳이다.
…… 설마.
「 ………… 」
나는 초조함에 호흡이 가빠지는 걸 느끼며 노이즈의 팔에 손끝을 뻗었다.
손이 떨리려는 걸 참고 싫은 예감을 억누르며…… 팔을 만져 본다.
「 아파…… 」
…… 역시. 생각했던 대로다.
손가락 끝이 닿은 곳에서 저절로 붉은 균열이 생겨났다.
의사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피부가 제멋대로 찢어지고 피가 흘러내린다.
내 안에서도 절망이 으지직거리며 가슴을 찢고 태어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가 닿은 곳에 상처가 생긴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어버렸다.
여기는 현실이 아니다.
노이즈의 마음 속이다.
그건 즉, 노이즈가 생각하는 그대로의 세계라는 말이 된다.
노이즈에게는 통각이 없다.
하지만 내가 닿았을 때 확실히 아프다고 말했다.
그렇다는 말은, 여기서의 노이즈에게는 통각이 있는 거겠지.
자신에게 없는 아픔을 원했기 때문에?
만약 그렇다고 해도, 이 현상은…….
「 노이즈, 어째서…… 」
내 말을 가로막는 것처럼 노이즈가 내 머리를 세게 끌어당겨서 다시 입술을 맞춘다.
「 으음, 큭……, 으앗……! 」
「 하아……, ……아파…… 」
입 안에 칼날이 미끄러져 들어간 듯한 격통이 스쳐 가 얼굴을 떼어 놓으려고 한다.
붙잡힌 뒤통수도 아파서 나는 가벼운 패닉 상태로 노이즈를 밀치려 했다.
「 으윽…… 」
내 손이나 팔이 닿은 곳에서 상처가 생겨나 노이즈가 신음한다.
흠칫 놀라서 손을 떼자 노이즈가 이때가 기회라는 듯이 나를 껴안았다.
「 으읏, 크, ……! 아야…… 큭! 」
등이나 팔에서 전해지는 아픔에, 무리하게 겹쳐진 입술 사이에서 흐릿한 비명이 새어나온다.
노이즈도 아플 텐데, 어째서……!
아니, 그뿐만이 아니라 노이즈는 원래 아픔을 몰랐으니까 나보다 몇 배나 더 아픔을 느끼는 게 아닐까.
그런데도…….
나는 아픔을 참으며 억지로 입술을 떼어놓고 노이즈의 얼굴을 보았다.
「 후후……, …… 아파 」
「 ………… 」
웃고 있었다.
아픔에 얼굴을 찌푸리면서.
그 표정은 괴로워 보이는데도, 내게는……
어째선지 평온해 보였다.
「 이게……, 아픔…… 」
「 노이즈……, 윽……! 」
노이즈가 다시 내 머리를 감싸 쥐고 강제로 입을 맞춘다.
키스하며 노이즈는 내 가슴에서 아랫배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 으읏, 크…… 윽, 그…… ! 」
손의 움직임은 느릿한데 닿은 곳이 찢어져 간다.
피부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피가 배어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몸에 일어나고 있는 고통은 그게 다가 아니다.
노이즈와 키스를 하는 입안은 이미 갈기갈기 찢어져 타액이 아닌 미지근한 액체가 가득 차 있었다.
「 커, 헉…… 」
흘러넘친 액체가 입가에서 걸쭉하게 쏟아져 내린다.
코를 찌르는 짙은 철분의 냄새.
「 하하……, 하아……. …… 계속, 이걸 원했어…… 」
지금만은 흉기에 지나지 않는 혀를 내 입에서 빼내고 노이즈가 귓가에 속삭인다.
「 계속, 이걸 알고 싶었다…… 」
「 아! 노이즈, 그만해, 노이즈…… 읏!! 」
아까 어루만졌을 때 생긴 가슴과 배의 상처에 노이즈의 손가락이 닿는다.
빨갛게 부어오른 상처의 부드러운 가장자리를 밀어젖히고 안쪽으로 손가락이 침입해 온다.
「 아아아…… 악!
아파, 아프다고……! 노이즈!! 」
「 음…… 」
찢어진 살 안을 손가락으로 도려내고 마구 찌르며 비집고 들어온다.
새로운 피가 처참한 아픔과 함께 안에서 스며 나와 열을 띤다.
「 히, 이, 아……!! 」
「 아오바…… 」
지나치게 아픈 나머지 내 눈가에서 흘러내린 눈물을 노이즈가 핥아 올린다.
그것조차 상처가 되어버려서 눈물과 피가 섞여 뺨을 타고 흐른다.
「 아오바도…… 」
노이즈가 내 손을 쥐고 자신의 가슴으로 이끌었다.
이제는 닿았을 때 생긴 상처가 아픈지 아프지 않은지, 그것마저 잘 알 수 없게 되어서……
「 만져봐…… 」
「 !? 싫어, 노이즈, 손 놔……! 」
나조차 이렇게 아픈데 그걸 노이즈한테도 하다니……!
싫어하는 내 손을 노이즈가 잡아당겨서 다시 거기에 상처가 생겨 아프기 시작한다.
그 아픔으로 힘이 빠진 틈에 노이즈는 내 손가락 끝을 가슴에 꽉 눌렀다.
질척거리며 상처가 생겨난다.
그대로……
손가락을 상처에 파묻는 것처럼 노이즈가 천천히 내 손가락을 밀어 넣는다.
「 노이즈……!! 」
「 후후……, 아아…… 」
노이즈가 얼굴을 찌푸리며 황홀한 숨을 내쉰다.
노이즈의 상처에 밀어 넣어진 손가락은 미적지근한 피를 휘감은 채 부드러운 살 속으로 푹푹 잠겨든다.
그, 뭐라고 형언하기 어려운 감촉.
강한 한기가 등골을 스쳐지나 간다.
「 노이즈! 」
나는 노이즈의 손을 뿌리치고 상처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 하…… 」
「 …… 윽 」
손가락에 아직 상처를 후벼 판 감각이 남아서…… 떨린다.
부드럽고 뜨거운…….
노이즈는 피투성이가 되어 넋을 잃은 얼굴로 내 뺨에 이마를 가까이 가져다 댄다.
이미 다소의 접촉으로 생기는 사소한 상처 따위는 신경 쓰이지 않았다.
「 아오바도 이 아픔을 느끼는 거군……
같은 아픔을 느낄 수 있어서, 기뻐…… 」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노이즈는 내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
「 !? 」
한쪽 다리가 크게 벌려진다.
이 자세는……
허벅지에 닿은 아픔 따위보다, 나는 노이즈가 지금부터 하려는 일에 얼어붙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 읏, 싫어, 그건…… 」
목소리가 떨려서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노이즈는 다정하다고 느낄 정도의 손놀림으로 내 엉덩이의 좁은 곳을 살며시 만졌다.
날카로운 아픔이 그곳을 스쳐 가 숨을 멈춘다.
「 노이즈, 안 돼, 그만……! 」
「 내가 원하는 건……, 아픔과……
…… 아오바 」
「 윽, 히, 아…… 읏! …… 으, 아아아아아아악!!! 」
…… 문자 그대로 다리를 난도질하는 듯한 아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식할 수 없다. 하고 싶지 않다.
…… 그저.
「 아, 크…… 으, …… 윽 」
느끼는 건 하반신 전체를 뒤덮으며 타오르는 듯한 뜨거움과 저림.
그것들이 마치 독처럼 혈액에 뒤섞여 온몸을 누빈다.
눈 앞에는 붉은색과 검은색이 교대로 점멸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지잉지잉 울리는 지독한 귀울림과 비명처럼 몸속에서 울려 퍼지는 아픔.
…… 사람의 몸을 형성하는 살이란 이렇게도 여린 거구나 싶었다.
「 아, 으읏……, …… 하아…… 아 」
「 아, 아……, …… 으윽, 하…… 」
「 후후……, 흣, 아파……, 후후후후 」
삐걱삐걱 흔들릴 때마다 하반신의 아픔이 뇌수까지 울려 퍼진다.
안구를 뒤덮는 끈적한 혈액의 환상.
목 깊은 곳에서 부글부글 거품이 일어나는 액체는 대체 무엇일까…….
노이즈가 움직이자 몸 아래에서 질척거리며 물이 튀는 소리가 났다.
나와 노이즈에게서 흘러나온 체액으로 웅덩이가 생겨난다.
툭, 목이 휘었지만……
머리를 일으킬 기력은 더 이상 없었다.
「 아오바…… 읏 」
「 …… 노, 이즈……, …… 어, 째서…… 」
노이즈가 피투성이가 된 혀로 휘어진 내 목의 얇은 피부를 끈적하게 핥는다.
거기에 배어 나온 피를 사랑스럽다는 듯 할짝거린다.
아픔을 넘어서서…… 간지럽다.
「 계속, 계속…… 알고 싶었던 것, 갖고 싶었던 것……
그걸 난 지금, 온몸으로 느끼고 있어…… 」
「 ………… 」
틀렸다.
이 아픔이 아무리 리얼해도 현실이 아니다.
라임과 마찬가지다.
여긴 노이즈 마음 속에 있는 세계.
노이즈의 본능이 드러난 세계.
노이즈가 알고 싶었던 「아픔」만이 존재하는 세계.
그렇지만 만약…… 노이즈가 아픔을 느끼지 않기에 특수하다고 한다면.
모든 것에 아픔이나 감각이 없다면 노이즈는 특수하지 않다는 말이 된다.
그렇기에 그런 세계도 어쩌면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현실에서는 의식이 없는 우리들의 육체가 그저 쓰러져 있을 뿐이다.
이대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된다.
……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그렇지만…… 전할 수 없다.
지금의 내게는 노이즈에게 이건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할 자신이 없다.
왜냐면 나는……
스크랩에 실패한 것이다.
이 세계는 잘못되어 있다.
하지만 그 잘못된 세계에 빠져들어 버린 노이즈를 어떻게 구하면 돼?
이렇게나 기쁜 듯이 아파하는 노이즈를 어떻게 이끌어내야 하지?
나는…… 모르겠어.
이제……
「 …… 으윽!! 으, 아아…… 악!! 」
갑자기 지독한 화상을 입은 듯한 열을 느껴서 목이 경련을 일으킨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뜨겁다.
호흡을 할 수 없어서 입을 뻐끔뻐끔 여닫는다.
…… 잠시 후에 그게 「아픔」이라는 걸 깨닫는다.
노이즈가 서지도 않은 내 성기를 만지고 있었다.
「 크흑……, 컥…… 」
살며시 잡혔는데 그것만으로도 머릿속을 휘젓는 듯한 격통에 시달린다.
「 우아, 아…… 악!! 노, 아…… 윽, 크, 아아…… 앗!!」
「 아, 아…… 윽, 하…… 」
이제는 붉은색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둠이 뒤섞인 새빨간 빛깔이다.
성기를 만져지고 뒤를 찔리는 만큼, 선명하고 강렬한 아픔이 몸의 안쪽도 바깥쪽도 갈기갈기 찢는다.
노이즈의 애무는 다정하다, 라고 하기보다 힘이 없다.
그런데도…… 아프다.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
부드럽게 건드리려고 해도, 소중히 다루려고 해도 상처를 입힌다.
원래라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고통과 출혈량.
그러나 죽지 않는다.
이 세계는 현실이 아니니까.
「 …… 후, …… 크흑…… 」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눈물이 흘러나왔다.
아파서가 아니다.
뜨거운 물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노이즈를 도와주고 싶은데 도와줄 수 없다.
게다가 노이즈는 이 상황을 기뻐하고 있다.
아픔이 없는 현실에 돌아가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노이즈의 마음이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그 결정타를 준 것은 나다.
스크랩에 실패했기 때문에.
부서져 버린 노이즈의 마음에는 더 이상……
전하고 싶어도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는다. 닿지 않는다.
「 으……, …… 읏, 노이, 즈…… 」
거의 전신이 아픔으로 저려오는 듯한 상태로, 나는 이를 악물고 상체를 일으켰다.
노이즈에게 떨리는 팔을 뻗는다.
닿으면 확실하게 다친다. 다치게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 크, 아악! 으, …… 아으읏……
…… 노이즈…… 」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두 팔로 천천히 노이즈의 몸을 껴안았다.
「 큭, …… 크, 으…… 」
서로를 상처 입히는 아픔.
거친 숨소리가 입에서 새어나온다.
그걸 억누르며 더욱 더 노이즈를 껴안는다.
「 노이즈……, 눈을 떠줘……
이 세계는, 현실이……, 아니야 」
「 ………… 」
「 노이즈, 부탁이야…… 읏, 함께, 돌아가자……
이 아픔은, 현실이, 아니라고…… 윽 」
「 ………… 후
후후, 하하하 」
노이즈가 웃음을 터트린다.
내게 안겨서, 나를 안으면서……
아픔으로 얼굴을 일그러트리면서.
「 그런 건, 상관없어……, 아무래도……, 난 이제
…… 지쳤어 」
「 …… 노이즈…… 」
「 이걸로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
모두의 아픔을 아니까……, 그러니까……
이제, 나만 이상한 게…… 아니야 」
「 윽, 아아아…… 악! 」
노이즈가 움직여서 내 안을 꿰뚫는다.
노이즈를 받아들인 장소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따위는, 안 봐도 뻔하다.
물소리가 점점 커져 간다.
움직임도 유난히 매끄러워져서……
찰박거리는 소리에서 철썩거리는 소리로.
「 ………… 으, 윽, …… 」
…… 역시 이제 안 되는 걸까.
노이즈를 여기서 구해내는 건 정말로 이제 불가능한 걸까.
현실이 아니란 걸 알고 있어도 너무나 지독한 아픔에 정신을 잃을 것 같다.
이 상황을 타파할 말도, 힘도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나는…… 노이즈를 있는 힘껏 껴안았다.
전해지지 않더라도 마음을 담아서, 강하게.
「 윽, 으 …… 큭! 크, 아…… 흣 」
「 아아……, 하아……, 윽…… 」
이제 눈을 뜨고 있는지 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숨도 끊어질 듯 말 듯, 서로의 고통조차 삼키려는 것처럼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았다.
노이즈가 현실보다도 나와 아픔을 바란다고 한다면……
적어도 그 마음을 감싸주고 싶었다.
어떻게 되더라도 죽지는 않는다.
여기는 현실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내가 있다는 사실이 노이즈의 마음을 채워줄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 으……, 노이즈……, …… 노이, 즈…… 흣 」
신음 소리도 비명도 아닌, 가냘픈 울음 소리만 입에서 흘러나온다.
「 아오바…… 」
노이즈는 피에 젖어서 넋을 잃은 채 내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평온한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노이즈의 머리를 품에 안았다.
쇠 냄새와 흘러가는 생명의 따스함에 물들어가며……
나는……
「 ………… 노이즈 」
「 …… 나는, 행복해.
아오바……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