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게임 리뷰 : DRAMAtical Murder // 2012 07 08

Rosier  2014. 4. 15. 04:33

니트로 플러스 키랄 사의 게임은 할 만한 가치가 있다.
토가이누의 피부터 시작해서 라멘토, 스위트 풀까지── 독자적인 세계관, 스토리, 캐릭터 모두 여타 게임을 훌쩍 상회하는 수준. 
물론 개인차는 존재할테고 나도 모든 부분에서 만족스럽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나는 앞으로도 키랄 게임이라는 것만으로 플레이 할 마음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믿음을 보답받을 
정도의 퀄리티는 보장한다.

 

차기작이 나온다는 소식은 벌써부터 알고 있었는데 다른 현실에 치여 새까맣게 까먹고 있다가 별 생각없이 알아봤더니...

아뿔싸 이미 출시됐다고라?!

그럼 그렇지.. 나란 여자 날짜 안 챙기는 여자 ... lllOTL

 

그리하야 어쨌든 좀 늦긴 했지만, 꾸역꾸역 게임을 하고 이렇게 리뷰를 쓴다.

 

총 플레이 타임은─ 중간중간에 이래저래 탈춤 좀 추느라 정확하진 않으나 대략 3~4일 정도로 올 클리어를 끊은 듯. 볼륨은 충분하다.

약간 불만이 있다면 공략상 공통 부분이 너무 길다는 점과 공략 캐릭터의 개별 시나리오가 좀 빈약하다는 점.

스토리 자체가 빈약하다기보다 어필도가 좀 낮은 감이 있다. 공통 부분이 길다보니 전체 비율을 따졌을 때 각 루트가 더 짧게 느껴져서 일지도.

이건 키랄의 고질적인 문제 중의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시작할 때 마구마구 벌려놓고 수습하는 뒷심이 부족하다던가, 중간 과정이 지나치게 간략해서 유저들의 몰입을 방해한다던가. 안타깝게도 DMMd 역시 이 문제를 완전히 피해가지는 못한 것 같다.


키랄 게임치고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밝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토리까지 밝을 거라고 생각하면 크나큰 오산이다.

게임 타이틀을 보는 순간 이미 상큼발랄한 게임일 거라는 생각은 버렸지만(아니 그 이전에 제작사가 키랄이라는 것부터가 함정) 이 밝은 분위기는 일러스트레이터의 힘이 크다고 봄. 전부 마음에 쏙 든 건 아니었지만 배경 및 몇몇 부분이 꼭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를 보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만족했다. 
따스한 느낌이 나는 손그림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리고 이 따뜻한 색감 속에서 펼쳐지는 고어의 향연...

 

공략 캐릭터는 총 5 명. 하나같이 개성이 폭발한다. 내 스타일이다.

이 블로그 글을 좀 읽어 본 사람이라면 다음에 무슨 글이 올 지 감이 올 것이다.

그렇다, 정상인은 한 놈도 없다 아싸!! 역시 좀 미쳐야 제 맛이지(배드엔딩 기준)

자세한 얘기는 개인별 리뷰로 들어가서 까발리겠지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뽑고, 묶고, 흘리고, 자르고, 먹고 ... 뭐 대충 이렇다. 촉이 오시는지?

 

그러나 이 게임에서 주목해야할 건 다른 그 무엇보다도 바로 연출이다. 

DMMd의 연출은 정말이지 레알이었다. 레전설이라는 말은 이런 걸 두고 하는 얘기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만큼은 만점을 줘도 아깝지 않을 정도.

전투씬의 애니메이션, 음향 효과 및 화면 효과, 게임 속에서 게임을 보는 아기자기함 등등... 연출은 칭찬을 해도해도 끝이 없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물론 인간의 욕망이라는 게 끝이 없다보니 이렇게 잘 다듬어진 구성 속에서도 조금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욕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것도 다 이만한 결과물이 있기에 가능한 생각이 아니겠는가. 이걸 구경하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플레이 할 가치가 있는 게임이었다.

 

지금까지 겉핥기로 소개해본 이 게임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나르시시즘 종결판.

무슨 뜻이냐고? 자세한 사항은 리뷰를 읽어보시라.

 

 

Warning

 

본격적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혹시나 길을 잃은 어린 양들을 위한 경고.

본 게임은 19금 여성향 BL 게임이며, 이 리뷰는 모든 내용을 가감없이 밝힌다(스포일러가 작렬한다는 얘기다).

니트로 키랄 사의 게임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폭력이 난무하지 않으면 이 회사 게임이 아니다.

미성년자, 고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 그 외 여러모로 후회할 사람은 지금 당장 이 페이지를 닫도록 하자.



플레이 중에 코우자쿠와 아오바 어린 시절 CG에 쓰러지고 

새콤달콤한 엔딩에 녹고 에필로그에서 완전히 GG.


코우자쿠가 아오바 머리카락도 잘라주고 알콩달콩 잘 사는 정말이지 훈훈한 엔딩.


여담이지만 코우자쿠 루트가 게임 본 시나리오랑은 제일 연관없이 산으로 간다.

토우에가 등장도 안 했던 거 같음. 아오바보다는 코우자쿠에 치중한 스토리 라인.

 



노이즈

6월 13일 생, 179cm, B형, 오른손잡이, 라임 팀 러프래빗의 리더, 올메이트는 우사기 모도키(토끼를 좋아하는 이유는 모름)


게임 내 유일한 연하로 무려 19세(다른 애들은 나이가 안 나오지만 척 봐도 아오바보다는 늙어보인다)!!

노이즈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불감증.

감각에 굉장히 둔하며 감정 기복이 적고 텐션도 낮다. 아픔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상처받는 것도 타인을 상처입히는 것도 둔감하다.
다만 가상 공간에서 벌어지는 라임을 통해서는 그 감각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기에 라임에 집착하는 듯.


사실 아오바는 예전에 sly blue라는 이름으로 라임에 참가했던 적이 있었다. 모종의 사건 이후로 아오바의 기억에서 사라졌을 뿐.

노이즈는 그 사실을 알고 아오바에게 싸움을 걸었다가 참패. 다시 한 번 아오바와 라임으로 승부를 가리기 위해 쫓아 다닌다.


노이즈는 유복한 집안의 아들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무감각해서 사고를 자주 쳤다고 한다. 그 바람에 부모가 노이즈를 방에 감금하고 키우게 되고 그는 점점 나락으로. 타인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건 전부 몸이나 돈 같은 이용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이므로 처음에는 아오바도 마찬가지로 취급하지만, 얽혀가면서 자신에게 아무 대가도 없이 몸을 던지는 아오바를 보고 혼란스러워 한다.

아직 마음을 열기 전, 내 몸이 목적이냐며 키스하는 노이즈. 

그래 넌 이 때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어. 누나는 알아봤단다.

근데 몸을 목적으로 잘 대해주면 다 이렇게 해주는 거니...? 그럼 나도 좀 ... (...)  넵 어린애를 노리면 안 됩니다 19살이라니 으앜

어 근데 일본 나이 19은 우리나라 20~21이니까 미성년자는 아니네? 철컹철컹하진 않겠군


마음이 통할 무렵. 코우자쿠는 어릴 때부터 아는 사이에다 애초에 아오바를 예뻐라 했다쳐도(그리고 얘넨 은근히 밀당 다 한다) 밍크 루트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던 감정의 변화를 노이즈는 비교적 잘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CG에 선덕선덕한 사람 많을 듯. 

문제는 그냥 선덕거리게만 했을 이라는 거지만. 뒤에 뭔가 있을 줄 알았다면 낚인 거임.



모든 공략 루트의 말미에 캐릭터들의 주박을 풀기 위해 폭로를 거는데, 얘 마음 속은 그 이름 그대로 노이즈 투성이의 세계다. 


자신의 마음 속에서 여기저기 노이즈 상태로 묶여있는 노이즈.

마치 데이터가 파손되고 에러난 컴퓨터 속에 들어간 것처럼, 실제로 게임이 에러났나 싶을 정도의 멋진 연출을 보여준다.


니트로 플러스 키랄 로고까지 뜨고 이런 느낌의 화면들이 제법 오래 이어지기 때문에 게임 오류난 줄 안 사람도 있을지도.

 
엔딩으로 가는 선택지. 저런 식으로 몇 가지 질문이 이어진다.

배드 엔딩의 경우, 편한 세계를 선택하면 배드 엔딩 2 / 바라는 세계를 선택하면 배드 엔딩 1이 뜬다.



배드 엔딩 2는 도트 게임의 세계 되시겠다.  

별 건 없다. 노이즈 마음 속의 게임에서 등장하는 게임 캐릭터로 살아 간다. 적을 쓰러뜨리면 레벨 업도 하는 등, 게임 속의 게임인 셈.



배드 엔딩 1은 사람에 따라 인상이 다르겠지만 내 경우는 상당히 심금을 울리는 엔딩이었다. 

훈훈한 해피 엔딩도 좋지만. 나는 이 쪽이 더... 데헷


노이즈가 진심으로 바라는 세계. 

엔딩이 상당히 짧으므로 설명보다는 그냥 전체 내용을 첨부한다.


선택지를 잘 골라서 해피 엔딩 루트로 진행하면

이런 스샷을 볼 수 있다. 리, 리버스!!

이 무슨 공주님 안기...!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들쳐매거나 업고 가지 않을까 하는 소소한 의문은 봉인해 두자.


여튼 아오바를 감싸느라 상처를 입은 노이즈는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 중이며 몸의 감각이 전부 돌아왔다고 한다.

감각이 돌아온 상태로 아오바를 다시 느끼고 싶다고 즉, 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이렇게 두 사람은 붕가 애정을 확인하는 것이다. 훈훈훈훈..


그 후 몸이 완치된 뒤 노이즈가 바라던 라임 승부를 펼치게 되지만 이미 아픔을 알아버린, 즉 상대의 아픔도 이해할 수 있게 된 노이즈는 스스로 라임에서 패배하고 아오바 앞에서 모습을 감춘다. 이미 과거에 모든 게 끝나버린 코우자쿠나 밍크와 달리 노이즈의 과거는 현재 진행형이기에 결착을 지으러 떠난 것. 여기서 밝혀지는 진실, 노이즈의 집은 독일(왜?). 부모는 노이즈를 없는 아들인 셈 쳤지만 노이즈의 남동생은 형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고. 여튼 그렇게 나름 가족하고 화해하고 어쩌고 하느라 시간이 걸렸다며 아오바를 데리러 온다.


배드 엔딩의 날카로운 기억이 해피 엔딩의 몰입을 방해해서 에필로그는 별 감흥이 없었다. 

훈훈하긴 훈훈하다. 코우자쿠 해피엔딩도 그렇고, 키랄 게임에서 이렇게 훈훈한 장면들이 나올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다. 

다른 의미에서 정말 뒤통수 제대로 맞은 느낌.


뭐 그렇지만 슈트 간지고 나발이고 노이즈는 닥치고 배드 엔딩 1이 짱 


 

 

클리어

180cm라는 키와 이름, 오른손잡이라는 거 외에는 프로필 불명.


가스 마스크를 쓰고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는 난데없이 아오바를 마스터라고 부르며 쫓아다니는 정체불명의 남자.

폭력을 싫어하지만 아오바가 당하면 눈이 뒤집힘. 이 게임의 분위기 메이커라고나 할까. 아마 게임 내 최다 개그 장면 보유자가 아닐까 함.
 
다 집어치우고 알몸 에이프런 CG 하나만으로 이미 넌 내 안의 개그 캐릭터 확정

언제나 가스 마스크를 뒤집어 쓰고 있어서 표정은 하나도 알 수 없는 주제에 공략 캐릭터 중 감정 기복이 제일 잘 드러난다. 


괴랄하다. 괴랄해. 나라도 이런 괴랄한 게 서있으면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갈 거 같아... 만지러 나가는 거라고 착각한 사람 없겠죠(...)

패러 나가는 거임! 내가 아무리 미친놈을 좋아하지만 이건 그냥 개그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임 마지막에 가서 벗는 건 아니겠지, 했던 괴랄한 가스 마스크를 벗으니 게임 내 최고 미모를 자랑했지만

넌 이미 개그 캐릭터


이렇게 날 두근거리게 하는 CG를 줬지만 그래도 넌(이하생략)


그는 사실 토우에가 만든 로봇이다(당연히 혈액형, 생일, 나이 같은 게 의미가 없을 수 밖에). 사람의 마음을 조작하기 위해서 실험을 거듭한 끝에 '노래'라는 형태로 세뇌를 가능하게 만든. 그러나 실패작이었기에 처분되어야 했으나 클리어가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사람이 들고 튀어서 같이 살았다고 한다. 초반의 클리어는 그 사실을 잊고 있으나 이야기가 절정으로 치달아 갈 무렵 자신과 똑같이 생긴 로봇들을 만나고 모두 기억해 낸다. 이 로봇들에게는 같은 로봇과 주인인 '마스터'를 공격할 수 없게 키락 셋팅되어 있는데, 이를 거부하면 자기 수복 능력이 멈추고 몸이 붕괴되기 시작한다. 


이 부분에서 스토리가 좀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등장. 분명 클리어는 다른 로봇들에게 당하는 아오바를 구하기 위해 공격해서 몸이 무너지고 있었다. 키락을 파괴하기 전에도 공격은 가능했다는 말이다. 근데 왜 나중에는 공격을 못해서 머리속에 있는 키락을 강제로 파괴해야만 했던 걸까. 게다가 어차피 육탄전이 아니라 노래로 상대 로봇의 기능을 상실시킬 거면서 굳이 키락을 파괴했어야 했나.

... 하는 의문이 머리에 떠올랐지만 일단 접어두었다. 너무 깊게 파고들면 몰입도가 떨어지니까.


그리고 설정과는 별 상관없는 개인적인 의문인데, '스스로 생각하는 로봇' 혹은 '감정이 있는 인공 지능'이 정말 가능할까? 

가끔 SF 장르에서 그런 로봇들이 등장할 때마다 생각해보지만 난 여러모로 이 설정에 회의적이다.
이유를 자세히 적다보면 리뷰의 취지를 잃을 것 같으니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뻘글 ㅈㅅ

어쨌든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절대로 무리일 거고. 아주아주 먼 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미래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애니웨이, 개그 담당 주제에 저런 배경 시나리오를 갖고 있어서 엔딩은 필요 이상으로 애절돋는다.

클리어의 마음 속은 이런 식으로 선택지가 나오는데 이건 사실 함정이다! 함정 카드 발동 
둘 중에 아무 것도 선택하지 말고 그냥 기다려야 하느니.


선택을 하면?

축하합니다, 배드 엔딩을 고르셨네요.


결국 아오바는 토우에한테 잡혀가서 연구 재료가 되고, 망가진 클리어도 토우에가 수리를 한다. 토우에에게 수리를 받는다는 건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는 뜻이 아닌가 싶었는데, 아오바에 대한 집착만은 남아서 로봇 주제에 광기에 불탄다. 얀데레 대폭발


자신이 인간이 될 수 없다면 아오바가 자신처럼 되면 된다고 저지르는 짓이 엄하다. 눈 뽑고 다리 자르고. 남은 건 팔이라나 어쨌다나.

끝까지 괴랄한 놈 -ㅅ-  클리어가 미친 것도 아오바 팔다리를 자르는 것도 다 용서할 수 있지만 색기가 부족한 것만은 용서할 수 없다

근데 다시 보니까 클리어 표정은 상당히 돋는다 



태엽 화면에서 손 놓고 가만히 구경하다보면 선택지는 알아서 깨지고 화면이 넘어간다.

중반까지는 배드 엔딩과 마찬가지지만 여기서는 클리어가 쓰러지지 않고 적들을 넉다운 시키는 데 성공.

풀려난 아오바가 클리어를 데리고 도망친다.


어떻게 손을 대야할 지 모르겠지만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어서 수리를 해보려고 하는 아오바에게, 자신의 몸은 이미 틀렸다며 거기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는 자신의 소원을 이루고 싶다는 클리어. 자신의 마지막 소원은 아오바에게 닿고 싶다는 것. 자기는 결국 만들어진 물건에 불과하며 인간이 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적어도 조금이나마 인간답게, 인간처럼 아오바를 만지고 싶고 마음을 전하고 싶다 ── 고 한다.

그렇다, 에둘러 말하긴 했지만 얘 역시 한 번 하자 이거다. 노이즈도 그렇고 클리어도 그렇고 왤케들 돌려 말하시나(...)

목숨(로봇이니까 목숨은 아니지만 표현상 그렇다고 치자)을 걸고 거사-_-를 치룬 뒤 클리어의 대사가 애절 돋는다.

그 한 부분을 발췌하면 대충 이런 내용.


    …… 아오바씨. 고마워요.

    굉장히 기뻤습니다. 아오바씨를 느낄 수 있어서, 아오바씨를 안을 수 있어서……

    사실은, 역시…… 인간으로 계속 당신의 곁에 있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전 이미 지나치게 충분할만큼 행복하니까요.

    행복했었다, 가 아닙니다. 지금도, 앞으로도 저는 계속 행복합니다.

    그러니까…… 


행복했었다가 아니라 앞으로도 행복할 거란 말에 약간 심쿵.

마지막까지 인간이 되고 싶어하던 로봇의 말로.

인간보다도 인간다웠다는 아오바의 말에 고맙다는 말과 함께 클리어의 기능은 정지된다.


로봇인 그가 다른 공략 캐릭터들(제아무리 감정이 풍부할 수 없는 과거가 있다고는 해도)에 비해 감정 표현이 확실하다는 건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난 그냥 프로그래밍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으음, 마음이 있는 로봇 같은 걸 믿지는 않더라도 믿고 싶은 마음은 어딘가 있으려나. 어차피 이건 게임이고 나처럼 생각하면 클리어 루트는 꿈도 희망도 없는 루트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어쨌든 아오바는 단념하지 않고 클리어를 집으로 가지고 돌아가서 수리에 전념, 혼자의 힘만으로는 아니지만 여튼 클리어가 고쳐진다.


마지막 CG를 보고 뭉클한 사람이 많았을 듯.


근데 얘네 미래가 있는 건가? 아오바는 인간이니까 언젠가 죽을테고 클리어 혼자 남겨질 텐데?

이런 소소한 의문을 품으며 클리어 루트도 끝.






이렇게 공략 캐릭터 넷을 완료했다.

이제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그동안 그냥 지나가던 곳에서 드문드문 선택지가 뜨는데 주로 에 관련된 부분이다.

렌이 누구냐고? 아오바를 소개할 때 언급했던 아오바의 올메이트다.

바로 얘.

그렇다. 마지막 공략 캐릭터는 다. ! 거기다 기계!! 

클리어는 그나마 인간형 로봇이었지만 얜 아예 동물로봇...


개 주제에 목소리가 간지난다 했더니, 라임 필드에서 인간 형상이 된다 싶더라니... 공략 대상이었어!! 

오프닝 때 깜찍하게 아오바 뒤를 살랑살랑 쫓아다니던 렌이 공력 대상이라니 으아니!

라임 필드에서 인간형이 된 모습.
 

망토를 벗으면 이렇게. 이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망토 뒤집어 썼을 때가 더 폼난다.

어쨌든 이 다음에 펼쳐지는 진상은 이 정도의 충격에 그치지 않는다. 개니 기계니 따윈 아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 루트에서는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모든 사정이 낱낱이 드러나게 된다.

토우에의 진정한 목적, 게임 타이틀의 의미, 조연 주제에 왜 이렇게 간지가 나냐 싶었던 바이러스랑 트립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 그리고 약간 사심을 섞어서 딴길로 새자.
난 정말 바이러스, 트립, 미즈키 이 셋은 인력 낭비라고 생각했다.


바이러스랑 트립. 직업은 야쿠자.

미즈키는 프로필 찍어놓은 게 없어서 이걸로 대체.

 

훈훈하다. 대체 왜 얘네가 왜 공략이 안 되냐고! 밍크보다 얘네 셋을 좀 넣어달라

그런 내 애절한 마음에도 상관없이 언제나 초반에만 반짝하던 삼인방.

그러나! 바이러스랑 트립이 여기서 드디어 존재 가치를 드러낸다. 비유하자면 토가이누의 처형인 엔딩 두개를 합쳐놓은 느낌? 으하하

미즈키는 여전히 일회용으로 쓰이고 조기 퇴갤하지만ㅜㅜ 


바이러스랑 트립을 더 파기 전에 진상 루트를 상세하게 훑어가 보자.

위에는 공략 캐릭터에 중점을 맞춰서 게임의 전반적인 스토리를 좀 생략했었는데 그 전말을 풀어보자면 내용은 대충 이렇다.


아르바이트하며 할머니와 둘이 잘 먹고 잘 살던 아오바, 배달가다가 난데 없이 강제로 라임 필드로 끌려가 싸우게 되는데.

아오바에게 싸움을 건 사람은 노이즈이며, 실력은 노이즈가 위지만 아오바는 폭로의 힘으로 노이즈한테 이긴다(그 뒤로 노이즈는 아오바를 스토킹하기 시작). 그때 인격이 바뀐 아오바의 목소리를 들은 클리어는 아오바를 자신의 마스터로 인식, 정신을 잃은 아오바를 가게 앞으로 데려다 놓는다(이렇게 클리어를 쫄다구로 획득). 아오바를 둘러싼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느날 할머니가 납치당하고, 본인도 납치된다. 아오바의 납치범은 밍크. 밍크는 아오바에게 할머니를 되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대신 자신을 도와달라고 한다. 당연히 그 조건을 수락한 아오바는 모든 공략 캐릭터의 힘을 빌려 할머니를 찾아내고 그 뒤 할머니에게 아오바 본인도 몰랐던 비밀, 할머니가 과거에 토우에의 연구실에 있던 연구자라는 것과 아오바가 가진 힘, 폭로에 대해서 듣게 된다.


여기까지가 공통 루트인데, 이것만 봐서는 의문이 해소되긴커녕 증가할 뿐이다.

아오바는 대체 어떻게 힘을 갖게 됐으며, 아오바 안의 또다른 인격은 누구인지 등.


그런 궁금증을 잠시 미뤄두고 이야기를 진행하면, 토우에는 현재 미도리지마 주민들을 세뇌하기 위한 계획을 진행 중이며 아오바 일행은 그걸 막기 위해 플래티넘 제일로 침입해서 그의 야망을 막는 여정을 펼치게 된다. 공략 캐릭터의 플래그대로 같이 가는 파트너가 정해져서 개별 스토리를 진행하는데, 마지막 진상은 아오바 자신의 루트이므로 혼자(물론 렌은 지참) 플래티넘 제일로 향한다.


지금까지의 모든 떡밥 회수를 위한 충격적인 진실이 낱낱이 파헤쳐지지만 사실 아오바의 비밀은 그다지 충격적이진 않다.

고작해야 아오바가 실은 토우에가 만든 인공 생명체로 쌍둥이이며 죽은 채로 태어나서 폐기처분 당해야 했지만 그 뒤에 되살아났다.

어... 뭐 이 정도? 이런 스토리야 좀 뻔하지 않은가. 

뻔하지 않은 건 바로 렌 이야기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사실 렌은 이 게임에서 진히어로임과 동시에 아오바 본인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아오바 안에서 아오바를 지키기 위해 태어난 또 하나의 인격체로, 그때는 렌이라는 이름이 아니었지만 아오바 안에서 아오바를 지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걸 깨닫고 마침 아오바가 주워온 개 모양의 올메이트로 옮겨가서 아오바를 서포트하게 된다(어떻게 가능했는지 묻고 싶다). 그때부터 렌이라는 인격체로 존재하게 되긴 하는데 어디까지나 근본은 아오바의 인격이다. 그런데 렌이 버그에 감염되면서 아오바를 단순히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닌 다른 감정을 품게 된다. 그걸 숨기기 위해 렌은 자신의 몸, 즉 올메이트를 포기하고 아오바의 안으로 돌아가지만 아오바는 그런 렌을 되찾기 위해 자신에게 폭로를 시도한다.

아오바의 마음 속으로 돌아간 렌은 아오바에게 날 만나려면 문제를 풀어라(시험이냐) 장벽을 만들며 거부한다.

이걸 풀지 못하면 많은 사람들을 멘붕에 빠뜨렸다는 배드엔딩 2가 두둥. 

여기에 나온 게 전부가 아니라 일정 문제들이 랜덤하게 뜬다고 하니 자신 없는 사람은 공략을 참고할 것.


충격적이라는 배드엔딩 2를 보기에 앞서서 순서대로 배드엔딩 1부터 보자.

내용이 위 스샷(렌의 질문장벽)까지 흘러가기 전에, 아오바의 과거를 밝히는 역할이 바로 바이러스와 트립이다.

애정의 풀 스샷.

이들의 정체는 토우에의 수하였다. 여기서 난 환호했다! 그래 이 얼굴들로 단역이라니 말이 안 되잖아~ 안그래도 바이러스를 보면서 내가 이 얼굴을 두고 밍크 따위(...)를 공략해야 되냐고 한탄을 했었는데 그 한을 풀었다고나 할까. 트립은 둘째치고 바이러스가 워낙에 내 타입이라서. 조근조근한 말투에 착한 얼굴, 게다가 안경(!) 한술 더 떠 미친 놈(!!) 꺄악


얘네한테 쳐맞다가 단념하면 배드엔딩 1이다. 잽싸게 단념하고 유유히 엔딩을 보자. 두 형제에게 농락당하는 아오바를 볼 수 있다.

토가이누 오카에리 엔딩처럼 요부가 된 아오바를 보고 싶었지만 그런 서비스 따위는 없었다(눈물)

이제와서 쓰리썸 따위 아무런 자극도 안 되지만 의외로 충격적인 건... 


한 구멍에 두개가 같이 들어가? 레알?? 찢어질 거 같은데

이 게임은 대체 왜 하나 같이 엔딩에서 내게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를 남기는가... -ㅅ-

 


자, 다음은 대망의 배드엔딩 2다. 토가이누의 케이스케 순대 엔딩에 비견할 만한 명장면.

개인적으로는 그때보다 충격이 덜했지만. 이미 면역이 있는데다 키랄 게임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런 씬 정도는 예상해야 한다.

어쨌든 사람에 따라 충격적일 수도, 혐오일 수도 있으므로 일단 가려둔다.

 

암울한 엔딩은 이쯤하고 해피 엔딩으로 넘어가자.

개인적으로는 이 엔딩이 해피한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만 -_-


위의 모든 문제를 다 풀고 나서 렌을 마주하는 아오바는 렌을 자신이 아닌 또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한다.

서로가 필요함을 깨닫고 훈훈하게 포옹하는 두 사람. 


이제 최종보스인 토우에를 저지하러 가서 만나면 이때 토우에와 아오바가 나누는 대화에서 이 게임의 타이틀인 DRAMAtical Murder의 의미가 등장한다. 토우에의 목적은 지도자의 의지에 반하지 않는 온순한 국민 및 병사를 만들어 내서 군림하는 데 있었다. 다만 토우에 본인은 권력욕 같은 게 아니라 순수하게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게임이라는 의식이 강하며, 단순히 폭력을 매개로 해서 공포로 사람들을 굴복시키는 게 아니라 세뇌로 자연스럽게 따르게 만드는 것이, 이 얼마나 극적인 살인이지 않으냐고 말한다. 실질적인 살해가 아니라 정신적인 살해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 토우에에게 반발해 격돌하는 아오바와 토우에. 

뒤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아오바의 승리다.


승리한 아오바는 자신의 쌍둥이인 세이를 만나게 되는데, 얘는 토우에가 너무 굴릴대로 굴려서 이미 망가지기 직전이다.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 아오바의 능력으로 자신을 「부숴」서 해방해 달라고 한다. 게임을 시작할 때 등장하는 도트 문자는 바로 세이의 마음이었다.

세이에게 폭로를 걸면 아오바는 자신 안에서 이따금 파괴 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또 하나의 자신과 렌의 존재 의미를 알게 된다.

앞에 언급했듯이 렌은 '아오바를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인격체다. 그럼 '무엇'에서 아오바를 지키기 위함인고 하니, 그 역시 아오바다. 

아오바 아오바 아오바.. 복잡해진다. 이 망할 아오바.. 아오(씨)바를 줄여서 아오바냐


아오바의 중2병 시절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 아오바는 자신의 힘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며(물론 본인은 그 힘의 정체를 몰랐다) 라임에 참가했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의도치 않게 상대방의 마음을 부숴뜨린 적이 있었다. 아오바는 그런 자신의 힘을 두려워 해, 정확하게는 그 힘에 우월감을 갖는 자신을 두려워 해서 힘과 함께 그 의식을 부정하는데 그게 바로 본능적인 파괴 의식을 지닌 또 하나의 아오바(얘를 아오바2라고 부르자). 그 아오바2한테서 아오바의 의식을 지키기 위해서 태어난 게 렌(아오바3-_-)인 것이다. 정신분열 돋네

 

중2병 시절의 아오바. 분열 전에 라임을 즐길 때의 모습이라는 듯. 

근데 분명 그게 10년 전 쯤의 일이라는데 현재 아오바의 나이는 23살이다.

그럼 이때의 아오바는 13살이라는 얘긴데, 이거 어디가 13살?? 나만 이상한거야? 하다못해 5년이라고 해주지.

... 13살 때부터 이미 성인의 외모를 가진 노안 어린이였다고 우겨보자. 후우...(-_-)

파괴의 현신, 또 하나의 본능 아오바. 왜 얘가 더 멋있지? 주인공 좀 바꿔줘요


모든 떡밥이 회수되고 갈등을 해소하는 마지막 장답게 아오바는 세이를 폭로로 부수고, 

그간 자신이 부정하던 아오바2를 받아들여서 하나로 돌아간다. 

원래는 렌도 같이 합쳐져야 되는데, 얘는 이미 별개 인격임을 인정받아서 사라지지 않는다나 어쩐다나. 

그래 니가 사라지면 아오바는 새되는 거지.

어쨌든 다시는 렌을 인간의 형상으로 만나지 못할 것을 직감한 둘은 ...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더 진도를 뺀 CG는 모자이크로 될 수준이 아니므로 조용히 넘어간다... 그건 이미 표정부터가 맛이 가서

그럼 바이러스랑 트립 쓰리썸은 뭐냐고 묻지 마시라. 애정도의 차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
원래 중요한 건 마지막까지 공개하지 않는 법이다. 궁금한 사람은 실제로 게임을 하자!

그 후 미도리지마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활기차게 변모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니 렌은 그저 초기화 된 올메이트일 뿐.

올메이트의 모습으로라도 함께 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아오바였으나 렌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미 사라진 렌의 예전 본체만을 껴안고 우는 아오바.

 

그러나 1년 뒤, 미도리지마 병원에서 아오바에게 형이 병원에 있다는 연락이 온다.
믿기지 않는 연락에 반신반의하며 찾아간 아오바는 그게 세이의 마지막 선물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정신은 부숴졌으나 육체는 남아있었던 세이는 자신의 육체를 렌에게 준 것이었다.

재회를 기뻐하며 게임의 최종장을 맞이하긴 했지만...


이 엔딩을 마냥 기뻐하기에는 찝찝하다. 

해피 엔딩이라는 이게 어쩐지 뭔가 상쾌하지가 않아.

따지고 보면 제일 복잡한 엔딩이다.


지금까지 계속 나불거린대로 렌은 아오바의 또 하나의 자아다. 

제 아무리 별개의 인격으로 인정을 하니 뭐니 해도 니네 일단 한 사람


자, 다시 한 번 정리해 보자. 


원인격 아오바1, 아오바1이 부정해서 생긴 게 아오바2, 아오바2한테서 아오바1을 지키려고 태어난 아오바3.

아오바3 + 올메이트 = 렌. 이라는 복잡한 도식이 생겨난다. 그러니까 앞서 아오바와 렌의 붕-_-가는 내 안에서 태어났지만 의사를 가지게 된 또 다른 나의 자아와 내 머리속에서 이뤄졌다 이 말이다. 한 술 더 떠서 육체가 없는 렌은 세이의 육체로 현실에 돌아왔다. 알다시피 세이와 아오바는 쌍둥이다. 정신은 자신에게서 비롯되고 육체는 쌍둥이 형의 몸. 즉, 나르시시즘 + 근친상간 

근친상간도 그냥 근친상간이 아니라 쌍둥이니까 어찌됐든 또 하나의 자신(일란성이니까). 대체 이 무슨 자기애의 결정판이냐.


이게 이 게임의 진 엔딩이다. 

자아를 찾아 성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기 자신과의 사랑을 업그레이드 시킨 나르시시즘 종결판


그래도 뭐, 니네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된 거지.

애초에 니트로 플러스 키랄 게임에서 현대의 도덕관념을 요구하는 건 무리가 있다(요구하지도 않고).

오죽하면 시나리오 라이터의 이름만으로 이미 스토리 진행 방향이 예상될 정도이겠는가. 

모든 엔딩에 해피의 ㅎ도 찾아볼 수 없는 게임도 있었고 사랑 한 번 하겠다고 지구를 말아먹는 게임도 있었는데.



총평

 

후반부에서 펼쳐지는 시나리오의 급격한 전개는 중요 내용을 한번에 얼버무리려는 거 같아서 어필감의 부재를 여실히 증명한다.

렌의 존재는 정말 예상 외였지만(근친상간을 뛰어 넘어 자기 자신과의 사랑을 그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외 아오바의 출생의 비밀 같은 건 상정 범위 내였기에 약간 진부할 수도. 다만 각종 배드 엔딩 때 아오바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처절한 상황에 처해지는 부분에서 키랄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이런 거 하나는 끝내주게 잘 그려낸다니까. 오히려 이 장면들을 보려고 키랄 게임을 한다ㅡ 싶을 정도로.

 

어쨌든 게임 자체는 굉장히 할 만했고, 잘 만들어졌다.

대표작인 토가이누를 뛰어넘을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는 게 함정.

 

이상 Dramatical Murder 리뷰 끝.

다음 리뷰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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