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티스 나일 : 기절
어라라……??? 」
빙글빙글 돈다∼∼∼…….
다리 뿐만이 아니라 전신에서 힘이 빠져 간다.
…… 서 있을 수가 없다.
「 크…… 」
풀썩 쓰러졌다.
거기서부터 기억이 끊어졌다.
「 …… 프린세스!? 괜찮으십니까!?
…… 아∼……, 완전히 정신을 잃어버렸네요.
질리지도 않는 사람이야…….
무모한 짓만 한다니까.
…… 데리고 돌아가 드릴까요.
귀여운 사람은 이득이네요 」
「 음…… 」
「 어라? 정신차리셨습니까? 」
「 응∼…… 」
「 돌아가는 길이에요.
벌써 거리 안에 들어왔습니다.
당신은 쓰러졌었어요.
기억하고 계십니까? 」
「 응∼∼…… 」
「 자기 책임이긴 하지만 놔두고 갈 수는 없죠.
거기서 친절한 제가 공짜로 옮겨드리고 있는 겁니다.
…… 상황, 이해하셨어요? 」
「 응∼∼∼…… 」
「 …… 못 하셨네요 」
「 응∼∼∼∼∼, …… 폐를 끼쳐버렸다는 얘기지?
이해했어…… 」
자고 일어났을 때처럼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어쨌든 커티스가 수고해주고 있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 미아∼∼안…… 」
「 정말 그래요.
이 저한테 손을 쓰게 만드실 줄이야……
지금 지위까지 올라서 여성을 돌보는 처지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안 해봤어요.
고마워 하세요 」
「 …… 생색내긴.
커티스는 역시 구두쇠…… 」
「 …… 다음부터는 내버려두고 돌아오기로 하죠 」
「 거짓말이야, 거짓말!
고마워요, 커티스 나일 님!
상냥하고 강하고 멋있고, 너무 좋아! 」
「 …… 그렇게까지 말 안해도 괜찮습니다.
거짓말 티나요.
하지만 그런 말까지 하실 정도라면 보수를 받을 수 있겠네요……? 」
「 보수……? 」
「 설마, 저한테 무료로 일을 시킬 생각은 아니시겠죠?
당신은 기절해서 모르셨겠지만, 거리로 데리고 돌아온 건 한 번이 아니거든요?
이번엔 일어나주시기도 했으니 지금까지의 몫을 포함해서 마땅한 보수를 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
「 에에?
그치만, 나 지금은 돈이 없어……
없는 건 아니지만, 지불하면 곤란해…… 」
「 돈이란 지불하면 없어지는 거죠 」
「 에.
그런 진리 같은 말을 들어도 곤란한데.
없어지면 곤란해. 거래를 실패하게 되어버리잖아 」
「 그렇네요.
하지만 그건 당신의 사정입니다.
전 무료 노동이 아주 싫거든요.
그건 정말이지 너무 싫어요.
보수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노동에는 거기에 걸맞는 보수가 있어야 해요.
…… 그렇죠? 」
「 아니, 그렇게 강조 안해도 알겠는데…… 」
누구든 무료 노동 따윈 싫어한다.
커티스도 싫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돈이 없어지면 곤란하다.
「 아신다면 지불하실 거죠?
참고로 말해서 돈으로 지불하실 마음이라면, 프린세스의 소지금으로는 빚을 안 지시면 부족합니다.
전 비싸니까요 」
「 에에에……?!
수중에 있는 전액을 지불해도 부족한 거야?!
단지 거리까지 옮겨준 것뿐이잖아?! 」
무일푼이 되는데다 빚을 지라고……?
…… 피도 눈물도 없다.
「 네, 옮겨드렸잖아요. 이 제가.
…… 전 커티스 나일이라구요? 」
「 ………….
커티스 나일의 노동은 비싸구나…… 」
「 그래요, 비쌉니다 」
커티스는 기가 죽을 기색도 없다.
암살이라면 비싸겠지만, 기절한 여자를 거리까지 옮기는 게 기술 노동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 깎아줘. 거리까지 옮기는데 기술 같은 건 필요없잖아? 」
「 노동인 건 변함없죠.
일에 할인 따윈 안 합니다.
거기다 사막을 걷는 건 더워요.
전 더운 것도 싫습니다. 암살 쪽이 편해요 」
「 중노동이란 얘기야?
나 그렇게 안 무겁거든 」
「 깃털처럼 가볍지도 않은데요? 」
사근사근하게 듣기 싫은 말을 해준다.
다이어트를 하겠노라 마음 속으로 맹세한다.
「 …………
…… 돈은 안 낼 거야 」
「 헤에, 떼어먹으시겠다……? 」
「 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당신을 상대로 돈 떼먹는 무서운 짓은 안 해.
돈이 생기면 지불할테니까…… 」
「 못 믿겠네요. 현찰로 부탁드립니다 」
「 뭐야, 당신!
어머님의 스파이야?!
거래에 지란 말이야?! 」
「 아뇨?
지불은 해주시길 바랍니다만, 돈으로 지불하지 않으면 괜찮아요 」
「 …… ?
무슨 소리야? 」
「 보수를 다른 형태로 주시면 문제 없습니다 」
「 그게 무슨……
…………
…… 있잖아,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왕궁하고 다른 방향이지 않아? 」
「 왕궁으로 향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
「 ……그럼 어딜 향하고 있는 거야 」
「 좋은 곳입니다 」
「 …… 좋은 곳이라니, 어디 」
커티스는 대답없이 생긋 웃었다.
섬칫, 등골이 오싹해진다.
「 그 왜, 돈으로 지불할 수 없으면 뭘로 하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
「 그런 말 없어, 그런 말 없어!
그런 의미로도 악당이었어!? 」
바둥거려보지만, 안겨 있어서 땅에 다리가 닿지 않은 상태다.
더구나 기절했던 후유증으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 아아, 좋은데요?
발버둥 쳐 주세요.
저, 무저항인 사람을 이러쿵 저러쿵하고 기뻐하는 취미는 없거든요∼
이야∼ 다행입니다.
이번에도 기절하신 채였다면 좋은 사람으로 끝날 참이었어요 」
「 조, 좋은 사람으로 끝내는 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