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s/Arabian's Lost

커티스 나일 : 스카우트 1

Rosier  2014. 4. 6. 04:55



커티스랑 외출하려고 생각했지만, 아무데도 없다.

사람들한테 물어가며 커티스의 행방을 찾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장면과 맞닥뜨렸다.

  

아침인데도 어두운 슬럼의 뒷골목.




「 커티스 나일이지, 너. 뭐랄까, 좀 더 투박할 거라 상상하고 있었는데 」

 

「 ………… 

 

「 ………… !!! 

 

예상도 못 해본 조합이다.

미하엘과 마이센이 커티스한테 얽혀 있다.

심지어 마이센은 상대가 커티스 나일이란 걸 알면서 시비를 걸고 있는 것 같다.

 

「 저 바보, 목숨이 아깝지도 않나……? 」

 

세 사람이 나를 눈치채고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기색을 지웠다.

 

「 대답이 없네. 과묵한 종류의 인간인가 」

 

미하엘은 대답을 하지 않는 커티스를 지그시 본다.

붉은 눈이 반짝, 불꽃처럼 빛났다.

빛의 각도로 그렇게 보인 거겠지만, 어슴푸레한 장소와 맞물려 흡사 괴물 같다.

 

「 …… 틀림없어, 마이센. 이름을 여러 개 갖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중 하나가 커티스 나일이라는 거 같아.

   왜 이름을 잔뜩 갖거나 하는 거지? 인간이 하는 짓은 잘 모르겠어 」

 

「 인간도 다양하거든, 미하. 그 부분은 이해 안 해도 돼 」

 

「 응, 알았어. 마이센이 그렇다면 이해 안 해도 되겠지 」

 

미하엘은 순순히 수긍하면서도 커티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반짝반짝, 변덕스럽게 붉은 눈이 빛난다. 

불꽃이 화르륵 소리를 내며 흩날릴 때랑 비슷했다.

 

「 저에 대해서는 알고 계신 거 같네요. 그래서, 당신들은 누구죠? 」

 

「 우리들에 대한 것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어. 설명하기 귀찮아 

 

「 묻기만 하고 자기는 밝히지 않다니, 예의를 모르는 사람이군요 」

 

「 귀찮은 걸 싫어하는 체질이라서.

   …… 커티스 나일, 너 말이야, 좀 예전에 룬비나스의 프린세스한테 자객 보낸 적 없어? 」

 

「 룬비나스? 여기는 기르카타르예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사람을 착각하신 게 아닌지? 」

 

커티스는 모른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시치미를 떼고 있는 건지 정말로 모르는 얘기인지, 언동으로는 간파할 수 없다.

 

「 …… 거짓말이네. 거짓말쟁이가 가는 곳은 지옥이야. 

   거짓말이라는 건 맞췄다는 뜻.

   마이센, 이 녀석이 보낸 거야. 찾아내서 잘 됐네. 죽이자 」

 

「 커티스 나일은 암살자 무리를 통솔하고 있어. 보냈다고 해도 맡아서 중개했을 뿐이야.

   별로, 커티스 나일이 룬비나스의 프린세스를 죽이고 싶었기 때문은 아냐.

   의뢰를 받은 거야. …… 그렇지? 」

 

물어보면서도 커티스의 변명 따윈 듣지 않는 것 같다.

단정적으로 말한다.

 

「 …………

   당신들은 공상을 좋아하시는 것 같네요 」

 

「 프린세스를 노렸던 목적은 돈인가, 뒷세계의 명성인가, 이름을 날리기 위해선가. 혹은, 좀 더 다른 의도가 있는 건가.

   당신은 모르겠지? 아마도 의뢰인의 사정 따윈 흥미가 없을테지. 의도를 아는 건 흑막 뿐이야.

   …… 누구의 사주인지, 흑막을 가르쳐 줬음 하는데. 가르쳐주지 않을래? 커티스 나일 」

 

「 …… 추리 소설가라도 하면 되겠군요 」

 



커티스는 옷자락 안으로 손을 넣었다.

그러나 꺼내지는 않는다.

 

「 전 공교롭게도 현실주의자고, 게다가 다망하답니다. 몽상가한테 어울려 줄 틈은 없어요 」

 

「 사교성이 나쁘구만 」

 

쳇, 마이센이 혀를 찼다.

그건 위장일지도 모른다.

서로를 속이고 있다고 할까, 본심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는 커티스랑 좋은 승부다.

 

「 마이센한테 거역하지 마. 내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게 되니까.

   마이센, 마이센, 죽이면 안 돼? 」

 

미하엘에 이르러선 본심을 알 수 없다고 해야할지, 진심이라면 무서우니까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 안 된다니까, 미하. 착하게 있으라고.

   그치만, 혼내 주는 건 괜찮아. 난 남자한테는 상냥하지 않거든∼ 」

 

「 안 죽이는 건 어려워. 힘 조절 잘 못하게 되면 미안해 

 

미하엘이 약간 앞으로 나선다.

 

「 전 돈이 되지 않는 분쟁은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 물러나 주시진 않을 것 같네요. 그렇게나 원하신다면 상대해 드리죠 」

 

마이센은 손을 대지 않을 것 같지만, 2 대 1.

체격적으로도 커티스 쪽이 약간 작다.

제삼자가 보기엔 커티스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아도 커티스 나일은 보통 청년이 아니다.

위기 상황인 건 마이센 일행 쪽이다.
 




「 그만해! 목숨이 아깝지도 않아?! 」

 

커티스 나일임을 알면서 싸움을 걸다니 제정신이 아니다.

 

「 죽는다구?! 」

 

「 …… 프린세스 아이린. 

   절 감싸는 척 하시지만 저 두 사람 편이군요. 아는 사람입니까? 」

 

「 엣, 뭐야 뭐. 프린세스 아이린도 참, 날 걱정해준 거야?

   이야∼∼∼, 인기있는 남자는 괴로운데 」

 

「 마이센 편을 드는게 아니라, 무슨 일이 있으면 내가 곤란해. 돈을 빌릴 수 없게 되잖아 」

 

「 인간 여자란 타산적이구나 」

 

「 …… 당신한테 들으니까 뭔가 되게 울컥하네. 

   어쨌든 싸움은 그만해! 」

 

「 싸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프린세스 아이린 」

 

「 그러게요, 살벌하네요 」

 

「 에……. 그치만…… 

 

어디를 어떻게 봐도 싸움…… 이랄까, 서로 죽이기 직전이었다.

 

「 저한테 싸움을 걸기라도 하면 큰일입니다. 해결 할 수도 없어요.

   그들은 제게 길을 묻고 있었답니다. 그렇죠? 」

 

「 맞아, 길을 헤매고 있었거든. 보다시피 이 근처 골목길은 복잡해서 알기가 어려워.

   난 불쌍한 미아라구? 당신이 좀처럼 길을 안 가르쳐주니까 약간 험악해졌는지도 모르겠네 」
 




양쪽 모두 다 웃음을 띠고 있다.

어설프게 서로를 노려보는 것보다 무섭다.

 

「 애태우는 남자는 인기 없다구? 프린세스를 무섭게하면 안 됐잖아 」

 

「 이 정도의 일로 무서워 할만한 연약한 여성이 아닙니다 」
 




커티스는 내 어깨를 끌어 당겼다.

 

「 당신이야말로, 힘으로 밀어붙이다니 품위가 없어요. 테크닉이 없는 남자는 미움받을 걸요? 」

 

「 이 자식, 여자가 있다고 아주 기가 살아서……!

   …… 라는 건, 프린세스 아이린, 커티스 나일의 여자야? 진짜? 」

 

「 하? 

   에에……!? 

   언제부터 그렇게!? 

   가 아니라, 당신이 제멋대로 말을 꺼낸 거잖아! 」

 

마음대로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말았으면 좋겠다.

 

「 아닌 겁니까? 」

 

「 에…….

   에에∼∼∼……?! 

   커티스까지 무슨 말을 하는거야, 좀! 남자의 허세에 말려들게 하지마! 」

 

「 그만두는 편이 좋다니까. 프린세스 아이린, 눈을 떠. 

   내 쪽이 절대로 더 멋있어! 나로 하라고! 해야 해! 」

 

「 있네요……. 이런, 자기가 인기 있다고 믿는 사람 」

 

「 마이센을 바보 취급 하지마!

   마이센은 멋진데다 현명해서 뭐든지 나한테 명령해주고, 너 따윈 발 끝에도 못 미쳐! 」

 

미하엘은 분개하지만, 변함없이 언동이 어긋나있다.

이 녀석이 나서면 뭐가 뭔지 사정을 알 수 없게 된다.

 

「 뭐든지 명령하는 건 장점도 뭣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

 

「 인간은 너무 어리석어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

 

태클을 걸어봤지만 미하엘은 듣지 않는다.

이 안에서 누가 제일 멋있냐고 하면, 실은 틀림없이 미하엘이겠지만.

마이센이 하는 말 이외에는 아무것도 듣지 않는 녀석일지라도 외모는 완벽하다.

 

「 너 따위보다 마이센 쪽이 인기있는 게 뻔하잖아! 인기가 없다는 게 이상해!

   마이센의 좋은 점을 모르는 인간은 멸망하는 편이 좋아!

   너도 마이센을 멋있다고 생각하겠지!?

   …… 멋있다고 생각 안 하면 죽일 거야 」

 

「 …………

   멋있어, 멋있어 」

 

「 알면 됐어. 정말이지, 인간은 하나하나 가르쳐주지 않으면 이해를 못 한다니까 」

 

어이가 없어서 국어책 읽기로 대답했지만, 미하엘은 그걸로도 진정한 것 같다.

…… 역시 아무리 얼굴이 잘 생겨도 이런 녀석은 싫어∼…….

 

「 여러분이 프린세스하고 사이가 좋다는 건 잘 알겠어요 」

 

무슨 착각을 했는지 커티스가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기 시작했다.

 

「 그럼 그렇다고 말씀해주시면 좋았을텐데. 왕족의 지기 분이라면 저 역시 함부로 대하진 않아요 」

 

「 틀리……! 」  

 

「 틀림없지, 틀림없어. 우린 프린세스 아이린이랑 완전 사이가 좋거든.

   특히 미하랑 프린세스는 절친이고 말이야! 」

 

터무니없다.

상당히 터무니없다.

 

「 당신, 어딜 봐서 그런 말을……! 」

 

지나치게 터무니없어서 제대로 부정할 수가 없다.

커티스는 멋대로 착각을 계속했다.

 

「 묻는 방법이 어설프다구요. 뒤에는 뒤의 방식이 있어요. 좀 더 잘 처신하면 됐을텐데 」

 

「 간단하면 재미없잖아 」

 

그리고 마이센은 거기에 편승한다.

 

「 당신이 찾으시는 길은, 큰 길을 북쪽으로 5번째의 모퉁이 뒤로 들어가, 4번째 오른쪽의 갈림길.

   커다란 시계가 표식인 가게입니다. 

   가로등이 켜질 무렵이 찾기 쉽겠죠 」

 

「 정보상? 」

 

「 네, 기르카타르의 정보상은 오픈이예요. 암호 같은 건 없습니다 」

 

「 …… 감사는 안 할 거야.

   멋있다고 말해준 프린세스를 봐서 목은 안 가지고 가 줄게 」

 

「 마이센도 참 상냥하다니까∼…… 」

 

마이센은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미하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 뭐였던 거야, 저 녀석들……

   있잖아, 커티스.

   저 녀석들이 알고 싶어하던 정보란 게……

   ………… 커티스? 」

 

거기서 겨우 커티스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는다.

두 사람이 있는 동안은 털끝만큼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긴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

 

「 ……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 에?」

 

「 실은 말이죠, 좀 위험했거든요 」

 

「 커티스가??? 」

 

커티스 나일이 위험했다니, 거짓말이겠지.

 

「 최강의 암살자란 말을 듣는 사람이 무슨 소리야 」

 

겉모습과는 다르게 커티스의 강함은 장난이 아니다.

대금업자 따위한테 뒤질 리가 없다.

 

「 높이 사 주시는 건 기쁘네요.

   그러나 저도 무적은 아닙니다.

   암살 기술이 우수한 것과 정면으로 부딪쳐서 이기는 건 다른 문제예요 」

 

암살은 어떻게든 대상을 죽이면 된다.

약이든 함정이든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암살자는 원래 정식 무대에 나서는 게 아니니까 힘을 쓰는 기술이 강할 필요도 없다.

 

「 그래도 대부분의 상대라면 정면이든 아니든 이길 수 있잖아. 

   아님, 이름뿐인 거야? 」

 

커티스가 속임수만 써 오던 암살자일 리가 없다.

고용된 호위 다수를 정면으로도 해치우는 실력이다.

직접 본 건 아니지만, 그렇다는 소문이다.

헛소문은 아닐 터.

 

「 약혼자 후보의 실력을 의심하지 마세요.

   전 강합니다 」

 

「 겸손하진 않구나 」

 

「 강하지 않으면 기르카타르의 암살자를 이끌 수 있을 리가 없죠.

   당신이 말하신 대로, 대부분의 상대에게는 지지 않습니다.

   저는 기르카타르 암살자의 얼굴입니다.

   체면을 걸고 질 수는 없어요 」

 

「 그렇담 뭐가 위험하다는 거야 」

 

「 그래도 예외가 있습니다.

   그 금발의 남자……, 강해요.

   상당한 실력입니다. 

   정면으로 부딪쳐서 어떻게 될 상대가 아니예요 」

 

「 금발? 미하엘 쪽? 」

 

 미하엘? 그 남자의 이름입니까? 

 

「 응, 풀 네임은 미하엘 파우스트라던가…….

   왕궁의 손님이야. 

   이상한 말만 하는 이상한 사람 」

 

「 헤에…….

   미하엘 파우스트입니까…… 

   미하엘 파우스트……

   ………… ?

   …………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만한 녀석의 정보가 들어오지 않을 리가... 」

 

커티스는 작게 중얼거리며 머릿속을 뒤지고 있었던 것 같으나, 해당하는 인간이 없는 듯 단념했다.

 

「 와…….

   이제와서 손이……

   대치해서 떨리게 되다니, 오랜만이군요…… 

 

「 에에?! 

   그렇게 강했었어, 미하엘이? 」

 

이상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커티스를 떨리게 할 만큼 강한 줄은 몰랐다.

 

「 그립네요, 이런 감각……

   미하엘 파우스트……. 

   피하고 싶긴 하지만, 붙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

 

「 …… 그만둬. 

   커티스의 승부란 건 목숨을 걸고 하는 결투가 되겠지.

   어느 쪽이 죽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 걸 승부라고 말하진 않아 」

 

「 하하. 

   …… 그렇게 되겠네요.

   저도 아직 죽을 수는 없어요. 자제해야겠죠 」

 

「 당연하지. 자제하도록 해 」

 

위험한 상대와 싸워보고 싶다니, 속마음을 알 수가 없다.

 

「 …………

   그 남자들하고는 친하게 지내지 않는 편이 좋아요. 아주 위험합니다 」

 

「 친해지고 싶어서 친해지는 게 아니야 」

 

어쩔 수 없이다, 어쩔 수 없이.

절대로 친한 친구 따위가 아니라구, 마이센이랑.

 

「 가까워지지 않고 끝낼 수 있게 돈을 벌어야지! 」

 

「 그렇군요. 

   오래 기다리셨어요.

   수행하겠습니다.

   가 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