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s/Arabian's Lost

커티스 나일 : 프롤로그

Rosier  2014. 4. 5. 22:02


「 언젠가 올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역시 피할 수 없나  」

 

복도를 터벅터벅 걷는다.

강제적인 약혼……, 그리고 결혼.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발걸음도 무겁다.

시간을 질질 끌어도 도망칠 수 없다.

카운트는 내일부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1000만G.

정신이 아득해지는 얘기다…….

 

그래도 거래할 수 있었던 건 다행이었다.

강제로 결정해 버리면 가출이라도 하는 수 밖에 없다.

그건 너무 유치하다.

혼자 가출해봤자 붙잡혀 올테고, 그래서야 너무나 꼴사납다.

함께 도망쳐 줄 사람도 떠오르지 않는다.

어머니의 말은 지당한 얘기로, 난 현재 누군가가 굉장히 좋아서 그 사람이 아니면 결혼할 수 없다는 것도 아니다.

단지 막연하게 제대로 된 연애를 하고 싶다고 바라고 있다.

아주 굉장한 대연애 같은 건 바라지 않으니까, 나를 좋아해주는 『평범』한 사람과……


「 유학이라도 갔으면 좋았을텐데…… 

 

아버지처럼 나도 국외로 유학을 갔었다면.

아버지가 어머니를 찾아낸 것처럼,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 어머니 같은 사람이『평범』한 지는 둘째치고, 적어도 아버지는 타국인인 어머니를 사랑해서 결혼했다.

난 기르카타르에서 태어나 유학은 커녕 온전히 국외에 나간 적도 없다.

왕궁 밖에도 잠행으로 왕도 내를 이따금 나가는 정도다.

기르카타르 국내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나를 상처 입히려는 자는 없다.

나는 도적왕의 왕녀이자, 외동딸.

기르카타르의 절대 권력자가 애지중지하는 단 하나뿐인 친자식이다.

풍족한 지위에, 환경……

그러나 내게 왕녀라는 사실 이외의 가치는 없다.

어쩌면 왕녀라는 것 자체도 의미가 없다.

바란 건 왕녀가 아닌 왕자였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외동인 것도 남자가 아닌 것도.

그러니 밖에 내보내지 않고 소중히 다루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에 분노하고 소중한 취급에 답답함을 느끼다니……

 

「 제길, 어린애처럼…… 」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자기 자신에게 가치를 찾아낼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

스스로 만든 나 자신의 문제다.

어머니가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

나는 어린애 같은데다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1000만G 쯤 모을 수 없으면 안심할 수 없다는 말도 무리가 아니다.

그 정도로 내가 미성숙한 것이다.

 

 

 

········································

 

 

 

「 …… ! 」

 

기색을 느꼈다.

실전에 나가본 적은 없지만, 라일 선생님의 교육으로 감각은 단련되어 있다.

『기르카타르 답게』되고 싶지 않은, 『평범』해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이런 점은 이미 『평범』하지 않다.

나타난 건……  나도 본 기억이 있다…….

 

「 프린세스 아이린 」

 




목소리와 함께 기둥의 그림자에서 붉은 머리카락의 남자가 나타났다.

평범해 보이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청년이다.

 

「 …… 커티스 나일 」

 

한 걸음 물러섰다. 

싫은 예감이 들었다.

 

「 인사를 해두자 싶어서 」

 

그 말투에 감이 딱 왔다.

조금 전 아버지의 이야기와 말을 걸어온 타이밍을 생각하면……

설마라고는 생각하지만……

 

「 …… 약혼자 후보가 되는 걸 받아들일 생각이야? 커티스 나일 쯤 되는 자가 」

 

절망적인 기분이다.

설마 커티스 나일이 받아들이다니.

누가 떠맡는다 해도 그만은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 그래요.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오늘부터 전 당신의 약혼자 후보입니다.

   당신도 약혼자 후보가 된 인간에게 흥미가 있겠죠? 」

 

「 …… 필요없어. 서로에 대해서는 알고 있잖아? 」

 

피차 아는 사이다.

하지만 『알고 있다』는 게 반드시 『친하다』와 부합하는 건 아니다.

나는 커티스를 잘 알고 있고 커티스도 나를 잘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모르는 인간이나 다름없다.

 

「 그렇게 경계하시지 않으셔도…… 」

 

거리를 두려는 나를 보고 커티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약간 곤란하다는 듯이 살짝 미소짓는다.

그를 모르는 인간이라면 평범한 청년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맞아, 당신을 경계해도 소용없겠지 」

 

그러나 내가 속을 리가 없다.

이래 뵈도 나는 도적왕의 딸.

자국에 대해서는 다 알고 있다.

아니, 내가 아니더라도 그의 이름은 알려져 있다.

이 별로 특별하지도 않은, 어느 쪽인가 하면 오히려 약해 보이는 청년이 어떤 남자인지.

 

「 커티스 나일에겐 아무리 경계해봤자 소용없는걸 」

 

「 당신이 제 대상이 될 일은 없어요. 

   당신은 기르카타르 제 1위의 프린세스. 

   도적왕의 후계자입니다 」

 

「 어떠려나. 표적이 된다면 주저하지 않을 주제에 」

 

그렇게 말하자 커티스는 눈을 약간 가늘게 떴다.

부정은 하지 않는다.

 



커티스 나일

 

그 이름은 각지에 위협으로 울려 퍼지고 있지만, 기르카타르의 국외에서 그 외모를 아는 사람은 적다.

국외로는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고, 흘렸던 자는 이 세상에 없다.

국외에서 이 청년이 커티스 나일이라고 알게 된 자도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기르카타르에서는 인기있는 직업 중 하나.

그는 암살자인 것이다.

그것도 단순한 암살자가 아니다.

어둠의 직업이 많은 기르카타르에서 암살자는 그다지 특수한 직종은 아니다.

커티스 나일이라는 남자는, 희대의 암살자다.

암살의 천재. 

예술적인 기술을 지닌 살인 청부업자.

틀림없이 대륙 제일이라고 절찬받는 암살 능력의 소유자.

알맞은 보수만 지불하면 어떤 상대라도 죽여 보인다.

국왕조차 죽일 수 있다고 칭송받는 천재 암살자지만 일개의 암살자로 머물러 있는 남자다.

그 능력은 무서울 정도로 높은데도 지위나 신분에는 흥미가 없다.

세속에는 집착이 얕아 자신의 기술을 닦는데 전념하고 있다.

천재이자 노력가.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좋은 청년 같지만, 그 노력의 대상은 살인.

온화한 얼굴로 피바다가 생길만큼 죽이고 있다.

평범한 청년으로 보이는 점이 쓸데없이 무섭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는 교훈은 그를 위해서 있다.

 

커티스 나일에 대해서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비아냥이 아니라 순수하게 동경한다.

비록 그것이 어둠의 길이라 하더라도 하나의 길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에게 말할 마음은 없지만, 나는 커티스 나일을 존경하고 있다.

…… 존경은 하고 있지만 가까워지고 싶지는 않다.

 

「 …… 어째서 약혼자 후보 따위를 받아들인 거야 」

 

커티스는 무서운 남자지만 권력이나 돈에는 흥미가 없다.

그게 유일한 그의 장점으로, 그거야말로 다른 전부를 상쇄할 만큼 마음에 들었다.

애초에 커티스가 권력에 흥미가 있었다면 나의 아버지인 국왕도 살해당했을지 모른다.

기르카타르의 국왕을 암살할 수 있을 정도로 커티스의 실력은 두드러진다.

 

「 어째서…… 라뇨? 이유가 필요합니까? 」

 

「 …… 

 


「 전 사람을 죽이는게 능숙할 뿐인 평범한 남자예요.

   아름다운 신부를 갖고 싶다고 생각해도 부자연스럽진 않습니다. 그렇죠? 」

 

「 ………… 구역질 나 」

 

제대로 대답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역시 제대로 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커티스 나일이 나를 원할 리가 없다.

아이린 오라사발이라는 개인은 물론, 왕녀로서의 내게도 흥미 따윈 없을 것이다.

 

「 나, 당신이 마음에 들었는데 」

 

「 …… 나를? 」

 

커티스는 성가시다는 듯이 말했다.

 

「 응, 그래 」

 

이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커티스 나일은 이렇지 않으면 안 된다.

 

「 안심해. 내가 마음에 들었던 건 나한테 전혀 흥미가 없는 커티스 나일이야.

   타인이니까 좋아한 거라구 」

 

절대 관련되지 않을 인간으로서 커티스 나일이 좋았다.

모르는 사이는 아니지만, 말을 주고 받아도 겉치레에 불과할 뿐.

인식하고 있어도 이해는 할 수 없다.

커티스 나일은 나를 세상에 흘러넘치는 시시한 것들 중 하나로 본다.

나도 커티스 나일을 다른 세계에 사는 인간으로 보고 있다.

커티스는 암살의 길의 극한에 이른 남자고, 나로 말하자면 『평범』해지고 싶다고 생각한다.

목표로 삼은 방향이 지나치게 정반대라 긍정하지 않는 대신 부정도 하지 않는다.

 

「 저도 당신의 그러한 점이 좋다고 생각해요.

   ………… 」

 

커티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 프린세스 아이린. 당신과는 언제까지나 타인이고 싶었어요.

   친해지지 않으면 안 되다니, 우울합니다 」

 

완전히 동감이다.

나와 커티스는 같은 나라에서 태어났을 뿐인 다른 생물이다.

 

「 그럼 지금이라도 거절해. 아무리 아버님이라도 커티스 나일에게 강요할 수는 없을 거잖아 

 

「 제게도 사정이 있다구요. 

   당신은 이해할 수 없을만한 사정입니다. 설명해봤자 의미가 없어요 」

 

「 …… 그렇겠지. 아버님은 남의 약점을 잘 이용해서 자기 말을 듣게 하는데 능하니까.

   커티스가 좋아서 기꺼이 나랑 결혼하다니, 그렇게 정신나간 짓을 할 리가 없는 걸 」

 

그렇지만 커티스 나일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에 어울리게 된 사정이란 어떤 걸까.

이해 따윈 할 수 있을 리 없겠지만 흥미는 있다.

…… 흥미는 있어도 설명은 필요없다만.

어쨌든 내게 있어 커티스 나일은 훌륭한 그림이지 같은 인간은 아닌 것이다.

지나치게 고가의 예술품에는 접할 수 없다.

기르카타르의 프린세스로서 그의 실적에 감탄하고 찬미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 약혼자 후보가 되는 것은 승낙했습니다만, 실제로 약혼자가 되는 건 아닙니다.

   …… 그렇잖아요? 저와 결혼하고 싶다는, 정신나간 말은 하지 마세요 」

 

커티스가 내 말투를 흉내내어 빈정거렸다.

내게도 그럴 마음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 당연하지. 난 아버님과의 내기에 이길 거야. 약혼자 따윈 필요없어 」

 

「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기간 중의 도움이라면 언제라도 괜찮으니, 수행원이 필요할 땐 불러주세요 」

 

커티스는 그 말을 남기고 떠났다.

 

「 ………… 」

 

아버님의 조치라고는 해도…….

기간 중에는 저 커티스 나일을 언제라도 부를 수 있는 건가…….

비할 데 없는 암살자, 커티스 나일이다. 

일 한 건으로도 상당한 고액을 번다.

 

「 커티스를 언제라도 부를 수 있는 권리를 돈으로 바꿀 수 있다면, 내기 따윈 단번에 끝낼 수 있겠지 」

 

그 뿐만이 아니라 산더미 같은 거스름 돈이 생기겠지.

암살자의 일에 의지할 생각은 없지만 그만한 사람을 부를 수 있다는 건 프린세스라도 대단한 일이다.



 

········································ 

 

 


방으로 돌아오자 한숨이 나왔다.

…… 진정된다.

자신의 영역으로 돌아오면 단번에 지친다.

 

「 어서오세요, 주인님 」

 

「 어쩐지 지친 얼굴이시네요∼…… 

 


「 …… 다녀왔어. 체이카, 아르메다 」

 

아무하고도 대화하고 싶은 기분은 아니지만, 이 두 명만은 특별하다.

체이카 모하멜과 아르메다 레티후는 어릴 때부터 내 시중을 드는 호위역으로 나의 직속 부하.

부모님에게 말할 수 없는 이야기도 하고, 솔직한 의견도 주고 받는다.

좋지 않은 이야기도 입을 막으면 비밀로 해준다.

어떤 의미로는 가족보다 가까운 존재라고 할 수 있다.

 

「 벌써 얘기 들었어? 내가 아버님과 어머님에게 건 거래 얘기 」

 

기르카타르의 왕실을 섬기는 인간은 누구나 정보통이다.

비밀 이야기도 아니고 내가 돌아오는 길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두 사람의 귀에도 들어갔을 것이다.

 

「 예, 조금 전 왕으로부터 사자가 왔어요. 정식 약혼자를 맞이하게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

 

「  마스터도 슬슬 지위를 굳히는 시기라는 거네요. 상대가 정해지면 장래도 안전무사합니다 」

 

 …… 장난치지 마 」

 

 …… 국왕님과 왕비님도 걱정하고 있습니다. 주인님은 보신에 너무 무관심하시니까 」

 

「 그래요. 기르카타르의 왕녀가 암살될 걱정은 없다해도 국내 정세가 바뀌면 알 수 없으니까요.

   지금이야 어떻든, 앞으로 왕이 퇴위하시고 차기 왕과 직접적인 혈연이 없으면 

 

「 그렇게 되면 은거한 왕족으로 왕도를 떨어져서 살 거야 」

 

「 주인님 그렇게 간단히는 

 

「 알고 있어.

   은거한 전 왕의 친자식은 다음 왕에게 있어서는 눈엣가시에 쓸모도 없다.

   반란을 꾀할 가능성도 있고, 본인에게 그럴 마음이 없어도 주위가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은거 후에 아이가 생겨도 성가시다.

   아이가 생기면 생각이 달라져 그 아이를 왕위에 올리고 싶어할 지도 모른다.

   은거시키는 것보다 매장하는 편이 현명하다.

   …… 겠지? 」

 

「 …… ! 잘 이해하고 계시는군요. 황송하오나 그렇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위험이 수반합니다 」

 

「 그치만 그런 위험은 왕족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위험이잖아 」

 

나만 특수한 것이 아니다.

타국의 왕족도 항상 염두에 둬야하는 위험이다.

내가 지나치게 안전한 거다.

기르카타르 왕이라는 절대적인 권력자 덕분에 암살의 걱정도 없다.

왕족이라는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위험이 없는 게 이상하다고 해도 좋다.

 

「 정말로 잘 이해하고 계시는군요…… 라일 선생님이 우수한 교사이기 때문일까요.

   그러나 자주성을 너무 존중하고 있어요……

   주인님이나 미래의 남편분이 왕위에 오르면, 이대로의 안전이 확보됩니다.

   위험할 길을 선택할 필요는 없어요 」

 

「 맞아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체이카씨의 말대로! 결혼하는 편이 편하다구요! 」

 

「 아르메다…… 넌 뭐든 체이카한테 동의하면 된다고 생각하잖아 」

 

「 그래요, 아르메다. 자신의 의견이 없는 것은 좋지 않아요 」

 

「 그렇네요! 나도 의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체이카씨의 말대로! 」

 

「 …… 아르메다 」

 

「 …… 바보 」

 

기가 막힌다.

…… 기가 막힐 정도로 알기 쉽게, 아르메다는 체이카를 좋아한다.

보고 있는 쪽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명백하다.

보기좋게 헛돌고 있어서 이 이상 보기 흉한 일도 없지만, 한결 같은 사랑을 하고 있다.

내가 아는 한 제법 오래된 짝사랑이다.

실현될 전망은 어두워 보이지만, 그래도 조금 부럽다.

나는, 아르메다처럼은……

 

「 ………… 커티스 나일하고는 결혼하고 싶지 않아…… 」

 

단지 사랑을 하고 싶어서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기분이 된다고 해도, 커티스 나일은 사양이다.

 

「 네? 벌써 후보자를 알고 계십니까? 」

 

「 아까, 마스터가 돌아오시기 조금 전에 국왕님으로부터 통지가 있었는데요?! 」

 

「 감탄하지마. 찾아낸 게 아냐. 돌아오는 도중에 만났어 」

 

「 헤에, 바로 선수치기입니까. 제법이네요, 커티스 님 」

 

「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쪽에도 그럴 생각은 없고, 여기도 그럴 마음이 없다는 걸 확인한 느낌…… 」

 

 뭐, 뭡니까 그건 」

 

「 좋은 분위기라던가, 되지 않으셨나요? 」

 

「 될 리가 없잖아, 그런 무서운 남자하고! 」

 

커티스 나일과 내가 좋은 분위기……

기껏해야 싸늘한 분위기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 하, 하지만… ! 국왕님도 인정하시는 유망주라구요? 」

 

「 그렇습니다! 출세하는 건 틀림없어요! 결혼하면 일생 평안무사 하다구요?!

   장래 유망, 생애 평안무사, 가내 안전! 3종 세트! 알뜰 구매예요~ 」

 

「 장난치지 말라니까… !!! 」

 

진짜 농담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커티스 나일과의 결혼 따윈 악몽 이외엔 아무 것도 아니다.

 


「 커티스 나일이라고 하면…… 외모만은 평범해 보여도……

   평범해 보이는 건 진~~~짜로 외모뿐이고……

   생글생글 생글생글 웃으면서 서걱서걱 서걱서걱 암살한다구?

   취미가 일이야. 굳이 말하자면, 독약 수집 같은 거라고.

   완전 S 틱하고. 아니, 그야말로…… 사디스트가 아니면 대체 뭔가 싶을 정도의 기세잖아?

   채찍이라던가, 밧줄 같은 거 갖고 있을 거 같아.

   무슨 짓을 당할지 안 봐도 뻔해……

   그딴 거랑 결혼이라니……

   싫어∼∼∼∼∼∼∼∼∼∼∼∼∼!!!

   절대! 절대로 싫어! 진짜 싫어! 」

 

 ………… 

 

「 ………… 」

 

「 하, 하지만 주인님! 」

 

「  」

 

「 …… 정말로 싫은 거군요, 마스터 」

 

「 그러니까 아까부터 그렇게 말하고 있잖아. 어쨌든 싫은 건 싫은 거야 」

 

헉헉, 숨이 찬다.

무심코 흥분해버렸다.

 

「  그래서? 다른 후보자는 어때? 아버님으로부터 전령이 왔었지? 」

 

「 에, 아…… , 네 」

 

「 리스트가 있어요……! 자자, 봐주세요

   자신의 약혼자 후보도 모르는 건 너무하니까요…… 」

 

아르메다는 내 기분을 이 이상 해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지, 서둘러 리스트를 내밀었다.

 

「 ………… ………… 뭐야 이건 」

 

「에, 뭐냐니…… 마스터의 약혼자 후보 분들의 성함입니다만…… 

 

「 모르시는 분이 계십니까? 필요하시다면 설명해 드릴게요 」

 

「 ………… ………… 필요 없어 」

 

건네받은 리스트에는 이름과 얼굴 사진, 간단한 소개까지 들어있지만……

이런 건 필요없다.

 

후보자는 커티스 나일 외에 4명.

모두 어머니의 말대로 아는 얼굴이다. 

체이카가 설명해줄 것도 없다.

내가 아니라도 알만한 이름으로, 불행히도 전원 아는 사람.

현재로서는 사이가 좋은 인간은 없지만, 이름만으로 얼굴을 떠올릴 정도로는 아는 사이다.

이름을 보고 기억과 맞춰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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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는 다른 캐릭터들과 공통이기때문에 과감하게 생략합니다 (-_-)

커티스 이외에 생략은 기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