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티스 나일 : 스카우트 2
커티스랑 외출하려고 생각했지만, 아무데도 없다.
사람들한테 물어가며 커티스의 행방을 찾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장면과 맞닥뜨렸다.
………… 어쩐지 이 패턴, 전에도 있었단 말이지.
커티스와 대금업자 콤비.
아침인데도 어두운, 슬럼의 뒷골목.
전에도 있었던 것 같은 광경이지만, 전과는 다른 분위기다.
「 무슨 볼일이야?
난 이제 너한테 볼일은 없는데 」
「 제 쪽은 볼일이 있습니다 」
「 헤에……, 해볼 셈?
………….
좋아, 상대해주지 」
「 당신이 아냐.
용건이 있는 건 그에게예요.」
커티스의 시선은 마이센 너머에 있었다.
관심은 마이센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는 듯.
「 미하엘 파우스트.
가명이겠지만, 그런 이름이었죠? 」
「 …… 나? 」
지명된 미하엘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짚이는 데가 없는 것 같다.
「 내 쪽은 너한테 용무 따윈 없어.
………… 근데 누구였더라, 너.
마이센……, 난 모르겠어, 누구야 이거 」
「 …… 커티스 나일이다, 미하. 요전에 만났었잖아.
사람의 얼굴에 관한 건망증이 너무 심하다구, 너는 」
「 에∼……엣, 그런 게 있었나. 잘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네……. 곤란한데, 그런 거.
………… 죽이면 안 돼? 」
「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역시 안 되겠어. 안 돼, 안 돼!
나, 여자애를 울리는 짓은 못하겠거든.
프린세스 아이린의 남자잖아, 이녀석 」
「 ………… 」
자신의 이름이 나와 움찔했지만, 마이센은 내 쪽을 보지 않는다.
눈치채지 못한 건지, 눈치챘지만 못한 척을 하고 있는 건지…….
읽어내기 어렵다.
이번에는 전처럼 주의 깊게 기색을 지운 게 아니라서 눈치채고 있을 것 같지만, 지적 당하지 않은 사이엔 나설 생각은 없었다.
「 그녀에게는 가까워지지 말아주세요 」
「 나, 인간 여자 따윈 흥미 없어 」
「 프린세스 아이린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경고하러 왔어? 위해를 가하지는 않는데? 」
「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인간 여자 따위 」
미하엘은 정말 아무런 흥미도 없어보인다.
아직까지 내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 아뇨. 용건은 그게 아닙니다.
당신들과 프린세스 아이린의 사이는 양호한 거 같아요.
그녀의 교우 관계에 참견할 만큼 마음이 좁지는 않거든요 」
「 ………….
………… 넓게도 안 보이지만 말이야 」
「 아까 말한 것처럼, 오늘은 거기 있는 그에게 볼일이 있어서 온 겁니다 」
맥을 끊는 마이센을 무시하며 커티스는 미하엘 쪽을 향한다.
「 나한테 볼일?
난 인간 여자만이 아니라 인간 남자한테도 흥미 없는데 」
미하엘은 긴장하는 기색도 없이 여전히 핀트가 어긋나 있었다.
과연이라고나 할까, 커티스는 그 어긋난 태도에도 동요하지 않는다.
「 미하엘 파우스트, 당신, 암살자가 되지 않겠습니까? 」
「 …… 뭐?! 」
「 ……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너 」
「 그래! 뭘 갑작스럽게 스카우트 하는 건데?! 」
돌연한 제의에 놀란 건 마이센 쪽이었다.
미하엘은 멍하니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 스카우트? 그거, 나한테 암살자가 되라는 거야? 마이센 」
「 나는 말 안했지만, 이 녀석은 그렇게 말하고 있어 」
미하엘은 뭐든지 마이센한테 묻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것 같다.
제안하고 있는 커티스가 아니라 마이센에게 묻는다.
「 농담하지마, 커티스 나일 」
「 당신한테는 말 안했어요, 마이센 힐데가르드.
…… 전 신분이 높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
「 …… 조사했나.
그렇담 난 미움을 받아버렸다는 얘기네 」
「 고위의 인간은 시중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표정을 짓죠.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가벼우려나요.
아주 싫습니다, 당신 같은 인간이 」
커티스가 마이센을 보는 눈은 불쾌해 보인다.
「 미하엘 파우스트. 당신은 사람을 죽이는 게 특기죠?
저랑 동류입니다. 시중을 드는 몸으로 두긴 아까워요.
…… 저랑 가지 않겠습니까? 」
「 내 허가없이 미하엘을 스카우트 하지마 」
마이센은 커티스와 대치했다.
「 당신의 허가 따윈 필요없습니다 」
「 미하는 나한테 필요해.
넘겨줄 수는 없겠거든 」
그리고, 그 와중의 미하엘을 말하자면……,
「 …… 마이센.
마이센 마이센 마이센……
멋있어∼∼∼…….
끝내준다…….
나…… 마이센이 필요로 해주고 있어…….
난 마이센에게 있어서 필요한 악마구나……
감격이야…… 」
대단히 평화롭게 감동하고 있었다.
마이센이 감싸준 건 그에게 있어 꿈의 시추에이션인 듯.
둥실둥실∼ 하고, 의식이 어디론가 날아가 있다.
명백하게 위험할 것 같은 방향으로…….
「 걱정하지마, 마이센.
나, 마이센을 두고 아무데도 안 가……
안심해…….
어딘가에 갈 때는 마이센을 질질 끌고 갈게…… 」
「 …… 그것도 싫은데 」
「 아아, 그치만, 안심하고 있는 마이센도 좋지만 걱정하고 있는 마이센도 좋구나아……
평소의 여유로운 마이센도 좋지만, 심로에 괴로워하는 마이센도 좋아……
아아, 망설여진다…… 망설여져…… 」
「 …… 망설이지 말라고 」
중얼중얼 혼잣말을 시작한 미하엘에게, 마이센은 하나하나 대답해 준다.
「 스카우트라고 해도 저를 섬길 필요는 없거든요?
실력이 있다면 절 죽이고 위에 서면 됩니다.
당신은 암살자가 되어야 해요.
저보다 높은 곳에 세우겠습니다 」
「 ………… 으∼∼∼∼음.
나, 인간을 죽이는 건 특기야.
누구든 죽일 수 있고 몰살시켜 버리고 싶어 」
「 그럼…… 」
「 그치만 널 죽이고 위에 선다는 게 뭐야?
지금도 내 쪽이 위에 서 있는데.
너 따윈 필요없다구 」
미하엘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커티스의 지위에도 전혀 흥미가 없는 듯 했다.
「 난 암살자 같은 건 되지 않아. 보수 없이도 죽여버리는 걸.
지금도 굉장히 죽이고 싶거든. 너도 마이센이 허락해주면 죽이고 싶어.
나는 누구한테 명령받지 않아도 간단히 죽일 수 있어.
죽인다는 건 목숨을 끊는단 거지? 너무 간단해.
너무 간단한 것은 시시하다고, 마이센이 말했어 」
암살자란 보수를 안 받으면 안 죽이는 거지? 라고 마이센에게 확인한다.
「 죽이면 안 된다고, 나한테 명령할 수 있는 건 마이센 뿐.
이건 간단한 게 아니야. 그치? 」
「 …………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권력자를 계속 섬기겠다는 겁니까?
…… 괴짜군요 」
미하엘이 스카우트에 응할 마음이 전혀 없다고, 커티스는 겨우 단념한 것 같다.
「 권력자?
내가 마이센한테 붙어있는 건 마이센이 인간 사회에서 가진 지위 때문이 아니야.
그딴 거 알게 뭐야. 인간의 지위 따윈 시시해.
마이센의 가치는 그런 게 아냐.
마이센은 대단하거든? 마이센은 말이지…… 」
「 미하, 거기까지 」
흥분한 기색으로 마이센이 얼마나 대단한지 말하려는 미하엘을 마이센 본인이 가로막았다.
「 커티스 나일, 권력자를 섬긴다고 하면 너도 남 말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
마이센은 커티스를 업신여긴다.
기르카타르의 인간도 아닌 주제에 악역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 나 같은 사람이 싫은 거잖아? 프린세스 아이린은 나보다 고위인데? 」
「 ………… 그렇네요, 당신보다 프린세스 아이린의 신분이 높죠.
그렇지만 당신은 너무 싫습니다만, 프린세스는 싫지 않아요 」
「 …… 핫, 여자앤 이득이라는 얘긴가.
호색한 놈…… 」
「 …………
당신이 여자라도 싫었을 거라 생각하지만요 」
「 ……너무가 빠져 있는데? 」
「 난 마이센 쪽이 좋아! 」
이미 그런 말은 아무도 듣고 있지 않았다.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프린세스 아이린 」
「 기다리긴 했지…… 」
「 죄송합니다.
기다려주셨는데도 수확이 없어서……
…… 차여버렸거든요 」
「 미하엘이 받아들일 리가 없지…….
그 사람, 엄청 위험한 느낌으로 마이센한테 심취해버렸는걸 」
「 어째서일까요…… 」
「 …… 아직 포기 안 했어? 」
「 전 단념을 모르는 남자거든요. 끈질긴 편이랍니다 」
「 그렇게는 안 보여 」
「 흥미가 있는 것에 국한될 뿐이지만 말이죠.
그는 아주 흥미로워요.
일행인 마이센 힐데가르드도 너무 싫은 종류의 인간입니다만, 재밌어요 」
「 맞아, 맞아!
마이센에 대해서 조사했어?
가르쳐 줘, 그 녀석 정체를 알 수 없어서…… 」
자칭·프린스인 이상한 손님이다.
조사했으면 정체를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
「 왕궁의 손님이죠? 이미 알고 계신 거 아닌가요?
마이센 힐데가르드는 신분을 숨기지 않는 모양이고…… 」
「 그게, 맨날 얼버무리는 바람에…… 」
「 …… 좋아요, 마이센 힐데가르드의 정체를 공짜로 가르쳐 드려도 」
「 뭐야? 뼈가 있는 말투네…… 」
「 미하엘 파우스트의 정보를 가르쳐 주세요 」
「 …… 커티스.
포기하라니까. 그 녀석은 어떤 미끼를 던져도 안 따라올 거라구 」
미하엘이 돈이나 지위, 그 외의 물욕에 이끌릴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이센 이외엔 어떤 걸 위해서도 움직이지 않을 것 같다.
이따금 마이센이 하는 말도 안 듣는다.
……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
「 그 부분이 재밌어요.
저도 바보는 아닙니다.
그가 마이센 힐데가르드한테 심취하고 있는 건 잘 알겠어요.
스카우트는 포기하겠습니다만, 아주 흥미로워요.
전 정보망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만, 꼬리를 잡을 수 없었죠……
보통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는 꽤 강해요.
이름을 떨치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하물며 그 외모입니다.
얼굴 전체를 성형했다면 모를까, 기억에 남겠죠 」
「 그 얼굴이 성형이라면 필시 고명한 성형외과 의사의 작업이겠네.
예술가도 협력했을지도 몰라 」
그렇게 놀리자 커티스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 그렇게 생각하고 조각가까지 찾아봤어요 」
「 …… 굉장히 열의를 쏟았네. 열심이구나 」
「 그는 신분을 숨기는 게 천재적으로 능숙해요.
즉, 암살자에 적합합니다. 발자취를 남기지 않는 건 암살자의 철칙입니다.
제가 미숙한 탓일까요. 힘으로 이길 수는 없어도, 정보전에서 질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어요 」
공들여 수색한 만큼, 출신을 밝혀낼 수 없었기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미하엘을 스카우트하려고 생각한 건 패배감에서 온 걸지도 모른다.
「 그래도 본인이 되기 싫다고 하니까, 커티스가 제일가는 암살자인 건 변함없잖아 」
「 …… 실력은 그쪽이 위입니다 」
「 …… 고집스럽긴 」
미하엘은 암살자가 아니고 될 생각도 없으니까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지만,
커티스에게는 기르카타르의 암살자를 통솔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 그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어떤 처지에서 자라면 저렇게까지 어두워질 수 있는지…… 」
「 ???
확실히, 미하엘은 음침한 녀석이지만……, 그건 존경할 점이 아니잖아 」
적어도 본받을 만한 건 아니다.
「 …… 성격을 말하는 게 아니라구요?
그는 어둠 그 자체입니다.
아까는 저랑 동류라고 표현했습니다만, 같은 레벨이 아니에요.
옆에 있으면 삼켜져 버릴 것 같아요.
불길함이나 사악함, 그런 부정적인 게 소용돌이치고 있거든요.
그의 전부가 어두운 걸로 구성되어 있어요…… 」
「 나한테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자칭 악마라는 바보니까, 별로 신경쓰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천재일지도 모르지만 종이 한 장 차이에 지나지 않아 」
「 …… 악마? 」
「 바보 같지? 」
「 …… 그렇습니까.
악마는 아니겠지만 이미지는 맞네요.
악마를 자칭해도 이상하지는 않아요…… 」
「 어디가? 」
마이센 마이센하고 말하는 모습이나 시끄럽게 마이센한테 떠드는 모습을 보면(전부가 마이센 관련……),
악마라기보다 바보로밖에 안 보인다.
악마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강하다는 건 커티스가 인정한다면 에누리 없는 사실이겠지만, 그렇게 대단한 인간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 그만큼 어둠으로 휩싸인 사람이라는 얘깁니다 」
「 …… ?
난 잘 모르겠어.
정보를 가르쳐주고 싶어도 친하게 지내는 게 아니니까 그 정도밖에 몰라 」
새삼스럽게 돌이켜보자 정말로 아무것도 모른다.
자칭 악마로, 마이센 마이센 떠들고 있는 이상한 사람.
그 정도다.
「 …… 마이센 힐데가르드 쪽은 신원이 확실해요.
전 싫어하지만, 신분은 틀림없어요.
그러나 인간적으로 어떨까 싶으니 프린세스에게 가까워지길 바라진 않습니다 」
「 전에도 말했지만, 가까워지고 싶어서 가까워진 게…… 」
「 그 남자는 룬비나스의 왕가 출신.
왕제(王弟)의 장남입니다 」
「 …………
농담이지? 」
「 네. 농담입니다 」
「 ………… 」
결국 안 가르쳐 주는구나.
이쪽에 거래할 거리가 없으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커티스 구두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