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뷰 : 크림슨 엠파이어(Crimson Empire) // 2012 05 05
언젠가 지금까지 한 게임들을 리뷰로 남겨놓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할 지 엄두를 못내고 있다가 마침 크림슨 로얄을 번역하는 김에 떠올라서 쓰는 크림슨 엠파이어 후기.
나를 본격적으로 퀸로제 게임에 빠져들게 한 건 다름 아닌 이 게임.
퀸로제 게임의 시작은 마법사와 주인님이었지만 정작 홀린 건 크림슨 시리즈였다.
마주를 하다가 마이센한테 홀렸는데 이건 뭐 공략도 안 되고, 로맨스도 없고(제 아무리 퀸로제지만 근친설정까지 넣으면 전연령은 물건너 가는 거다), 그러던 와중 크림슨 엠파이어에도 조연으로 등장한다는 걸 알게 됐을 때는 이미 한 발은 수렁 속으로...
주의하자.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임은 이런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크림슨 엠파이어는 과도한 노가다를 자랑하는 게임이라, 재미는 있는데 사람을 참 지치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둬야 한다.
어전 시합에서 로나우스와 만나는 거라던가, 필드에 나가서 보스를 만나는 것, 보스의 레어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
이 모든 게 랜덤 인카운터다. 해본 사람은 안다. 랜덤 인카운터가 사람을 얼마나 빡치게 만드는지 (-_-)
하다보면 내가 게임을 하는지 게임이 나를 하는지 게임계의 호접지몽.
물론 달성률 100% 에 미련이 없다면 가볍게 즐길 수도 있다.
퀸로제 게임답게 노가다와 더불어 전연령을 의심케하는 수위의 텍스트와 CG가 일품이다.
애초에 얘네는 설정 자체가 전연령일 수가 없는데 섬나라의 수위 판정은 관대한가보다...
그러나 전연령은 전연령. 덕분에 매력이 십분 발휘되지 못한 점도 다소 보인다.
비단 크리엠파 뿐만이 아니라, 성인유저들은 퀸로제의 게임들의 성인판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일단 내가).
아래는 결정적인 스포일러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게임을 직접 하겠다는 사람은 재미가 반감될 수 있으니 주의하자.
처음에 이 화면을 보고 오란느(왼쪽 가운데 남자)가 공략 캐릭터인 줄 알았다(는 꿈).
이 선생님도 제법 내 취향이었는데 알고보니 내 떡이 아니었어...
공략도 안 되는 사람이 왜 게임 메인화면에 떡하니 있는 걸까.
퀸로제는 이렇게 유저를 한 번 낚고 시작한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 시에라 로잔(디폴트 네임)
일반적인 여성향 게임에서는 보기 드문 캐릭터.
앞 시리즈들은 주인공들이 공주더니(아라비안즈 로스트 - 아이린/마법사와 주인님 - 아리시아)
이번에는 전 노예, 전 암살자 견습, 현 호위 메이드 장이라는 파란만장한 주인공 되시겠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려서 노예로 팔리고 암살자 길드에서 성장하게 된다.
그대로 암살자가 되나 했더니 암살자 길드에서 다시 메이드로 팔린다.
그러나 메이드도 그냥 일반 메이드가 아니라 이른바 호위 메이드.
고위직에 있는 사람을 지켜주는 역할을 겸한 메이드란다.
높으신 분들은 외모도 중요하게 본다나 어쩐다나.
대놓고 나 강해요 써붙인 우락부락한 사람은 기피한다고.
시에라가 팔려간 나라는 룩소느의 속국.
모시게 된 주인은 제 2왕자 에드왈드 윈프리.
1왕자와 2왕자의 권력 분쟁이 한참 진행 중인 가운데,
"주인의 명령은 무엇이든 복종한다"를 모토로 게임은 시작된다.
에드왈드의 "내게 왕위를 달라"는 말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물론 유저들은 올클을 위해서 배드 엔딩도 불사하겠지만)
귀족과 민중의 하트(;)를 사로잡아 지지율을 올리는 한편, 남자들을 꼬셔서 연애도 해야하고
서브 이벤트 회수를 위해 공략 제외 캐릭터들 호감도도 꾸준히 올려야 하고
어전 시합 우승을 위해 레벨 업도 해야하는...
공략이나 공통 세이브 없이 하나하나 맨땅에서 공략하자면
플레이 시간이 어디까지 길어질 지 알 수 없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게임.
다시 떠올려도 눈물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눈물에 젖은 100%
이걸 위해 나는 손가락 관절염을 불사하며 미친듯한 마우스 클릭질을 했었더랬다.
어쨌거나 게임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이다.
나한테 퀸로제 대륙 시리즈를 핥게 만든 주범, 마이센이 가운데 다소곳하게 자리잡고 있군.
공략도 안 되는 주제에 캐릭터는 왜 이렇게 잘 뽑아 놓은 거야.
실제 공략 캐릭터는 제일 윗 줄의 다섯 남자와
두번째 오른쪽 끝에 있는 미하엘까지 총 여섯명이다.
끓어오르는 덕심을 백분 살려
본 포스팅의 취지는 어디까지나 크림슨 엠파이어의 리뷰.
순서대로 보도록 하자.
주인공 시에라의 주인인 제 2왕자 에드왈드 윈프리
평소 모습이 아니라 잠행 중의 스샷이다.
기본 모습은
이름이 왜 '에드워드'가 아닌가 싶어서 찾아봤더니
영문 표기는 Edvard로 Edward의 유럽식 표기라고.
그러나 게임 내에서 일본 아해들이 에드왈드라고 재잘거리니까 그냥 에드왈드라고 썼다.
(아무 상관없지만 뭉크의 풀네임이 Edvard Munch로 같은 이름이란 검색 결과가 있었다)
퀸로제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특징 중 하나가
제 아무리 겉모습이 밝든 어쨌든 꼬인 구석 없는 놈이 없다는 건데,
에드왈드는 이 게임 공략 캐릭터 중에서 가장 꼬인 놈이 아닌가 한다.
항상 웃는 얼굴에 왕자님다운 완벽한 외모.
그야말로 동화 속 왕자님이 동화를 찢고나온 것만 같은 이상적인 왕자님(동찢남...ㅈㅅ).
별명은 퍼펙트 프린스(별명 센스가 왜 이래).
하지만 동화 속 왕자님처럼 아름답기만 해서는 이 암투가 난무하는 권력 투쟁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서 살아남을 수 없다.
아름답지만(내 생각이 아니라 게임 내 표현임) 피비린내를 물씬 풍기는 현실감 넘치는 왕자님.
앞에서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귀족들을 대하고 뒤에서는 가차없이 처단과 숙청을 명령하는
문자 그대로 표리가 다른 사람.
흔히 말하는 복흑이랄까, 뱃속이 시꺼먼 놈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타고난 놈은 아니었다.
공략 하다보면 어린 시절의 회상을 볼 수 있는데
거기서는 제왕학이 무섭다며 훌쩍거리는 에드왈드도 볼 수 있다.
그렇게 순진했던 아해가 왜 이렇게 자랐느냐.
그게 바로 이 캐릭터를 그리고 이 게임을 관통하는 주요 테마라고나 할까.
게임을 담당하는 한 축이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지만
근저에는 애정(비록 그게 비뚤어졌을지라도)이 자리잡고 있었다.
사실 에드왈드는 제일 처음 공략해서 기억이 아련하기도 하지만,
설정에 비해 임팩트가 약했다는 느낌이 있다.
왕자님으로는 완벽해도 남자로서는
나라 따위는 전혀 사랑하지 않는 주제에 왕이 되면 나라를 위한 결혼을 정해놓은,
따라서 시에라를 사랑해도 결코 공공연하게 맺어질 수는 없는 남자.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나라를 버리고 사랑하는 주인공과 사랑의 도피(누구씨처럼)를 하는 게 보통 연애 게임일텐데,
그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주는 게 바로 이 에드왈드 윈프리.
아무리 사랑해도 사랑은 사랑, 현실은 현실이라는 견고한 잣대가 그에게는 존재한다.
엔딩을 보고 나면 그래서 시에라는 영원히 메이드 겸 정부로 남는 거냐는 생각이 듦.
스샷을 보고 오해하지는 말자.
이 게임은 전연령판이다. 이보다 더 한 CG도 있다(...)
근데 마음에 드는 CG는 그다지 없는 캐릭터.
에드왈드 윈프리의 형인 제 1왕자 저스틴 로베랏티
그러나 어머니의 신분이 낮아서 계승권 자체는 에드왈드보다 낮다.
개인적으로 좀 덜 끌려서 늦게 공략했었는데
하고 봤더니 정말... 남자 중의 남자.
타인에게는 한없이 차갑지만 내 사람에게는 끝없이 다정한(나는 차가운 도시의 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
겉치레와 처세술에 능한 동생과는 정반대인 사람이다.
어지간한 암살자 따위는 스스로 격퇴가 가능한 호위보다도 더 강하단 말을 듣는 최강의 남자.
게임 내의 표현력 부족인지 와닿지는 않았지만, 텍스트 상으로는 위압감도 쩐다고 한다(시에라가 쫄 정도로).
반드시 필요한 공식 석상 이외에는 연회석에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으며
참석하더라도 쌩쌩 부는 찬바람을 휘감은 모습이라 귀족이나 민중의 호감도는 에드왈드하고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낮다.
하지만 실제 모습은 사비로 고아원을 지어서 운영하고,
직접 아이들을 만나러 가서 같이 놀아주며 공부도 시키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선행을 베푸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왕이 되면 이상적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쩐지 이상적이라는 느낌만 든다고나 할까.
피로 물든 이 나라의 현실에는 오히려 어울리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저 선행과 미덕만을 행해서 나라가 굴러가지 않는다는 건 주지의 사실.
한 나라의 군주는 나 혼자 착하다고 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정치의 이면에 얼마나 추악하고 더러운 암투가 벌어지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게임 내의 저스틴은 청렴결백 그 자체라 봐도 좋을 정도.
이런 사람이 왕이 되어서 나라의 썩은 뿌리를 근간부터 고쳐나가는 게 가능하다면 사실 그게 제일 좋은 그림이겠지만,
인간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내가 너무 부정적인걸까.
어쨌거나 다시 저스틴의 얘기로 돌아오자.
이 왕자님은 왕족 주제에 잠행에 나갈 때도 변장조차 거의 안 하면서
호위까지 따돌리고 나가는 걸 목격한 시에라가
그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들러붙어; 친분을 쌓는 스토리로 진행된다.
끈질기게 들러붙는 시에라한테 저스틴은
자기가 혼자 돌아다니다 죽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고 버럭하지만
시에라에게 이 사람은 적이지만 적이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에드왈드의 거지같이 꼬인 사랑 때문에.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스토리 이해도는 에드왈드 > 저스틴 순이라고 생각하지만
감정선을 고조시키려면 저스틴 > 에드왈드 순이 좋을지도.
어쨌든 공략 중에 눈이 맞아서 알콩달콩 하다보면
저스틴의 시종들이 틱틱거리는 게 또 재밌다.
저스틴의 시종장인 마샬의 경우는
시에라를 짝사랑했다는 설정이라 이 루트에서는 정말 빼박캔트 불쌍했음.
물론 여기서 티는 전혀 안 내지만, 마샬을 먼저 클리어한 내 마음은... !!
지지율 관리 실패로 에드왈드가 왕이 되지 못하면 처형 엔딩이 뜨게 되는데
처형 엔딩을 보게 되면 다른 캐릭터랑 연애를 하고 있어도,
아무리 사랑을 속삭이며 호감도 미터기를 찢어놔도
시에라는 미련없이 자살한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자살에 실패하는 엔딩을 보유한 사람이 바로 이 저스틴 왕자.
그러나 이 남자의 진면목은 엠파에어에 있는 게 아니다.
로얄의 엔딩에서! 그 진가가 드러난다!!
확인하고 싶으면 로얄로!!!
제 1왕자의 시종장 마샬 에이드
서로 적대하는 세력의 메이드장과 시종장인만큼 만날 때마다 으르렁거리는 게 일과.
첫 이벤트는 왕궁 복도에서 싸움으로 시작하지만 그거슨 초딩 싸움.
마주치면 정해진 수순처럼 티격태격해도 실은 그렇게 나쁜 사이는 아니다.
시에라하고는 주인이 정해지기 전부터 서로 알고 지내온 사이로
남몰래 시에라를 짝사랑하고 있다.
주인끼리는 (일단) 서로 적이기에
뭐야 이건. 로미오와 줄리엣 하인 버전이냐 했더니
이 너무나도 평범해 보이는 외관을 지닌 남자가 사실은... 사실은...
달달하다! 새콤달콤하다!!
이건, 연애다!!!
이렇게 설정부터 대놓고 어두운 이 게임의 한줄기 빛과 소금같은 그런 남자다!!
보라, 이 수많은 키스씬들을.
말이 필요없다.
이 게임의 치유계는 단언컨대 마샬이다.
엔딩도 제일 웃김.
개인적으로 뿜다가 뒤로 넘어갈 뻔 했음.
자세한 건 역시 인게임에서 확인하자.
차기 후작 브라이언 카펠라
시에라의 부하 중 한 명인 릴리 카펠라의 친오빠로 못말리는 시스콤이.
하지만 실은 천재인 여동생에 대한 컴플렉스에도 시달린다.
저 웃기지도 않는 코스튬은 집안 내력이며 공적인 자리에는 필수라고.
사교계에 바람둥이로 정평이 나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와 현실의 벽에 부딪쳐 꿈을 접었던 전적이 있다.
본인에게 그런 경험이 있기에 후작 영양의 몸으로 메이드가 되겠다는 릴리를 후원한 듯.
에드왈드처럼 처세술이 능한 귀족다운 남자지만
본심은 자신과 닮은 에드왈드보다 표리일체인 저스틴을 더 좋아한다.
엠파이어에서는 그럭저럭 할 만 했는데
로얄로 가면 브라이언은 둘째치고 시에라 행동이 짜증나서 엔딩을 보고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더랬다.
시에라의 에드왈드에 대한 집착은 아이러니하게도 에드왈드 본인 루트보다
브라이언 루트에서 제일 심하게 느껴질 정도.
연애는 언제 깨질 지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중이고
브라이언은 그걸 붙잡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하는 상황이 시종일관 연출됨.
여튼 에드왈드보다 더 인상이 희미하다.
출신은 평민이지만 왕의 목숨을 구한 보답으로 사작의 지위에 있는 란뷰르 다눈지오
늘상 웃는 얼굴에 자신의 길을 가는 남자.
여담이지만 이 실눈을 보고 있으면 소싯적에 보던 애니의 모 캐릭터가 떠오른다.
나한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실눈 캐릭터는 제X스가 원조라서 그런가.
약학에 심취한 사람으로 대륙 최고의 마법 학교인 심포니아에 재학 중이던 시절,
치명적인 독에 중독된 왕의 목숨을 구해서 사작(당대에 한 해 주어지는 작위)이 되었긴 한데
사실 란뷰르한테는 선택지가 없었다.
죽느냐 혹은 왕의 부하가 되느냐의 양자택일이었기 때문.
왕의 목숨을 구해준 것까지는 좋았지만 내버려두면 그 실력으로 왕의 암살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어서라나.
언제나 수상쩍은 약을 조제하느라 그 악취에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덕분에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시에라랑 자주 부딪치게 되는데,
알고보니 얘네도 나름 오래된 사이였다.
란뷰르의 방은 늘 풍기는 약 냄새 때문에 인적이 뜸해서
편하게 쉴 곳을 찾는 시에라한테 적격이기도 했고,
직업 상 다칠 일이 많은 시에라를 의사 면허가 있는 란뷰르가 치료하던 그런 사이다.
마샬과 마찬가지로 시에라를 짝사랑했다는 설정은 덤.
란뷰르한테도 스승이라고 부르기조차 싫지만 굳이 따지자면 스승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는데
공부도 하지 않는 주제에 독에 대해서 빠삭하고
무미무취의 독약으로 살해를 시도했으나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는 이벤트가 있다.
퀸로제의 대륙 시리즈를 돌이켜 보자.
독에 유난히 애착을 지닌 캐릭터가 떠오르지 않는가?
아X비X즈 로X트라는 모 게임의 서브 이벤트를 보면
희귀한 독약을 손에 넣었다고 아주 기뻐하는 캐릭터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란뷰르의 스승은 바로─!!
커티스다!
이름을 언급하지 않아서 서로 모를 뿐,
둘 다 커티스의 제자인 것이다.
사실을 알게 되면 언젠가 손잡고 커티스를 죽이러 갈지도.
아, 물론 실패하겠지만.
... 각설하고.
이 남자는 그냥 보이는 것만 봐도 그다지 평범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실체는 더 평범하지가 않다.
그 여부 확인도 역시 로얄로.
여러모로 로얄 홍보를 하는 것 같지만,
그래서 어쩐지 로얄 리뷰도 같이 적어야 할 것 같지만,
이 포스트는 과한 스포일러를 삼가하기로 했으니 직접 확인하시라.
마지막 공략 캐릭터,
위 CG는 마이센 빠돌이 버전.
미하엘의 이미지를 위해 아래 CG를 첨부하도록 한다(...)
마이센과 함께 퀸로제의 대륙 시리즈 전체에 등장(신판 기준).
로얄 번역하면서 쓴 적이 있는데 얘 테마는 키잡이다.
신부 차림을 한 악마로, 잘 보면 옷에 그려진 건 역십자가.
일부러 신을 모독하기 위한 옷차림이라고.
인간계에서 어디 가지고 놀 계약자 하나 없나 찾던 와중에 발견한 게 바로
대성할 오라를 가진 어린 시절의 시에라였다.
그러나 첫눈에 반하는 바람에(당시 시에라의 나이를 생각하면 로리콤이 따로 없다) 계약은 하지 않기로 한다.
그 이유인 즉슨, 악마와의 계약은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없기 때문.
하지만 그대로 아무 짓도 하지 않을 수는 없어서(반했으니까)
계약 대신 약속을 하기로 한다.
시에라가 대성할 길을 고르게 해주는 대신 사후에는 미하엘의 것이 되기로.
이것도 사실 시에라한테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선택이지만(원래대로라면 내버려둬도 알아서 성공한다고)
어쨌거나 미하엘의 꼬드김에 넘어간 시에라는 길을 고른다.
약속을 나눈 미하엘은 시에라를 보기 위해 인간계에 있고 싶지만
힘이 너무 거대해서 이 세계에 오래 머무를 수가 없었다.
강한 힘은 그만큼 강한 반발을 불러오기 때문에.
인간계에 일그러짐을 만드는 존재를 배제하기 위한 신들의 안배라는 것 같다.
그런 그가 인간계에 머무르기 위해서는 제대로 계약을 해서 힘을 받아야 했고
그래서 만난 게 바로 마이센 되시겠다.
싫다, 추하다, 어리석다, 더럽다가 입버릇이지만
마법사와 주인님에서 등장하는 미하엘과 마이센의 계약 장면을 보면
악마의 싫다는 사실 좋다는 얘기다(근데 100% 반대는 아니다. 설정 구멍?).
담당 성우가 개인적으로 내가 아는 몇 안되는 성우 중 하나인 미도리카와 히카루라서 더 좋았다.
(토가이누에서 시키한테 발렸던 전적 있음)
시에라와 미하엘의 애정 행각 중에 나타난 마이센.
미하엘과 마이센의 어긋나는 대화는 언제 들어도 즐겁다.
드라마 CD도 보배로우니 기회가 되면 들어보자.
미하엘 루트에서 에드왈드가 왕이 되지 못하고 죽는 처형 엔딩을 보면 미하엘 데드 엔딩이 뜨는데,
이 엔딩이야말로 미하엘 진엔딩이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시에라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야할지, 완성되지 않는다고 해야할지,
여튼 그런 사이니까.
그리고 어차피 다른 캐릭터를 공략해봤자 결국 죽고 나서는
미하엘의 손에 떨어지게 될테니 필연적으로 최후의 승자, 즉 진히어로는 미하엘일 수밖에 없다.
주요 공략 캐릭터는 끝났으니 서브 캐릭터도 훑어보자.
그들의 매력도 쏠쏠하다.
오란느 바르소라
외관은 젊어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왕궁에 언제부터 살고 있었는지도 모를만큼 오래 산 마법사.
심포니아 교수 겸임.
마이센의 스승.
자세히는 안 나오지만 대략 천 년정도(혹은 그 이상) 산 것 같다.
미하엘을 가리켜 몇 백년'밖에' 안 산 어린애라고 하는 걸 봐서.
이쯤 되면 이미 인간은 아니다.
로나우스 엑커트
본국(룩소느) 여왕의 시종으로, 현재 마이센을 호위하는 중(본인은 연행이라고 표현한다).
마이센과 룩소느의 여왕은 심포니아 동기로 한때 사귀기도 했었단다.
지금은 일단 헤어진 상태지만, 룩소느에 볼일이 있던 마이센이 여왕한테 연락하자
자신의 심복인 로나우스를 마이센한테 붙여주었다.
여왕을 사랑하는 로나우스는 마이센이 이 나라에서 당최 떠날 생각을 하지 않자
날로만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발산하기 위해 틈만 나면 시에라한테 시비를 건다.
특히나 마샬 루트에서 두드러짐.
마이센 힐데가르드
내가 퀸로제 게임을 핥게 된 원흉.
여동생(아리시아)를 좀 많이 위험한 방향으로 아끼는 오라버니.
마법의 나라 룬비나스 왕제의 장남이다.
그러나 후계자의 자리는 여동생한테 떠넘기고 현자를 목표로 대륙을 떠도는 중.
꼬인 구석이 있는 남자들 중 한 사람답게 당연히 비하인드 스토리가 존재한다.
여동생인 아리시아는 사실 룬비나스를 만든 여신의 환생체였던 것.
그녀의 마력을 공유하고 있으나 그 힘이 인간에게는 지나치게 강해서
그걸 처리하기 위해서 악마를 불러내어 계약을 나눴다.
마이센 본인의 말에 의하면 원래 부른 건 미하엘이 아니라는 듯.
미하엘한테 힘을 공급하는 건 그야말로 정신이 나갈 정도의 고통이라는데
강인한 정신력으로 버티는 중.
아리시아를 섬기는 드래곤 세라스도 마이센만큼은 인정하고 있다.
참고로 이 용가리는 아리시아랑 관련된 모든 사람을(심지어 부모조차도) 질투하고 싫어하는데
그 유일한 예외가 마이센이다.
그게 평범한 여동생 사랑이 아니라는 건 각종 이벤트를 보면 밝혀짐.
심지어 드라마 CD에서도 등장.
아, 이건 다른 게임 이야긴가.
어쨌든 겉으로는 유쾌하고 긍정적이며 한없이 밝은 청년.
헌팅에 목을 매기도 하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듯 하다.
그 원인은 다름 아닌 미하엘.
화면 상 누가 잘 생겼는지는 취존이지만 텍스트 상으로는 미하엘을 따라갈 미남이 없단다.
마이센이 눈독을 들이고 꼬시려는 여자가 있어도 대부분 미하엘한테 호감을 보인다고.
언젠가는 등장한다고 소문이 돌고 있는 다음 대륙 시리즈에서는
마이센 구여친(룩소느 여왕)이 주인공으로
마이센, 오란느, 로나우스 죄다 공략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다(진위는 알 수 없지만).
하르키아 가낫슈
어느 귀족의 애완 노예였지만 시에라가 우연히 구해준 걸 계기로 이 길로 들어섰다.
노예 시절 가둬놓으려고 걷지 못하게 만든 다리를 마법으로 치유했지만 완치는 불가능.
마음대로 쓸 수는 없어서 뛰거나 하진 못한다.
전투력은 그다지 높지 않으나 그 외의 능력으로 부 메이드장을 맡고 있다.
시에라한테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얼마 없는 친구정도 되는 포지션.
릴리 카펠라
위에 언급했던 브라이언 카펠라의 여동생.
시에라를 심하게 동경해서 메이드의 길로 들어섰다.
카펠라 후작가는 대귀족이라 릴리가 메이드가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남들이 반평생을 걸고 이룬 걸 몇 년의 노력으로 따라잡는 천재.
뛰어난 능력 탓에 한 때 후작가에서는 릴리를 차기 여후작으로 하자는 의견이 있기도 했다.
에드왈드의 사용인 가운데서는 시에라 다음가는 전투 실력의 소유자.
커티스 나일
이 스샷만 유난히 커보인다면 그건
실제로 게임 내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시에라의 각종 과거 회상에 어김없이 나온다.
일종의 팬 서비스라는 느낌인데 커티스가 얼마나 인기가 좋은지 절감하게 되는 부분.
시에라의 암살자 시절 스승으로 피도 눈물도 없다(하지만 아이린과의 연애로 사람이 변하지).
직업은 암살자, 취미는 독약 수집.
일 이외의 살인은 잘 하지 않는 편인데 그 이유는 공짜 노동을 싫어해서.
설정은 전혀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남자인데 어째서 이렇게 잘 생겼는지는 묻지 말자.
하르키아랑 릴리가 여자라고 호감도를 안 올리면 피눈물을 쏟게 된다.
커티스 이벤트가 죄다 얘네 회상씬에 들어가 있으므로.
게임 내에서 회상 이외에 시에라랑 커티스가 마주치는 장면이 단 하나 나오는데,
바로 지지율 관리 실패로 뜨는 배드 엔딩에서 시에라를 암살하러 등장한다.
하지만 메두사 회상까지 보고나면 그나마 그 암살자도 메두사로 바뀐다는 게 함정.
더 쓰면 지금까지 쓴 거 두 배는 넘는 양의 포스팅을 하게 될 것 같으니 이쯤에서 줄인다.
크림슨 엠파이어의 리뷰(라기보다 인물 소개?)는 여기서 끝.
엠파이어에서 불연소되는 엔딩은 로얄에서 후일담을 이어가니, 궁금한 사람은 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