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티스 나일 : 주점 1
볼일을 마치고 커티스를 찾는다.
「 기다렸지∼ 」
「 볼일은 끝나셨습니까? 」
「 응.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
「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은데요? 좀 더 느긋하게 하셨으면 좋았을텐데.
전 기다리는 건 부담되지 않으니까……. 얼마든지 기다리겠습니다 」
「 남자치고는 드무네. 여자의 볼일은 시간이 걸리니까 싫다는 사람이 많지 않아? 」
난 여자치고는 쇼핑 같은 게 빠른 편이다.
그럼에도 기다리는 걸 싫어하는 남자들이 많다고 배웠다.
「 커티스는 의외로 관대…… 」
「 …… 익숙하거든요.
직업 상, 표적을 매복하고 기다리는 일 같은 건 늘상 있는 일이니까요 」
「 매복은 싫어하지 않아요……
…… 기다리는 동안은 마음이 설레요.
빨리 함정에 빠져주지 않을까 하고 상상하며 기다리는 건 즐겁답니다 」
「 ………….
날 기다리는 거랑 표적을 기다리는 게 같은 심정이란 말이지…… 」
「 네. 표적을 기다리고 있는 기분이예요…… 」
그게 수줍어하며 할 말일까…….
커티스는 호의적인 의미로 하고 있는 말 같지만…….
…… 기뻐해야 할지, 무서워해야 할지, 이쪽은 반응이 곤란하다.
「 있잖아, 커티스는 옛날부터 강했어? 」
술집은 있는 것만으로 기분이 흥겨워진다.
주변의 누구나 들떠있는 장소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고 있는 거겠지.
평소라면 묻는 걸 주저할 만한 일도 반은 재미로 물어볼 수 있었다.
터부시 된 건 아니지만, 암살업이라는 성질상 일에 관한 화제는 브레이크가 걸려 있었다.
「 물론, 처음부터 지금처럼 강했던 건 아닙니다.
말단이던 시기도 있었어요 」
「 그러네, 갑자기 정점에 섰을 리는 없겠지 」
그렇지만 말단인 커티스 나일, 약한 그 같은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어쩐지 처음부터 강했을 것만 같다.
「 그러나 비교적 빠르게 개화한 편입니다. 올라오는 건 빨랐어요.
이런 직업에서 재능을 늦게 피우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성공하던지, 죽던지 둘 중 하나니까요…… 」
말의 구석구석에 씁쓸함이 배어난다.
어두워질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커티스는 화제를 바꿨다.
「 초반에는 실패도 많이 했었어요.
신참 시절엔 실수 연발에……. 얼빠진 짓만 저질렀습니다 」
술을 마시고 있는 탓인가 어조가 차분해진다.
「 실패? 어떤 거, 어떤 거??? 」
「 이제와서 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실패담입니다만…… 」
좀 전의 씁쓸한 기운이 빠진다.
즐거운 화제 같다.
「 …… 얘기하면 크게 웃으실 것 같네요 」
「 안 웃을게, 안 웃을게 」
「 이미 벌써 표정이 풀려 있는데요……?
…… 정말 안 웃을 거죠?
오래된 부하들한테는 아직도 이야깃거리로 놀림을 받거든요.
부끄러워요…… 」
동료들 사이에서의 우스갯거리.
꼭 들어보고 싶다.
약간 빨개진 커티스를 보고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커티스 나일의 실패담 같은 건 그리 쉽게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술 때문만이 아니라 뺨을 붉히는 커티스에게 귀엽다는 태평한 생각을 한다.
「 …… 옛날엔 자주, 행동이 과했었습니다 」
크흠, 헛기침을 하며 커티스는 부끄럽다는 듯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 표적의 얼굴을 판별할 수 없게 만들거나, 신체 일부를 갖고 돌아오라는 의뢰였는데 멀쩡한 부분이 아무데도 없었다거나…
그 결과, 죽였다는 증명을 못해서 보수를 깎이기도 하고, 피투성이 팔을 갖고 돌아가 의뢰인의 저택 융단을 더렵혀서
혼나기도 했죠 」
「 헤, 헤에…… 」
「 화재로 보이게 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화약을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이웃집을 말려들게 해서 날려버리거나……
표적과는 다른 사람을 죽여버려서, 다시 했더니 또 다른 사람이고…… 그런 농담 같은 실수도 있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제대로 표적도 해치웠지만요.
그 무렵은 매일같이 말려들어서 손해를 냈었죠……
믿기 어려울만큼 초보적인 실수뿐이라……. 떠올리면 정말이지……
하, 부끄럽네요……. 하핫, 저한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는 얘깁니다…… 」
「 ………… 」
커티스는 쑥스러워하며 머리를 긁적인다.
…… 지금 한 이야기의 어디에 쑥스러운 요소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 어이없으신가요?
그런 바보 취급하는 눈으로 보지 마세요…….
저도 미숙했을 때라니까요…… 」
겸연쩍어 해봤자 어떤 반응을 돌려줘야 할지…….
지금 얘기를 듣고 어이없는 눈이나 바보 취급하는 눈으로 본다는, 그런 무서운 짓은 하지 않았다.
경련을 일으키고 있을 뿐이다.
「 나이가 많은 부하들한텐 비웃음을 당한다구요…….
죽여버리고 싶어요……
…… 프린세스 아이린은 웃지 않으시네요 」
기쁘다는 듯이 뺨을 물들여서……, 더욱 더 반응이 난처하다.
「 그, 그게∼……. 그치만, 처음 시작할 무렵의 실패는 누구나 하는 걸 」
「 상냥하시군요, 프린세스 아이린…… 」
「 그, 그런가……‥?! 」
「 네……. 이런 웃기는 이야기를 듣고도 바보 취급 안 하고 어울려 주잖아요……
다정한 분이십니다…… 」
「 그, 그렇지는……‥ 」
커티스 안에서 내 주가가 확 상승한 것 같다.
내가 보기엔……, 지금 이야기에 웃을 수 있는 사람 쪽이 대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