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뷰 : Black Wolves Saga - Bloody Nightmare - // 2012 07 11
Rosier
2014. 4. 16. 17:04
하드하다는 평이 있길래 그럼 내가 얼마나 하드한지 봐주지, 라고 시작했던 게임.
같은 세계관에 같은 캐릭터, 같은 백그라운드 스토리지만 PC판과 PSP판이 서로 다른 스토리로 풀어나갈 예정이란다.
PC판은 어둡고 음울한 광적인 사랑 이야기로 부제부터가 bloody nightmare 다.
PSP판은 비교적 밝고 진실한 사랑이야기... 라던가? 여튼 부제는 Last Hope라는 듯.
내가 플레이 한 건 포스트 제목에 쓴 것처럼 PC판인데(PSP판은 아직 나오지도 않은 것 같지만)
어쨌든 난 단언할 수 있다. 이건 연애 시뮬이 아니라고.
미친 사랑 이야기? 아니, 그냥미친 사랑 이야기다.
일부 안 미친 루트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쳐도 애들이 대체 어떻게 연애 감정을 키워가는지 전혀 모르겠다.
도대체 왜 요즘 게임들은 유저도 모르게 그 누구도 모르게 사랑에 빠지는 걸까. 연애 시뮬이면 연애 시뮬답게 호감을 가지는 부분부터 차근차근 보여달라고. 끝에 가서 우리 사랑에 빠졌어요, 내가 이러는 건 네 년한테 미쳐서야 이 지랄하지말고 쫌!
공통 루트가 굉장히 길고, 캐릭터별 루트는 더럽게 짧다.
당연히 니네 대체 어떤 경위로 이렇게 된 거니 싶을 수 밖에 없는 구성이다.
공통 루트가 길다는 얘기는 한번만 플레이하면 두번째 플레이부터는 스킵 한 방에 대다수 장면이 다 넘어간다는 얘기다.
즉, 플레이 시간이 짧다. 넉넉잡아 이틀 정도면 올클리어가 가능할 것이다.
덧붙여 게임에 치명적인 오류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모든 유저들에게 생기는 문제는 아닌 거 같지만 적어도 난 그거 땜에야이 썅갓ㅁㄴ아ㅓㅎㅂㅑ했으니까 적어둠.
바로 CG, 회상 등이 저장이 안 되는 버그다. 아예 플레이를 했다는 기록 자체가 저장이 안 되는 듯 하다.
캐릭터 별로 특정 캐릭터를 공략해야 열리는 루트가 있는데 플레이 기록이 없으니 당연히 루트 자체도 열리지 않는다.
해결 방법은 윈도우 시작버튼을 누르고 실행창에 %appdata% 를 입력한 뒤에 Rejet 폴더를 지워주면 된다.
이미 한 세이브는 물론 날라가므로 게임을 시작하고 첫 CG가 나오는 장면에서 저장한 뒤 꼭 확인하길.
난 엔딩 4개 본 뒤에 깨달아서 이 거지 같은 게임을 내가 계속 해야하나 깊이 고뇌했다.
다행스럽게도 이 게임은 스킵 모드를 조절할 수 있어서 무사히 게임을 올클리어 하고 이렇게 리뷰를 쓰는 거지만.
전체를 클리어하고 난 느낌은── 흐음... 미묘.
똥쓰레기라고 욕할 만큼 못 만든 게임은 아닌데, 그렇다고 잘 만든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시나리오랑 개별루트가 너무 빈약하다.
게다가 취향의 문제지만, 난 이렇게 선이 가는 일러스트는 별로라서. 플레이 하다가 애들 나이보고 놀랐다.
17살 짜리 얼굴이랑 27살 짜리 얼굴이랑 나이 차가 안 느껴지는 건 모다??
거기다 15금이라는 연령제한 덕분에 게임이 제법 어정쩡하다. 담으려는 내용은 비교적 무거운데 표현 수위가 중고딩 수준이라.
차라리 아예 19금으로 만들었으면 덜 찝찝했을 거 같다.
시종일관 어두침침한 편이지만 멘붕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참고로 난 유리 멘탈을 자랑하는 섬세한 신경의 소유자로, 내가 무난하게 클리어한 이 게임은 전연령이나 다름없을 듯(은 내 생각).
이 이상 자세한 얘기는 개별 리뷰에 들어가서 마저 풀어놓기로 한다.
스포일러를 당하기 싫은 사람은 이 페이지를 떠나도록 하자.
인간과 아인종들이 섞여 사는 풍요로운 나라 웨블린(ウェブリン).
이 나라는 지금 조디바(ゾディバ)라는 역병과, 그 역병을 퍼트린다고 알려진 늑대족을 말살하기 위한 늑대사냥령(狼狩りの令라고 쓰고 ジェノサイドウルフ라고 읽는다) 으로 피폐해져 있다.
기본 스토리나 배경은 딱 중세 유럽풍으로, 페스트가 창궐하던 시기의 암울하기 짝이 없던 유럽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이 게임은 공통 부분을 제외하면 크게 세 갈래로 나눌 수 있다.
메요요와 오제의 고양이 루트 / 넷소와 쟈라가 있는 가족 루트 / 아를, 기란, 라스가 있는 늑대 루트.
유리안의 경우는 굿엔드는 가족 루트, 트루엔드는 고양이 루트다.
공략 캐릭터의 개별 스토리는아주 미약하고 어렴풋이 희미하게 보일랑 말랑한 수준.
사실상 엔딩을 제외하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간단히 공략 캐릭터들을 살펴보고 공통 루트부터 짚어보자.
호감도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전체 공략 캐릭터. 순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메요요 폰 가발디(メヨーヨ・フォン・ガバルディ /Mejojo Von Garibaldi)
26세. 고양이. 웨블린 제 1위 왕위 계승자.
오제 폰 가발디(オージェ・フォン・ガバルディ /Auger Von Garibaldi)
26세. 고양이. 메요요의 쌍둥이 남동생.
넷소 갈란드(ネッソ・ガーランド /Nesso Galland)
24세. 인간. 히로인 피오나의 이복 오빠. 웨블린 제 1 기사.
쟈라 스킨즈(ザラ・スキーンズ /Zara Skeens)
22세. 토끼. 피오나의 집사 겸 약사. 전쟁 고아였던 걸 피오나의 아버지인 에드거 백작이 데려왔다.
아를 V. 펠노어(アルル・V・フェルノア /Arles V. Felnoir)
30세. 한때 구국의 영웅이라 불렸으나 모반 혐의를 뒤집어 쓰고 축출당했다. 현재 늑대족을 이끄는 왕.
기란 기노(ギラン・ギノー /Guillan Guinor)
17세. 늑대. 살인광, 정신연령은 초딩수준.
라스 보가드(ラス・ヴォガード /Rath Vogart)
18세. 늑대. 아를의 동생.
유리안(ユリアン /Julian)
27세. 고양이. 왕궁 공중 정원의 정원사이나 실은 실각해서 폐적된 1왕자로 메요요와 오제의 이복 형.
일본 아해들의 영문을 읽는 방식은 우리하고 좀 다르기 때문에 이름의 한글 표기는 가능한 게임 내 발음 위주로 했음. 그래도 혹시 궁금해 할 사람을 위해 일문과 영문을 같이 첨부했다.
이 게임의 히로인,피오나(디폴트 네임이라고 하는데 게임 내에서는 공란이라서 프로필 보고 알았다)
모든 종족에서 나타날 수 있다지만 주로 인간에게서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로베이라 종이라는 극소수 희귀종이다. 이 종의 특징은 오로지 병약하다는 점. 후에 로베이라 종의 피가 조디바에 걸린 늑대들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게 밝혀지는데 그걸 제외하면 인간과 딱히 다른 부분은 없다. 어쨌든 사소한 병에도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몸을 걱정한 가족들에 의해 탑에 유폐되어 바깥 세계를 동경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16세 생일이 되어 겨우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꿈을 꾸고 있지만 생일을 하루 앞두고 마녀 혐의가 걸려 성으로 잡혀 간다.
그 마녀 혐의는 실제로 백성들에게 만연해 있긴 했으나, 굳이 성으로 잡혀간 건 메요요와 오제의 농간이다.
메요요는 어떤 이유로 피오나에게 줄기차게 청혼하지만 그녀의 몸을 걱정한 아버지나 이복오빠인 넷소가 계속 거절하고 있었기 때문에 피오나를 성으로 데려오기 위해서 항간에 떠돌던 소문을 이용했던 것이다.
마녀 혐의를 풀기 위해 한동안 성에서 생활하게 된 피오나. 그러나 성이라고 해도 그동안 탑에서의 생활과 달라질 것도 없이 성 안의 외딴 공중정원에 갇힌 나날을 보내게 되고, 유저들은 과거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보게 된다.
메요요와 오제는 가발디 6세의 측실 엘레노아가 낳은 쌍둥이 왕자로, 그녀는 그다지 왕의 총애는 받지 못했던 것 같다. 덕분에 언제나 불안에 떨었고 자존감이 낮았다. 그걸 아들로 메우려 했으니 애초에 메요요와 오제의 정신 건강이 좋을 리는 없었을 터. 더군다나 이 쌍둥이 왕자는 측실의 아들임에도 능력이 출중했던 탓인지 정비의 끝없는 암살 시도에 시달린다.
사람의 행동에는 대체로 인과 관계 혹은 행동 원리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걸 기준으로 우리가 스토리나 시나리오라고 부르는 줄거리의 토대가 만들어지고 그 캐릭터에게 당위성을 부여하게 되는데, 이 정비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일을 벌였는지는 게임 내에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이미 제 1위 왕위 계승권자이며 국왕의 총애까지 받는 1왕자 유리안의 모후인 그녀가 왜 쌍둥이들을 암살하려고 했는지 그 확실한 이유는 모르겠다. 잘난 쌍둥이 왕자들한테 아들의 지위, 나아가 자신의 지위까지 빼앗길까봐? 장래 위협이 될지도 모를 싹은 미리 뽑아두고 싶었다던가? ──라는 상상으로 그 영역을 대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결과적으로 이 왕국의 모든 악의 근원(=메요요와 오제)의 토대를 다진 건 바로 이 여자가 되었다.
어쨌든 아버지는 돌아봐주지 않고 어머니는 자기들만을 의지하는, 믿을 건 서로밖에 없었던 오갈데 없는 쌍둥이 왕자들의 과거는 보는 이들의 동정을 이끌어내기 충분하다(미친 짓의 강약 조절 및 방향만 좀 달랐어도 지금보다 훨씬 인기있었을 텐데).
그러던 어느날 정신이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엘레노아는 아들들에게 게임을 제안하는데, 그 게임이 무려아들들의 손으로 죽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형제 둘이서 있는 힘껏 잡아당긴 로프의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던 건 다름아닌 어머니의 시체. 메요요와 오제의 광기가 싹을 틔운 순간이다. 그들에게 이제 이 왕성에서의 삶은 지면 목이 매달리는 게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들의 복수를 위해서 모종의 계획을 실행한다. 정비가 쌍둥이 왕자들(특히 메요요 쪽이었던 듯)의 암살을 기도하고 있다는 건 왕궁 내의 공공연한 비밀. 그걸 역으로 이용해 이제껏 덮어두었던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내어 유리안의 왕위 계승권을 박탈시키고 정비를 암살한다. 그렇게 메요요는 제 1위의 왕위 계승권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정확하게는 메요요- 사실 과거 얘기를 보고 있으면 오제는 쩌리나 다름없다)또 하나의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메요요의 약혼녀였던엘비라가 아를에게 반해버렸던 것.그녀는 어차피 메요요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혼약 관계 해소를 요구하고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던 메요요는 차마 찌질하게 매달릴 수 없어서 쿨하게 보내준다. 하다못해 여기까지였으면 문제는 없었을텐데 이 놈의 시나리오는 꼬이고 또 꼬인다. 아를은 당시 웨블린에서 구국의 영웅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름난 기사에다 폐적된 유리안을 떠올리게 해서 귀족들 사이에서는 혹시나 차기 왕으로 선택되는 게 아닐까, 그야말로 뜬소문이 돌았던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가발디 6세가 제아무리 아를을 총애한들 늑대족인 그를 왕으로 지목할 리가 없는데 메요요에게는 그 헛소문이 제법 치명타였던 모양. 약혼녀를 빼앗긴데다 그에게 자릴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휩싸인 메요요의 아를을 향한 악의(라고 해도 열등감에 시달리는 걸로밖에 안 보인다만)는 커져만 간다.
상황은 뜻밖에도 메요요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흘러갔다. 아를이 병에 걸렸던 것이다. 이 병이 향후 웨블린을 휩쓸게 될 조디바다. 이 병은 타종족에게는 그저 막강한 치사율을 자랑하는 역병일 뿐이었으나 늑대들에게는 좀 달랐는데, 병을 달래기 위해 이성을 잃고 사람의 피를 탐하게 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정확하게는 사람의 피가 아니라 로베이라의 피지만 이 당시에는 그걸 알 리가 없다. 어쨌든 자신이 병에 걸려 점점 제정신을 잃어가는 걸 깨달은 아를은 돌이킬 수 없어지기 전에 엘비라에게서 떨어지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먹어도 좋다며 떨어지지 않는다. 이성을 잃은 아를이 엘비라를 덮친 직후, 아를을 감시하던 메요요가 들이닥친다. 메요요에게는 절호의 기회였을 것이다. 상처입은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메요요는 아를에게 칼을 휘두르나 엘비라가 아를의 앞을 막아서서 대신 칼을 맞고 죽는다.
정신이 나간 아를은 창문으로 탈출, 메요요는 그런 아를에게 모반 혐의를 씌워 축출하는데 그치지않고 때마침 창궐한 조디바를 늑대족의 탓으로 돌려 부왕의 배후에서 늑대말살령을 내리도록 부추긴 결과 웨블린은 현재의 상황에 이른다.
메요요가 마녀 소문을 이용해서까지 피오나에게 집착하는 건 엘비라와 사촌 간으로 그녀들이 닮았기 때문. 손에 넣지 못한 엘비라 대신 피오나를 얻어 자신의 트라우마를 달래는 걸로 보일 뿐, 눈을 씻고 봐도 여기에 애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메요요의 비정상적인 집착만이 느껴질 따름이다.
성에 갇힌 피오나를 만나기 위해 넷소가 제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메요요는 일축할 뿐으로, 전혀 만날 수 없는 나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들에게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잡혀온 늑대족의 소년 라스를 구하려고 아를이 왕성으로 침입하고 피오나는 우연히 그와 마주친다. 아를은 엘비라와 닮은 피오나를 이용해서 메요요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 그녀를 깨물어 이빨 자국을 남기는데 역시나 아를의 의도대로 메요요는 착란 증세를 보이고 피오나는 그대로 기절. 깨어나보니 왕궁의 어수선한 상황을 이용해 넷소와 쟈라가 성으로 잠입해서 피오나를 만나러 와 있었다. 더이상 그녀를 성에 둘 수 없다며 도망칠 것을 제안하는 넷소와 쟈라에게 유리안은 자신만이 아는 비밀통로가 있다며 그들을 안내했지만, 사실 그건 메요요와 오제의 함정이었다.
유리안은 폐적된 이후 줄곧 쌍둥이 왕자들에 고문을 받아 정신이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넷소는 왕국 제1의 기사였기에 그곳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고 그들은 최대한 왕궁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향한다.
그 도중 피오나에게 조디바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났고 쭉 그걸 연구하던 쟈라는 로베이라의 피가 늑대족의 조디바를 치유할 수 있을 거라는 가설을 알린다. 이대로 나라를 떠나기 전에 늑대족과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피오나의 의견에 그들은 늑대족의 본거지로 나아가 아를을 만나는 한편, 웨블린 왕성에서는 메요요가 국왕 가발디 6세를 살해, 왕으로 즉위한다.
여기까지가 공통 루트.
워낙 더럽게 길고 긴지라 요약해서 이 정도다.
어쨌든 아를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선택지가 뜬다.
여기가 각각의 루트로 빠지게 되는 분기점.
제일 먼저 ウェブリンを守りたい(웨블린을 지키고 싶어)를 선택하면 뜨는웰컴투미친놈소굴고양이 루트로 가자.
기껏 도망쳐 나와놓고 이 나라를 버릴 수 없다며 굳이 성으로 돌아가는 피오나와 거기에 따라가겠다는 유리안을 볼 수 있다.
넷소와 쟈라가 자는 사이 몰래 성으로 돌아가면 이미 죄인 취급이다.
이 루트에서 볼 수 있는 엔딩은 기본적으로메요요와오제다. 이 놈들은 누구를 골라도 상관없다.
무슨 소리냐고? 누구를 고르든 거지같다는 뜻이다. 난 얀데레를 싫어하지 않지만 여기 결코 데레는 없다.오로지 얀 뿐.
미친 놈들이 나와서 주구장창 갈구기만 하는 꿈도 희망도 없는 루트다.
에이 설마... 하는 당신, 이 루트를 다 끝내고 나면야이 썅갓소리가 나올 확률 99%.
등장 인물들이 전반적으로 정상이 아닌 이 게임에서도 특히나 정상이 아닌 쌍둥이 왕자.
어떤 루트를 타든 똥을 싸다가 중간에 끊은 듯한 찝찝함이 느껴진다.
얘네랑 얽히면 피오나는 필연적으로미치든가, 죽든가둘 중 하나다.
이 루트를 즐기는 사람은M이어야 한다.나는 S라서 그 굴욕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차라리 텍스트 시점이 이 미친 놈들이었으면 즐길 수라도 있었을텐데 빌어먹을 여주인공 시점이라 걔 심정만 닥치고 읽느라 오갈 데 없어진 내 분노를 풀어달라!! ──라는 건 농담이고 사실 수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이 게임은 어디까지나 15금이니까.
성으로 돌아간 피오나와 유리안은 조디바의 특효약을 개발해서 웨블린을 구하려면 늑대말살령을 중지해야 된다는 의견을 피력하지만 메요요와 오제는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좌시하며 그들을 비웃고 유리안은 오제의 손에 죽는다.
제 1위 왕위 계승권을 지닌 왕자에서 동생들에게 폐적, 유폐당해 고문당한 끝에 살해당하는 유리안. 이 삼형제 팔자는 하나같이 기구하다.
그 뒤 피오나는 성의 지하실로 끌려가서 고문을 받게 된다.
여성향 게임하면서 히로인이 히어로한테 고문당하는 건 처음 본다.야 신난다
근데 그 고문이랍시고 하는 짓거리가 고작,
채찍질에
찬물 붓기.
중세시대에 고문 방법이 얼마나 잔인하고 집요하며 악의에 가득 차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니 그걸 모르는 사람이 봐도 비웃을 수준;
이래서 어설픈 연령 제한은 안 된다니까.
앞에서 내가 이 루트는 M이 즐길 수 있다고 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농담이다.
고작 이까짓 거에 하악하악한다면 당신은 결코M이 아니다.좀 더 정진하도록
그치만 19금 내걸고 제대로 고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해도 이 바닥(여성향 게임계)에서는 안 먹히려나...(...)
어쨌든 메요요의 채찍질(결코 피부가 터지고 살점이 날아가 피가 철철 흘러넘치는 진짜 채찍이 아니라 장난감 수준)이나 오제의 찬물 붓기(...)및 정신 공격(이라고 쓰기도 민망한 비아냥. 이거에 무너지는 피오나는 그야말로 유리멘탈 갑이다)을 보고 있노라면 대체 이까짓 게 뭐가 대수라고 흥 코웃음 칠 일이지만...
철저히 피오나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만도 아니다.
어릴 때 탑에 유폐되어 아는 거라고는 단편적인 지식 뿐, 정립되지 않은 가치관을 지닌 순수 배양의 평범한 귀족 소녀가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은들 여기 굴하지 않는 게 오히려 더 비현실적이지 않은가.
그러나.이건 어디까지나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의 이야기고, 이 게임은 주로 10~20대 여성층이 타겟인 여성향 게임이다.
주인공에게 자신을 이입하는 게 일반적이며 물론 게임사 측에서도 그걸 노리고 있다(애초에 이름변환이 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적어도 유저의 취향에는 좀 맞추란 말이다. 주인공이 맞는 채찍이 얼마나 아프길래 쟤가 저렇게 망가지나(오제의 고문은 더 말할 가치도 못 느끼겠다), 라는 생각 이전에저 찌질한 년은 왜 저것도 못 참고 빌빌거리냐! 혹은 이 미친 공략 캐릭터 새끼가 왜 애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이렇게 되는 게 인지상정. 눈물 콧물 다 짜가면서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메요요님 이딴 거 연발하는 피오나년 보고 있으면 내 복장이 터질 거 같다. 차라리 피오나가 메요요한테 채찍질을 좀 하게 해줘! 쪼잔하기로는 밴댕이 소갈딱지 쌈싸먹을 메요요나 내츄럴본변태 같은 브라콤 오제한테 고작 이딴 짓 당하면서 하악거릴 유저가 얼마나 있을 거 같냐고! 유리안 트루 루트에서 포텐 좀 터뜨리겠답시고 만든 장치라면 좀 더 그럴 듯 하게 하라!
이런 스토리로 흘러가는데도 웨블린을 구하러 돌아오는 씬의 이름은 무려구국의 소녀(救国の少女)다. 개뿔...
── 주구장창 이 루트를 까고는 있지만 내가 메요요나 오제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캐릭터가 좀 아깝달까.
메요요는 에피소드 몇 개만 더 넣었어도 이런 등신 머저리 찌질이가 되지는 않았을 거다. 시작은 엘비라를 손에 넣지 못한데서 온 집착이라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연애 시뮬인 이상피오나 자체를 사랑하게 되는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터. 채찍과 당근이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가혹한 채찍질 뒤에는 뭔가 두근거릴만한 시츄에이션을 넣어줘야 하는데 여긴 오로지채찍채찍채찍채찍뿐이다. 유저들의 니드를 짚어내지 못하고 시나리오의 강약 및 방향을 조절하지 못한 게임사 측의 실패라고밖에 볼 수 없다.
오제의 경우엔 워낙 병적인 변태 브라콤에다가 미친 정도는 메요요를 웃도는 수준인데다 처음부터 메요요가 집착하는 피오나에게 좋은 인상 따위는 없다. 사람 뒤통수 때리는 게 취미로 오히려 너무 알기 쉬워서 차라리 상쾌할 정도다. 다만 이 녀석은 이 상태 그대로라면 그냥 연애 시뮬 공략 캐릭터의 자리는 반납해야 한다. 오제를 공략 캐릭터로 취급한다면 다수의 여성향 게임에서 배드 엔딩으로 빠지는 서브 캐릭터들도 죄다 공략 캐릭터로 쳐야 할 테니까. 메요요 루트가 시나리오를 추가해야 했다면 얘는 아예시나리오를 갈아 엎어야 한다.
엔딩이나 살펴보자.
메요요든 오제든 얘네 모든 엔딩에서 일단늑대족은 라스 제외 전원 사망, 넷소 사망, 쟈라는 생사불명이다.
메요요 굿엔딩, 척안의 흰 고양이 왕(隻眼の白猫王)
웨블린에서 늑대족의 씨를 말린 뒤 메요요는 조디바의 특효약을 발표, 이제까지의 광기가 거짓말처럼 나라의 통치에 성실하게 임한다. 피오나는 자신의 가족이 죽은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메요요의 아내가 되어 공중 정원에 갇혀 산다.
메요요 배드엔딩, 애타게 기다렸던 자유(待ち望んだ自由)
모든 가족이 다 죽어서 실의에 빠진 채 메요요를 향한 증오를 불태우는 피오나였으나 메요요 역시 상처로 목숨이 위태롭다. 그런 상황에서도 피오나 외에 다른 이들을 결코 가까이 하지 않으려는 메요요를 보며 자신을 필요로 해주는 건 메요요 뿐이라는 생각에 결혼을 결정하지만 결혼식 전에 메요요는 죽고 만다. 더 이상 자신을 필요로 해주는 사람이 현실에 없기에 그들이 있는 곳으로 자신이 가리라는 생각으로 자살하며 끝난다.
오제 굿엔딩, 알 수 없는 행복(知らない幸せ)
메요요가 광기에 휩싸여 피오나를 학대하는 강도가 나날이 거세지자 보다 못한 오제가 피오나를 치료해준다. 그걸 알게 된 메요요는 이제 적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에게서 피오나를 뺏어가려는 오제가 남았다며 칼을 뽑아들고 오제는 그런 메요요를 상대하다가 심장에 일격을 가해 메요요를 죽이기에 이른다. 그 뒤 왕이 된 오제는 피오나와 행복하게......
행복하게...? 설마 그럴 리가. 엔딩롤이 다 올라가고 나면 다수의 유저들의 뒤통수를 후려갈겼을
이 대사를 남기는데 여러모로 상상의 여지를 주는 엔딩이다. 어디까지가 오제의 진실이고 거짓인지 유저들은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오제는 결코 피오나를 좋아하지도, 둘은 행복하지도 않았을 거란 것뿐. 애초에 친형을 죽이고 손에 넣는 행복이라는 게 있긴 있을지.
오제 배드엔딩, 새로운 장난감을 줘서 고마워(新しい玩具をありがとう)
모든 사건이 끝나자 증오의 대상을 잃은 메요요는 나날이 텅빈 껍질처럼 변해가고 오제는 그런 메요요를 죽인다. 피오나는 메요요에게서 오제의 손으로 넘어가고 임신을 해서 아이를 낳게 되지만 아빠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는 상황. 애초에 그들은 쌍둥이니까 유전 형질 상 누가 아빠든 차이는 없겠지만. 여튼 그렇게 사나 싶었더니 오제는 형을 대신할 아이를 낳아줬으니 이제 너한테 볼 일은 없다고, 이제서야 간신히 너를 좋아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을 남기며 피오나를 죽인다.
어느 엔딩을 봐도 다른 게임에서 배드 엔딩으로 취급할 수 밖에 없는 내용이다. 특히나 오제. 내가 왜 얘를 공략 캐릭터 취급을 안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캐릭터가 아깝다. 다듬으면 쓸만해질 캐릭터들을 겨우 이렇게밖에 못 써먹다니.내가 캐릭터 개별 시나리오를 써도 이거보단 잘 쓰겠네
어쨌든 이것들을 다 보면 쌍둥이 엔딩 루트가 열린다.
쌍둥이 루트 굿엔딩, 아름다운 악몽(美しい悪夢)
메요요 굿엔딩에서 몇년 더 지나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은 엔딩이다. 현실을 외면한 채 메요요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둘 낳고 자신은 행복하다며 웃는 피오나. 쌍둥이 엔딩이라길래 쓰리썸을 기대했는데 제길
쌍둥이 루트 배드엔딩, 벌을(罰を、)
죄다 죽었으니 자신도 벌을 받아야 된다는 생각에 빠진 피오나는 어느덧 쌍둥이의 고문을 행복해하는 M녀가 되었다... -_-;
어느 엔딩이나 참을 수 없는 막장의 스멜을 풍기는 메요요와 오제 루트는 이걸로 끝이다.
두번째는 家族と平穏に暮らしたい(가족과 평온하게 살고 싶어)로 열리는 가족 루트다.
선택지에서는 세번째에 있지만 나는 고양이 > 가족 > 늑대순으로 했기 때문에 여기 먼저 간다.
가족과 평화롭게 살길 원하며 늑대족의 본거지를 떠나려는 피오나에게 라스는 조디바를 극복해낸 자신과 아를, 기란의 피를 건네주며 네가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그들을 전송한다.
이 CG가 맞던가.
어쨌거나 기특한 라스. 귀여워>_< psp판에서는 주역처럼 보이던데 여기서는 비중이 흐리고 또 흐려서 안타깝드아...
국경을 넘어 웨블린을 빠져 나가려는 그들의 마지막 길에 국왕국의 추격이 이어지고 엔딩으로 이어진다.
공통 루트를 제외하면 각 루트의 내용은정말 단 몇 줄로 정리될 만큼무시무시하게 짧다.
늑대 본거지에서 나와서 국경까지 가는 동안 벌어지는 선택지는 꼴랑 세개.
마지막은 엔딩 결정용이고, 캐릭터별 이벤트는 두 개씩 밖에 안 된다(-_-);
그래도 그나마 이 쪽은 정신나간 쌍둥이 왕자들처럼 두근거림이라고는 눈을 씻어도 찾아볼 수 없는 루트와 좀 다르게 캐릭터별 애정을코딱지만큼은 느낄 수 있다. 어쨌거나 피오나가 학대당하는 곳은 성뿐이다. 이 게임을 미리 한 사람들이 그 놈들을 먼저 하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초반에 막장 빠짝 느끼고 뒤에 사랑스러운(지 아닌 지는 둘째치고 적어도 메요요나 오제보다는 확실히 애정을 느낄 수 있으니까)애들로 치유받으며 게임을 마무리하라는 훈훈한 배려가 아닐 수 없다.
어쨌거나 그 두 개 밖에 안 되는 개별씬도 차∼∼∼암으로 보잘 것 없다.
그냥 강 건널 때 누구랑 건널 건지, 추워서 잠을 못 자는 애를 누가 재워주는지 정도라서.
같은 상황에 캐릭터와 반응만 약간 달라질 뿐이다. 이런데도 개별 루트가 있다고 말할 수 있냐고.
그 보잘 것 없는 이벤트는 차치하고, 여기서 볼 수 있는 엔딩은 기본적으로넷소와쟈라다.
쌍둥이를 끝내고 오면 유리안 루트도 열리긴 한다만 이 리뷰에서 유리안은 제일 마지막으로 미룬다.
넷소는 피오나의 이복 오빠로, 애초에 기사단에 들어간 것도 여동생을 위해서고, 여동생과 떨어질 거라면 차라리 가둬두고 싶다는 일념에 아버지에게 탑을 세워 거기 유폐하자고 말할 정도로병적인 시스콤이다. 이복이라도 남매는 남매기에 근친상간이 아니냐는 말을 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이 게임의 세계관에서는 이복 남매의 혼인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현실에도 과거에 귀족들이 피와 그에 따른 권력 및 재산을 지키기 위해 혈족 혼인을 한 전례는 얼마든지 널렸다. 덕분에 유럽의 몇몇 왕가에서는 고질적인 유전병까지 있었을 정도니까. 근친혼으로 유명한 고대 이집트의 사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어릴 때부터 피오나만 바라본 지고지순한 이 오라버니와의 엔딩을 보자. 이벤트는 내 취향이 아니라서 생략.
넷소 굿엔딩, 탑을 쌓다(塔を築く)
절벽길을 건너다가 국왕군에게 추격을 받아 둘은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피오나를 감싸느라 토사에 파묻힌 넷소를 구해내서 국경을 넘어가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스토리. 그냥 잘 먹고 잘 산 건 아니고 여동생을 향한 광적인 집착을 드러내는(하늘까지 닿는 탑을 쌓아서 또 피오나를 유폐하려 함)넷소를 볼 수 있으나 쌍둥이 보고 오면 얘는 간에 기별도 안 간다.
넷소 배드엔딩, 대답을(返事を)
절벽에서 떨어지는 부분까지 동일. 여기서는 구하러 오는 사람들이 늦어서 넷소는 그대로 사망.
쟈라는 이 게임에서 몇 안 되는 정상인(사실 쌍둥이가 워낙 괴악하고 끝판 대장이라 나머지 애들 다 정상으로 보일 정도지만)이며 전쟁 고아로 괴로운 유년기를 보냈다는 걸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밝은 성격이다. 개인적으로 아라로스의 커티스를 아끼다보니 성우인 이시다 아키라의 성우 보정력을 기대했건만 이 캐릭터는 너무 무난하기만 해서 재미가 없다. 차라리 메요요의 채찍을 맞자
역시 이 분은 그냥 커티스 역할일 때가 제일 매력적이다. 걔도 만만치 않게 사람 많이 죽이고 비뚤어졌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여자애 팔이나 뚝뚝 빼고 상처를 손톱으로 파헤치는 S인데다 평소에 극단적으로 주위에 무관심한만큼 한 번 노리면 그 집착이 장난이 아니지만 적어도 히로인인 아이린을 향한 사랑을 유저들이 느낄 수 있었기에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여자들이 마냥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혹은 그럴 여지가 보이는)나쁜 남자를 좋아한다는 걸 명심하자. 남한테는 살인자든 미친놈이든 간에 나한테는 따뜻한 그 갭에 넘어가는 것이다! 근저에 애정이 깔려있지 않으면나쁜 남자가 아니라 그냥나쁜 놈일 뿐(게임이니만큼 외모는 깔고 들어간다고 치고. 외모가 안 받쳐줘도 나쁜 남자가 아니라 나쁜 놈이다;). 어쨌거나 여기서 중요한 건 그걸'유저들이 느낄 수 있어야 한다'라는 점이다. 히어로들이 히로인을 미친듯이 사랑한다고 '설정'만 해놓을 게 아니라 유저들한테 와 닿아야 빛을 발하는 거다. 설정이나 텍스트 몇 줄로 얼버무리려 하지 말고 그런 시츄에이션이 담긴 이벤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 이 게임은 대부분의 루트에서 간과하고 있다.
쟈라 설명하다가 잠깐 딴 길로 샜는데(...) 어쨌든 얘 역할은 그냥 이 게임을 하는 사람 중에 정신적으로 좀 약한 사람이 멘탈 붕괴의 조짐을 보이면 한숨 돌리고 가라는 느낌. 딱히 감흥도 매력도 없다. 아가씨와 집사 설정을 쌍수들고 반기는 사람은 즐길지도 모르지만 내게 넌 so so.
다만 이 CG는 전 CG 통틀어서 손 꼽을 정도로 귀엽긴 했음.
쟈라 굿엔딩, 특효약(特効薬)
국왕군에게 쫓겨 절벽을 건너는 부분은 이 루트의 모든 캐릭터 공통이다. 다만 넷소는 절벽에서 떨어진다면 쟈라의 경우는 애들이 쏘는 화살을 대신 맞아준다는 차이가 있다. 화살을 등짝에 한 발 맞긴 했으나 국경을 넘는데 성공하고 이웃 나라로 망명해서 살다가 쟈라가 조디바 특효약을 개발하고 그걸 마시면서 끝난다.
쟈라 베드엔딩, 당신이 지켜준 미래(あなたの守った未来)
등짝에 화살을 맞은 부분까진 같으나 굿엔딩에서는 그냥 화살이 배드엔딩으로 오면 독화살로 둔갑, 쟈라는 그대로 죽는다. 살아남은 피오나는 이웃 나라로 건너가지만 자신이 조디바의 보균자일지도 모른다며 외딴 집에 혼자 사는 생활을 선택한다.
전반적으로 너무 심심해서 게임 한 지 얼마 안 된 지금이나 기억하지, 좀 지나면 다 까먹을 게 분명한 루트다.
이번에는 狼種とともに生きたい(늑대족과 함께 살고 싶어)로 가보자.
공략 대상은아를, 라스, 기란이다.
아를은 피오나를 인정하고 친족으로 받아들인다. 피오나는 자신의 피로 이들의 조디바를 치유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평온한 나날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이 쌈싸먹을 쌍둥이 왕자놈들이 늑대족의 말살을 위해 쳐들어 온 것이다. 아를은 피오나가 있으면 방해밖에 안 된다며 도망칠 것을 종용, 그녀에게 박해받으며 역사를 날조당한 늑대족의 올바른 진실을 퍼뜨려 달라고 부탁한다.
모든 걸 차치하고 이 루트만 딱 놓고 볼 땐 평범하지만, 다른 루트랑 비교하면 여긴 이 게임의빛과소금이다.
역시 세상이란 상대적인 법. 사랑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안 느껴져서 내가 지금 연애 시뮬을 하는지, 학대당해서 미치거나 죽는 주인공을 보려고 게임을 하는지 모를 괴악한 고양이 루트나, 너무 심심해서 하품이 나올 정도인 가족 루트에 비하면 눈이 부시다.
이들의 친족으로 받아들여져 서로 호칭을 정할 때의 밝은 분위기는 배드엔딩 쓰나미나 전반적으로 음울한 게임 분위기에 지친 유저들에게 한 줄기의 빛이 되었음을 의심치 않으며, 조디바에 시달리는 늑대들에게 피를 줄 때 라스나 기란을 선택하면 볼 수 있는 이벤트는 15금인데도 변변찮은 애정씬 하나 제대로 없는 이 게임에서 그나마 두근거릴만한 거리를 제공했다.
아를 루트.
이 게임의 시나리오에서 가장 큰 축은 서로를 적대시하는 고양이족과 늑대족, 더 범위를 좁히면 각 종족의 구심점인 메요요와 아를이다.
그럼에도 아를 루트는 워낙 짧아서뭐가 지나갔냐 싶을 정도.
메요요가 엘비라와 닮았다는 이유로 피오나에게 집착하는 것과 쌍벽을 이루듯이 아를이 피오나에게 가진 관심도 처음은 엘비라와 닮았기 때문이다. 광기어린 집착만 보여주는 메요요에 비하면 아를이 피오나를 대하는 태도는 좀 나은 편이지만, 여기도 니네 대체 플레이어가 안 보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가까워졌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
분위기는 그럴싸하지만 아를이 엘비라가 아닌 피오나를 사랑하게 된 이유를 당최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더 심한 건 피오나가 아를을 사랑하게 된 이유도 모르겠다는 점이다.
피오나의 감정선을 생각해보자면, 메요요 루트는 자신에게 도를 넘은 집착을 보여준 메요요한테 결국 끌려간 거고, 오제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 형제 루트는 스톡홀름 신드롬과 많이 닮아 있다. 신변의 안전을 위해 가해자에게 동조하는 인간의 심리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느낌.
넷소와 쟈라는 애초에 피오나한테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피오나가 그들을 남자로 인식하는 순간이 이뤄지는 순간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넷소를 이성으로 의식하는 피오나는 볼 수 있으나 쟈라 루트에서는 게임 진행 중에는 그저 옆에 계속 있어준 편한 상대였는데 엔딩으로 흘러가니 쥐도 새도 모르게 연애 대상이라 읭??
아를도 바로 쟈라랑 같은 느낌이었다.
니네 언제 사랑에 빠졌냐고 쓰는 것도 이제 손 아프다. 그냥 얘네가 사랑에 빠지는덴 이유가 없나보다.
엔딩이나 보자...
아를 굿엔딩, 늑대족의 미래(狼族の未来)
피오나는 싸울 수 없는 늑대들과 도망치지만 이미 포위당했다는 걸 알게 되어 아를의 곁으로 되돌아 온다. 늑대족은 메요요와 오제의 총공격에 종말을 눈 앞에 둔 절체절명의 상황. 이 루트에서 기란은 이미 아를을 감싸고 죽은 뒤라 내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어쨌든 죽음을 각오한 아를 앞에 피오나가 모습을 드러내자 과거의 모습을 떠올린 메요요는 광란에 빠져 앞으로 뛰쳐 나오고 마지막 힘을 짜낸 아를에게 살해당한다. 메요요와 오제를 쓰러뜨린 뒤 아를과의 사이에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잘 사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를 배드엔딩, 벗어날 수 없는 악의(逃れられぬ悪意)
이 CG는 굿엔딩 루트에서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은 아를의 앞에 피오나가 모습을 나타내는 장면이다.
굳이 이걸 넣은 이유는 아를 배드엔딩 CG가 없기 때문이다(-_-). 아를이 이 게임에서 비중이 얼마나 약한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
어쨌든 도망친 일행은 무사히 도망쳐 깊은 숲 속에 살며 아를을 기다리지만 피오나를 수상하게 여긴 마을 사람의 신고로 찾아온 오제의 손에 죽는다. 물론 아를 라스 기란은 전원 죽은 뒤.
라스는 끝없이 이어지는 불행으로 절망에 빠져 무감각해진 캐릭터로, 삶의 의미를 갖고 싶어하며 애쓰는 피오나에게 흥미를 갖는 것까진 알겠는데 그게 어디부터 사랑으로 이어지는지는 역시 모르겠다. 근데도 뜬금없이 마지막 엔딩 선택지에서 얘를 고르면 다 끝나고 데리러 가겠다는 말을 한단 말이지. 어쨌거나 늑대 루트에서 피오나는 기본적으로 도망치므로 공략 캐릭터들이 다 데리러 가겠다고 한다.
라스 루트를 탔을 때 피오나는 자기가 라스한테 한 눈에 반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고 스스로 나서서 라스를 돕고 싶어하는 등 호의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라스가 거기에 별로 반응을 안 보여줘서 혼자 새된 기분일 뿐-_-; 라스도 피오나에게 호감을 가진 건 분명해 보인다. 가족 루트에서도 넌 살았으면 좋겠다며 피를 제공하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어디서부터 사랑이 되었는지 인과 관계가 불분명할 뿐.
조디바에 침식되어 빛을 잃은 한쪽 눈을 되찾아 주고 싶었던 피오나가 피를 제공하고 그 피에 이성을 잃은 라스가 덮치는 부분.
여기까지는 참 좋았는데. 그 뒤로 이벤트 좀 몇 개 더 넣어줄 순 없었던 거니...
이 게임을 하면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바로 개별 이벤트가 부족해!! 일 것이다.
나도 지금 리뷰 쓰면서 이 말을 몇 번 적었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결전의 시간이 흐른 뒤 라스의 엔딩은 다음과 같다.
라스 굿엔딩, 먼 곳으로(遠くへ)
싸울 수 없는 늑대 무리들과 도망쳤지만 국왕군의 포위에서 달아날 길 없는 상황. 갑자기 피오나의 손을 끌어당긴 건 다름 아닌 라스로, 같이 도망쳤으나 국왕군의 추격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그대로 그들의 손에 잡히느니 차라리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길을 선택하고 무사히 살아남은 피오나와 라스는 늑대족의 올바른 역사를 알리기 위해 미래를 향한 걸음을 내딛는다.
라스 배드엔딩, 황금빛 꿈(黄金の夢)
아를 배드엔딩과 마찬가지로 무사히 도망쳐서 살아남은 늑대족의 마을을 만들어 살아가지만 무리의 조디바는 피오나의 피로 치료되었으나 정작 본인이 조디바에 걸려서 죽어가는 상황. 열에 들떠서 라스가 자신을 데리러 오는 황금빛 환상을 보며 죽는다.
기란은 아를과 라스를 클리어해야 루트가 쨘 열린다.
첫 등장이 워낙 광기어린 살인마였는지라 또 미친놈 발작하는 거 보겠구나 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넌 레알이었어☆
일인칭은 이 몸(俺様). 호칭 이벤트에서 기란 님이라고 부르래서 피오나가 진짜로 기란님이라 부르고 호칭에 맞춰 존댓말까지 썼더니 오히려 자신이 쑥쓰러워하는, 광기와 귀여움의 갭에서 바로 모에가 탄생한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훌륭한 견본.
미친 모습을 한 번 보여주면 다음에는 다른 면모를 보여줘야 캐릭터가 산다는 걸 잊지 말자.
약간의 소금이 설탕의 단 맛을 부각시켜 주는 것처럼. 메요요랑 오제는 그냥 소금소금소금소금....
얘는 자기 루트가 아니면 사망률이 99%에 이른다. 고양이 루트에서는 메요요와 오제의 함정에서 라스를 도망치게 하느라 그렇잖아도 죽어가는 와중에 칼에 꿰뚫리면서까지 라스의 모습을 숨겨주며, 아를 루트에서는 아를 대신 방패가 되서 죽는다. 죽이기 싫으면 공략해주자ㅜㅜ
라스에게 피오나가 스스로 피를 제공했다면, 기란의 경우는 본인이 덮쳐서 강제로 피를 탐하는데 그때 맛이 가서 생긴 독점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습도 귀여웠다. 내가 츤데레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그다지 없었지만(유일하게 총애한 츤데레 오레사마 캐릭터는 삼국연전기의중모♡)기란도 나쁘지 않았다. 정말정말 짧은 개별 이벤트 중에서 제일 빛을 발했던 게 기란인지라.
도망치기 전에 보는 마지막 이벤트에서 찾아와 마킹이라며 깨무는 CG. 덧붙여 자신의 냄새를 옮겨두겠다며 계속 껴안고 있는다.
그래, 넌 어떻게 해야 아녀자들이 선덕거리는 줄 아는구나ㅠ ㅠ 바로 이런 시츄에이션을 원하는 거라고! 게임사는 각성하라!!
기란의 엔딩들을 보자.
처음부터 공략할 수는 없는 숨겨진 캐릭답게 엔딩은 총 세가지다.
기란 굿엔딩, 여행을 떠나다(旅立ち)
늑대 무리와 함께 도망쳐서 살던 와중, 한참 뒤에야 기란이 찾아와서 아를은 메요요와 함께 죽었고 라스는 살아남아서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사건의 전말을 전해준 뒤 피오나를 들쳐메고 더 많은 세상을 보자고 길을 떠난다. 아직 세계가 좁은 기란(얘가 공략 캐릭터 모두를 통틀어서 가장 어림)에게 더 많은 세계를 보여주고 싶은 아를의 유언이라는 듯. 旅立ち는 여행을 떠난다는 뜻도 있지만 현재 자신이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향한다는 뜻도 있다.
기란 배드엔딩, 함께 꾸는 꿈(一緒に見る夢)
도망치던 도중에 강을 발견해서 잠시 쉬고 있던 피오나에게 피투성이가 된 기란이 찾아온다. 국왕군에 맞서 싸우던 늑대족들은 이미 절멸 상황이며 기란 역시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었다. 그런 기란은 어차피 죽을 목숨, 자기가 죽고나서 피오나가 다른 놈 손에 넘어갈 바에야 데려가겠노라 피오나의 목을 물어 뜯고 같이 눈을 감는다. 끝까지 자신의 독점욕을 관철하는 기란이 귀여워서 이 엔딩은 나의 완소 엔딩.
좋아하는 건 철저하게 좋아하는 나답게 여기도 엔딩의 전체 내용을 번역해 둔다.
아읔 그나저나DMMd부터 왜 자꾸 이런 엔딩만 눈에 밟히는 건지 모르겠다. 나 요즘 어디 아픈가(...)
[#M_기란 배드 엔딩 : 함께 꾸는 꿈|접기|
여어.
기란…… !? 그 상처…… !!
방금 전 헤어진 직후였을 터인 기란이었다. 그것도 전신이 붉게 물들만큼 상처를 입고 있다. 흔들, 흔들. 다리를 질질 끌면서 기란이 내 앞으로 걸어온다.
기란, 무슨 일이야…… !? 이, 상처…… ! 다들 무사한 거야…… !?
아ㅡ…… . 뭐랄까, 엄청 쪽팔리지만 말이지. 우리들, 진짜 완패했다는 느낌.
그런…… . 아를이나 라스는…… ?
…… 죽어버린 거 아니겠어?
그럴 수가…… .
그렇게 숫자가 많은 군대에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는데. 빌어먹을…… .
분하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다가오는 기란의 몸을 끌어 안았다. 내 옷까지 그의 피가 스며들었지만…… . 지금 그런 걸 신경쓰고 있을 때가 아니다.
기란…… , 정신차려. 저기, 기란…… !!
언젠가처럼 무릎 위에 그의 상반신을 올려두는 것처럼 안아 일으킨다.
기란…… ! 지금, 누군가 부를게…… ! 내 짐 안에 약이 있어…… ! 쟈라의 약은 잘 들으니까…… !
조디바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나, 감기약 등에 섞여서 자상이나 찰과상 같은 상처를 위한 약도 들어있었을 것이다. 나는 누군가를 부르기 위해 고개를 들어 입을 열려고…… .
…… 읏!?
비명은 소리로 나오지 않았다. 튕겨 오르듯이 몸을 일으킨 기란이 내 목을 물어뜯은 것이다. 타오르는 듯한 아픔과 동시에 새빨간 피가 흩날린다.
기…… , 란, 어…… , 째, 서…… .
목을 물려 찢겨진 탓인지, 말은 소리로 나오지 않는다. 바람이 빠지는 것처럼 어딘가로 공기가 새어나가 버리는 것 같다.
벌떡 일어났던 게 마지막 힘이었는지, 다시 내 무릎 위로 몸을 축 떨군 기란 위에 나는 풀썩 엎어졌다. 아주 가까운 거리, 입술이 스칠 것 같은 거리에 기란은 피로 더러워진 얼굴로 기쁘다는 듯이 웃었다.
넌, 이 몸 전용이라고 말했었지. 다른 누군가의 것이 되버릴 거라면…… . 이 몸이, 함께 데려가 주자고 생각해서 말이야.
…… 읏 …… .
( …… 아아 )
그러고보니, 라고 떠올린다. 기란은 이렇게 보여도 어리광쟁이인 것이다. 끈적끈적 들러붙고 싶어하며 독점욕이 강하다. 마치 떼를 쓰는 어린아이처럼.
………… .
잠긴 한숨 아래로 작게 웃는다. 내 목에서 흘러넘친 선혈과 기란이 전신에 입은 상처에서 흘러내린 붉은색이 섞여서 하나가 된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체온도 고요하게 녹아서 하나가 되어 간다.
…… 아─ . 화났어?
………… .
( 화나지, 않았어 )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어쩐지 손 발이 차가워졌다. 졸려온다.
…… 그래. 네가 화내면…… 싫더라─ .
………… .
내가 화내면, 왜 그런 걸까. 그걸 물어보고 싶었지만…… . 이를 어쩌면 좋을까, 눈이 감겨온다.
마지막으로, 칭찬해…… 주면 안 될까? 여기까지…… 돌아온 거라고…… . 널…… , 만나러…… .
우리는 둘이서 겹쳐지는 것처럼 눈을 감았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늑대와 함께 꾸는 꿈은 대체 어떤 꿈일까.
- END -
기란 트루엔딩, 긍지를 계승하는 것(誇りを継ぐもの)
기란은 도망친 피오나와 늑대 무리들의 앞에 죽은 아를의 팔을 가지고 돌아와 그걸 뜯어 먹고 자신이 그 뒤를 잇겠노라 선언한다. 새로운 검은 늑대 전설의 시작이라던가 어쨌다던가. 트루 엔딩이라길래 기대 했는데 너무 짧고 별 거 없어서 눈물이 앞을 가림.
참, 루트 선택을 할 때 호감도를 무시하고 선택하면 이 세 루트 모두에 속하지 않는 배드 엔딩이 뜬다.
예를 들어서 늑대족 애들 호감도가 없는데 늑대족이랑 같이 살겠다고 하면 아를이 받아주지 않고,
고양이 호감도가 없을 때 웨블린을 지키고 싶다고 하면 유리안 대신 넷소가 등장해서 못 가게 막는 식으로.
이 경우 국경을 건너가기 전에 유리안, 넷소, 쟈라는 죽고 피오나는 성으로 잡혀간다.
이 엔딩의 이름은여로의 최후(旅路の終わり)다.
자, 이제 남은 캐릭터는유리안이다.
이 남자를 마지막으로 넣은 이유는 개인적으로 진히어로라고 생각하기 때문.
자세한 사항은 리뷰에서 차근차근 설명하도록 한다.
유리안은 이 왕국의 진정한 왕위 계승권자였으나 음모에 빠져 실각, 대외적으로는 병사했다고 알려져 있고 이미 10년도 더 전의 이야기기 때문에 그가 전 왕자였다는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 하다. 현재는 표면상 정원사로 있으나 실은 메요요와 오제의 장난감이나 다름없다.
애초에 유리안에게는 메요요와 오제를 미워하거나 시기하는 마음이 없었지만엄마 잘못 만나서 망한 케이스.
메요요랑 오제도 다른 의미로 엄마 잘못 만나서 X된 케이스니 삼형제 다 부모복이 없다. 엄마 때문에 망했는데 왜 부모복이냐고? 그야 아빠도 잘못 만났으니까. 이들의 아버지인 가발디 6세는 아버지로서나 왕으로서나 무능했기 때문이다. 총애하던 아들 유리안을 아무리 폐적시켰다고 해도 최소한 메요요랑 오제의 손에 농락당하지는 않게 지켰어야 했다. 메요요와 오제를 사랑하지 않아서 애들 다 망쳐놓고 말년엔 병으로 왕권까지 빼앗긴데다 아들 손에 살해당했으니 그 얼마나 못난 부친인가. 뭐, 왕가의 골육상쟁이야 게임보다 더 잔혹한 현실도 존재하지만.
이 둘은 게임 플레이 내내 제일 긴 시간을 함께하는 만큼 비교적 감정선을 알기가 쉽다. 피오나가 유리안의 과거를 알게 되고 공중 정원에 유폐되어 밖으로 나가지 못 한다는 공통점에 동지애를 느끼는 등, 초반부터 호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건 비단 유리안 루트를 타서 그런 게 아니라 공통 루트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러나 유리안은 10 여년에 걸친 고문으로 이미 제정신을 잃고 망가졌으며 평소에는 평범을 가장하고 있으나 악의를 드러내는 오제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미쳐서 노예근성을 드러내는 히어로라니, 여러모로 여성향 게임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다. 이 게임은 그런 애들 투성이지만. 그런 점에서는 캐릭터가 참신하다고 해야하나. 좀 부정적인 방향이라는 게 문제라서 그렇지.
무능하고 줏대없는 사람은 게임 현실 가릴 거 없이 관심없는 나지만 유리안은 묘하게 정이 간다.
굳이 말하자면 무능한 것보다 할 의욕이 없는 사람이 싫은 것뿐이니까 한심하고 못나빠졌어도 어떻게든 열심히 헤쳐나가려는(성공여부는 차치하고)유리안은 어쩐지 응원하고 싶은 것이다.
유리안 루트는 굿, 배드엔딩은 가족과 도망쳐서 사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가족 루트,
트루 엔딩은 웨블린을 지키기 위해 성으로 돌아가는 고양이 루트다.
가족 루트를 타면 볼 수 있는 유리안의 이벤트들은 연애를 시작하는 모습을 제일 그럴싸하게 그려냈다.
위 CG는 강을 건널 때 힘조절에 실패한 피오나에게 떠밀려 넘어지면서 첫키스를 하는 장면.
이건 추워서 잠 못자다가 같이 잠드는 장면. 이 루트에 유리안 없으면 나 심심해서 어쩔 뻔 했니.
──라고는 해도 달달함은 느끼기 힘들다. 기대하지 말자 ㄱ-
어쨌거나 기란과 마찬가지로 같은 종족의 다른 캐릭을 먼저 해야 봉인이 풀리는 캐릭터답게 엔딩은 세 개다.
유리안 굿엔딩, 주박에서 벗어나(呪縛から逃れて)
무사히 국경을 넘어 도망쳐서 이웃 나라에 정착한 피오나 일행. 다들 제각각 일을 찾아 활동하지만 유폐당했던 귀족 영애와 전 왕자님이 당장 직업을 가지는 건 무리다. 고로 지금 둘 다 백수. 그러나 유리안은 그런 한심한 자신이지만 노력해서 피오나를 부양할 수 있게 되고 싶다며 다짐한다.
유리안 배드엔딩, 유리구슬(ガラスのビー玉)
절벽을 건너는 도중 쫓아온 오제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피오나를 끌고가려다가 피오나가 밀치는 바람에 절벽 밑으로 떨어져서 사망. 스샷을 누르면 차분한 목소리로 고마워요(ありがとう), 안녕히(さよなら)라며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제정신으로 돌아온 모습이 안타깝다. 난 피오나가 왜 같이 안 뛰어내리냐고 짜증냈지만. 밀지 말고 같이 뛰어내리면 훨씬 그럴싸하지 않나? 차라리 처음부터 껴안고 떨어지던지.
유리안 트루엔딩, 행복한 결말(幸せな結末)
드디어 유리안에게 설욕의 시간이 왔다. 이 루트를 열고 성으로 돌아가면 유리안이 오제의 칼에 찔려 죽기 전에 막을 수 있다. 그 뒤에 유리안과 피오나는 지하 고문실로 끌려가지만 고문을 당하는 건 피오나 뿐이다. 당해 보고서야 유리안이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게 된 피오나. 계속되는 고문에 희망도 없이 무너져 가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유리안 루트. 고문만 당하다 끝날 리는 없다.
쌍둥이 왕자는 유리안을 자신들의 손바닥 위에 있는 인형이라고 여겼을 뿐, 자아를 가지고 행동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나 유리안은 그들 몰래 모든 진실을 밝히고 귀족들과 손을 잡는다. 귀족 입장에서야 강력한 왕을 반길 리가 없으니 애초에 메요요는 귀족들에게 적합한 왕이 아니었다. 거기다 그들의 만행까지 밝혀진 지금 유리안한테 붙을 수 밖에. 그렇게 유리안은 메요요와 오제를 축출한 뒤 정당한 왕위 계승권자로 즉위한다. 당연히 늑대족들과 전면전도 없고 망명한 피오나의 가족들도 웨블린으로 돌아오는 등, 두루두루 원만하게 끝을 맺는다.
메요요와 오제는 죽이지 않은 채 일찌기 유리안 본인과 마찬가지로 유폐.
피오나는 유리안의 소매에 묻은 핏자국, 중간에 모습을 감추는 시간, 폐쇄되었음이 분명한 지하 고문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위화감을 느끼지만 못본 척 눈을 돌리며 게임은 막을 내린다. 화면이 페이드 아웃될 때 유리안의 음험한 웃음 소리를 들을 수 있다(역시 형제는 형제였다).
전 엔딩을 통틀어서아무도 죽지 않은 유일한 엔딩이며 모든 사건의 뒷처리가 비교적 가장 원만하게 해결된다.
시나리오 자체가 이 엔딩을 염두에 두고 진행했을 때 가장 자연스럽기도 하고(그만큼 좀 뻔하기도 하지만), 유리안은 배드엔딩 CG를 제외하면 전부 피오나와 같이 있는데다 그 숫자도 공략 캐릭터 중 가장 많은 수를 자랑한다.
이게 내가 유리안을 진히어로라고, 유리안 트루엔딩이 본 게임의 진엔딩이라고 꼽는 이유다.
이렇게 모든 엔딩을 다 보고 제일 의아했던 점은.
애초에 피오나 입장에서 본 사건의 발단은 그녀의 몸이 약해서 메요요의 청혼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근데 어째서 라스 배드엔딩을 제외하면 애가 병 한번 안 걸리고 멀쩡한 거지?(다른 사망 엔딩은 살해 또는 자살)
메요요와 오제의 쌍둥이 배드엔딩 루트에서는 지하실에서 계속 고문을 당하는데 거기 위생 환경이 좋을 리가 없지 않은가.
늑대 엔딩에서는 숲에서 살기도 하고,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저택에서 사는 것도 병 걸릴까봐 탑에 유폐했던 애가 이렇게 팔팔하다니(;)
여러모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 밖에 오마케 페이지에서는 캐릭터들을 클리어 하면 추가 보이스를 듣거나 그루밍을 할 수 있다.
그루밍... 역시 동물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다움.
오제의 그루밍 장면이다. 왼쪽에 보이는 바는 중간부터 시작하며 건드리는 곳에 따라서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한다.
화면에 보이는 것처럼 맥스치에 달하면
이런 식의 서비스씬을 보여준다.
성우들 연기에 왜 내가 손발이 오글거리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쫌 재밌다. 앜ㅋㅋㅋㅋㅋㅋ
추가 보이스는 이렇게 성우들이 각자 자신의 프로필이나 엔딩 뒷얘기, 게임 내에서는 결코 들을 수 없던사랑의 밀어(-_-)를 속삭이기도 한다. 이런 건 오마케가 아니라게임 내에 좀 넣어주지 않겠니...?
제일 재밌는 건 역시 동물 소리를 덧붙여서 말하는 부분일까. 고양이들은 어미에 냥, 토끼는 뿅을 붙이는 데 게임 내 캐릭터들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완전 웃김. 예를 들면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냥, 저는 유리안입니다냥. 이런 식으로. 이시다 아키라의 당신에게는 못 이기겠습니다뿅에는 쓰러졌다ㅠ ㅠ 늑대는 그냥 워우우우우 하는 울음소리라 별 거 없지만.
총평
꿈과 희망과 사랑이 있는 연애 시뮬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히로인이 짜증나면 게임 못하는 사람에게도 권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히로인 피오나한테 짜증이 느낄 가능성이 다분하다. 애초에 현대 여자들한테 이런 나약한 귀족 영애 캐릭터를 안겨준 것부터가 잘못이다. 캔디 계열 여주인공이 어째서 왕도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마냥 착해빠져서 끝없이 도덕적이고 긍정적이며 꿋꿋한 캐릭터도 괴리감이 들지만 그렇다고 너무 나약해서 자기 의견 하나 관철하지 못하며 시나리오 내내 주로 휩쓸려 다니기만 하는 여주인공도 성격에 안 맞기는 마찬가지다. 좀 더 주체적인 여주인공이 필요하다!
일러스트는 취향 문제이므로 넘어가고, 스탠딩 CG는 동물귀들이 쫑긋거리거나 대사할 때 입을 벙긋거리는 등 나름 노력이 엿보인다.
전반적인 시나리오는 뭐랄까, 스토리를 떠나서 살리는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해야하나.
디테일을 못 살려서 전체적인 완성도가 바닥에 떨어진 느낌.
뭐니뭐니 해도 제일 큰 문제점은 리뷰 내내 까고 또 까서 가루가 될 때까지 까도 아직 더 깔 여지가 남아있는, 캐릭터 개별 스토리가 없어서 연애 시뮬적으로는 실패작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어떤 캐릭터를 선택하든 루트가 도찐개찐인데다, 호감도는 오로지 굿엔딩이냐 배드엔딩이냐 여기만 영향을 미칠 뿐, 언제 어떤 캐릭터를 선택하든호감도와 상관없이 같은 이벤트가 나온다.
예를 들어 늑대 루트에서 아를을 골라 호감도를 내내 올리다가 미자막에 라스 한번 선택하면 대체 무슨 사이라고 데리러 오겠다고 말을 하는지, 그거 한 번에 왜 라스 엔딩이 뜨는지 알 수가 없다(물론 호감도 부족으로 배드 엔딩이 뜨지만 애초에 라스 엔딩이 뜬다는 거 자체가 말이안 됨). 계속 메요요 호감도를 올리다가 웨블린으로 돌아갔을 경우, 유리안 트루 루트가 열려있을 때 유리안을 살리면 메요요고 나발이고 바로 유리안 트루 엔딩으로 돌입한다. 유리안 호감도를 하나도 안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즉, 개연성이 없다.
그나마 나름 재밌었던 오마케나BGM측면에서는 점수를 약간 줄만하다.
전반적으로 시나리오에 잘 어울리는 편성이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엔딩곡이 제일 마음에 들었는데 엔딩을 보고 나면 가사가 또 그럴싸 하다.
그래, 니들 두 번 다시 이딴 사랑하지마라...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까.
아니, 그 이전에 여기 어디에 사랑이 있냐는 느낌이지만.
신기한 건 이렇게 완성도가 떨어지고 개연성이 없으며 달달한 연애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게임인데 아주 못할만 한 것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열중하기엔 부족하지만 한 번 즐기기엔 나쁘지 않다. 킬링 타임용으로는 쓸만함.
초반에 더럽게 긴 공통 루트를 쓰느라 힘을 빼고 메요요*오제 루트를 신나게 까다보니(얘네가 게임 주축이니까 내용이 긴 게 어찌보면 당연할지도)기력이 딸려서 후반을 대충 써갈긴 느낌은 있지만...
이상으로 게임 내에는 결코 등장하지 않았던, 날 낚은 일러스트를 첨부하며 BWS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