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s/Arabian's Lost

커티스 나일 : 기절

Rosier  2014. 4. 8. 01:07



「 어라……?
   
어라라……??? 」

 

빙글빙글 돈다∼∼∼…….

다리 뿐만이 아니라 전신에서 힘이 빠져 간다.

…… 서 있을 수가 없다.

 

「 크…… 

 

풀썩 쓰러졌다.

거기서부터 기억이 끊어졌다.



「 …… 프린세스!? 괜찮으십니까!?

   …… 아∼……, 완전히 정신을 잃어버렸네요.

   질리지도 않는 사람이야…….
   무모한 짓만 한다니까.

   …… 데리고 돌아가 드릴까요.
   귀여운 사람은 이득이네요 」

 






  

 「 음…… 

 

「 어라? 정신차리셨습니까? 」

 

「 응∼…… 

 

「 돌아가는 길이에요.
   벌써 거리 안에 들어왔습니다.

   당신은 쓰러졌었어요.
   기억하고 계십니까? 」

 

「 응∼∼…… 

 

「 자기 책임이긴 하지만 놔두고 갈 수는 없죠.

   거기서 친절한 제가 공짜로 옮겨드리고 있는 겁니다.

   …… 상황, 이해하셨어요? 」

 

「 응∼∼∼…… 

 

「 …… 못 하셨네요 

 

「 응∼∼∼∼…… 폐를 끼쳐버렸다는 얘기지?
   이해했어
…… 

 

자고 일어났을 때처럼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어쨌든 커티스가 수고해주고 있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 미아∼∼안…… 

 

「 정말 그래요.
   이 저한테 손을 쓰게 만드실 줄이야
……

   지금 지위까지 올라서 여성을 돌보는 처지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안 해봤어요.

   고마워 하세요 」

 

「 …… 생색내긴.
   커티스는 역시 구두쇠
…… 

 

「 …… 다음부터는 내버려두고 돌아오기로 하죠 」

 

「 거짓말이야, 거짓말!
   고마워요, 커티스 나일 님!

   상냥하고 강하고 멋있고, 너무 좋아! 」

 

「 …… 그렇게까지 말 안해도 괜찮습니다.
   거짓말 티나요.

   하지만 그런 말까지 하실 정도라면 보수를 받을 수 있겠네요……? 」

 

「 보수……? 」

 

「 설마, 저한테 무료로 일을 시킬 생각은 아니시겠죠?

   당신은 기절해서 모르셨겠지만, 거리로 데리고 돌아온 건 한 번이 아니거든요?

   이번엔 일어나주시기도 했으니 지금까지의 몫을 포함해서 마땅한 보수를 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

 

「 에에?
   그치만, 나 지금은 돈이 없어
……
   
없는 건 아니지만, 지불하면 곤란해…… 

 

「 돈이란 지불하면 없어지는 거죠 」

 

「 에.
   그런 진리 같은 말을 들어도 곤란한데.

   없어지면 곤란해. 거래를 실패하게 되어버리잖아 」

 

「 그렇네요.
   하지만 그건 당신의 사정입니다.

   전 무료 노동이 아주 싫거든요.
   그건 정말이지 너무 싫어요.

   보수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노동에는 거기에 걸맞는 보수가 있어야 해요.
   
…… 그렇죠? 」

 

「 아니, 그렇게 강조 안해도 알겠는데…… 

 

누구든 무료 노동 따윈 싫어한다.
커티스도 싫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돈이 없어지면 곤란하다.

 

「 아신다면 지불하실 거죠?

   참고로 말해서 돈으로 지불하실 마음이라면, 프린세스의 소지금으로는 빚을 안 지시면 부족합니다.

   전 비싸니까요 」

 

「 에에에……?!
   수중에 있는 전액을 지불해도 부족한 거야?!

   단지 거리까지 옮겨준 것뿐이잖아?! 」

 

무일푼이 되는데다 빚을 지라고……?

…… 피도 눈물도 없다.

 

「 네, 옮겨드렸잖아요. 이 제가.

   …… 전 커티스 나일이라구요? 」

 

「 ………….
 
 커티스 나일의 노동은 비싸구나……  

 

「 그래요, 비쌉니다 」

 

커티스는 기가 죽을 기색도 없다.

암살이라면 비싸겠지만, 기절한 여자를 거리까지 옮기는 게 기술 노동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 깎아줘. 거리까지 옮기는데 기술 같은 건 필요없잖아? 」

 

「 노동인 건 변함없죠.
   일에 할인 따윈 안 합니다.

   거기다 사막을 걷는 건 더워요.
   전 더운 것도 싫습니다. 암살 쪽이 편해요 」

 

「 중노동이란 얘기야?
   나 그렇게 안 무겁거든 」

 

「 깃털처럼 가볍지도 않은데요? 」

 

사근사근하게 듣기 싫은 말을 해준다.

다이어트를 하겠노라 마음 속으로 맹세한다.

 

「 …………
   
…… 은 안 낼 거야 」

 

「 헤에, 떼어먹으시겠다……? 」

 

「 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당신을 상대로 돈 떼먹는 무서운 짓은 안 해.
   돈이 생기면 지불할테니까
…… 」

 

「 못 믿겠네요. 현찰로 부탁드립니다 」

 

「 뭐야, 당신!
   어머님의 스파이야?!
   거래에 지란 말이야?! 」

 

「 아뇨?
   지불은 해주시길 바랍니다만, 돈으로 지불하지 않으면 괜찮아요 」

 

「 …… ?
   무슨 소리야? 」

 

「 보수를 다른 형태로 주시면 문제 없습니다 」

 

「 그게 무슨…… 
   
…………
  
 …… 있잖아,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왕궁하고 다른 방향이지 않아? 」

 
「 왕궁으로 향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

 

「 ……그럼 어딜 향하고 있는 거야 」

 

「 좋은 곳입니다 」

 

「 …… 좋은 곳이라니, 어디 」

 

커티스는 대답없이 생긋 웃었다.

섬칫, 등골이 오싹해진다.

 

「 그 왜, 돈으로 지불할 수 없으면 뭘로 하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

 

「 그런 말 없어, 그런 말 없어!
   그런 의미로도 악당이었어!? 」


바둥거려보지만, 안겨 있어서 땅에 다리가 닿지 않은 상태다.

더구나 기절했던 후유증으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 아아, 좋은데요?
   발버둥 쳐 주세요. 

   저, 무저항인 사람을 이러쿵 저러쿵하고 기뻐하는 취미는 없거든요∼

   이야∼ 다행입니다.
   이번에도 기절하신 채였다면 좋은 사람으로 끝날 참이었어요 」

 

「 조, 좋은 사람으로 끝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