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s/Arabian's Lost

커티스 나일 : 밀담

Rosier  2014. 4. 6. 05:03


커티스랑 외출하려고 생각했지만, 아무데도 없다.

사람들한테 물어가며 커티스의 행방을 찾는다.

 

커티스의 거주지인 슬럼에 들어간다.

지금은 다가가지 않는 편이 좋다는 충고와 함께 주민이 거처를 가르쳐 주었다.

간부(슬럼가의 간부 = 암살자나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다)가 중요한 대화를 하고 있다는 듯.

 

「 업무 중이 아니면 아무래도 상관없으려나…… 

 

그다지 깊은 생각은 하지 않고 나아간다.

슬럼 전체가 커티스의 지배 하에 있는 보금자리다.

암살자라 해도 자기 집은 망가뜨리지 않는다.

여기에서 살인은 하지 않을테고 암살의 대상이 될 만한 재산가도 적다.



「 이번 달도 번성하고 있는 것 같으니 다행입니다.

   …… 약간 지나치게 번성하네요. 말단한테 맡길 수 없을 만한 난이도가 많아요.

   스케줄을 조정해도…… 

 

커티스는 무언가가 쓰여진 종이를 보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 비싼 의뢰가 많은 건 좋은 일입니다만, 너무 치우쳤어요.

   이래서야 제가 나서지 않으면 다 수습할 수 없겠네요.

   …… 곤란한데 」

 

「 커티스 님이 나설 필요까진 없지. 내가…… 

 

난처한 모습의 커티스에게 즉시 부하가 자신있게 나선다.

 

「 이디트, 당신은 지난 달도 과로했어요. 이번 달은 제가…… 

 

「 얕보지마라, 유진. 저 정도의 일로는 부족할 정도다.

   네 놈은 상처나 치료하고 오지? 부상자가 나설 자리 따윈 없으니까 쉬라고 」

 

「 그 쪽이야말로 깔보는군. 이 정도 상처, 핸디캡으로 딱 좋을 정도야 」

 

「 대량 출혈로 기절한 주제에 잘도 떠드는군. 요전 건 위험했잖아.

   애초에 네 놈은 허약하다고. 빈혈기로 암살자를 해낼 수 있겠냐.

   그만한 피로 허둥대는 건 아니지. 그 정도로 죽겠냐 」

 

「 …… 아니, 죽겠지. 피바다였는데?

   그런 양의 피를 흘려도 태연한 건 너 정도야, 이디트.

   유진을 같은 취급 하지마. 유진은 인간이다 」

 

「 나도 인간이다! 죽여버리겠어, 아리크! 」

 

「 죽는 게 너라도 괜찮다면, 받아주지 」

 

「 …… 거기까지 」

 

커티스가 종이를 탁 두드려 능숙하게 소리를 낸다.

 

「 당신들은 모두 우수합니다. 큰 일도 맡길 수 있어요.

   그러나 동시 진행으로 여러 개의 큰 일을 해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미숙하거든요, 아직 한참 말이죠 」

 

「 ………… 

 

좀 전까지 떠들고 있던 남자도 조용해진다.

혈기왕성해 보이는 부하들에게 불평을 못하게 한다.

커티스는 실력뿐만이 아니라 인망도 있는 것 같다.

…… 암살자의 세계에서는 실력이 그대로 인망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 ………… 

 

그러고 보니, 커티스는 대체 몇 살일까.

부하들에게 둘러쌓여 있지만 자칫하면 이 안에서 가장 어려보인다.

 

「 그렇다고는 해도, 전 지금 나설 수가 없거든요∼……

   자, 어떻게 할까. 거절하기엔 아까워요 」

 

「 지금 커티스 님은 왕녀를 돌보느라 벅차실테니까 말이죠……

   딱하게 됐어요. 그 한 건만 없었다면 왕한테 빚을 질 일도 없었을텐데…… 

 

「 말해봤자 부질없는 얘긴 관둬 」

 

「 난 신부를 맞이하는 건 찬성이라구. 커티스 님 정도쯤 되면 가정을 가져도 어떻게든 되겠지 」

 

「 …… 나 참 」

 

「 이디트, 당신은 정말로 단순하네요 」

 

「 뭐라고!? 」

 

「 상대가 너무 나빠요. 왕녀랑 결혼이라니, 권력 분쟁의 한복판에 뛰어들게 된다구요?

   권력에 흥미가 없는 우리 같은 인간에게는 걸리적 거릴 뿐이죠 」

 

「 덧붙여서 왕녀는 『평범』해지고 싶다고 주장하는 괴짜라지. 물과 기름이잖아.

   어차피 대단한 여자는 아니야 」

 

「 ………… 

 

이야기가 내 쪽으로 튀었다.

그것도 꽤나 흘려들을 수는 없는 내용이다.

 

「 잠깐만, 당신들……! 」



「  ?!  」

 

말을 걸자 순식간에 전원이 무기를 꺼내들었다.

한순간이다. 

지체 없이, 그야말로 눈에도 띄지 않는 속도.

…… 과연 커티스의 부하.

그리고 간부.

…… 라고 감탄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무기가 향하고 있는 대상은 나다.

 

「 …… 기색, 못 느꼈는데 」

 

「 전 희미하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

 

「 허세 부리지마. 그럼 왜 내버려 둔 거야? 」

 

「 언제 죽일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

 

「 나한테 안 들키다니, 보통내기가 아니군 」

 

「 당신이 둔한 거 아닙니까 」

 

라일 표 기색을 숨기는 방법이다.

그러나 기색이 없었던 게 오히려 곤란해졌다.

슬럼 안이라고는 하지만 당장이라도 살해당할 것 같다.

 

「 봐요, 아직 미숙하죠. 

   그녀가 기색을 지우는 방법은 최상급입니다만, 완벽하지는 않아요.

   알아채는 게 당연한 걸 간파할 수 없잖아요. 암살자로서 당신들도 아직 완벽하진 않네요 

 

커티스는 느긋하게 자신이 처음부터 알아채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 …… 부끄럽군요. 커티스 님에 비하면 수행이 미숙한 몸입니다 」

 

「 정리하는 건 특기니까 바로 죽이겠습니다 」

 

「 죽여서 어쩔 겁니까. 고문해야죠. 

   누구인지 캐내지 않으면…… 」

 

「 그런가. 캐내기 전에 죽이면 안 되겠군 」

 

「 …… 단세포 」

 

대강 방침이 정해지자 남자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 그만…… 

 

「 …… 그만 하세요. 그녀는 제 아내가 될 지도 모르는 사람이라구요?

   무슨 짓을 하려고 하면, 그녀를 다치게 하기 전에 제가 당신들을 죽일 겁니다 」

 

「 익?! 」

 

「 아내…… ? 」

 

부하들은 내가 누구인지 헤아린 듯 무기를 치웠다. 

치우는 것도 순식간이다.

기색을 지우는 것은 자신 있어도, 싸워서 이길 만한 상대는 아니다.

오싹한다.

 

「 터무니 없는 실례를……  




「 내버려 둔 건 저니까 신경 안 써도 괜찮아요 」

 

사과하는 부하를 곁눈질로 보며 커티스는 생글생글 웃고 있다.

 

「 맞아! 당신이 잘못했어!!!

   눈치채고 있었으면 바로 얘기하라구! 성격 나쁘네! 」

 

「 하하, 재밌어서 말리지 않았습니다.

   …… 제 성격이 좋을 줄 아셨습니까? 그렇다면 참신한 의견이군요 」

 

「 나쁜 건 알고 있었어. 그치만 안이하게 생각한 거 같아. 성격 무진장 나쁘네 」

 

「 하하하, 과연 제 아내가 되려는 사람이네요. 당신은 굉장히 재밌습니다.

   …… 덧붙여서 전 얼굴을 밝히는 것도 아니고, 권력 분쟁도 한가할 때만이라면 어울려줘도 상관없어요.

   한가하지 않을 때 성가신 일에 말려 들어가면 분쟁 상대를 죽일 거지만요 」

 

「 …… 결혼 안 해줘도 됐으니까 」

 

과연 나도 커티스의 부하들을 앞에 두고 전적으로 사양이라고는 말하기 힘들었다.

커티스가 몸짓으로 신호하자 부하들은 흩어져갔다.

 

 「 무서운 사람들…… 

 

「 …… 무서워? 재밌다는 걸 잘못 말한 게 아니라? 

   마음에 드는 부하들입니다. 쾌활한 녀석들이죠? 」

 

「 쾌활……? 」

 

음침하다기엔 좀 다르지만, 쾌활하다는 것도 상당히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 아닌가요? 」 

 

「 그, 글쎄? 

   암살자치고는 떠들썩했어. 사이가 좋은 것 같아 」

 

놀라워해봤자 되려 이쪽이 놀라고 만다.

커티스의 감성은 너무 어긋나있다.

 

「 맞아요! 사이가 좋거든요. 여기서 자란 사람이 대부분이라 다들 가족 같은 겁니다.

   사이가 너무 좋아서, 가끔 싸우다가 서로 죽이기도 합니다만……

   …… 싸울 정도로 사이가 좋다는 거죠! 좋은 일 입니다! 」

 

「 …………

   …… 지나치다는 단어, 알고 있어? 」

 

「 ? 

   뭐가 지나친데요??? 」

 

…… 설명해봤자 어차피 소용없다.

 

「 …… 가자. 따라와 줘 」

 

「 좋아요. 수행하겠습니다 」

 

커티스의 부하가 했던 말이 걸린다. 

시간을 잡아먹어서 서두른 탓도 있기에 제대로 듣지 못하고 끝내버렸다.

 

「 그 한 건만 없었다면, 왕한테 빚을 질 일도 없었을텐데 」

 

그렇게 말했다.

그 한 건이란 뭘까?

부하의 말대로 커티스는 권력에 흥미가 없는 남자다.

내 약혼자 후보를 받아들였던 건 아버지한테 상당한 빚을 만든 것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