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s/Arabian's Lost

커티스 나일 : 사막 2

Rosier  2014. 4. 6. 05:08




「 더워……

   빨리 걸어주세요, 프린세스 아이린. 

   이렇게 더운데 느긋하게 걷고 있자니 기분이 나빠질 것 같습니다 」

 

「 …………

   …… 벌써 나쁜 주제에 」

 

「 뭐라고 했어요? 」

 

「 …… 아무 말도 안 했어 」

 

사막을 저벅저벅 걷는 커티스는 변함없이 기분이 안 좋다.

낮의 사막은 확실히 덥다.

나 역시 덥다.

그렇다고 해서 말 대답하면 저번처럼 무섭고 추워질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무리 더워도 그런 추위는 맛보고 싶지 않다.

시∼∼∼잃은 느낌의 서늘함이었다.

 

「 저, 더운 걸 싫다고 했었죠…… 

 

「 응, 알고 있어 」

 

「 알고 있으면, 저녁으로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때마침 제가 더위에 약하다는 걸 잊으신 줄 알았어요.

   아아, 알겠습니다.

   알면서 굳이 낮의 사막에 절 데려온 거죠…….

   괴롭히는 거군요…… 

 

「 ………… 

 

더위로 불쾌함의 절정에 있는 커티스는 비아냥으로 기분 전환을 시작했다.

입을 열면 피곤해진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말은 하지 않는다.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걷는다.

 

 

 

 

 

 

 

「 어라……?

   프린세스, 당신…… 」

 

「 왜? 」

 

다시 입을 연 커티스한테 쫄았다.

저녁이 되어 기온이 내려갈 때까지 그의 불쾌한 기분이 그대로란 건 이미 지난 일로 뼈저리게 느꼈다.

 

「 땀을 흘리고 있어요…… 」

 

「 …… 아, 정말이다 」


「 난감하네요, 수분을 보충하지 않으면…… 」

 

찌는 것처럼 더운 사막에선 땀은 그다지 흐르지 않는다. 

흘러도 증발한다.

땀이 흐른다는 얘기는 필요 이상으로 땀이 나고 있다는 뜻이다.

 

「 지치신 것 같네요. 

   수통의 물은 충분합니까? 제 잔량은 여유가 있으니까 나눠드리죠 」

 

「 고마워.

   …… 근데 있잖아, 뭐하는 거야?」



 


「 핥고 있습니다. 

   모르겠어요? 」

 

「 아니, 그건 알겠는데…… 」

 

핥고 있는 건 안다.

왜 핥고 있는지를 모르겠다.

대체로 나도 더위에 지쳐있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 수분이 아깝잖아요? 

   놔두면 증발해버릴 거예요. 그렇다면 제가 흡수하는 편이 유용하게 쓸 수 있으니 좋겠죠 」

 

「 …… 커티스, 머리가 끓어버렸어? 」

 

지나친 더위에 머리가 끓어오르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 전 정상입니다…….

   더워서 미치겠을 뿐이예요…… 

 

「 정상이 아니잖아, 그건 」

 

「 더워…… 

   당신 뺨은 매끄럽네요. 

   여기에 차갑기만 하면 더 할 말이 없을텐데. 

   얼음이 핥고 싶어요…… 

 

할짝할짝 뺨을 핥는 커티스는 상당히 정신이 나갔다.

 

「 공교롭게도 난 얼음이 아니야…….

   아무리 핥아도 차가워지진 않으니까 말이지 」

 

「 그렇네요…….

   얼음처럼 차갑지도 않거니와 단단하지도 않아요.

   부드러워…… 

 

「 …… 아얏!

   깨, 깨물지 마……! 」

 

「 위안이 되네요…… 

 

「 아야야야야야야야……! 물지 말라니까……! 제정신으로 돌아와……! 」

 

그 아픔에 멍하던 머리가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내가 정신을 차려도 커티스는 이상해진 그대로다.

오물오물 장난삼아 무는 것 치고는 너무 세게 뺨을 깨문다.

뺨은 더위가 가시더라도 붉게 물들어 있을 것 같다.

 

「 아파 아파……!

   잇자국이 남는다구∼∼∼!!!

   뺨에 잇자국이라니……, 뭘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잖아! 

 

「 격렬하구나∼ 라고 여기지 않을까요? 」

 

 뭐가!? 

 

「 에? 

   말하게 하고 싶습니까? 

   그러한 플레이의 일종이 아닐까 하고……

   부끄럽네요, 프린세스 아이린?

   얼굴이라면 숨길 수도 없고, 자신의 비정상적인 취향을 선전하며 걸어다니는 거나 마찬가지…… 」

 

「 나한테 그런 취미는 없어!

   깨물고 있는 것은 당신! 당신이잖아!?

   손가락질 받으면, 커티스 나일은 XXXXX로 XXX를 XXXX하지 않으면 XXX할 수 없는 변태 취미라고 퍼트려주지! 

 

「 …… 잡음이 들어갈 만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네요.

   아직 날도 밝은데.

   …… 시험해보고 싶은 겁니까? 

 

「 괜찮습니다…… 

 

그런 불명예스러운 소문은 싫다고 생각했는지, 커티스는 무서운 말을 하면서도 깨무는 걸 그만둬 주었다.




「 빨갛게 되어버렸네요……. 

   가엾게도.

   아파 보여…… 

 

깨무는 걸 그만두고 다시 핥기 시작한다.

동물이 상처를 핥고 있는 것 같다.

 

「 당신 말이지…….

   깨문 게 자기라는 건 인식하고 있어? 」

 

「 인식하고 있고말고요.

   빨개져서, 귀엽습니다…… 

 

「 빨간 건, 당신이 깨문 탓이잖아?! 

 

재차 커티스를 보자 얼굴이 가깝다.

뺨을 핥고 있으니까 당연하다.

 

………………………… 핥고?

 

「 ∼∼∼∼∼∼∼!!!

   어째서 핥고 있는 거야, 당신은! 

   놔줘!!! 」

 

「 ……?

   아까부터 핥거나 깨물거나 하고 있었잖아요?

   왜 이제와서 난리치는 거죠? 」

 

핥거나 깨물거나…….

라는 건…….

새삼스럽지만 어질어질해 진다…….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커티스는 난리치는 쪽이 이상하다고 말하는 듯한 어조다.

하지만 물론 이상한 건 커티스지 내가 아니다.

여태껏 더위로 머리 회전이 안 된다고는 해도, 그 정도의 상황 판단은 할 수 있다.

더위에 시달린 지금까지의 난 정상이 아니었지만, 커티스는 좀 더 정상이 아니다.

 

「 정신차려, 커티스! 

   이 상황은 이상하다니까……! 」

 

「 …… 전 제정신입니다.

   당신을 깨물고 있으면 거기 정신이 팔려서 더위가 잊혀져요…… 

 

「 날 깨물고 있는 시점에서 제정신이 아니라구……! 」

 

「 뭐든지 괜찮습니다. 

   더위를 잊을 수 있다면…….

   더위는 싫습니다만, 당신은 좋아해요…… .

   절 위로해 주세요…… 

 

「 이런 방식으로 사랑받는 건 싫어……!

   아야야야야야야야……!

   깨물지 마! 깨물지 말아줘! 깨물지 말아주세요! 」

 

「 …………

   …… 재밌네요.

   후후후, 커티스 님이라고 부르면 풀어드리죠…… 

 

「 …… 무슨 플레이야 

 

커티스는 더위로 망가졌다…… 기 보다도 더위를 떨쳐내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심경 같다.

대상이 되는 쪽은 정말 견딜 수가 없다…….

 

해님, 빨리 저물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