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뷰 : 화귀장(花歸葬) // 2012 08 24
알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게임.
시작은 PC버전 동인 게임이었으나, PS2판, PSP판, 만화책 등등 다양하게 출시된 나름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 작품.
소프트 BL이라고들 하지만 딱히 BL이라고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그렇게 보일지 말지는 생각하기 나름).
굳이 말하자면 사랑에 관한 이야기긴 한데 흔히 말하는 연애 같은 것과는 백만광년쯤 거리가 떨어져 있다.
恋ではなく、愛でもなく. もっとずっと、深く重い─ 라는 모 BL게임의 캐치 프레이즈가 여기도 잘 어울릴 거란 생각이 든다.
이 게임의 주인공인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건 연애나 사랑 같은 두근두근하고 달달한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
뭐, 사실 연애나 사랑이 달콤한 건 어디까지나 일부분일 뿐 현실적으로 파고 들면 꽤나 추잡하긴 하지만 일단 제쳐두자.
PC판은 성우도 없고 시스템도 불편한데다(나온 시기가 2003년임을 생각하면 오히려 좋은 수준일지도), 작화 역시 그렇게 나쁘다곤 할 수 없지만 좋다고도 할 수 없는 미묘한 경계선에 걸쳐있다. 단, 작화는 워낙 취향을 많이 타는 부분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부드러운 색감을 좋아하는지라 만족하는 편. 자세한 건 리뷰 본론의 스샷을 보고 확인하자.
어쨌거나 처음에 시작했을 때까지만 해도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딱히 스포일러를 접한 건 아니지만 중반까지만 가도 스토리 자체가 큰 줄기는 쉽게 파악이 가능한 타입의 시나리오라서.
맘 편하게 정줄 놓고 소설이나 하나 보는 셈치고 플레이 했는데(심지어 공략도 안 봤다. 질리면 그냥 때려치울 생각이었기 때문에) 엔딩을 두 개 보고 나서, 어머 이건 리뷰를 써야해 라는 마음을 먹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재미있었으니까.
소감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전형적이고 뻔한 내용을 안 뻔하게 만든 게임.
여타 매체물에서 이따금 보는 세기말 스토리를 보다 서정적으로 표현한 게임.
화귀장은 진행의 약 90% 이상이 등장 인물들의 대화로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주인공 시점(어쩌다 가끔 다른 사람)이지만 행동을 설명하는 나레이션 같은 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엔딩이나 이벤트 중에 나오는 경우는 있다). 그럼에도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잘 살아있어서 집중 모드로 읽다보면 몰입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단점은 행동 서술이나 심리 묘사를 별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인물들의 대사가 약간 설명조로 흘러간다는 점과 대사에 의존하는 진행 방식이니만큼 효과음이나 연출이 아주 중요한데, 이 부분이 미비해서 한 박자 늦게 상황을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
보이스도 없고 효과음도 부실하니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때려치우기 십상이다. 게임에 적응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과 인내심을 요한다. 성우만 있었어도……!! 라는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대목.
그래서── PSP판까지 플레이했다. 아라로스도 때려친 PSP판을.
플레이 할 사람은 가능하면 PSP판(혹은 PS2판)을 하는 걸 추천한다.
PC판의 약점을 확실히 보완했다고 할까, 성우만 있으면 이런 게임만큼 풀 보이스의 위력이 발휘되는 게임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게임 내 모든 문장을 다 읽어주니까乃 까막눈이라 한자에 약해서 일문만 보고 플레이하기에 애로사항이 꽃피는(안 그래도 읽기 힘든데 한자로 아주 도배를 했다.うるさい를 五月蠅い로 쓴다던가, 각종 한자 만행을 저지름-ㅅ-) 나 같은 사람에게는 더없이 은혜로운 버전이다.
게다가 내용이 추가된 부분도 있고 엔딩도 늘었다. CG 역시 늘었다! PSP판을 하자!!
일어를 잘(혹은 전혀) 못한다고 걱정하지 마시라.
한글 패치가 있으니 문제삼을 필요없다. 대사가 바뀐 곳이나 오역 등이 간혹 눈에 띄지만 게임을 즐기기엔 전혀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한글 패치는 은월화라는 일본 여성향 게임 한글화 팀에서 제작했으며 현재는여우화로 개명, 이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몇몇 게임의 한글 패치도 제공하고 있으니 관심있는 사람은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는 것도 괜찮다.
그러니 일본어 가능자라면 그냥 PSP판을, 일본어를 못한다면 한글 패치를 깔고 PC판과 PSP판을 동시에 하면 된다(는 귀찮).
한글버전이 없는 PSP판 추가 내용은 리뷰에 충실하게 적어놨으니까 참고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플레이 시간은 PC판은 하루 정도, 공략을 보면 시간 낭비없이 빠르게 깰 수 있다.
물론 PSP판은 목소리도 다 들어야하고 약간 더 기니까 시간을 좀 더 잡아먹지만 오래 걸리지 않는 건 마찬가지.
엔딩은 PC 14개, PSP 16개로 수가 꽤 많지만 제작자 공인 트루 엔드 외에는 지뢰밭이다.
게임에 몰입하는 타입이라면 눈물콧물 줄줄 뽑을 최루성 강한 엔딩이 여기저기 포진해 있으니 주의하자.
물론 나처럼 새드 엔딩 보려고 플레이하는 사람은 예외.
BGM이나 스토리 라인은 어지간한 회사에서 출시한 평작 이상. 오히려 음악 때문에 이 게임을 접한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제대로 된 업체에서 자본을 투자해 이 시나리오를 게임으로 만들었으면 대작 반열에 올랐을 법하다.
아니, 이미 ps2에 이어 psp까지 출시했고 코믹스화까지 되었으니 대작인가...?
만화책도 국내에 이미 정발로 나와있다.
작화는 괜찮지만 게임 시나리오가 아니라 시간의 경과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게임보다 재미는 없다.
일단 트루 엔드 루트를 따르고 있으나 원작과 다른 부분도 있다. 캐릭터들 성격도 좀 많이 순화된 편.
그냥 게임을 다 끝내고 보너스라 생각하면 읽어볼만 함.
리뷰를 읽기 전에 주의할 점
스포일러 지뢰밭이다. 아니, 스포일러 정도가 아니라 아예 대놓고 스토리를 돌직구로 낱낱이 까발리기 때문에 그냥 이 글을 보면 게임을 안 해도 해본 느낌이 들 정도일테니 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은 게임을 하고 나서 다시 돌아오라. 이 글은 도망가지 않는다. 간혹 리뷰를 보고 게임을 하고 싶어지는 사람도 있는 거 물론 안다. 그래도 모든 스토리와 결말을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자.
PC판과 PSP판을 아우르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PSP판을 기준으로 작성했으니 중간에 번역한 부분은 PC판과 대사가 다를 수 있다.
花歸葬
한글로는 화귀장, 일본어로 はなきそう라고 한다.
귀장(歸葬)의 사전적인 의미는 타향에서 죽은 사람의 시체를 고향에 가져와 장사를 지낸다는 의미로,
그 귀장을 꽃으로 한다는 의미 되시겠다. 즉, 꽃으로 치르는 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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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란 마지막을 부르는 거라고 전해져 왔다.
모든 걸 끝내버리고 마는 꺼림칙한 것이라고.
실제로 지금 눈은 세계를 침식하고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사람들의 생활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7개로 나뉜 나라들 사이에선 전쟁은 매일 끊이지 않고
그치지 않는 눈조차도 그걸 막을 수 없었다.
어느 나라에 적을 둔 하얀 날개의 예언자는
이 눈을 "탄식"이라고 했다.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에, 주께서 탄식하시는 거라고.
그 말을 믿는 자는 적지 않았다.
눈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침식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예언자에게 탄식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예언자는 단 한가지, 라고 대답했다.
단 한가지만 없애면 세계는 다시 계속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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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꺼림칙한 것
꽃은 사랑스러운 것
꽃의 이름이 붙여진 소년은, 눈이야말로 자신의 이름 같다고 생각했다.
겨울의 이름을 가진 청년은, 내리는 눈을 마치 꽃이 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단지 그것뿐으로,
피차 무언가를 기대한 건 아니었으나
그렇게 생각하면 죄가 사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기에.
────────────────────── 이상 공식 홈페이지에서 발췌, 번역.
게임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걸 다 풀어서 쓰다보니 내 실력으로는 지루한 서술이 이어지는 걸 피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쓴 리뷰 가운데 가장 장문의 글이 될 예정이니 읽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해두자.
... 라고 썼는데 다 쓰고나서 보니까 어중간한 마음의 준비로는 턱도 없다.
앞으로 또 이런 길이의 포스팅을 하는 날이 올지 안 올지 모를 장문 오브 장문.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스크롤의 압박을 이겨낼 용자만이 이 글을 정복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한 놈은 자길 죽이라고 난리치고 다른 한 놈은 싫다고 난리친다는 내용.
게임 내내 레알 이거 하나로 지지고 볶고 싸우다가 엔딩으로 진입하면 죽이거나 안 죽이거나 하면서 끝난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게임의 시작지점이 이미 기승전결의 전 부분이기 때문이다.
좀 더 확실히 짚자면 전 중에서도 도입부가 아니라 전에서 결로 넘어가는 2/3 지점 정도.
결에 한없이 가까운 전에서 시작하는만큼 갈등 구조도 단조롭고 급전개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은 이 게임의 강점이자 단점이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겠지만 난 역시 어딘가 아련아련 덧없어 보이는 PC판이 취향.
확실히 CG가 안 짤렸다는 점과 화면이 크니까 스탠딩이 보기 편하다는 점은 PC판이 PSP판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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気が付くと目前には気が遠くなるほどにただただ白い世界が広がっていて、
정신을 차리자 눈 앞에는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그저 새하얀 세계가 펼쳐져 있고,
何故此処に居るのだろう、と思ってから自分が何も覚えていない事に気が付いた。
왜 여기에 있는 걸까, 라고 생각하고 나서 자신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傍らには少年が立っていて、さも大切なものの様に誰かの名を呼んだ。
곁에 서 있던 소년이 아주 소중한 것처럼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それが、自分の名なのだというのを理解するのは容易かった。
그게 자신의 이름이라는 걸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それから少年が紡ぐ言葉の何もかもを信じるのは、流石に難しかったけれど。
그 뒤로 소년이 자아내는 말을 전부 믿는 건 과연 어려웠지만.
失くした過去に、どんな意味があるのか
잃어버린 과거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それを知って居るのであろう少年はただ隣で微笑むだけだった。
그걸 알고 있을 소년은 그저 곁에서 미소지을 뿐이었다.
それは、嬉しそうに、楽しそうに まるで何かを否定するかのように。
그야말로 기쁘다는 듯이, 즐겁다는 듯이, 마치 무언가를 부정하는 것처럼.
─────────────────────────── 홈페이지에 실려있는 내용으로 게임의 도입부.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기억을 잃은 쿠로토의 입장에서 어딘가 수상쩍은 소년 하나시로를 따라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이후 진행 상황에 따라 크게 두 가지 루트로 나뉜다.
쿠로토 玄冬 kuroto
22세/185cm
주인공. 기억을 잃어버렸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약간 융통성이 없는 점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사람이나 가축에 무해하다.
이유도 모른 채 항상 죄악감을 느끼며,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의 자신을 어떻게 파악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성우는 미키 신이치로.
개인적으로 상상하고 있던 쿠로토와 아주 제법 상당히 으즈므니 다른 인상의 연기를 펼쳐주셨다. 내 안의 쿠로토는 텐션이 낮고 감정의 기복이 약하며 어지간해서는 큰 소리도 안 낼 거같은 캐릭터였는데, 미키 신이치로가 연기한 쿠로토는 어쩐지 히스테릭하고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감정이 미X년 널뛰듯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못 들어줄 정도까진 아니지만... (내 쿠로토를 망가뜨리다니 두고봅시드아)
성우에 좀 무지한 편이라 잘 모르긴 해도, 미키 신이치로 제법 유명한 성우인 걸로 아는데(일단 내가 이름을 알 정도니까) 대체 왜!? 대체 내 쿠로토한테 왜 이래요!?
내 머릿속의 쿠로토와 성우가 연기한 쿠로토의 불일치로 쿠로토의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켰다고.
그나마 잔잔한 나레이션 부분은 괜찮았다(못 들어줄 정도까진 아니었던 부분).
문제는 감정 폭발씬에서 히스테릭하게 들린다는 점이지.
내가 본 공략 사이트에서도 하나시로, 쿠로타카, 긴슈 성우는 칭찬하는 글이 있어도 쿠로토는...(...)
애니웨이, 본 게임의 주인공. 시작부터 어쩐 일인지 기억상실에 걸려 있다.
친절하고 다감한 성격. 남녀를 막론하고 사람이 꼬인다. 그래봤자 그 중에 세 명은 미성년자
방향치는 아니지만 건물 구별을 잘 못해서 길치. 외딴 산골에 오래 살아서 그런 거라고 한다.
취미는 요리. 그 중에서도 채소를 이용한 요리가 특기.
처음 플레이할 때(즉, 성우가 없었을 때)는 안쓰러운 남자.
두번째 플레이할 때는 성우의 불꽃같은 연기로 그동안 유야무야 넘어갔던 우유부단한 성격이 확 튀어서 안쓰럽지만 짜증나는 남자.
이 남자의 우유부단하고 답답한 성격은 주변 인물들이 죄다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 솔직충실하기 때문에 더욱 돋보이기도 한다.
쿠로토가 기억을 잃게 된 원인은 자신의 정체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데, 이 세계에서 「쿠로토」는 단순한 인명이 아니라 세계의 종말을 불러오는 자의 대명사다. 일단 세계관을 먼저 짚어보자. 이들이 살고 있는 세계는 연구자(신)가 인간들이 서로 싸우지 않는 세계를 보기 위해서 창조한 모형 정원으로, 인간이 인간을 죽이면 그 횟수가 관리자의 탑에 쌓이다가 일정 수치를 초과할 때 멸망을 향한 바퀴가 돌아가게끔 만들어져 있다. 이 시스템은 살인 횟수가 일정량을 넘을 경우 태어나는 한 인간을 매개체로 진행이 되는데 그 인간과 시스템을 망라하여 지칭하는 말이 바로 쿠로토인 것이다.
본 작품의 주인공은 이름 자체도 쿠로토(직업이 학생인데 이름도 학생이라는 느낌?).
그가 있으면 눈이 그치지 않는 끝없는 겨울이 이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쿠로토가 태어났다고 해서 세계 멸망을 다이렉트로 찍는 건 아니다. 작중에 등장하는 쿠로토의 나이는 22세로 그동안 세계가 망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쿠로토가 존재하더라도 살인량이 한계치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 제대로 된 계절이 흘러간다는 걸 알 수 있다. 22년 동안 눈이 내렸다면 이미 멸망해도 진작 멸망했을테니까. 캐릭터들 사이의 대화로 봐서 눈이 그치지 않기 시작한 건 최근이다(한계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계절이 혹독해지는 모양). 어쨌거나 게임 내의 현 시점에서는 전쟁이 벌어지는 등, 멸망 일보 직전.
그럼 쿠로토가 태어나고 살인이 계속되면 필연적으로 멸망하느냐.
답은 '아니오'. 쿠로토 시스템으로 세상이 멸망 테크를 타더라도 이를 저지할 방법 또한 같이 존재한다는 게 포인트다.
그건 바로 쿠로토의 죽음. 쿠로토가 죽으면 시스템이 리셋되어 대지가 소생하고 정상적인 계절이 돌아오게 된다.
단, 쿠로토는 아무나 죽일 수 없으며 자살 또한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세계를 위해 쿠로토가 죽었을 때 살인의 숫자에 포함되어 세계가 멸망하면 우습지도 않은 꼴이 되고 말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죽을 수가 없게 설정이 되어있는 거라고. 그래서 시스템 상 유일하게 예외적으로 사람을 죽여도 그 수가 탑에 기록되지 않는다는 룰을 적용받은 구세주라는 인물이 존재한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소소한 의문.
굳이 구세주라는 존재를 만들어서 특별 룰을 적용시킬 게 아니라, 그냥 쿠로토 하나만 죽는 횟수를 카운트하지 않는 게 훨씬 편하지 않을까? (는 게임 진행이 안 될테니까 기각ㅋ)
어쨌거나 둘은 빛과 그림자처럼 대칭을 이루는 한 쌍의 존재지만 동시에 태어나는 건 아닌 듯.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동시에 태어나거나 혹은 쿠로토 > 구세주 순으로 태어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어떤 엔딩을 보면 구세주가 쿠로토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도 있어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혹은 구세주가 태어나는 것 자체가 이미 쿠로토가 앞으로 태어날 것임을 예고하는 걸지도. 근데 이렇게 생각하면 구세주가 태어난 시점에서 (불가능하겠지만 혹시나) 살인을 멈추면 쿠로토는 태어나지 않을텐데... 여기저기 해결되지 않을 의문이 늘어가는 느낌이 드는 건 기분탓이겠지.
또한 쿠로토와 구세주를 비호하는 자 역시 존재한다. 쿠로토의 수호자는 쿠로타카. 그는 쿠로토를 지켜 한계를 넘어선 세계를 종말로 이끌기 위해서 있으며, 다른 한 쪽은 시로후쿠로라는 이름으로 구세주로 하여금 쿠로토를 죽여 세계를 지키는 역할이다. 당연히 세상 사람들의 입장에서 쿠로토와 쿠로타카는 멸망의 징조니 좋게 보일리가 없을테고 구세주와 시로후쿠로 쪽은 말 그대로 구세주, 구원자나 다름없이 숭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멸망을 불러온 게 자신들의 업보라 할지라도.
이런 경위에 쿠로토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를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하며 비록 세상의 모든 이들이 그를 꺼려할지언정 그는 세계를 사랑하기 때문에 구세주가 자신을 죽여주길 기다리고 있다. 기억을 잃은 상황에서도 자신이 뭔가에 갚아야 할 빚이 있는 것 같다던가, 뭔가에 사과하고 싶다는 마음을 강하게 느낀다(대인배乃).
게다가 하필 또 착해서 자기 때문에 사람이 죽어나가는 걸 가만히 못 보는 그야말로 주인공다운 속성 보유.
그렇지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단지 살아있는 그 자체만으로 세계가 멸망하는데도 자살조차 불가능하니까.
똑같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지만 선택지가(비록 그게 한 사람을 죽일 건지 이 세계의 모든 사람을 죽일 건지의 정신나간 양자택일이긴 해도) 있는 하나시로보다 더 피를 말리는 설정이다. 하나시로의 운명이 더 가볍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둘 다 대차게 꼬인 인생이지만 그나마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있는 것과 아무것도 못하는 채 손빨고 기다리는 것 중에서는 전자가 나아보인다는 얘기.
그리고 "주인공 = 플레이어의 선택지에 따라 농락당할 운명" 이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입장을 고려하면 쿠로토가 수동적인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다. 여기까진 이해한다(이해해도 짜증은 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왜인지는 직접 게임을 해보자(=들어보자).
하나시로 花白 hanashiro
16세/165cm
쿠로토와 행동을 함께하는 소년.
쿠로토가 기억을 잃어버린 경위를 아는 유일한 사람.
영리하지만 성격이 약간 급하며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겉모습과 어울리지 않게 검을 사용한다.
쿠로토에게 약하고 의존도도 강하다.
성우는 사이가 미츠키.
여성 성우라는데... 게임 내내 들어도 모른다. 아무런 위화감도 없었다. 나도 리뷰 쓰려고 찾아보다가 알았음(...) 실제로 남자역 성우로도 매우 유명한 사람이라고. 일부러 의식하고 들어도 긴가민가할 정도다.
이 분과 하나시로는 궁합이 아주 좋다. 덕분에 하나시로 목소리 듣는 게 즐거웠다. 하지만 주인공은 쿠로토잖아. 안 될 거야, 아마
구세주로 태어난 하나시로는 어릴 때부터 쿠로토를 죽여야 된다는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막상 쿠로토를 처음 봤을 때 상상과 다르게 평범한(게다가 친절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어 두고보다가 사랑에 빠져서 정이 들어서 쿠로토를 죽일 수 없게 된다.
여튼 하나시로의 말에 따르면, 자기한테는 쿠로토밖에 없으며 쿠로토를 쿠로토 이상으로 생각해주는 사람.
쿠로토 외에 다른 것에는 관심이 별로 없어 보인다. 좋아하는 것에 집착하는 거야 흔한 일이지만, 하나시로는 쿠로토 외에 소중한 게 없다보니 그가 없는 세계에 아무 가치가 없어서 그 정도가 좀 더하다. 세계와 쿠로토를 저울질하면 단연 쿠로토 쪽으로 기운달까.
근데 이건 비단 하나시로가 이상한 게 아니라 누구라도 이렇지 않으려나?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고 그 사람과 세계를 고르라면 우선 나부터도 세계를 내팽겨칠 거 같은데.
아, 그렇게 되면 나도 같이 죽으니까 잠깐 고민 좀 ㄱ-
애니웨이.
싫다고 했지, 나는! 널 죽여야 할 정도라면 이딴 세계, 멸망하는 편이 나아!
네가 죽지 않으면 안되는 세계 따위 인정 못해. 그런 거 난 필요없어.
쿠로토가 죽어야 계속될 수 있는 세계라면 멸망해버리라고 해! po본격 세계 말아먹는 러브스토리wer
이런 아이다보니 쿠로토와 자신을 방해하는 사람은 가차없이 배제한다.
시로후쿠로의 프로필에 자신과 대립하는 자에게 용서가 없는 성격이라더니 하나시로 역시 그 기질을 잘 이어받았다.
쿠로토가 기억을 잃은 경위는 하나시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연이 있다.
이 두 사람이 만나는 동안 상대를 좋아하게 된 건 하나시로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쿠로토는 하나시로를 처음 만났을 때 드디어 이때가 왔다고 기뻐했지만 계속 만나는 동안 차츰차츰 하나시로에게 마음이 기울어갔다.
세계를 위해 죽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쿠로토는 자신에게 잃고 싶지 않은 게 생겼음을 알고 하나시로를 따라 사랑의 도피행을 떠난다. 그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면서까지 살아남고 싶진 않다는, 그리고 하나시로가 자신을 위해 다른 이를 상처입히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일념으로 쿠로토는 자신의 목을 스스로 벤다.
당연히 자살할 수 없는 쿠로토는 죽지 않고 되살아났지만, 쿠로토의 몸이 제멋대로 수복되는 사이에 쿠로토의 옆에 있던 하나시로는 쿠로토가 되살아나면 이런 아픈 기억 따위는 모두 잊어버렸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바란다. 그리고 구세주의 힘이 거기 반응하여 쿠로토는 정말로 기억을 잃어버리게 되었다(여기가 바로 게임 시작 시점이다).
하나시로는 엔딩에 따라서는 아주 자기가 세계를 멸망시킬 기세로 날뛰고, 심지어 쿠로토마저 죽이는 심각한 얀데레다.
성장도 순탄하지 않은데 죽여야 할 사람을 좋아하게 되고, 그 때문에 온 세상을 배신한데다 함께 있고 싶어서 도망쳤더니 그 놈이 자꾸 포기하려 하질 않나, 자길 죽여달라고 아우성치지 않나, 종국에는 눈 앞에서 자기 목을 날리기까지 하니 애가 미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긴 하다.
일단 하나시로의 결정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아니 이런 류의 게임 내에서라면 지극히 옳은 행동으로 보인다. 세계 좀 말아먹으면 어때? 사랑때문인데 함께 있는 쿠로토가 수동적이고 우유부단하고 답답한지라 하나시로의 결단력과 쌈박함이 더 돋보인다.
게다가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비정한 성격이라는 점도 더해져서 개인적으로 등장 인물 중에 제일 귀여워라 하는 녀석.
그렇지만 작중에서 하나시로한테 꼬이는 놈은 없고 죄다 쿠로토한테 꼬이기만 하는데...
쿠로토한테 꼬여서 발목을 붙잡은 소녀. 이름은 키사. 길거리에서 넘어진 걸 쿠로토가 일으켜준 게 첫만남.
하나시로가 감기에 걸려서 얘네 집에 하루 묶게 되는데, 다음날 아침에 떠나려는 쿠로토를 만류하다 결과적으로 붙잡히게 만든다.
비중은 거의 없다시피. 조연 오브 조연.
쿠로토한테 꼬여서 발목을, 아니 발목 정도가 아니라 아예 쿠로토가 자기 목을 베게 만든 원인 제공자.
위에서 간략하게 언급했던 유혈 사태의 주인공이다.
이쪽도 눈 덮힌 산에서 조난당할 뻔한 걸 쿠로토가 구해주면서 알게 되는데, 그걸 계기로 쿠로토한테 반한 듯.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전까지는 이름은 쿠로토라도 전설 속의 「쿠로토」는 아닐 거라 생각했던 마을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되어 그를 붙잡아 넘기려는 걸 알면서도 자기가 마을 사람을 설득할테니 가지말라며 진상짓 제대로 부린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쿠로토를 붙잡고 늘어지다 결국 하나시로한테 칼빵맞고 최후. 쿠로토를 건들면 누구든 작은 하나시로한테 X되는 거예요
그러고보니 키사-스즈네-하나시로는 죄다 쿠로토가 눈 때문에 고생하던 애들을 도와주면서 알게 됐네.
쿠로토가 작업하기 좋으라고 눈이 내리는 건가?
어쨌든, 쿠로토보다 6살이나 어린데도 하는 짓을 보면 하나시로가 쿠로토를 잡아먹... 형처럼 이끌고 있다.
프로필에서는 쿠로토한테 의존도가 강하다길래 나약한 타입인가 했는데 실제로 플레이해 보면 결단력이나 행동력 면에서 하나시로가 월등하다. 프로필의 의존도는 존재적인 의존을 의미하는 듯.
쿠로토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꼬장꼬장하게 잔소리 많고 고지식하고 제 딴에는 세계를, 사람을 생각해서 하는 일이라지만 플레이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절로 짜증이 울컥거려 오는데, 한술 더 떠 성우 연기가 쿠로토의 히스테리를 노처녀 왕복 싸닥션 후 쌈싸먹는 포스까지 느끼게 한다.
이렇게 된 건 사람이 싸우기 때문이 아니야. 명백하게 내가 있기 때문이다.
내 복장을 뒤집었던 쿠로토 명대사. 아니,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죽여서 니가 태어난거랑께영....
쿠로타카 黒鷹 kurotaka
연령미상/180cm
쿠로토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 수수께끼의 인물.
언제나 즐거워 보이며, 유쾌범(愉快犯)스러운 태도를 취한다.
이름의 뜻은 검은 매.
이 세계의 관리자로 쿠로토를 지키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쿠로토 = 멸망이니 사람들은 세계의 종말을 알리는 검은 새라고 부르며 매우 꺼려하는 대상이다. 모든 등장인물을 통틀어 제일 가는 대인배(쿠로토 한정)지만 동시에 상황을 이 지경으로 꼬아놓은 원인 제공자 중 하나.
게임 속에서 주인공 쿠로토는 2대째다.
그 말인 즉, 이미 이 세계는 한 차례 멸망할 뻔 했으나 초대 쿠로토가 죽어서 유지한 상태라는 얘기.
자신을 연구자라고 부르는 창조주는 첫번째 쿠로토가 죽어서 세계를 구한 시점에서 이 모형 정원에 기대를 버렸다고 한다. 싸움이 없는 인간 세계를 보고 싶어서 만든 세계임에도 인간들은 멋대로 전쟁을 벌이고 살육을 행하며 멸망을 제 손으로 불러들인 끝에 한 사람이 희생시켜 세계의 존속을 선택했으니 진절머리 날 만도 하다. 연구자는 이 세계가 실패였다는 걸 느끼고 폐기한 뒤 떠나려 했으나 쿠로타카가 그걸 막는다. 버릴 거라면 자기들에게 남겨달라고.
쿠로타카는 세계 자체에는 어떤 흥미도 없다. 망하면 망하고 말면 말고, 이런 느낌.
하지만 그럼에도 모형 정원을 남기고 싶어했던 이유는, 자신이 죽은 뒤에 이 세계를 잘 부탁한다는 초대 쿠로토와의 약속 때문이다. 그 약속을 위해 쿠로타카는 같은 입장의 관리자인 시로후쿠로에게 아무런 진실도 말하지 않은 채 오해하게 내버려둔다.
세계보다 쿠로토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은 하나시로와 많이 닮았지만, 하나시로는 쿠로토의 의지에 반하더라도 죽이기 싫어하고, 쿠로타카는 설령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쿠로토의 의지를 존중해준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 존중의 범위가 너무 넓다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지만.
쿠로타카를 보고 있으면 왠지 반한게 죄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시로후쿠로 白梟 shirofukurou
연령미상/170cm
채국에 적을 둔 예언자.
일견 상냥해 보이지만 늘 냉정하고
이상론을 좀 지나치게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대립 의견을 내세우는 자에게는 용서가 없다.
쿠로타카와는 구면 사이.
쿠로타카와 더불어 모형 정원의 관리인. 구세주의 수호자이며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애쓰는 예언자라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세계의 존속은 그녀에게 있어서 목표가 아니라 수단일 뿐. 시로후쿠로가 구세주로 하여금 쿠로토를 죽이게 하는 건 어디까지나 살인이 끊이지 않는 세계에 염증을 느끼고 떠난 신이 돌아올 때까지 이 세계를 남겨두고 싶기 때문이다.
살인의 한도를 넘겨서 태어난 쿠로토를 죽이고 리셋 > 다시 살육이 자행됨 > 쿠로토 역시 다시 태어남 > 쿠로토를 또 죽여서 리셋─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세계에 신이 다시 관심을 가지지 않을 거라는 건 전후 사정을 모르는 유저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지만 믿는 자는 맹목적이라 했던가.
애초에 이 모형 정원을 버리고 떠나 새로운 모형 정원을 만들고 있는 신이 돌아올 가능성은 없었으나, 쿠로타카가 그 사실을 시로후쿠로에게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그 사실을 모른다. 단지 언젠가 인간들이 서로 분쟁하지 않는 평화로운 세계가 되길 바라며, 그렇게 되면 신이 돌아올 거라는 맹목적인 믿음만 있을 뿐.
그걸 위해 쿠로토를 죽이는 연습이랍시고 하나시로한테 죄인들을 죽이게 하거나, 갓 태어난 쿠로토 앞에 나타나 그의 어머니에게 아기가 쿠로토임을 증명하기 위해 오장육부를 찔러 헤집어도 죽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등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비정해질 수 있는 성격이다. 그래놓고 자긴 진실을 전했을 뿐이라는 천하의 개썅년 포스를 풀풀 풍긴다.
애초에 쿠로토가 태어나는 이유는 인간들이 살인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년 시로후쿠로의 독백 중에는 " 다시 바퀴가 돌아갑니다. 대체 몇 번을 돌아가야 저것은 태어나지 않고, 몇 번을 돌아가야 당신은 돌아오시는 걸까요 " 라는 대사가 있다. 제일 처음 이 대사를 봤을 때야 아무것도 몰랐지만 사정을 알고 생각하면 참 말도 안 되는 책임전가다. 쿠로토는 결코 자신이 원해서 세계를 멸망시키려 태어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설정된 시스템이고, 그걸 지키지 않은 이 세계의 인간들이 자초한 일이다. 그럼에도 쿠로토한테 너 때문에 대체 몇 명이 죽어나가는데 대체 왜 태어나는 거냐며 그만 좀 태어나라고 쿠로토를 갈군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쿠로토-하나시로 입장에서 게임을 플레이했기 때문일 뿐,
실상은 시로후쿠로가 하는 짓이나 하나시로가 하는 짓이나 별반 다들 게 없다. 니가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란 말처럼.
하나시로가 쿠로토를 죽이지 않으려고 주위에 온갖 피해란 피해는 다 끼치고 다니면서 결국 세계까지 멸망시키려고 날뛰는 거나, 시로후쿠로가 신 좀 돌아오게 만들겠다고 쿠로토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거나 도찐개찐. 아니, 어찌보면 시로후쿠로는 피해자가 쿠로토 한정인만큼 상황이 더 나은 걸지도. 어쨌거나 얘네 둘은 입장을 바꿔놔도 똑같이 할 녀석들이다. 단지 하나시로는 쿠로토의 애인 히로인 보정 덕분에 안타까워 보일 뿐. 사랑은 맹목적인 것(...)
그러고보니 문득 생각나서 적는 스즈네와 키사, 시로후쿠로의 공통점
- 이 게임에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다
- 의미는 다르지만 어쨌든 쿠로토를 잡고 늘어진다
- 잡고 늘어질 뿐만 아니라 피해까지 입힌다
- 하나시로한테 털린다(스즈네 - 죽음/키사 - 죽을뻔 하다가 쿠로토 덕분에 구사일생/시로후쿠로 - 엔딩에 따라 죽음)
그래, BL에서 여자의 위치는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거지... 묵념.
하지만 PSP판 추가 스토리 및 엔딩에서는 시로후쿠로의 개썅년 포스를 중화시켜주는 루트도 있으니 너무 미워하진 말자.
긴슈 銀朱 ginshu
23세/178cm
채국 제 3 병단의 젊은 대장.
성격이 조금 급하지만 성실해서 책임감이 강하며 병사들의 신뢰도 두텁다.
사정이 있어 쿠로토와 하나시로를 뒤쫓고 있다.
들러리.
비중있는 들러리.
psp판에서는 비중이 더 늘었음.
... 이걸로 설명을 끝내면 좀 아쉬우니까 덧붙이자면 성격은 츤데레다.
츤이 8 데레가 2... 아니 츤이 7 데레가 3?
엔딩 9번은 얘 엔딩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다.
PC판에서는 쿠로토X긴슈 플래그가 서는구나 했더랬다. 그러나...
PSP판에 실린 PC엔딩 이후 추가 장면에서 긴슈X하나시로(...)
자세한 내용은 해당 엔딩을 참조할 것.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게 삶의 보람이라는 듯. 군인이 자신의 천직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일단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등장 인물 중에 제일 멀쩡하고 평범하다. 아, 그리고 초대 구세주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함.
백의의 남자. 일명 연구자.
세계의 창조자로, 모든 일의 1차적 원인 제공자(2차적 책임자는 쿠로타카, 3차는 쿠로토다)
살인이 일정 수 이상 쌓이면 멸망하는 시스템까지는 좋았다고 치자. 그럼 그냥 멸망하게 내버려두지 왜 하필 그걸 리셋되는 쿠로토 시스템을 같이 만들었는지는 미지수. 초대 쿠로토가 스스로를 희생해서 세계를 소생시키는 걸 본 시점에서 흥미를 잃었다는 걸 보면 본인이 만들어 놓고도 실행되지 않길 원했던 것 같긴 한데.
왜 분쟁이 없는 세계를 보고 싶어했는지 그 이유도 알 수 없다.
창조주라고는 해도 전지전능하지는 않다. 가능했다면 애초에 싸우지 않는 인간을 만들어 냈을테니까.
게임 속에 등장하는 연구자는 본인이 아니라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남겨놓은 그림자라고.
쿠로타카의 말에 의하면 좁고 어두운 곳에서 낮잠자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고양이?).
자, 드디어 인물 이야기가 대충 끝났으니, 이제 게임의 세세한 스토리와 엔딩을 살펴보자.
하나시로와 함께 행동하다가 루트 분기가 나뉘는 시점.
아래쪽 선택지인 하나시로를 찾으러가면 나오는 루트부터 간다.
없어진 하나시로를 찾으러 가다보면 위에서 언급했던 쿠로토 피해자 중의 한 사람인 키사를 만나고 어딘가 수상쩍은 짓을 하는 하나시로를 만나게 된다. 그 뒤 감기에 걸린 하나시로를 쉬게할 곳을 찾다가 낮에 마주친 키사의 집에 머물게 되고 떠나려는 쿠로토를 만류해서 결국 잡혀서 감옥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쿠로토와 하나시로를 잡으러 온 긴슈와 마주친 뒤 다시 선택지가 나온다.
단념하면 엔딩 4가 뜬다.
한자 그대로 읽으면 무위의 죄인,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안 해서 나오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죄인이다.
( ………………………… )
( ………… 조용하다 )
( 눈이 내리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
( 마치, 온 세계가 잠든 것처럼 )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 쿠로토.
【 쿠 로 토 】 ……………… ?
【 하나시로 】 다행이다, 있었구나
【 쿠 로 토 】 ……… 하나시로?
【 하나시로 】오랜만이야. 잘 있었어?
【 쿠 로 토 】 너, 어떻게 여길………
【 하나시로 】……… 모르겠어?
【 쿠 로 토 】 ……… 뭐?
【 하나시로 】 나조차 알 수 있는데, 네가 모를 리는 없을 거 같지만………. 거기까지 잊어버렸나?
【 쿠 로 토 】 ……………… 무슨 ……… 뜻이지?
【 하나시로 】 이제 전부 끝났어. 그래서 온 거야.
【 쿠 로 토 】 …………… ?
【 하나시로 】 들리지 않아? 세계가 끝나가는 소리가. 바깥, 새하얗다구.
【 쿠 로 토 】 ………………. 설마………
【 하나시로 】 이렇게 조용히 멸망하기도 하는구나. 난 몰랐었어. 바깥이 정말 아름다워.
【 쿠 로 토 】 ……… 설마, 그럴 리가………
【 하나시로 】 ……… 역시 슬퍼?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이런 식으로 끝나버려서.
【 쿠 로 토 】 ………………… ……… 읏……… 어째서 그런 말을 태연하게 하는 거지!? 너는!
【 하나시로 】 그치만, 난 슬프지 않은걸.
【 쿠 로 토 】 ……… 뭐라고……… ?
【 하나시로 】 나는 널 죽이지 않았으니까. 기뻐, 이렇게 되어서.
【 쿠 로 토 】 …………… ! 너어………!
【 하나시로 】 게다가, 이렇게 된 건 내 탓이 아니야. ……… 그렇지만, 네 탓도 아니야.
사람을 지나치게 죽인 인간들이 나쁜 거지.
【 쿠 로 토 】 ……… 뭐……… ?
【 하나시로 】 ……… 상관없잖아? 기억,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모르는 채로 있어도.
【 쿠 로 토 】 ……………. 하지만 이건 나 때문이겠지………?
【 하나시로 】 틀렸어, 네 탓이 아니야. 그저 우린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 그것 뿐이야.
【 쿠 로 토 】 ………………… ……… 하지만……… 넌……… 날 데리고 도망쳤잖아………
【 하나시로 】 너도 따라왔었잖아.
【 쿠 로 토 】 ……………… !
【 하나시로 】 그래도,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말야.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 있지, 쿠로토. 상관없잖아, 그런 얼굴 하지마.
모두 평등하게 종말을 맞이하는 거야. 그걸로 결국 행복할지도 몰라.
난 너와 함께 세계가 끝나는 걸 보려고 온 거야.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 함께 있어도 돼?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 따뜻하네.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둘이서 있으면 안 춥구나.
【 쿠 로 토 】 …………………
( 가능하다면, 기억의 바닥에 가라앉은 과거의 나 자신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
( 왜, 난 도망치려고 했던 걸까 )
( ……… 왜, 계속 살아가려고 했던 걸까 )
( 도망칠 곳 따윈 어디에도 없었는데 )
( 도망쳐서 도착한 끝에는 이런 결말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텐데 )
【 하나시로 】 ……… 어째서 넌 날 따라와 줬을까.
【 쿠 로 토 】 ……… 뭐?
【 하나시로 】 결국 못 들었으니까. 예전의 너한테는.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그렇지만 됐어. ……… 이젠.
여기서 이렇게 있을 수 있다면.
【 쿠 로 토 】 ………………. ……… 아아………
( 그럼에도 이 온기를 사랑스럽다고 여기기 때문일까 )
( 신기하게도 마음은 평온했다 )
( 이, 영원히 내려 쌓일 눈처럼 )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도망쳐 보려고 하면 계속 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쿠로타카가 등장해서 공간 전이로 빼돌린다.
그들이 이동한 곳은 인간들은 모르는 관리자의 탑.
지금은 쿠로토와 하나시로, 쿠로타카밖에 없다는 탑에서 쿠로토는 자신을 연구자라고 부르는 백의의 남자를 만난다.
그는 쿠로토의 기억을 되돌려줄 수 있다는데 어떻게 진행해 왔느냐에 따라서 루트가 좀 달라진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시로후쿠로는 긴슈를 대동한 채 쿠로토와 하나시로를 쫓아오는데, 새 루트를 제외하고 기억을 되돌리지 않았을 경우,
쿠로토에게서 연구자의 기색을 느낀 시로후쿠로가 폭주하며 엔딩 5로 마무리.
【시로후쿠로】 …………………
【 쿠 로 토 】 으음………? ……… 여긴………?
【시로후쿠로】 ………………. 나는………
【 쿠 로 토 】 ……… 넌……… ?
【시로후쿠로】 난 계속 생각했다. 왜, 주께서는 이 땅을 떠났는지. 왜……… 우리를 버렸는지.
【 쿠 로 토 】 …………………
【시로후쿠로】 주께 이 몸을 받은 뒤로 오랜 세월 동안, 주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전력을 다 했는데………
……… 대체 이 땅에 무엇이 부족하셨던 건지.
【 쿠 로 토 】 ……… 너………?
【시로후쿠로】 주께서 창세의 순간, 내게 말씀하셨다. 분쟁이 없는 세계가 보고 싶으셨다고. 그래서 이 모형 정원을 창조하셨노라고.
그리고 주께서는 그걸 위해 우리들, 새를 만들고 구세주를 만들고 쿠로토를 만들었다.
【 쿠 로 토 】 …………………
【시로후쿠로】 ……… 그러나……… 선대 쿠로토가 자신의 몸을 구세주에게 바치고, 그 뒤에 주께선 이 모형 정원을 떠나가셨다.
【 쿠 로 토 】 ……… 뭐………?
【시로후쿠로】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이 모형 정원에 절망한 채 떠나셨다.
……… 네가 주의 이상을 무의미한 것으로 망쳐버렸기 때문이야.
【 쿠 로 토 】 …………………
【시로후쿠로】 너 때문에 주께서는 이 모형 정원을 버리셨던 거다.
【 쿠 로 토 】 ……… 그런………
【시로후쿠로】 네가 이 세계에 태어나는 한, 주께선 돌아오시지 않아. 그렇지만 너만 없어지면 다시 이 모형 정원을 봐주실지도 몰라.
【 쿠 로 토 】 ……… 큭………
【시로후쿠로】 ………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 쿠 로 토 】 ……… 무………슨……… !?
【시로후쿠로】 ……… 왜, 이런 곳에 계신 거지?
【 쿠 로 토 】 ………………. 이건………………
【시로후쿠로】 ……… 보인다. 네 안에 주께서 계신 것이.
【 쿠 로 토 】 ……… 읏………. ……… 너………?
【시로후쿠로】 주의 영혼의 흔적이 보여.
【 쿠 로 토 】 ……… 너……… 어딜 보는 거야………?
【시로후쿠로】 ………………. ……… 주여……… 왜, 이런 것 안에 계신 겁니까………?
【 쿠 로 토 】 ………………읏.
【시로후쿠로】 ……… 어째서………
【 쿠 로 토 】 ……… 이봐………?
【시로후쿠로】 ……………… 그렇습니까.
【 쿠 로 토 】 ……… 음………?
【시로후쿠로】 ……… 그럼, 제가 구해드리도록 하지요.
【 쿠 로 토 】 ……… 뭐?
【시로후쿠로】 이 안에서, 한시라도 빨리 이 땅에 돌아오실 수 있도록.
【 쿠 로 토 】 ………………! 멈춰……….
【시로후쿠로】 서서히, 서서히………. 당신이 꿈에서 깨실 수 있도록.
이 안에서. ……… 아기가 첫 울음소리를 내는 것처럼.
───────────────────────────
이 엔딩은 별 감흥이 없다. 굳이 꼽자면... 무슨 수로 꺼내려고? 그냥 쿠로토 내장을 파헤치려나?
그보다 쟤네 이름은 다 한자로 두 글자(玄冬/花白/黒鷹/白梟/銀朱)인데 한글로 쓰려니 글자수가 달라서 줄 맞추기가 귀찮고
깔끔하지 않다는 게 더 신경 쓰인다 -ㅅ-
쿠로토의 기억을 되돌리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된 쿠로토가 혼란에 빠져서 하나시로한테 자길 죽이라고 몰아세우는 도중에 마찬가지로 나타난 시로후쿠로는 하나시로에게 쿠로토를 죽일 것을 종용한다. 시로후쿠로의 이야기 뒤 선택지가 나타나는데
우선 밑에 있는 더이상은 싫다, 를 고르면 성질을 폭발시키는 쿠로토를 볼 수 있다.
하나시로한테 더이상 자신을 죽이라는 말도 없이 이런 세계, 그냥 멸망해 버리라는 쿠로토는 이 루트가 유일하다.
그렇게 나한테 죽으라고 할 거면, 왜 너희들이야말로 날 만들어 낸 거냐!
처음부터 내가 태어나지 않도록 했으면 좋았잖아!
이번에 내가 죽어도 또 사람이 사람을 죽이면, 난 언젠가 다시 태어나겠지!?
그리고 또 이런 개떡같은 짓을 반복하는 거냐, 어리석기 짝이 없군!
이 내가 쿠로토였다. ……… 그걸 원망해라.
쿠로토가 성질을 드러내는 것까진 좋았더랬지. 텍스트만으로 읽을 땐 우와! 했는데...
PSP판 하면서 미키 신이치로 연기가 너무, 너무, 너무 거시기한 바람에 완전 듣기 싫었다 ㄱ-
좀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화내주셨으면 아니 되셨나요...?
이번에는 우리 귀여운 하나시로♡(...) 대사
쿠로토랑 똑같이, 태어난 것만으로도 죄가 무거운 존재야.
─────────────────────────── 여기부터 엔딩
【 하나시로 】 ……………… 진짜 새하얗네. 어디까지 가봐도 끝없이 하얘.
정말로 아무것도 없어져 버렸어.
【 쿠 로 토 】 ……… 아아.
【 하나시로 】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있으려나.
【 쿠 로 토 】 글쎄. 그렇지만 알아봤자 이젠 아무것도 할 수 없겠지.
【 하나시로 】 ……… 후회해?
【 쿠 로 토 】 물어봐도 소용없는 건 묻지마.
【 하나시로 】 ………………. 그렇구나, 미안.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그럼, 우리가 마지막이라는 걸까.
【 쿠 로 토 】 아니, 내가 마지막이다.
【 하나시로 】 ……… 에………
【 쿠 로 토 】 너밖에 날 죽일 수 없으니까. 모든 것이 눈으로 뒤덮혀 대지가 절멸해도 내가 죽는 일은 없어.
그렇지만 넌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죽을테지?
【 하나시로 】 ………………. 쿠로토, 설마………
【 쿠 로 토 】 너는 날 죽이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되길 바랐잖아. 그럼 끝까지 소신을 지켜.
【 하나시로 】 ……………… ! 그렇지만, 그럼 넌……… !
【 쿠 로 토 】 그게 내가 선택한 결과다.
【 하나시로 】 ………………. 그럴 수가………………
……… 그럴 수가, 혼자서……… 오직 혼자서 계속 살아갈 거라고!? 그럴 순 없어!
【 쿠 로 토 】 처음부터 알고 있던 일이잖아. 너, 생각해본 적 없었던 건가?
【 하나시로 】 ……………… !
【 쿠 로 토 】 ……… 그런 얼굴 하지마, 널 탓하는 게 아니야.
【 하나시로 】 ……… 그렇지만……… 그렇지만, 나……… !
【 쿠 로 토 】 ………………. 신기한 일이군.
【 하나시로 】 ……… 에………?
【 쿠 로 토 】 난 계속 쿠로토란 사실을 싫어했는데, 어째서일까. 지금은 내가 쿠로토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 하나시로 】 …………………
【 쿠 로 토 】 이런 상황에 처하는 건 나 혼자로 충분하잖아?
【 하나시로 】 ……… 그만해………. 그만하라고. 넌 결국 그렇게 또 자신을 희생할 거야?
【 쿠 로 토 】 희생 같은 게 아니야. 나는, 나 스스로가 원해서 이 세계를 멸망시켰어.
【 하나시로 】 ……… 그렇지만……… !
【 쿠 로 토 】 ……… 그렇지만, 넌 있어줄 거잖아.
【 하나시로 】 ……… 에………
【 쿠 로 토 】 마지막까지 나하고 있어줄 거잖아?
【 하나시로 】 …………………
【 쿠 로 토 】 ……… 그걸로 충분해.
【 하나시로 】 ……………… 읏, 쿠로토……… !
.
.
.
【 쿠 로 토 】 ………………. 또 내리는구나.
끝없이, 어디까지나 계속 내리는 게 좋아. 이 세계가 고요하게 잠들 수 있도록.
……… 영원히.
───────────────────────────
엔딩 이름 중 白花를 뒤집으면 花白 하나시로.
여담으로 이 엔딩의 영어명은 Eden is nowhere. 일견 천국은 어디에도 없다(Eden is no where)로 보이지만
Eden is now here 즉, 천국은 바로 여기다 라는 이중적인 의미도 된다는 사실.
다시 되돌아가서, 그럴지도 모른다를 선택할 경우 하나시로한테 어떻게 대해왔느냐에 따라 분기가 나뉜다.
그동안 박정하게 대했다면 시로후쿠로의 말에 넘어간 하나시로가 쿠로토를 죽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po얀데레wer!!
【 하나시로 】 ……… 쿠로토!
【시로후쿠로】 가엽게도. ……… 하나시로.
【 하나시로 】 ……… 읏………
【시로후쿠로】 이제 그만두도록 하세요. 이것에게 마음을 준 그 자체가 애초에 잘못됐던 겁니다.
【 하나시로 】 ……… 아니야!
【시로후쿠로】 대체 이게 당신한테 뭘 해줬다는 거죠? 이런 걸 생각해주는 건 이제 그만두세요.
【 하나시로 】 싫어, 그게 가능했다면 이런 데까지 오지도 않았어!
【시로후쿠로】 어째서입니까? 당신은 정말 이게 이 모형 정원에 사는 백성의 모든 영혼보다 가치가 있는 생명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 하나시로 】 그런 문제가 아니야, 난 쿠로토를 죽이고 싶지 않아!
【시로후쿠로】 ……… 이렇게 당신에게 다정하지 않은데도?
【 하나시로 】 쿠로토는 다정해! 쿠로토만이 내 편이야! 그러니까 난………
【시로후쿠로】 거짓말하지 마세요. 당신은 이것 때문에 그렇게나 마음을 아파하고 있지 않습니까.
【 하나시로 】 ……… 윽……… , 아니야!
【시로후쿠로】 이제 그만두세요. ……… 편해지도록 해요.
【 하나시로 】 ……… 그치만 ……… 그치만, 나한테는 쿠로토밖에 없어………
【 쿠 로 토 】 ………………. 하나시로………
【시로후쿠로】 ………………… 제가 당신에게 약간 지나치게 엄격했던 걸지도 모르겠군요.
알겠습니다, 다음부터 당신에게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도록 대하지요.
【 하나시로 】 ……… 에………
【시로후쿠로】 당신에겐 제가 있습니다.
【 하나시로 】 ……… 그런………
【시로후쿠로】 그러니……… 끝내도록 하세요, 하나시로. 끝나고 나면 꿈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예요.
【 하나시로 】 ………………읏……… 쿠로토………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뭐라고 말 좀 해봐! 나는 널………
【 쿠 로 토 】 ……… 미안하다.
【 하나시로 】 ……………… !
【 쿠 로 토 】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우리는.
【 하나시로 】 ……… 너까지………. 너까지 부정하는 거야? 우리들을!
나를 몇 번이나 구해준 것도………. 내게 해준 모든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는 말이야!?
【 쿠 로 토 】 널 이렇게까지 망설이게 해버린 걸 잘못했다고 생각해.
【 하나시로 】 ……… 너무해………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정말로 넌 너무해. ……… 너무해, 너무하다고………!
【 쿠로타카 】 ………………. 더는 무리인가.
【시로후쿠로】 자, 하나시로. ……… 끝내도록 하세요.
【 하나시로 】 ………………… ……… 정말, 너 같은 거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 쿠 로 토 】 ……… 아아.
【 하나시로 】 너 따윈 좋아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거야……… !
……… 뭐야. 역시 잔인하네, 너는.
어째서 이렇게 됐는데, 그런 표정을 할 수 있는 거야.
어째서 그런 눈으로 날 보는 거야?
……… 어차피 죽을 거면 좀 더 괴롭게 죽어. 날 원망하면서 죽으면 되잖아!
마지막까지 이렇게 내 마음을 죄어들게 책망하다니, 마치 내가 전부 나쁜 거 같아.
……… 어째서 넌 그런 거야.
어째서, 그렇게………
………………. 그렇지만………
나 자신도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만. ……… 역시 기대하고 있어.
다정한 널 다시 만나는 것을.
다음 시대에 또, 너와 다시 만나는 것을.
……… 아아……… 정말이네. 뭔가 약간은 편해졌어.
정말 이렇게 하길 잘 한 걸지도. 그치만, 이렇게 하면 다시 만날 수 있는 걸.
……… 새로운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어.
………………. 다음의 너도 또 내게 다정했으면 좋겠다.
다음의, 너도………. ……………………
그럼 잘 자.
또 만나자. ……… 쿠로토.

하나시로한테 잘 대해줬을 경우 그럴지도 모른다를 선택하면,
하나시로가 더이상 시로후쿠로의 말은 듣지 않겠다며 오히려 그녀를 찔러 죽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로후쿠로는 자기가 죽어가면서조차 할 수 있지 않느냐며, 이 기세로 쿠로토를 죽이라고 말하고 죽는다.
만약 새 루트를 탔을 경우에는 상황이 좀 다르게 흘러가지만... 추가 엔딩이니 일단 제일 끝에 따로 다루는 걸로.
시로후쿠로를 죽인 뒤 폭주한 하나시로는 이렇게 된 이상 일본을 공격한다 한계에 달해 세계가 멸망하기 전에, 즉 쿠로토를 매개로 멸망하기 전에 자기가 세상 사람들을 전부 죽여서 멸망시켜버리겠다고 탑을 뛰쳐나간다. 그게 싫으면 자기를 죽이라는 말을 남기고.
일단 이 시점에서 아직 모든 사정을 모르는 쿠로토한테 남겨진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이런 일은 이제 그만두고 싶다, 를 선택할 경우 쿠로타카가 이 세계에서 벗어나면 된다는 제안을 한다.
멸망은 쿠로토가 있어야 진행되는 거니까 그 매개체인 쿠로토가 사라지면 멸망도 멈출 거라고.
단, 모형 정원밖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세계.
모형 정원 속에서 윤회를 반복하며 운명을 되풀이하는 것보다 더 괴로울 거란 쿠로타카의 말에 쿠로토는 그래도 자신이 선택한 괴로움을 받아들이는 편을 선택한다. 그리고 쿠로타카는 그런 쿠로토와 함께 나가기로 결정한다. 어차피 쿠로타카가 집착하는 건 쿠로토뿐이고, 임무 또한 쿠로토를 지키는 건데 그 대상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거니까 같이 나가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쿠로타카X쿠로토를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해피 엔딩일 것이다.
【 ? ? ? 】 ……………… 아
엄마, 엄마, 이거 봐, 눈이 내려! 굉장하다, 엄청 내리고 있어!
아이참, 엄마도 보라구! 무지 예쁘단 말야!
나 밖에 나가도 돼? ……… 에이, 혼자 괜찮다니까! 다녀올게!
【 소 년 】 ……… 읏차. 나 참, 혼자 밖에 나와도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치만 굉장하네, 정말로.
예쁘다아ㅡ………
.
.
【 쿠로타카 】 ……………… 쿠로토.
또 보고 있었니? 그 모형 정원을.
【 쿠 로 토 】 ……… 아아.
【 쿠로타카 】 잘도 질리지 않는구나. 이미 알던 나라도 토지도 전부 사라지고 변해버렸는데도.
아니면 뭔가 재밌는 거라도 있었어?
【 쿠 로 토 】 그런 건 아니지만………. 지금 눈이 내리고 있어.
【 쿠로타카 】 눈?
【 쿠 로 토 】 아아, 그 곳에. ……… 그저 내리고 있을 뿐이지만 말이야.
【 쿠로타카 】 ……… 아아. 이제 눈을 꺼려할 일은 없을테니까.
【 쿠 로 토 】 ………………. 생각해.
【 쿠로타카 】 ……… 응?
【 쿠 로 토 】 역시 이렇게 하길 잘 했다고.
그 뒤로 계속 이렇게 밖에서 이 세계를 바라봤어.
결국 내가 있든 없든 전쟁은 반복되고, 생명은 돌고 돌아서, 그리고 이렇게 이어지고 있어.
그게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있을 필요는 없었어. 그것만은 확실해.
【 쿠로타카 】 ……… 쿠로토.
【 쿠 로 토 】 이렇게 많은 생명이 살고 있는데, 단 한 사람의 의지로 망가져도 되는 게 아니었어, 이건.
【 쿠로타카 】 ……… 그렇구나.
【 쿠 로 토 】 이렇게 이런 식으로 세계를 볼 수 있어서 난 행복하다고 생각해.
【 쿠로타카 】 ……… 뭐?
【 쿠 로 토 】 그 때, 이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내 생명은 아직도 이 안에서 계속 이용당하고 있었을테지.
【 쿠로타카 】 ………………. 그만해,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 쿠 로 토 】 넌 신경쓰는 거 같지만. ……… 난 제법 고마워하고 있어, 너한테.
【 쿠로타카 】 그런 식으로 고마워해봤자 기쁘지 않아.
【 쿠 로 토 】 ……… 아니. 내가 고마워하는 건 네가 여기 있다는 거야.
【 쿠로타카 】 ……… 응?
【 쿠 로 토 】 역시 아무리 그래도 나 혼자서는 힘들었을테니까. 네가 있어줘서 다행이다.
【 쿠로타카 】 …………………
【 쿠 로 토 】 ……… 음? 거기서 입 다물지 마, 쑥스럽잖아.
【 쿠로타카 】 ……… 아니, 그………. 이거 곤란하군.
【 쿠 로 토 】 넌 불만인가?
【 쿠로타카 】 ……… 그거야 그렇지. 여긴 아무것도 없어. 나와 너, 이 모형 정원밖에 없지.
정말 이런 데로 널 데려와도 좋았던 걸까, 여태까지 조금 후회하던 중이었으니까.
【 쿠 로 토 】 그러니까 잘 됐다고 말했잖아.
【 쿠로타카 】 ……… 그렇지만 말이지. 역시 네게 좀 더 다른 뭔가를 주고 싶었어.
【 쿠 로 토 】 ……… 새삼스럽게 무슨.
【 쿠로타카 】 아아, 새삼스럽지만 말야.
【 쿠 로 토 】 이걸로 만족해둬.
【 쿠로타카 】 ……… 아니……… 너한테 그런 말을 들을 줄은.
【 쿠 로 토 】 나는 이렇게 이 세계가 계속되는 것만으로도 정말 충분해.
【 쿠로타카 】 ……… 쿠로토.
【 쿠 로 토 】 그러니까 네가 그런 식으로 신경쓸 필요는 없어.
【 쿠로타카 】 ……… 그런가.
【 쿠 로 토 】 ………………. 너야말로, 괜찮은 건가.
【 쿠로타카 】 응?
【 쿠 로 토 】 이런 데까지 따라오게 만들어서.
【 쿠로타카 】 뭐야, 너도 신경쓰고 있잖아.
【 쿠 로 토 】 ……… 그렇지만, 이렇게 된 건 내 어리광이니까.
【 쿠로타카 】 그거야말로 새삼스럽구나. 벌써 얼마나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해?
【 쿠 로 토 】 뭐, 그럴지도 모르지만.
【 쿠로타카 】 괜찮아, 나는. ……… 네가 좋다면, 그걸로 좋아.
【 쿠 로 토 】 ………………. 피차 이걸로 잘 됐다는 얘긴가.
【 쿠로타카 】 ……… 그런 것 같구나.
.
.
.
【 소 년 】 굉장하다, 어디까지나 끝없이 내리는구나. 눈은 왜 이렇게 예쁜 걸까.
어라? ……… 새다.
……… 어디로 가는 걸까.
쿠로X쿠로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역시 내 눈에는 하나시로가 밟힌다...
쿠로토가 모형 정원을 나가고나서 하나시로는 어떻게 됐을까...
쿠로쿠로 엔딩을 보고 다시 되돌아가서 그래도 하나시로를 만나고 싶다를 선택하면 쿠로타카는 이 모형 정원에서 쿠로토 시스템 자체를 멈출 방법을 알려준다. 그건 바로 이 세계의 관리를 맡고 있는 관리자들의 소멸. 그리고 탑의 중심부로 데려가 그 방법을 가르쳐 주는데...
그건 바로 쿠로타카의 소멸! 어떤 선택을 하든 쿠로타카가 사라지는 건 변함이 없다.
받아들이면 쿠로토의 손으로 끊고, 역시 할 수 없다를 고르면 자기 손으로 끊고 사라진다.
이 쿠로토 빠돌이는 이렇게 끝까지 사람의 심금을 울리며 장렬하게 퇴갤.
하지만 어떤 선택지를 골랐느냐에 따라 엔딩은 다르다. 어쨌거나 자기 손으로 책임을 회피하면 좋은 꼴을 보기 힘든 법이다.
역시 할 수 없다를 선택할 때 하나시로와 관계를 어떻게 쌓았느냐에 따라 두가지 엔딩이 뜬다.
먼저 하나시로랑 사이가 그저 그랬을 경우.
앞서 폭주하며 뛰쳐나갔던 하나시로는 채국의 성으로 와서 국왕을 비롯 전원을 살해한다.
그걸 막으려던 긴슈의 손에 하나시로가 죽은 뒤 한 발 늦게 쿠로토가 도착.
이후 쿠로토와 긴슈의 대화를 보고 쿠로토X긴슈 플래그가 서는 줄 알았는데...
PC판은 저기서 그대로 끝이지만, PSP판에서 하나시로 시점의 뒷 이야기가 추가되었다.
그 추가 내용이라는 게...... 이 무슨 긴슈X하나시로 플래그!!?? +_+
하나시로가 이미 죽어서 미래고 뭐고 아무것도 없긴 하지만(;)
─────────────────────────── PSP판에서 추가된 이야기
…………………
……… 옛날부터 그랬다.
옛날부터, 그 녀석은 언제나 날 방해했다.
【 긴 슈 】 ……………… 크윽………
【 하나시로 】 ………………. 이봐, 어떻게 된 거야. 폐하의 원수를 갚는 거 아니었어?
【 긴 슈 】 ……… 빌어먹을 ………
【 하나시로 】 아니면 그 상처로는 이제 손에 힘이 안 들어가? ……… 대장.
【 긴 슈 】 ……… 큭, 바보취급 하지마!
【 하나시로 】 ……… 읏! ……… 헤에, 제법 하잖아. 그렇게 나와야지!
【 긴 슈 】 크, 크윽 ……… !
몇 번째일까, 이렇게 이 녀석이 내 앞을 막아서는 건.
언제나 반드시 오는 건 이 녀석이다.
내가 잘못을 저지르면 반드시 내 앞에 나타난다.
다른 사람들은 누구나 그저 구세주란 것만으로 내가 하는 일을 뭐든 긍정하는데.
그런데도 이 녀석만은 정면으로 부딪쳐온다.
내가 잘못했다고. ……… 그러니 고치라고.
【 하나시로 】 ………………. 알고 있어, 그런 거………
【 긴 슈 】 ……… 으, ……… 뭐?
【 하나시로 】 그렇지만, 이미 늦었어. 난 이미 전부 끝내주기로 결정했거든.
【 긴 슈 】 뭐라고………?
【 하나시로 】 말했지, 쿠로토 때문에 세계가 멸망하기 전에 전부 내가 죽여주겠다고.
지금까지 나한테 전부 떠넘기고 그저 태평하게 구원받기를 기다렸잖아. 그렇다면 내가 결정한 건 절대적이겠지?
【 긴 슈 】 ……… 뭐………
【 하나시로 】 나는 이 세계를 구하지 않아. ……… 너희들이 멋대로 결정한 구세주에게 멸망해서 죽는 거야. 꼴 좋다!
【 긴 슈 】 ………큭, 네 놈………! 어지간히 정신 좀 차려라, 이 바보 자식!
【 하나시로 】 뭐야, 이 참상을 보고 아직 그런 말이 나와? 모자란 녀석이네, 진짜.
【 긴 슈 】 ………크으, 정말로……… 어째서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거냐!
【 하나시로 】 ……… 응………?
【 긴 슈 】 폐하도, 중신들도, 여기에 있는 전부, 누구나 네게 기대하고 있었다! 너한테 떠넘긴 게 아니야, 맡겼던 거다!
너라면 틀림없이 우리들을 구해줄 거라고……… !
【 하나시로 】 …………………
【 긴 슈 】 ……… 하나시로, 너를 믿었던 거라구!? 그런데 어째서 이런 짓을 할 수 있나!
【 하나시로 】 ……… 핫………
【 긴 슈 】 ………………. 어째서……… 어째서……… 지금까지 함께 살아온 자들을 이리도 손쉽게 죽일 수 있는 거냐………
【 하나시로 】 ……… 어째서, 인가.
【 긴 슈 】 ……… 음……… ?
【 하나시로 】 ……………………
……… 넌 이해 못 해.
올바르게 자신의 소중한 것을 위해 노력하지.
자신이 하는 일에 자긍심까지 갖고 있어.
……… 좋겠네. 정말로.
하지만, 그렇다면 소중한 걸 잃어버리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는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
지금 내가 네게서 중요한 걸 빼앗은 것처럼, 너희들은 나한테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걸 빼앗으려고 했어.
……… 그거, 깨닫고 있어?
가능하면 나도 세계를 위해서라던가, 모두를 위해서라던가, 그런 걸 위해서 노력하고 싶었다고.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해.
………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그렇지만 할 수 없었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리였다고.
나는 쿠로토를 죽일 수 없어. 어떻게 해도 불가능해.
그게 가능하면 좋겠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어.
……… 그러니까 더이상은. 안 되는 거야, 난.
【 하나시로 】 ………………. 어째서고, 저째서고. 너희가 그렇게 시킨 거잖아.
【 긴 슈 】 ………………. ……… 뭐 ………?
【 하나시로 】 …………………
【 긴 슈 】 ………………. 하나, 시로………?
【 하나시로 】 ………………. 괴로워 보이네, 대장. 그 출혈로는 이제 한계려나.
【 긴 슈 】 ……… 뭐, 라고………?
【 하나시로 】 생각보다 애쓴 거 같지만. ……… 슬슬, 끝장내볼까. 다들 있는 곳으로 보내줄게.
【 긴 슈 】 ……… 크윽……… 기, 기다려……… 으, 나는 아직………!
【 하나시로 】 적어도 마지막 정도는 편안하게 해주지.
【 긴 슈 】 ………………, ……………… 하나시로………!
……… 있잖아, 쿠로토.
아까부터 사람을 죽이고 있는데도, 네 모습만 눈에 아른거려.
이런 짓을 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지금조차 네가 와주는 걸 기대해.
널 만나고 싶다고, 생각해.
우습지. 지금 네가 날 보면 어떤 얼굴을 할지, 내겐 상상이 가는데도.
그런데 왜 난 널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렇게 사람을 계속 죽여가는 그 앞에 네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니, 어째서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널 구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실은 언제나 네가 구해주길 원했어.
계속, 네가 구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 그런, 거였어.
나는 널 위해서라고 하면서, 결국 자신이 괴로운 일에서 도망쳤을 뿐이야.
너라면 나를 막아줄 거라고 생각하면서.
……… 나 자신이 편해지고 싶었을 뿐이었어.
【 긴 슈 】 ………하나시로………, 이제 그만해라, 그만해줘!
【 하나시로 】 ………………. 시끄럽네, 그럼 네가 막아보라고.
【 긴 슈 】 ………으, 크으……… 윽………
【 하나시로 】 ………………. 그럼 잘 가, 대장.
……………… 계속 날 편하게 해줄 사람을 기다렸어.
……… 그렇지만 그건.
【 하나시로 】 ……………… 네가 아니야!
【 긴 슈 】 …………………………하나시로!
【 하나시로 】 ………………, 에………
【 긴 슈 】 ……………………………………………… 읏……… ?
【 하나시로 】 ………………, ……… 으윽……… ……… 어, 째서………
【 긴 슈 】 ……… 하나시로……… !
……… 거짓말이지?
어째서, 너 따위한테 내가 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뭔가 엄청 잘못됐는데. 어째서 이렇게 된 거야? 이럴 리가, 없었는데………
날 죽이는 건 너 따위가 아니라, 계속, 내가 기다리고 있었던 건, ………………………
……… 아아─ 그러니까 싫은 거야, 네가.
언제나 날 방해하니까.
【 긴 슈 】 ……… 윽, 하나시로, 야! ……… 큭, 젠장……… !
【 하나시로 】 ……………… 바 ─ 보. ……… 왜 내 걱정 따윌 하는 거야.
【 긴 슈 】 ……………… 시끄러워! 조용히 해!
【 하나시로 】 진짜 바보다, 너. ………………………………
【 긴 슈 】 ……… 됐으니까, 더 떠들지마!
……… 그렇지만, 옛날부터 언제나 그랬어.
내가 실수했을 때는 언제라도, 반드시.
너만이 다가왔었지. ……… 나한테 잘못했다고 하면서.
【 하나시로 】 ………………, 어쩔 수 없지………
【 긴 슈 】 ……………… 큭, ……… 뭐………?
【 하나시로 】 …………………
【 긴 슈 】 야, 하나시로……… 이봐!?
사실 너 따위는 절대 본의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은 어쩔 수 없으니까.
……………………
……… 너로 참아줄게.
【 긴 슈 】 ……………………………………… 하나시로………
…………………………………하나시로.
……………………………………… 이 바보가………
.
.
.
【 ? ? ? 】 …………………
【 ? ? ? 】 ……………… 야.
【 ? ? ? 】 …………………
【 ? ? ? 】 ……… 야, 하나시로.
【 하나시로 】 …………………
【 긴 슈 】 대체 언제까지 거기서 풀죽어 있을 셈이야? 어지간히 방으로 돌아가. 다른 사람들한테 걱정 끼치는 거 아니야.
【 하나시로 】 …………………
【 긴 슈 】 이봐, 언제까지 거기 있어봤자, 그 녀석이 돌아오지는 않는다고. ……… 자, 주저앉아 있지 말고 똑바로 서………
【 하나시로 】 ……… 놔!
【 긴 슈 】 ……… 윽! ……… 무슨………
【 하나시로 】 손대지 마!
【 긴 슈 】 ………………. 뭐라고………?
【 하나시로 】 ……………… 읏, ………………
【 긴 슈 】 야, 네 녀석 갑자기 무슨 짓을………
【 하나시로 】 새로운 새 같은 거 난 필요 없어!
【 긴 슈 】 ……… 뭐?
【 하나시로 】 ……… 그런……… 그런 건 필요 없는데도, 다들, 다들, ………………………
【 긴 슈 】 ………………. 하나시로………
【 하나시로 】 ……… 이 녀석이 죽은 건 내 탓인데도, 바로 다음 새를 데려와서는……… 대신 따윈 필요없어, 죽은 건 이 녀석이라고!
【 긴 슈 】 ………………. 그건 네 새가 아니잖아. 시녀가 기르던 새다.
【 하나시로 】 그렇지만, 죽은 건 내 탓이야! 재밌다고 새장에서 꺼낸 건……….
【 긴 슈 】 …………………
【 하나시로 】 그런데도 난 잘못한 게 아니라고, 다들 ……… 말해. 잘못한 건 나인데도!
【 긴 슈 】 ………………. 당연하지, 바보 녀석. 조금은 반성해라.
【 하나시로 】 ……… 읏………
【 긴 슈 】 네가 쓸데없이 새장에서 꺼내지 않고, 제대로 주인에게 양해를 구했으면 좋았을 거다. 그렇게 배웠잖아?
【 하나시로 】 …………………
【 긴 슈 】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나빴나, 조금은 알았겠지. ……… 이제 두번 다시 되풀이하지마.
【 하나시로 】 …………………………………………………… 읏, 너 따위한테 듣고 싶지 않아!
【 긴 슈 】 무……… 뭐라고, 이 녀석!
【 하나시로 】 ………………. 그치만, 이제 안 해. ………………………………………………
【 긴 슈 】 …………………
【 하나시로 】 …………………
【 긴 슈 】 ……… 거기에 무덤이 있는 건가.
【 하나시로 】 ………………. 응.
【 긴 슈 】 주인의 허락은 받았어?
【 하나시로 】 같이 묻었어. ………………………………………………
【 긴 슈 】 ………………. 그래.
【 하나시로 】 ………………. 긴슈………?
【 긴 슈 】 이런 꽃으로는 헌화가 안 될지도 모르지만. 자, 돌아가자.
【 하나시로 】 ……… 왜 꽃 같은 걸 가지고 있는 거야, 너.
【 긴 슈 】 상관없잖아, 별로, 우연이다, 우연! 빨리 가자, 다른 사람들한테 걱정 끼치지마!
【 하나시로 】 …………………
【 긴 슈 】 ……… 하나시로?
【 하나시로 】 ……… 아무것도 아니야.
【 긴 슈 】 ……………… ?
【 하나시로 】 ………………………………. 바보 아냐……… ?
……………… 언제나 온다.
제일 처음으로, 네가.
───────────────────────────

하나시로랑 사이가 좋았을 경우.
위의 엔딩과 다르게 이번에 하나시로가 뛰쳐나간 곳은 채국의 왕성이 아니다.
사람들이 서로 죽이기 전에 본인이 그걸 정리할 작정으로 전쟁터에서 양쪽 진영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쿠로토가 도착. 하나시로의 상처를 보고 공간이동으로 전장을 빠져 나간다.
───────────────────────────
【 쿠 로 토 】 ……… 윽, 젠장, 아직 한 번에 멀리까지 이동할 수는 없군………
……… 하나시로, 괜찮아?
【 하나시로 】 ………………. ……… 응………
【 쿠 로 토 】 의사한테 갈 때까지만 참아. 한번 더 이동할테니까, ………………
……… 음?
【 하나시로 】 됐어, 이제. 어쩐지 힘이 빠져서………
……… 공간 이동이란 거, 제법 피곤하네. 몰랐어………………
【 쿠 로 토 】 ……… 야, 하나시로……… ?
【 하나시로 】 나도……… 너도, 지금까지 이런 건 인연이 없었잖아. ………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갑자기 힘을 쓸 수 없게 된 거……… 그 때문이었구나………
【 쿠 로 토 】 ……… 하나시로, 이봐……… ? ……… 제길!
【 하나시로 】 ……… 괜찮다니까, 이 이상 공간 이동을 하면 너까지 지칠 거야. 이제……… 너도 힘이 없잖아.
【 쿠 로 토 】 ……… 하나시로………
【 하나시로 】 뭔가 더는……… 잘 모르게 되어 버렸고. 여기면 되니까………
【 쿠 로 토 】 ……… 바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죽지 마!
【 하나시로 】 ………………. ……… 싫네
【 쿠 로 토 】 ……… 뭐……… ?
【 하나시로 】 ……… 내가 너한테 그런 말을 들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 어쩐지 이상한 느낌………
【 쿠 로 토 】 ……… 하나시로………
【 하나시로 】 역시……… 죽는 건 싫은 거구나.
【 쿠 로 토 】 당연하지!
【 하나시로 】 ……… 나도, 싫어. ……… 그렇지만………
【 쿠 로 토 】 ……… 응……… ?
【 하나시로 】 ……… 그렇지만, 나도 잔뜩 죽여버렸으니까. 나만 안 죽을 수는 없지.
【 쿠 로 토 】 ……… 그만해, 그런 말은! 싫다고 나는, 뭘 위해서 난……….
……… 간신히……… 너와 함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
【 하나시로 】 ……… 미안.
【 쿠 로 토 】 ……… 사과하지마!
【 하나시로 】 ……… 그게 아냐. 네 마음이 전해져서………
【 쿠 로 토 】 ……… 뭐……… ?
【 쿠 로 토 】 …………………
【 쿠 로 토 】 ……… 그런 말은 그만둬!
【 하나시로 】……… 너도, ………이런 마음이었으려나………
【 쿠 로 토 】 ……… 하나시로……… ?
【 하나시로 】 ……… 그런가………. ………………………………………
【 쿠 로 토 】 ……… 이봐……… 하나시로……… ? ………………………………………
【 쿠 로 토 】 ……… 왜……… ! 겨우 우린 해방된 거잖아!? 왜 이렇게 되어야만 하는 거야!
간신히, 난 너와 함께 살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
이건……… 인과인가? 계속 너한테 살해를 강요했던 것의………
네 손에 계속 죽으려고 했던 그 대가인가!?
……… 하나시로, 나는……… !
넌……… 나랑 살고 싶은 게 아니었어……… ?
이걸로……… 이런 걸로 되는 거냐……… ? ……… 너는………
……… 하나시로………
…………………
그래……… 나도 계속 그렇게 생각했어.
나 때문에 사람이 죽는 건 싫다고. 그렇다면 내가 죽는 편이 낫다고.
죽으면 더이상 괴로운 건 아무것도 없어진다고. ……… 편해질 수 있다고.
네가 아무리 말려도, 그걸 원했어. 그런 나한테 널 탓할 자격은 없나. …………………
난 너한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었구나………
……… 그럼……… 나는……… 살아갈 수 밖에 없으려나. 네 몫까지………
……… 하나시로………
넌……… 편안해졌니……… ?
다시 분기점을 로드해서 쿠로타카의 손에서 끈을 받아들고 쿠로토가 결말을 맺게 만들자.
하나시로가 전장에서 폭주하고 있는 부분까지는 같다. 하지만 앞 번과는 다르게 선택지가 뜬다.
이 부분에서 조심해야 한다.
아무 증거도 없이 쿠로토 시스템이 사라졌다는 걸 못 믿는 하나시로한테 증명해주면 바로 위에서 본 엔딩 10이 또 뜬다!
쿨하게 증명 따윈 없다고 말해주자.
그럼 이 게임의 단 하나 뿐인 베스트 엔드(PSP판의 경우 하나가 더 있긴 함)가 뜬다.
베스트 엔딩이지만 사실 다른 엔딩들이 여러모로 더 감동적이고 여운이 있다보니 난 여기 아무 감흥도 없다.
엔딩보다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을 첨부한다. 엔딩 따윈 쌈싸먹으라고 해
그동안 맘고생 심했던 우리 불쌍한 하나시로를 위해 엔딩보다 달콤한 그 과정을!!
───────────────────────────
【 쿠 로 토 】 증거 따윈 없어.
【 하나시로 】 ……… 에?
【 쿠 로 토 】 그래도, 난 너랑 함께 가고 싶어. ……… 그걸로는 안 될까?
【 하나시로 】 …………………
……… 쿠로토………
……… 그건 너하고 알게된 뒤로 얼마쯤 지났을 무렵이었을까.
아직 내가 널 언젠가 죽일 거라고 생각했던 무렵.
아직 네가 언젠가 세계를 멸망시킬 거라 여겼던 무렵.
이유는 벌써 잊어버렸지만, 뭔가 사소한 일로 싸우다가 얼떨결에 힘을 써서 널 다치게 해버린 적이 있었지.
이미 피차 숨길 것도 없어졌으니 거기서 차라리 죽여버렸으면 좋았을텐데.
어차피 서로가 눈치채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 그런데도, 난 갑자기 진실을 눈 앞에 드러내버렸다는 사실에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네 앞에서 도망치고 있었어.
……… 무서웠어. 널 죽이는 게 아니라, 내 손에 죽을 거라 생각한 네가 날 향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저 정신없이 뛰다보니 눈 앞이 잘 안보여서, ………정신이 들었을 땐 절벽에서 미끄러져 떨어져 있었지.
지금 떠올려도 정말 얼빠지고 한심한 얘기야.
어둠 속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거기 주저앉아서, 난 오로지 그저 무서워했어.
네가 날 찾으러 오는 걸.
널 이대로 만날 수 없게 되는 걸.
더이상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어져서, 차라리 이대로 사라져 버리고 싶다는 생각조차 했어.
……… 하지만 넌 와줬었지.
【 쿠 로 토 】 ( ……… 여기 있었구나, 하나시로 )
한순간 날 죽이러 온 줄 알았어.
【 쿠 로 토 】 ( 뭐야, 다쳤잖아 )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고.
【 쿠 로 토 】 ( 걸을 수 있어? 돌아갈 때까지 힘들겠지만 참아봐 )
넌 평소처럼 다정해서.
【 쿠 로 토 】 ( ……… 걱정 끼치지마, 바보 )
난 언젠가 널 죽일텐데.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데.
【 쿠 로 토 】 ( ……… 돌아가자 )
……… 가슴이 아팠어.
언젠가 널 죽이는 그 날이 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빌었어.
결국 그 날의 일은 서로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고, 단지 네 체온이 따뜻했다는 것만을 아주 잘 기억하고 있어.
넌 언젠가 나한테 죽기 위해서 날 구해준 건 아닐까, 지금은 약간 그런 생각도 들지만.
그런 건 관계없어.
그 날 느꼈던 아픔은 아직 사라지지 않고 여기 있으니까.
널 잃고 싶지 않아서 여기까지 왔어.
무슨 일이 있어도 너랑 함께 있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거야.
【 하나시로 】 ……… 선택해도 괜찮아?
【 쿠 로 토 】 좋을대로 하면 돼.
【 하나시로 】 또 죽여버렸어.
【 쿠 로 토 】 딱히 그걸 용서할 생각은 없어.
【 하나시로 】 ……… 역시, 난………
……… 에, 으앗, 뭐야……… ?
【 쿠 로 토 】 ……… 이봐, 계속 궁시렁거리면 억지로 데려갈 거야.
【 하나시로 】 ……… 쿠로토………
【 쿠 로 토 】 이제 됐잖아. ……… 따라와.
【 하나시로 】 …………………
【 쿠 로 토 】 지금까지 미안했다.
【 하나시로 】 ……………… 쿠로토 ………………
……… 그러니까.
너하고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난 분명 아무것도 저주하지 않을 수 있어.
……… 태어난 것에 감사조차 할 수 있어.
【 하나시로 】 ……… 응………
나도 너랑 함께 있고싶어………
───────────────────────────
아이고 하나시로야 ㅠ_ㅠ
분명 주인공은 쿠로토지만, 워낙에 하나시로가 고생하는 게 안쓰러운데다 화자가 하나시로라서
쿠로토가 아닌 하나시로한테 감정이입이 되는 불편한 진실.
어쨌든 이렇게 쿠로토 시스템이 사라져 세계는 멸망을 멈춰 봄을 맞이하고.
관리자와 함께 사라진 관리자의 탑이 있었던 곳에 나무를 심으며 잔잔하게 엔딩 스크롤이 올라간다.
하나시로 행쇼! 쿠로토도 행쇼!
베스트 엔드를 쓰고 나니 어째 다 했다는 해방감(;)이 들지만 아직 갈 길은 한참 멀다.
자, 제일 처음 루트 분기 시점인 하나시로를 찾으러 갈 거냐 말 거냐로 돌아가서 이번에는 기다려보자.
여기저기 차이점이 있지만 제일 큰 부분은 여기서는 하나시로랑 헤어지게 된다는 점이 다르다.
이 루트는 일명 안경 루트. 안경남 취향을 대놓고 노린 루트 되시겠다.
바로 이렇게 쿠로타카가 등장해서 안경을 씌워주기 때문. 이후 스탠딩도 안경을 쓴 모습으로 변한다.
그리고 모습이 안 보이는 하나시로를 쿠로타카와 함께 찾으러 가면...
뒤쫓아오는 병사들을 죽이고 피를 뒤집어쓴 하나시로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자신과 함께 가자는 하나시로.
어느 쪽을 선택해도 하나시로와는 헤어지게 되지만 받아들이느냐 뿌리치냐에 따라 뒤에 등장하는 인물이 좀 다르다.
하나시로를 받아들이면 긴슈가 나타나서 쿠로타카가 쿠로토를 데리고 도망치고, 뿌리치면...
딱히 쿠로토를 죽일 생각은 없어. 넌 방해되니까 죽일 거지만, 쿠로토는 죽이지 않아.
……… 약간 자유를 빼앗을 뿐이야.
네가 내 앞에서 없어지는 건 절대로 용납 못해. 난 너만 있으면 돼.
………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없으니까.
하나시로의 광적인 집착. 누나가 두근두근 했단다
이거 까딱하면 손발 자르고 가둬두겠는데? 하지만 이 게임은 전연령가이니 그런 거 없다
여기서는 쿠로타카가 그냥 쿠로토를 데리고 사라져 버린다.
그 뒤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서 쿠로타카와의 대화로 정체를 깨닫고 과거의 기억을 아주 약간씩 되살리게 된다.
후딱후딱 진행하고 선택지까지 가면 단념할 수밖에 없다 / 단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양자택일.
단념하는 쪽을 선택하면 쿠로토는 자포자기한채 히키코모리(...)가 된다.
방에 틀어박힌 쿠로토에게 쿠로타카가 매일 와서 말을 걸어주는데, 세 번 다 대답을 하면 또다시 쿠로쿠로 엔딩이다!
【 쿠 로 토 】 …………………
슬슬……… 새벽인가.
……… 또 도망치는 건가. 살아남기 위해서.
끝내기 위해서………
…………………
……… 음? 그러고보니……… 한마디로 멸망한다고 해도, 대체 어떻게 그리 되는 거지?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나는 건가?
………………. ……… 눈………
……… 설마………
………………. 설마, 이걸로……… 세계가.
이 눈 때문에 세계가 멸망하는 건가………
그래서 난 눈을 보고 있으면, 이렇게나 가슴이 죄여드는 듯한 기분이었나………?
【 쿠로타카 】 그 말대로야.
【 쿠 로 토 】 ……… 쿠로타카………
【 쿠로타카 】 굉장한 눈이지? 지금 세계의 모든 게 이렇게 은백색으로 물들어 있어.
이 세계는 네 덕분에 아름답게 끝나는 거야. 어리석게 피를 흘리는 일 없이.
그렇게 들으면 제법 좋은 거라 생각하지 않아? ……… 「쿠로토」도.
【 쿠 로 토 】 …………………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해.
【 쿠로타카 】 …………………
【 쿠 로 토 】 하지만 어떻게 말해도 난 단순한 파괴자야. 그건 틀림없어. 어떤 풍경이든 이걸 아름답다는 생각 따윈 못 해.
【 쿠로타카 】 ……… 쿠로토.
【 쿠 로 토 】 이 세계를 만든 녀석은 바보로군. 나 같이 쓸모없는 걸 만들 틈이 있었다면, 더 좋은 세계를 만드는 게 좋았을텐데.
【 쿠로타카 】 그리고 내가 그 쓸모없는 것의 유일한 지지자란 거구나.
【 쿠 로 토 】 …………………
거짓말 하지마.
【 쿠로타카 】 ……… 음?
【 쿠 로 토 】 너, 실은 그런 생각 전혀 안 하잖아? ……… 알고 있어.
【 쿠로타카 】 왜 그렇게 생각하지?
【 쿠 로 토 】 억지로 웃는 건 그만둬.
【 쿠로타카 】 …………………
【 쿠 로 토 】 너, 실은 어느 쪽이든 좋은 거 아냐? 이 세계가 멸망하든 어떻게 되든.
……… 사실은 이런 일은 하고 싶지 않은 거 아닌가?
【 쿠로타카 】 ……… 글쎄다.
【 쿠 로 토 】 쿠로타카………
【 쿠로타카 】 어쨌든, 난 널 죽게할 수는 없어. 그게 내 일이니까.
……… 게다가……… 네가 죽길 바라지 않아.
【 쿠 로 토 】 ………………?
【 쿠로타카 】 아마 그 아이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세계의 모든 이가 소중한 것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이걸 쓸모없는 거라고 한다면, 정말 이 세계는 쓸모없는 것들로만 만들어진 거겠지.
【 쿠 로 토 】 ……… 쿠로타카.
【 쿠로타카 】 나는 말야, 그저 나 자신을 위해서만 움직이고 있어. ……… 사실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아니 그보다, 다만 내가 잃고 싶지 않은 걸 지키려 했더니 이렇게 되어버렸을 뿐이야.
……… 나 참, 그 아이랑 별 다를 게 없어서 싫어지는구나.
【 쿠 로 토 】 …………………
【 쿠로타카 】 그러니까 만약 네가 죄를 짊어질 거라면, 전부 나한테 떠맡겨도 돼.
이건 네 탓이 아니니까.
【 쿠 로 토 】 바보 같은 말 하지마. 그럴 리가 없잖아.
【 쿠로타카 】 으음ㅡ 진심인데 말이지?
【 쿠 로 토 】 넌 바보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 바보 같아.
【 쿠로타카 】 ………………. 칭찬으로 받아둘게.
그래서, 어떻게 할 거니?
【 쿠 로 토 】 ……… 응?
【 쿠로타카 】 같이 와 주려나.
【 쿠 로 토 】 …………………
【 쿠로타카 】 ……… 아니면.
【 쿠 로 토 】 ……… 나는………
【 쿠로타카 】 ………고민할 필요 없어. 우리들……… 이 세계의 누구나 그러하듯, 너도 자기의 욕심에 충실하면 돼.
【 쿠 로 토 】 ………뭐?
【 쿠로타카 】 누구나 다들, 가지각색의 굴레 속에서 자신과 거기 관련된 소중한 것을 위해 살아가는 거야.
그건 너도 주장할 수 있는 일이지.
넌 쿠로토로서 태어났어.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없는 건 아니야.
확실히 커다란 제한이긴 해. 그래도 그렇기에 더욱 쿠로토로서 자신이 가는 길을 선택할 수 있어.
……… 「쿠로토」는 너밖에 없으니까.
【 쿠 로 토 】 …………………
【 쿠로타카 】 뭐, 입장상 실컷 방황하게 만들어 버렸지만. 이게 내 본심이야.
그리고,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마지막까지 너와 함께 있어.
……… 잊고 있었지?
【 쿠 로 토 】 ……… 쿠로타카………
【 쿠로타카 】 ……… 가볼까. 곧 날이 샐 거야.
【 쿠 로 토 】 …………………
아아, 부탁해.
【 쿠로타카 】 …………………
아아, 네가 바라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데려가줄게.
난 너의 새니까 말야.
자, 그럼 넌 어디로 가고 싶으려나. ……… 쿠로토.
PC판에서는 엔딩 스틸이 없지만 PSP판에서는 추가되었으니 쿠로쿠로 지지자들에게는 쌍수들고 환영할 일.
세번 다 대답을 하지 않았을 경우.
【 쿠 로 토 】 ……… 슬슬 ……… 새벽인가.
……… 조용하군.
정말……… 이것도 저것도 현실이 아닌 것 같아
………………. 눈, 정말로 그치지 않는구나………
……… 이렇게 기분이 나쁜 건 이 눈 때문일지도 모르겠는데.
이대로, 모든 게 다 끝날 것 같다………
……… 음?
창 밖에 누가 있군. …………………
……… 바보 같은……… . 어째서 그 녀석이………?
【 하나시로 】 …………………
……… 오랜만이야. 눈치채고 있었구나.
【 쿠 로 토 】 뭘 하는 거냐, 너, 이런 데서………
【 하나시로 】 역시 마지막으로 네 얼굴을 봐두고 싶어서. 만날 수 있어서 기쁜데.
【 쿠 로 토 】 나를 죽이러 왔나?
【 하나시로 】 ……… 응, 일단은.
【 쿠 로 토 】 일단이 뭐냐, 일단이.
【 하나시로 】 그치만 그게 여기에 올 제일 좋은 구실이니까. ……… 처음하고 똑같네.
【 쿠 로 토 】 처음?
【 하나시로 】 제일 처음, 그 사람에게서 뛰쳐나왔을 때. 그 때도 널 죽이는 건 혼자서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뛰쳐나왔어.
……… 결국 안 했지만.
【 쿠 로 토 】 어째서지? 내가 없는 편이……… 책임대로, 날 죽이는 편이 너한테 좋지 않아?
【 하나시로 】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그거.
【 쿠 로 토 】 너야말로, 정말로 알고 있는 거냐. 날 죽이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 하나시로 】 알아, 네가 있으면 세계는 멸망해. 모든 게 끝나버리지. 좋잖아, 평등해서.
【 쿠 로 토 】 ……… 너………!
【 하나시로 】 그걸로 누구한테 저주받아도 상관없어. 멋대로 원망하라고 해. 쿠로토가 죽으면 내가 세계를 원망할 거야.
【 쿠 로 토 】 그럼, 난 널 원망하면 되나?
【 하나시로 】 …………………
그렇게 되어버리려나.
역시 너하곤 의견이 안 맞는구나. 그런데도 어째서 이렇게 좋은 걸까.
분명 생각해도 소용없겠지만.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그거 알아? 아무도 날 믿지 않는 거.
【 쿠 로 토 】 ……… 뭐?
【 하나시로 】 내가 아무리 쿠로토를 죽이지 않겠다고 말해도, 다들 안 믿어.
설마 너 한 사람을 위해서 세계를 멸망시킬 바보는 아닐 거라 생각하지.
뭐, 내 지위만이 일방적으로 마구 신용받는 거지만.
【 쿠 로 토 】 ……… 그래서? 바보냐 넌.
【 하나시로 】 응.
【 쿠 로 토 】 ……… 기쁘다는듯이 말하지 마.
【 하나시로 】 나만이 아니라, 이 녀석도 저 녀석도 바보야.
이렇게, 마음을 고쳐먹었으니 쿠로토를 쓰러뜨리겠다고 말하면 간단히 내보내준다니까.
그리고 그 사람은 나를 믿든 안 믿든, 그렇게 시키고.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아아, 그러고보니 딱 한 사람, 믿지 않았던 바보가 있었어.
걷어차서 쓰러뜨려 놓고 왔으니까 별로 상관없지만, 그게 제일 바보일 거야, 아마.
【 쿠 로 토 】 그래서, 여기까지 와서 날 만나서 어떻게 하려고.
【 하나시로 】 그야 도망칠 게 뻔하잖아.
【 쿠 로 토 】 도망쳐서 대체 어떻게 할 건데? 세계가 멸망하면 네가 있을 곳도 없어진다고.
【 하나시로 】 그래도 좋아.
【 쿠 로 토 】 ……… 너 말이지………
【 하나시로 】 소중한 걸 내 손으로 잃어버리는 것보다 훨씬 좋아. ……… 그러니까 괜찮아.
【 쿠 로 토 】 난 안 좋아.
【 하나시로 】 ………………. 정말, 그 점에 대해서만큼은 평생 마음이 안 맞네, 우리들.
그럼 나 갈테니까.
【 쿠 로 토 】 ……… 기다려.
【 하나시로 】 ……… 에………
【 쿠 로 토 】 그래서 남을 말려들만큼 말려들게 해놓고, 혼자서 만족하고 끝내려고? 제멋대로인 것도 정도가 있어, 너.
【 하나시로 】……… 딱히, 좋아서 말려들게 한 게 아니야. 어쩔 수 없잖아. 그렇게 되어 버렸으니까.
【 쿠 로 토 】난 싫어.
【 하나시로 】 그건 더이상 얘기해도 소용없다니까………
【 쿠 로 토 】 그러니까 갈게. ……… 나도.
【 하나시로 】 ……… 에?
【 쿠 로 토 】 지금 여기서 얘기해봤자 네 마음은 안 변하겠지. 그렇다면 네가 날 죽일 마음이 생길 때까지 함께 갈 수 밖에 없잖아.
【 하나시로 】 무슨 소리야?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런 짓은 절대 안해.
【 쿠 로 토 】 나 역시 절대 그렇게 둘까보냐, 너 때문에 세계가 멸망하다니.
【 하나시로 】 좋잖아. 사상 최초로 세계를 멸망시킨 글러먹은 구세주도 말야.
【 쿠 로 토 】 바보 같은 말 하지마. ……… 너는 몰라.
【 하나시로 】 ……… 뭐를?
【 쿠 로 토 】 이 세계에 살고 있는 건 우리뿐만이 아니야.
【 하나시로 】 ………? 그게 뭐야. 알아, 그런 건.
【 쿠 로 토 】 아니, 전혀 모르고 있어.
【 하나시로 】 ………………?
【 쿠 로 토 】 그러니까, 그걸 알게 해주지. ……… 가자.
【 하나시로 】 으, 응. …………………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미안, 역시 기쁘네. 너랑 함께 갈 수 있는 건.
【 쿠 로 토 】 ……… 지금뿐이야.
【 하나시로 】 ……… 그렇지 않아.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눈, 그치지 않는구나.
【 쿠 로 토 】 ……… 아아.
【 하나시로 】 이대로 계속 안 그쳤으면 좋겠다.
【 쿠 로 토 】 ……………… ? 어째서?
【 하나시로 】 ………………. 으으응, 됐어. 그럼, 가볼까.
……………… 어디까지든 갈 수 있는 곳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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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PSP 추가 스틸이 나온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는 내용. 그래도 이번에는 쿠로토가 자기 목을 날리진 않을테고...
남은 시간도 촉박하니 같은 전철을 밟진 않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같은 과오를 범하는 것처럼 보여도, 운명이란 결코 원이 아니라 나선, 이라던 모 만화의 대사가 떠올랐던 엔딩.
돌아가서 단념하지 않는 길로 선택해보자.
쿠로토는 죽기 위해서 다시 하나시로를 찾아 나서고, 하나시로를 만나게 된다.
세계에서 유일한 가해자와 피해자라고 일컬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는 언제나 절절하지만 안경 루트쪽이 그 정도가 더하다.
네가 구해주지 않았으면 아직 이 근처에 시체가 파묻혀 있었을 거야.
그렇지만 이제와서는 그대로 파묻혔으면 좋았을 거라든가 의미도 없는 일만 생각하거든. ……… 바보 같지만.
하나시로가 가여워서 눈물이 다 날 지경.
아직 겨우 16살인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니
【 쿠 로 토 】 ………………. 기다려, 하나시로.
【 하나시로 】 …………………
【 쿠 로 토 】 어이, 기다려. 내 얘기는 아직 안 끝났어.
【 하나시로 】 ……… 싫어.
【 쿠 로 토 】 뭐?
【 하나시로 】 이제 더 할 얘기 같은 건 없어. 난 결정했다고 말했잖아. 네가 뭐라고 하든, 들어줄 생각 따윈 없으니까.
【 쿠 로 토 】 ……… 하나시로.
【 하나시로 】 어차피 그래도 죽이라고 할 거지? 말해봤자 소용없어, 그런 건.
【 쿠 로 토 】 그럼, 왜 도망치는 거야.
【 하나시로 】 도망치는 거 아냐. 얘기할 마음이 없는 것뿐이지.
【 쿠 로 토 】 ……… 이봐………
【 하나시로 】 너도 빨리 가봐. 그 새가 기다린다구.
【 쿠 로 토 】 ……… 야, 기다리라고 하잖아.
【 하나시로 】 ……… 읏………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 이거 놔………
【 하나시로 】 놔줘, 왜 이제와서 이러는 거야?
【 쿠 로 토 】 ………………. 모르겠어.
【 하나시로 】 ……………… 뭐야 그게.
【 쿠 로 토 】 그냥……… 이대로 널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더니, 나도 모르게.
【 하나시로 】 ………………. 뭐야……… 그게………
【 쿠 로 토 】 ………………. 난 네가 한 짓을 용서할 수 없을 거야.
내 기억에 대한 것도 그렇지만, 넌 개인적인 감정으로 사람을 죽였어.
【 하나시로 】 …………………
【 쿠 로 토 】 하지만……… 어째서일까. 그래도 난 네가 있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 하나시로 】 ……… 에………?
【 쿠 로 토 】 기억이 있든 없든, 아마도 난 너와 함께 가고 싶다고 생각할테지.
【 하나시로 】 ……… 쿠로토………
【 쿠 로 토 】 어째서 내가 널 따라갔는지, 넌 의문스럽게 여겼던가. ……… 분명, 그런 걸 거야.
【 하나시로 】 ……………………… 그럼………
【 쿠 로 토 】 ……… 응……… ?
【 하나시로 】 그럼, 같이 가자. 어디까지든 갈 수 있는 곳까지. 어디라도 좋아, 이런 세계 따윈 잊어버리고 나랑 가자.
【 쿠 로 토 】 ……… 그럴 수는 없어.
【 하나시로 】 ……… 읏………. 뭐야………
【 쿠 로 토 】 ……… 하나……… ?
【 하나시로 】 그러면 처음부터 이런 짓 하지마! 나한테 널 죽이게 하고 싶으면서, 어째서 다정하게 대해주는 거야!?
【 쿠 로 토 】 ……… 하나시로………
【 하나시로 】 나는……… 그럼 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잖아!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싫으니까. 난 절대 싫어. 절대 널 죽이지 않아. 이딴 세계, 날 구세주로 선택한 걸 저주하면서 멸망하라고 해!
네가 하는 말 따윈 절대 안 들어!
【 쿠 로 토 】 ………………! 하나시로………!
…………………
……… 제길………
나 역시, 가능하다면 죽고 싶을 리가………
………………. 그렇지만, 나는……… 네가 살아갈 곳마저 잃고 싶지 않아………
………………. 머리를 식히는 편이 좋으려나………
…………………

어쨌거나 이 다음에 쿠로토가 머리를 식히러 어떻게 할 건지에 따라 또 길이 달라진다.
마을로 내려가면 내용이 계속 이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면 또 엔딩이 나온다.
엔딩부터 보자.
집으로 돌아가면 쿠로타카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앞 부분은 좀 짤라먹고 중요한 부분부터.
───────────────────────────
【 쿠 로 토 】 ……… 하지만……… 나 때문에 다른 모두를 죽게 만들 수는 없잖아……… !
【 쿠로타카 】 신경 안 쓰면 돼. 어지간히 그런 거라고 결론을 내리렴.
【 쿠 로 토 】 가능할 리 없잖아, 그런 게! 난 이 세계를 망가뜨리고 싶지 않아!
【 쿠로타카 】 ……… 음ㅡ 스톱.
【 쿠 로 토 】 ……… 뭐?
【 쿠로타카 】 더이상 무슨 말을 해도 제자리 걸음이야. 그런 건 그냥 시간 낭비밖에 안 돼.
【 쿠 로 토 】 ……… 뭐라고………?
【 쿠로타카 】 문자 그대로, 말만으로는 소용없단 얘기야. 아무리 네가 고민해도 답 따윈 나오지 않아. ……… 넌 대답을 낼 수 없어.
【 쿠 로 토 】 아니, 나왔어. 난 이 세계를 부수고 싶지 않아.
【 쿠로타카 】 그런 거 입으로 말만 하고 있을 뿐이잖아.
【 쿠 로 토 】 뭐라고?
【 쿠로타카 】 만약 지금 그 애를 다시 만난다면, 그 애한테 기어이 널 죽이게 할 수 있겠어?
【 쿠 로 토 】 ……… 그건………
【 쿠로타카 】 네가 그 애를 생각하는 한 무리겠지.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네가 그 애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을테지.
【 쿠 로 토 】 …………………
【 쿠로타카 】 내가 왜 이렇게 느긋하게 있냐면 말이야, 이미 확신이 섰기 때문이란다. 그 애가 널 죽이는 일은 없을 거라고.
처음엔 그래도 언젠가 이쪽으로 칼날을 돌릴 거라 생각했지만, 정말 두 손 들었어. 그 애의 마음은 진짜다.
만약 그걸 노리고 너희를 마주치게 만든 거라면, 난 천재일지도 모르겠군.
【 쿠 로 토 】……… 너……… !
【 쿠로타카 】 왜 화내는 거야? 좋잖아. 그런 식으로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넌 행운아라구?
【 쿠 로 토 】 그 말투가 마음에 안 들어!
【 쿠로타카 】 나 역시 마음에 안 들어.
【 쿠 로 토 】 ……… 뭐………?
【 쿠로타카 】 ……… 아니……… 뭐, 됐어. 이제 상황이 변할 일은 없지. 조급하게 움직일 필요도 없겠다, 느긋하게 있자구.
오래 살아온 집이야. 너도 이별을 아쉬워하렴. ……… 뭐, 잊어버렸겠지만.
【 쿠 로 토 】 ………………. 나는……… 이 세계를 멸망시키고 싶지 않아.
【 쿠로타카 】 무리야, 지금의 너로서는. 할 수 있는 건……… 그렇구나.
가능한 한 오랫동안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 걸 기원하는 것 정도려나.
【 쿠 로 토 】 …………………
【 쿠로타카 】 그렇군, 기도하는 게 좋겠어. 조금이라도 오래, 이 모형 정원이 계속 되도록.
【 쿠 로 토 】 ……… 기도해봤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 쿠로타카 】 그 말대로야.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 쿠 로 토 】 ……… 윽………
【 쿠로타카 】 ………………. 정말 어쩔 수 없구나, 너는. 그럼 한가지 내기를 해볼까.
【 쿠 로 토 】 ……… 뭐………?
【 쿠로타카 】 그러면 네 기분도 풀릴테고. 뭐, 간단한 내기야.
지금부터 이 집에 그 애가 오겠지. 그럼 단 한 번 그 애와 얘기할 기회를 줄게.
그걸로 네가 그 애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면 거기서 넌 죽는다. 이 세계의 멸망은 피할 수 있어.
……… 하지만, 바꿀 수 없으면 물론 내가 끌고 도망칠 거야.
【 쿠 로 토 】 ……… 넌……… 그걸로 괜찮은 건가.
【 쿠로타카 】 말했잖아,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그렇다면 딱히 뭘 해도 상관없어.
게다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 네 탓이 아니야. 이미 세계가 그런 식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지.
거대한 흐름이……… 이딴 망가진 세계, 부숴버리라는.
【 쿠 로 토 】 ……… 뭐………?
【 쿠로타카 】 그렇지만 네가 아직 발버둥치고 싶다면 발버둥치게 해줄게. 그냥 계속 도망치기만 하는 것도 시시하니까.
【 쿠 로 토 】 …………………
【 쿠로타카 】 어때? 해볼래?
【 쿠 로 토 】 ………………. 아아.
【 쿠로타카 】 ………성립이구나.
그럼 여기서 느긋하게 와인이라도 마시면서 기다려볼까, 그 아이를.
이 세계를 배신한, 위대한 영웅을.
【 쿠 로 토 】 ………………. 하나시로………
.
.
.
【 긴 슈 】 ……… 시간이 됐군.
제길, 어디 간 거야 그 녀석, 감시병의 눈을 빠져나가다니, 설마 또 도망………
【 긴 슈 】 ……… 읏, 우왓, 하나시로………!
【 하나시로 】 시간 다 됐네. 가볼까.
【 긴 슈 】 ……… 그, 그래………. 아니, 알겠습니다.
【 하나시로 】 이제 배치 쪽은 완벽해?
【 긴 슈 】 배치는 완료해뒀습니다.
【 하나시로 】 ……… 그래. 그럼, 작전 개시하러 가볼까.
【 긴 슈 】 …………………
【 하나시로 】 ……… 음? 왜 그래, 빨리 지휘하라고. 그런 귀찮은 건 너한테 맡긴다고 했잖아.
【 긴 슈 】 ……… 아니………. 실례.
【 하나시로 】 ……… 이상한 녀석.
………………. 그럼.
길고 긴 술래잡기의 시작이구나. ………쿠로토.
다시 로드, 집으로 돌아가지 말고 마을로 내려가보자.
마을로 가면 과거에 하나시로가 스즈네를 죽인 걸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마을 사람과 채국 병사를 만난다.
물론 오지랖 넓으신 쿠로토가 끼어들지 않을 리 없고, 쿠로타카가 나타나서 쿠로토를 데려가려고 한다.
쿠로타카와 함께 갔지만 역시 세계를 멸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쿠로토는 하나시로를 다시 찾아가서 죽음을 맞이한다.
이 엔딩을 굳이 나누자면 쿠로쿠로계의 새드 엔딩.
─────────────────────────── 엔딩 전에 쿠로토와 쿠로타카의 대화
【 쿠 로 토 】 너도 사실은 세계가 멸망하는 건 싫은 거 아니냐.
【 쿠로타카 】 ……… 호오?
【 쿠 로 토 】 어딘지 모르게, 네 태도가 계속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정말 날 이용해서 세계를 멸망시킬 셈이라면 좀 더 다른 방법이 있었을 거야.
【 쿠로타카 】 으음, 불성실했다고 한다면 그뿐이라고 생각하는데.
【 쿠 로 토 】 하지만, 넌 그렇게 하지 않았어.
【 쿠로타카 】 ……… 그게 어쨌다는 거지?
【 쿠 로 토 】 ………………. 너, 실은 이 세계 꽤 좋아하는 거지.
【 쿠로타카 】 …………………
【 쿠 로 토 】 ……………… 음?
【 쿠로타카 】 ……… 핫………
하, 하하하하하하핫, 하하하하하하하! 핫……… 아 ─ 하하하하하하하하하!
【 쿠 로 토 】 ………………. 쿠, 쿠로타카……… ?
【 쿠로타카 】 아하핫……… 아아 ─……… 넌 진짜로 착한 애구나, 정말 기쁘군, 눈물이 나와버렸네.
【 쿠 로 토 】 ……… 너………
【 쿠로타카 】 아 ─ 화내지마, 화내지마. 칭찬이니까. 거 참, 그런 말을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 쿠 로 토 】 ……… 아닌가?
【 쿠로타카 】 미안하지만, 정말 난 이 세계 자체에는 집착이 없어. 진짜 아무래도 좋아. 부여받은 일을 해내는 장소일 뿐이야.
【 쿠 로 토 】 ………………. 그런가.
【 쿠로타카 】 만약 집착하는 게 있다면………. 그래, 너겠지.
【 쿠 로 토 】 ……… 뭐?
【 쿠로타카 】 실은 말야, 널 키우는 건 내 일이 아니야. 그저 너를 지키려다보니 그렇게 되었을 뿐이지.
……… 그렇지만……… 나의 수없이 많은 지루한 일 중에서, 유일하게 즐거운 일이기도 했단다.
【 쿠 로 토 】 ……… 쿠로타카.
───────────────────────────
【 쿠로타카 】 ……… 응? 부탁?
【 쿠 로 토 】 이게 끝나고 다음에 내가 태어나면, 반드시 죽여줘.
【 쿠로타카 】 …………………
【 쿠 로 토 】 그게 끝나면, 그 다음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세계가 계속되어서 내가 태어나는 한, 날 계속 죽여줘.
【 쿠로타카 】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 쿠 로 토 】 무슨 의민지 알고 있잖아. 너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어.
【 쿠로타카 】 ……… 거절하겠어. 나 참, 무슨 말을 하는 거니, 너는.
【 쿠 로 토 】 이런 일 더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 하나시로 역시 나를 만나지만 않았더라면 아무도 죽이지 않았을테지.
【 쿠로타카 】 ……… 그만둬, 그런 말을 하는 건.
【 쿠 로 토 】 진심으로 부탁하는 거야.
【 쿠로타카 】 ………………. 좀 봐줘.
【 쿠 로 토 】 딱히 모든 걸 비관하고 있단 얘기가 아니야.
네가 키워주고 하나시로한테 죽는 인생이라면 몇 번을 되풀이해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해.
그러니까 부탁할게. 쿠로타카.
【 쿠로타카 】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 쿠 로 토 】 아아. 난 네가 키워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 쿠로타카 】 …………………
【 쿠 로 토 】 약속해줘, 쿠로타카.
【 쿠로타카 】 …………………
【 쿠 로 토 】 ……… 쿠로타카.
【 쿠로타카 】 ……… 넌 정말 이 세계에 가치를 느끼고 있어?
【 쿠 로 토 】 아아.
【 쿠로타카 】 세계에서 유일한 희생이라 할 지라도?
【 쿠 로 토 】 그런 기특한 마음은 아니야. 단지 떳떳하지 못한 게 싫을 뿐이지.
【 쿠로타카 】 ………………. ……… 정말이지……… 평소엔 순순한 주제에 가끔 제멋대로인 말을 할 땐 이렇다니까. 싫어지는군.
【 쿠 로 토 】 ……… 미안하다고 생각해.
【 쿠로타카 】 됐어, 사과받아도 곤란해.
……… 정말, 괜찮겠어?
【 쿠 로 토 】 그래.
【 쿠로타카 】 나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지도 몰라.
【 쿠 로 토 】 그 점은 괜찮아. 난 널 신용하고 있으니까.
【 쿠로타카 】 …………………
나 참 정말이지……… 난 너한테 진짜로 약하구나. 또 다시 이렇게 되다니.
이게 자업자득이라는 건가………
【 쿠 로 토 】 ……… 쿠로타카.
【 쿠로타카 】 응?
【 쿠 로 토 】 고마워.
【 쿠로타카 】 …………………
……… 필요없어, 그런 말.
─────────────────────────── 여기부터 엔딩
【 ? ? ? 】 …………………
……… 저기………
있잖아, 어디 가는 거야?
있지, 여기 어디야?
밖에 나가도 괜찮아? 나, 여기 가면 안 되잖아? ……… 응?
……… 있지, 손 아프다구………. 저기 ……… 쿠로타카는?
저기 있잖아………
……… ? 여기 무슨 방……… ?
【 청 년 】 야아, 기다렸어.
【 소 년 】 ……… ? 당신 누구야?
【 청 년 】 흐응, 네가. 조그맣구나.
【 소 년 】 누구?
【 청 년 】 괜찮아? 얘 이대로라도. 눈 안가려도 돼?
난 딱히 자고 있을 때라도 상관없었는데.
【 사 용 인 】 죽는 순간마저 빼앗고 싶지는 않다고 말씀하셨으므로.
【 청 년 】 ……… 그래. 지독하군.
【 소 년 】 당신, 누구야? ……… 나……… 왜 여기에………
【 청 년 】 모르면 모르는 채 있는 게 좋지 않겠어?
【 소 년 】 ……… 쿠로타카는? 어디? 어디에 있어?
【 청 년 】 아마 어딘가에서 보고 있겠지. 뭐, 빨리 끝내볼까.
……… 미안하구나.
【 소 년 】 …………………
【 청 년 】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나 능숙하니까. 눈 감고 있으면 금방 끝날 거야.
【 소 년 】 ……… 있잖아………
【 사 용 인 】 …………………
【 소 년 】 ……… 나 좀 봐.
【 사 용 인 】 ……… 무슨 일입니까.
【 소 년 】 이거, 쿠로타카한테 꼭 전해줘.
【 사 용 인 】 …………………
【 청 년 】 그럼 이제 됐으려나. 미안해, 쿠로토.
.
.
.
【시로후쿠로】 ……… 괜찮습니까?
【 쿠로타카 】 뭐가 말이지?
【시로후쿠로】 말할 것까지도 없겠죠.
【 쿠로타카 】 ……… 아아. 이걸로 이번 일도 끝이다. 다행이지 않은가.
【시로후쿠로】 그것 뿐입니까?
【 쿠로타카 】 달리 뭐가 있는데?
【시로후쿠로】 ………………. 모르겠군요.
【 쿠로타카 】 모르니까.
【시로후쿠로】 당신이 저걸 어떻게 생각하든, 어떻게 다루든, 제겐 관계없는 일입니다만………
최근에는 저게 조금 가엾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쿠로타카 】 당신답지 않군. 그래서, 가여워한다고 뭘 할 수 있지?
【시로후쿠로】 당신이야말로 변하셨네요.
【 쿠로타카 】 뭐,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시로후쿠로】 ……………… ?
【 쿠로타카 】 ……… 그럼, 용건도 끝났으니까 먼저 실례하지. 또 그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긴 시간이 생겼어.
【시로후쿠로】 ………………. 네. 세계에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 쿠로타카 】 평화란 말이지.
.
.
.
【 청 년 】 아, 있다 있다. 쿠로타카 씨.
【 쿠로타카 】 ……… 야아, 구세주 님.
【 청 년 】 응, 됐어 이제 끝났으니까. 그렇게 부를 필요 없어. 잠깐 찾고 있었다구.
【 쿠로타카 】 나한테 뭔가 볼일이라도?
【 청 년 】 당신한테 전해줄 물건. 내가 맡아버려서 말야.
【 쿠로타카 】 ……… 전해줄 물건?
【 청 년 】 자, 이거.
【 쿠로타카 】 ………………?
【 청 년 】 시중을 들던 사용인이 말하길, 어제 그 애 방에 창문에서 들어온 거라더군.
그 애, 밖에 나가본 적 없었지? 굉장히 아름다워서 당신한테 주려고 들고 있었대.
【 쿠로타카 】 …………………
【 청 년 】 그렇게 자라면 벚꽃잎이 보물처럼 보이는 걸까.
【 쿠로타카 】 …………………
【 청 년 】 그치만 모르겠네.
【 쿠로타카 】 ………응?
【 청 년 】 당신, 그 애 귀여워했잖아. 이렇게 될 걸 알면서도.
【 쿠로타카 】 …………………
【 청 년 】 심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세계가 부서질 한계까지 아슬아슬하게 인구수를 늘려야 한댔던가?
어느 쪽이든 가엾네.
【 쿠로타카 】 ……… 익숙해졌으니까.
【 청 년 】 헤에, 몇 번째?
【 쿠로타카 】 벌써 잊어버렸어.
【 청 년 】 흐응. 뭐, 좋아. 나하곤 이제 관계도 없고. 돌아가도 되겠지?
【 쿠로타카 】 아아, 가보렴.
【 청 년 】 아아. 그럼 안녕, 쿠로타카씨. 수고했어.
【 쿠로타카 】 ………………. 벚꽃이라. 이런 시기에 피다니, 제철이 아닌 것도 나쁘지 않네.
확실히 아름다워. 이건 네가 좋아하는 꽃이니까.
………………. 넌 정말 잔인한 약속을 하게 만들었구나.
아직까지도 왜 약속을 해버렸는지, 나 자신도 무슨 생각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
그래도 넌 이걸로 좋다고 말하겠지만.
네가 원했던대로, 이렇게 다시 이 모형 정원은 이어져가고 있어.
네 존재 따윈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안온하게 흘러가지.
……… 이걸로 만족하니?
……… 쿠로토………
……… 하지만………
만약에, 실은 한 가지 방법이 더 있었다는 걸 알았다면 넌 어떻게 생각하려나.
사실은 널 몇 번이고 만날 수 있다는 유혹에 져서, 마지막까지 하지 못한 말이 있다는 걸.
……… 최근에 자주 생각해.
만약 그 때 하지 못한 말을 전해주면, 넌 어떻게 했을지………
그래도 역시 계속했으려나. ……… 아니면, 이번에야말로………
………………. 어떻게 생각해? 쿠로토. 다음의 너는.
다음엔 정말, 너도 나를 죽이러 와주는 걸까.
더이상 도망치는 건 싫다를 선택하면, 쿠로타카는 하나시로와 긴슈 일행이 자기들의 집으로 향했다고 알려준다.
되돌아갔을 때 집은 이미 불타는 중. 설상가상 하나시로까지 그 안에 있었다.
쿠로토는 집 안으로 뛰쳐들어가서 하나시로를 찾는데, 못 찾았을 경우에는 엔딩 14.
………… 이걸로 이제 널 죽이지 않고 끝나는구나. ………… 잘 있어, 쿠로토.
───────────────────────────
둘 다 불타는 집 안에 있지만 만나지 못한 채 천장이 무너지고 하나시로의 독백으로 끝난다.
하나시로는 보통 사람처럼 죽겠지만 몸이 불에 타도 쿠로토는 다시 재생되서 살아날테니 결국 세계는 멸망하고
쿠로토 혼자 살아남는 엔딩으로 귀결되는 내용.
하나시로를 제대로 찾으면 안경 루트의 궁극 엔딩, 은의 나선이 뜬다.
【 쿠 로 토 】 너, 이런 데서 대체 뭐하는 거야? 사실은 내가 없다는 것쯤 너라면 알고 있었을텐데.
【 하나시로 】 으─음, 시간끌기라고나 할까.
【 쿠 로 토 】 ………뭐?
【 하나시로 】 그치만 달리 할 일도 없으니까. 연기가 좀 맵긴 했지만.
【 쿠 로 토 】 내가 오기 전에 집이 무너지면 대체 어쩔 셈이었냐.
【 하나시로 】 글쎄, 죽어버렸을지도 모르지.
【 쿠 로 토 】 ………………… 이봐.
【 하나시로 】 쿠로토랑 달리 난 평범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죽으니까, 너보다 먼저 죽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 쿠 로 토 】 ……… 뭐?
【 하나시로 】 그렇지만, 내가 죽으면 쿠로토는 죽을 수 없으니까, 그렇게 되어버리면 이제 영원히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더니
어쩐지 움직일 수가 없어져서.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그러니까 차라리 쿠로토가 오는 게 먼저일지, 이 집이 무너지는 게 먼저일지 운에 맡기려던 참이었어.
【 쿠 로 토 】 ……… 자포자기로군, 너.
【 하나시로 】 그래, 뭐 잘못 됐어? 그치만 이제 싫어졌는걸.
어딘가로 도망치려 해도 쿠로토는 같이 와주지 않을테고, 강요해봤자 날 싫어할 뿐이니까.
……… 그래서, 끝내 넌 나한테 널 죽이라고 말하러 왔구나.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 넌 잊어버리고 있을지 몰라도. 알고 있어? 이 세계가 어떻게 멸망하는지.
깨닫지 못했을지 모르겠지만, 달력으로는 지금 봄이야.
【 쿠 로 토 】 ……… 그랬나.
【 하나시로 】 그런데 눈은 그치지 않아. 이대로 내버려두면 세계는 눈으로 뒤덮여버리지. 꽤 아름다워서 좋은 종말이라고 생각 안 해?
【 쿠 로 토 】 ……… 아아……… 그런가. 그래서였나.
【 하나시로 】 이대로 너와 여기서 이렇게 있을 수 있다면, 난 이제 어떻게 되어도 좋은데.
【 쿠 로 토 】 ……………….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되지?
【 하나시로 】 ………에?
【 쿠 로 토 】 눈이 세계를 뒤덮고, 모든 생물의 숨이 끊어졌을 때, 나도 너도 똑같이 죽을 수 있는 건가?
【 하나시로 】 ………………. 그건 모르겠, 지만………
【 쿠 로 토 】 정말 너밖에 날 죽일 수 없다면, 모든 게 멸망한 뒤에도 나만큼은 살아남을지도 몰라.
나는 너와 같은 곳으로 가는 것조차 불가능해. ……… 싫지 않아? 그런 거.
【 하나시로 】 ……… 그치만………
【 쿠 로 토 】 적어도 내가 먼저 죽으면, 운이 좋으면 언젠가 저 세상 같은데서 만날테지.
【 하나시로 】 ………………. 없어, 그런 세계. 우리 영혼은 끝없이 반복돼. 머지않아 또 다시 난 널 죽이기 위해 태어나게 될 거야.
【 쿠 로 토 】 ……… 그런가.
【 하나시로 】 세계가 계속되는 한, 난 널 죽이지 않으면 안 돼. 그렇게 될 정도라면, 이제 끝나는 편이 좋아!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 읏………
【 쿠 로 토 】 ………………. 이렇게 되어서, 단 한가지 유감스러운 게 있어.
【 하나시로 】 ……… 에?
【 쿠 로 토 】 결국 내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지. 그게 이제와서야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 하나시로 】 ……… 왜………?
【 쿠 로 토 】 지금 내 기억은 이틀 분에도 못 미치지만, 그래도 떠올려보면 제법 즐거웠다는 느낌이야.
그렇다면 잃기 전에는 좀 더 여러가지로, 좋은 기억이 있었겠지. ……… 유감이야.
【 하나시로 】 ……… 쿠로토………
【 쿠 로 토 】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다시 태어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 같군.
【 하나시로 】 ……… 해………
【 쿠 로 토 】 응?
【 하나시로 】 치사해, 쿠로토……………
【 쿠 로 토 】 그렇지도 않아. 너랑 마찬가지로 꽤 자포자기라고.
【 하나시로 】 …………………
【 쿠 로 토 】 확실히 죽고싶지는 않지만, 나 때문에 세계가 멸망하는 건 더 싫으니까. 그렇다면 마음이 괴롭지 않은 편을 고르고 싶어.
게다가 난 다시 태어난다는 보증도 있고.
【 하나시로 】 ……… 쿠로토………
【 쿠 로 토 】 또 다시 너를 만날 수도 있어.
【 하나시로 】 ……… 싫어……… 역시 싫어! 죽이고 싶지 않아, 죽이고 싶지 않다고!
【 쿠 로 토 】 그래도 난 널 다시 만나고 싶어.
【 하나시로 】 ……………… 윽.
【 쿠 로 토 】 ……… 하나시로.
【 하나시로 】 ………………. 너는 그걸로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네가 죽으면 난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너만 그런 식으로 생각하다니, 치사해!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나는 너만 있으면 되는데.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없는데………
【 쿠 로 토 】 ………………. 나를 죽여, 하나시로.
【 하나시로 】 ……………… 흑.
【 쿠 로 토 】 ……… 하나시로.
【 하나시로 】 ………………. ……… 이제, 절대………
【 쿠 로 토 】 응?
【 하나시로 】 이제, 다음에 만나도 절대로 너 따윈 좋아하지 않을 거야!
【 쿠 로 토 】 ……… 그런가.
【 하나시로 】 ……… 윽………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 나………
【 쿠 로 토 】 ……… 왜?
【 하나시로 】 나, 정말 널 좋아했어. ……… 정말이야………
【 쿠 로 토 】 ………………. 알고 있어.
.
.
.
( ………………… )
( 어디더라, 여기 )
( ……… 등이 차가운데 )
( 에, 보자, 눈? ……… 아ㅡ 그러고보니 발이 미끄러져서 넘어졌던가 )
( ……… 바보 같다, 뭐하는 걸까 난 )
( ………………… )
( 일어서는 것도 귀찮아……… )
너, 괜찮아?
( 음? )
……… 다치진 않았어?
( 누구야? 이 녀석……………… )
……… 안 다쳤는데.
……… 그래.
( ……… 아아, 그런가 )
( ……… 이게 그거구나 )
( 뭐야, 꽤 평범하잖아 )
일으켜줄까?
……… 괜찮아.
( 아, 키 크다 )
……… 너, 이름은? 이 근처 녀석은 아닐테지.
…………………
( 뭐야, 날 못 알아본 거? )
( 난 한 방에 알았는데, 꽤 둔하네 )
…………………
( 어쩐지 묘하게 무서운 얼굴이고 )
( ……… 으음, 어떻게 할까 )
………………. ……… 이거.
………응?
내 이름.
……… 눈?
그걸 또 다르게 부르는 표현.
……… 하얀 꽃인가.
( ………………에 )
……………… 에.
……… 음?
어째서 아는 거야? ………너.
꽃 같으니까 말야. 이 내리는 눈은.
……… 좋은 이름이구나.
( ……… 뭐야, 그게 )
눈은 불길한데도?
……… 아아.
( 뭐야? 이 녀석 )
( 왜 거기서 기쁜듯한 얼굴을 하는 거지? )
좋잖아. 아름다우니까.
뭐, 그렇긴 한데………
( 이상해, 쿠로토일텐데………. ………………… )
( 좀 시험해볼까 )
그래서, 너야말로 이름은? 뭐라고 해?
…………………
( ……… 아? 역시 곤란한가? )
……… 쿠로토다.
…………………
( 우와, 고지식해……… )
…………………
( 거기다 뭔가 곤란한 얼굴이고 )
( ……… 별 수 없네 )
너도 제법 불길한 이름이구나. 액막인지 뭔지 그런 거?
……… 아, 아아. 뭐 그런 거지.
( 아, 한숨 놨다 )
그보다, 너 몸 차가울테지. 그대로는 감기 걸린다?
에? 아아, 응………
내 집이 근처에 있으니까, 이리 와.
……… 에………
……… 왜 그래?
……… 으으응, 아무것도 아냐.
……… 그래.
…………………
( ……… 뭐하는 거야, 나? )
( 왜 적의 집에 초대받고 있는 거야? )
( 아니 그보다, 조금은 경계하라고, 바보 )
…………………
……… 응? 뭘 웃는 거야, 너.
……… 으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 ?
…………………
( 뭐, 됐나 )
( 앞으로 죽여야 할 상대지만 그렇게 급한 것도 아니고 )
( 아직 시간은 듬뿍 있고 )
( ……… 어쩐지, 재밌는 걸 )
이걸로 PC판에서 볼 수 있는 엔딩은 전부 끝이다.
남은 건 추가된 일명 새 루트 엔딩 두 가지.
베스트 루트 쪽에서 빠져나오는 스토리로 연구자가 남긴 그림자를 다들 만나는, 즉 창조주를 만나는 상황으로 흘러간다.
시로후쿠로의 망할 년 이미지를 재고할만한 여지를 주며 대부분의 엔딩에서 찌질찌질하는 쿠로토가 제법 강단있는 모습을 보인다.
어떤 평에 따르면 기존의 베스트 엔드에서는 자식들이 애쓰는데 비해 신규 루트에서는 부모새들이 애쓴다고.
【 하나시로 】 ……… 의미가 없으면 안 돼……… ?
【 쿠로타카 】 ……… 음? 꼬마……… ?
【 하나시로 】 우리는 누군가에게 허락받지 않으면 여기 있을 수조차 없다는 거야……… ?
【 쿠로타카 】 ……… 어이, 하나시로………
【시로후쿠로】 ………………. 하나시로………
【 쿠 로 토 】 ……… 하나시로.
【 연 구 자 】 …………………
【 하나시로 】 ……… 나도 계속 물어보고 싶었어. 만약, 이 세계를 만든 신이 있다면 어째서 우릴 이런 식으로 만들었냐고.
【 연 구 자 】 ……… 호오………?
【 하나시로 】 이 세계가 계속되는 한, 난 몇 번이고 쿠로토를 계속 죽이지 않으면 안 돼. ………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영원히.
너희들이 멋대로 떠넘긴 책임이라든가 하는 것 때문에.
【 연 구 자 】 ……… 다를테지.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다툼이 이어지는 한, 이다.
【 하나시로 】 ………………윽! 그런 거, 무리일 게 뻔하잖아!
【 연 구 자 】 허나, 그런 세계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쿠로토 시스템을 짜넣어서 이 모형 정원을 만든 것이다, 일찌기 「나」는.
【 하나시로 】 그래서 실패였다고 말한 채 내버렸던 거냐, 넌! 장난치지마!
【 연 구 자 】 이루고픈 이상이 없으면 창조하는 의미 같은 건 없다.
【 하나시로 】 이런, 누군가를 희생하지 않으면 지속할 수도 없는 세계에 평화 따위 찾아올 리가 없잖아!
너 자신이 살인을 강요한 주제에!
【 연 구 자 】 ………………. 그것도 일리가 있다.
【 하나시로 】 ……………………… 읏, 너어………!
【시로후쿠로】 ……… 하나시로, 그만두세요. 주께 그런 말을 하는 건.
【 하나시로 】 ……………… 왜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는 거야, 당신은!
【시로후쿠로】 ……… 입 다무세요!
【 하나시로 】 …………… 읏!
【시로후쿠로】 당신이 지금 마주봐야 하는 건 주가 아니예요. ……… 자신의 사명입니다.
【 하나시로 】 ……… 왜……… 왜 만든 녀석이 실패라고 말하는 걸 위해서 해내라는 거야!
그런 걸 위해서 쿠로토가 죽어야 하다니………
【 쿠 로 토 】 ……… 하나시로………
【 하나시로 】 ……… 쿠로토………
쿠로토도 뭐라고 말해봐, 우리들 이 녀석 때문에 이런 꼴을 당한 거잖아………!?
【 쿠 로 토 】 아아………
【 하나시로 】 왜 틀렸다는 걸 알면서, 그런데도 계속해야 되는 거야! 이상해, 그런 거………
【 쿠 로 토 】 ………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기가 멸망하기 때문이겠지.
【 하나시로 】 ……… 에………?
【 쿠 로 토 】 네가 말한 대로야. 여기가 어떤 이유로 만들어졌건 우리에겐 별로 상관 없어.
【 하나시로 】 ……… 쿠로토………?
【 쿠 로 토 】 의미 따윈 필요 없어. 하지만 내가 있으면 여긴 멸망한다. ……… 확실하게.
【 하나시로 】 ……… 쿠로토……… !
【 쿠 로 토 】 여기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서는,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지. 이런 세계가 생겨난 이유 따윈.
【 연 구 자 】 …………………
【 쿠 로 토 】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난 죽지 않으면 안 돼.
……… 여기서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가는 자들을 위해서.
【 연 구 자 】 ………………. 너도 정말 잘 만들어진 「쿠로토」다.
【 쿠 로 토 】 ……… 넌 잘못 만들어진「신」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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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토의 마지막 한마디가 통쾌한 대목
짜증을 유발하지 않는 쿠로토는 정말 손 꼽을 정도이기 때문에 귀중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연구자의 대사가 '너도'인 이유는, 여긴 없지만 시로후쿠로에게 넌 잘 만들어진 새다, 라는 대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대사의 원문은 お前は出来損ないの「神」だな 로 넌 덜떨어진 신이다, 병X인 신이다 라고도 할 수 있는데,
좀 다듬어서 연구자는 '넌 성공적인 쿠로토다' 로, 쿠로토는 '넌 실패작인 신이다'로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번역 할 때 종종 신경쓰는 건 같은 단어를 두고도 받아들이는 의미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 특히 외국어의 경우는 어떤 단어를 고르느냐에 따라 의미전달 및 분위기가 워낙 달라지는지라 보다 자연스러운 의역을 하려다가도 무심코 한없이 직역에 가깝게 쓸 때가 많다. 고치려고 노력 중...
이 뒤 하나시로는 신이 정말 있으면 이렇게 하고 싶었다며 연구자를 향해 칼을 들이미는데...
시로후쿠로와 쿠로타카 두 사람이 앞을 막아선다.
그렇다고 전에 하나시로표 칼빵맞고 죽은 시로후쿠로처럼 쿠로타카가 죽는 일은 없으니 안심하자.
그 다음 쿠로타카가 시로후쿠로에게 숨겼던 사실을 절절히 말해주는 이벤트 등등을 거치고 나서 마지막으로 쿠로토의 의견을 묻는다.
살아가고 싶다를 선택하면 엔딩 15, 이 세계를 지키고 싶다를 선택하면 엔딩 16이다.
내용 설명은 각각 요약글 안에 포함.
이 엔딩을 보기 전에 나오는 대사. 이어지는 대화는 아니다.
쿠로타카는 세계를 위해 자신들이 사라지기로 결정하고 연구자(의 그림자)와 시로후쿠로에게 동의를 구한다.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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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그 탑에서의 일이 있고난 뒤 눈 깜짝할 새에 봄이 왔다.
세간에는 채국에서 쿠로토를 쓰러뜨렸다고 발표되어, 여러가지 일이 있긴 했지만 우선 평화라는 게 찾아왔다.
나는 일단 아직 채에 있다.
세계를 구한 구세주로서 의미를 알 수 없는 다양한 칭호 같은 걸 받았지만, 실제로는 잘 모른다.
그런 건 전부 긴슈에게 전해졌으니까.
……… 표면상으로는 쿠로토를 쓰러뜨렸을 때 받은 상처로 요양 중이라고 되어있다.
일단은 날 배려해준 것 같다. ……… 그 녀석답다면 그 녀석답지만.
쿠로토도 긴슈의 손님이란 걸로 우선 채에 머무르고 있다.
우린 아직 우리가 짊어졌던 일에서 해방됐다는 사실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계절에 맞지 않게 핀 벚꽃을 눈과 착각하기도 하고.
쿠로토도 얼굴에 드러내지는 않지만, 새의 날개짓 소리가 들릴 때마다 하늘을 올려다 본다.
아직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다. ……… 그 새들이 없어졌다는 사실이.
【 긴 슈 】 뭘 대낮부터 이런 데서 멍하게 있는 거냐, 네 녀석.
【 쿠 로 토 】 ……… 응……… ?
【 긴 슈 】 어쩐지 안 보인다 했더니, 이런 곳에 있을 줄은………
【 쿠 로 토 】 여긴 햇볕도 좋고 바람도 잘 부니까. ……… 마음이 편해.
【 긴 슈 】 흥, 태평하군.
【 쿠 로 토 】 당신이야말로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여긴 하얀 예언자의 개인실이니까 출입 금지라고 했을텐데.
【 긴 슈 】 그 말 그대로 고스란히 되돌려주지. ……… 나 참, 하나시로고 네 놈이고, 성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나 하고………
【 쿠 로 토 】 다양한 샛길을 배웠으니까 말이야. ……… 전에 당신하고 찾아낸 거지만.
【 긴 슈 】 수업을 빼먹는 그 녀석을 쫓아다니다가 발견한 것 뿐이다. ……… 녀석은 어쨌어? 방에 없으면 여기 있을 줄 알았는데.
【 쿠 로 토 】 아아……… 아마 조만간 돌아올 거야.
【 긴 슈 】 ……… 흥, 사람이 모처럼………
【 쿠 로 토 】 ……… 음? 모처럼, 뭐?
【 긴 슈 】 ………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 네 놈은 이제부터 어쩔 작정이냐?
【 쿠 로 토 】 ……… 응?
【 긴 슈 】 지금은 사후처리 같은 게 있으니까, 신변을 맡아주고 있지만……… 그것도 슬슬 끝난다.
그렇게되면 어쩔 생각이지?
【 쿠 로 토 】 ……… 글쎄, 안 정했는데.
【 긴 슈 】 젊은 녀석이 직업도 없이 어슬렁거리는 건 안 돼. 일자리를 찾을 거라면 협력하지 못할 것도 없지만.
【 쿠 로 토 】 …………………
【 긴 슈 】 ……… 으, 뭐냐 그 눈은………. 말하는 게 노티나서 미안하구만!
【 쿠 로 토 】 아니, 딱히 그런 생각은 안 했는데, 확실히 이대로 신세를 지는 건 안 될 거라고 생각했지.
【 긴 슈 】 ……… 크으………
【 쿠 로 토 】 ……… 왜 그래?
【 긴 슈 】 ………………. 아니………
별로, 네 놈이 바란다면 여기서 평생 보호해줘도 좋다만.
네 놈에게 그 정도는 해줄만한 이유가 우리 나라엔 있다고 생각한다.
【 쿠 로 토 】 ……… 그런 건 사양이다. 바라지 않아.
【 긴 슈 】 ……… 그렇게 말할 줄 알았지.
【 쿠 로 토 】 ………………. 실은 군국으로 돌아갈까 생각하던 참이야.
【 긴 슈 】 ……… 뭐?
【 쿠 로 토 】 내 집으로. 거기서 다시 지금까지처럼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 긴 슈 】 ……… 무리다. 말했잖아, 이미 그 집은 모조리 태워버렸어.
【 쿠 로 토 】 ……… 하지만………
【 긴 슈 】 게다가, 그 마을 주민들은 너의 죽음으로 전부 흘려보내려 하고 있다. 그걸 방해하지마.
【 쿠 로 토 】 ……… 이제 무리인 걸까.
【 긴 슈 】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테지. 이제와서 사죄하러 가봤자 아무것도 안 돼. 더욱 더 괴롭힐 뿐이다.
【 쿠 로 토 】 …………………
【 긴 슈 】 거기에 「 그들 」에게도 말이야. ……… 자신이 되살아난 몸이라고 생각한다면, 좀 더 유익하게 살아라.
【 쿠 로 토 】 ……… 당신은 그런 점만은 착실하군.
【 긴 슈 】 ……… 읏, 그런 점만이라는 건 뭐냐, 만이라니!
【 쿠 로 토 】 ………………? 칭찬했는데 왜 화를 내? 이상한 녀석이네.
【 긴 슈 】 이상한 건 네 놈 쪽이다!
【 하나시로 】 ……… 뭐하는 거야?
【 긴 슈 】 ……… 엇, 하나시로………!
【 쿠 로 토 】 ……… 하나시로………. 괴로워………
【 하나시로 】 나 참, 왜 쿠로토 목을 조르고 있는 거야. 그만해, 어른스럽지 못하게.
【 긴 슈 】 그럼 좀 더 제대로 된 발언을 하도록 가르쳐라! 정말이지………
【 하나시로 】 ……… 음, 뭐야 그 종이………
【 긴 슈 】 오늘 정식으로 통보가 왔다.
【 하나시로 】 ……… 에………
【 긴 슈 】 ……… 너한테 온 거다.
【 하나시로 】 나한테……… ?
【 긴 슈 】 이걸로 이제 이 나라도, 우리 성에 있는 자들도 널 붙잡아 둘 수 없어.
……… 너 개인의 호적이다.
【 하나시로 】 ……… 무슨 뜻……… ?
【 긴 슈 】 구세주로서가 아니라, 이 나라 백성의 한 사람으로서 너를 인정한다.
뭐, 이 나라에서는 얼굴이 알려졌으니까 별로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넌 더이상 구세주로서 이 나라를 섬길 의무가 없다는 거다. ……… 하나시로.
【 하나시로 】 ……… 왜……… 이런 일을.
【 긴 슈 】 ……… 쿠로토는 쓰러지고, 하얀 새는 떠나 이 세상에는 평온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건 일시적인 거다.
이제부터 우리 나라는 하얀 새에게도, 구세주에게도 기대지 않고 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안 돼.
하지만 네가 있으면 또다시 거기 기대려는 무리도 있을테지.
【 하나시로 】 …………………
【 긴 슈 】 이 세계를 만들었다는 자들이 그걸 해방시켰다. 우리가 그걸 붙잡고 늘어져봤자 아무 의미도 없어.
……… 여기는 우리들의 나라다.
【 하나시로 】 …………………
흐응. ……… 애쓰네, 너도.
【 긴 슈 】 ……… 별로………. 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 하나시로 】 제 3 병단은 해산했지만, 출세도 했고 말이지. 잘 됐네, 아빠한테도 칭찬 받았어?
【 긴 슈 】 ……… 윽, 별로………
……… 말해두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나라가 너희들의 신병을 보장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
【 쿠 로 토 】 ……… 응?
【 긴 슈 】 어디로든 가면 되지만, 딱히, 있고 싶으면 있어도 돼. …………………
【 쿠 로 토 】 ……… 당신, 우리를 쫓아내고 싶은 건지 그렇지 않은 건지, 대체 어느 쪽이야?
【 긴 슈 】 ……… 읏, 좋을대로 하라고 말했잖아, 어쩔 거냐, 대체!
【 쿠 로 토 】 어떻게 할 거냐고 해도 말이지……… 아까 말했던 대로 아직 안 정했어.
【 하나시로 】 ……… 에, 무슨 얘기야?
【 쿠 로 토 】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에 대해서야.
【 하나시로 】 ……… 어떻게 할 거냐니.
【 쿠 로 토 】 넌 있어? 뭔가 하고 싶은 거.
【 하나시로 】………………. 모르겠어
【 긴 슈 】 ……… 뭐………?
【 하나시로 】 뭘 할지 선택해도 되는 건 처음이니까. ……… 일단 쿠로토는 여기에 있고.
【 긴 슈 】 ………………. ……… 너희들………
【 쿠 로 토 】 나는 일단 신록을 느껴보고 싶은데. 뭐든 좋으니까.
……… 모처럼 봄도 왔고.
【 하나시로 】 에, 그런 레벨의 얘기였어? 그렇담 나 밖에 놀러가고 싶은데. 계속 성에 갇혀있기만 해서 질렸거든.
그럼 같이 밖으로 빠져 나갈래? 좋은 루트 알고 있어.
【 쿠 로 토 】 ……… 나쁘지 않겠는데.
【 긴 슈 】 ……………… 크, 네 놈들………
【 하나시로 】 ……… 응?
【 쿠 로 토 】 왜 그래, 얼굴이 빨갛군.
【 긴 슈 】 ……………………… 알았다, 잘 알았다고………
【 하나시로 】 ……… 에?
【 쿠 로 토 】 ……… 뭐를?
【 긴 슈 】 네 놈들이 책임을 마치고, 시간이 남아돈다는 걸 잘∼ 알았다.
……… 그렇다면, 내 방에서 서류 정리를 돕는 거나 해라!
【 하나시로 】 에─ 왜 그렇게 되는 거야.
【 긴 슈 】 시끄러워, 네 놈들 내가 일하는 도중에 틈을 내서 와줬더니 이 꼬라지하며………. 조금쯤은 일해서 머리를 써라!
【 쿠 로 토 】 이런 걸 직권 남용이라고 하는 거 아닌가, 대장?
【 긴 슈 】 마음대로 말해라, 이런 데서 썩고 있으니까 쓸데없는 걸 생각하는 거다.
일하고 있으면 그런 걸 생각할 마음도 사라지지. 간다!
【 쿠 로 토 】 ………………. 좋은 녀석인지 아닌지, 그다지 모를 남자로군.
【 하나시로 】 어쩔 거야, 쿠로토?
【 쿠 로 토 】 ……… 너야말로.
【 하나시로 】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이렇게 쿠로토와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것을 정말 기쁘다고 생각해.
……… 그런데도 우린 아직 서로 이렇게 되어서 다행이라고는 입에 담을 수 없어.
언젠가 정말 그렇게 생각할 날이 온다면, 말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만.
……… 지금은 아직.
【 하나시로 】 …………………
이제 뭘 해도 좋은 거라면. ……… 이번엔 누군가의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은데, 정말로.
【 쿠 로 토 】 ………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도 말이지.
【 하나시로 】 …………………
……… 응.
【 쿠 로 토 】 ……… 할 수 없군.
【 긴 슈 】 ……… 크윽, 왜 웃는 거냐, 네 놈들!
【 하나시로 】 ……… 아무것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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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결과적으로는 엔딩 1하고 같지만 애들 느낌이 좀 (많이) 다른 신규 베스트 엔딩.
이르는 과정이 다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여튼 이 엔딩이 우리 가여운 하나시로 손에 피가 제일 안 묻는 방향으로 흐른다.
안경 루트는 아예 피를 뒤집어 쓰는 이벤트를 피할 수 없고,
해피 루트는 시로후쿠로든 쿠로토든 성 사람들이든 전쟁하던 놈들이든 어쨌거나 살육전이라.
긴슈는 여기서나 저기서나 분위기 메이커. 과연 츤데레 대장님이다!
엔딩 15에서 세계를 구하고 싶은만큼 본인도 살고 싶다는 걸 어필하는 모습에 비해, 여기서는 세계가 더 중요하다는 느낌으로 진행된다.
【 쿠 로 토 】 그걸 잃어버리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살아가려는 생각은 안 해. ……… 할 수 있을 리가 없어.
【 쿠로타카 】 ……… 그런가.
【 쿠 로 토 】 네 말대로야. 여기에는 우리 말고도 살아있는 생명이 많아.
……… 그게 계속되어 가는 걸 기쁘다고 생각하거든.
【 연 구 자 】 …………………. ……… 흐응.
【 하나시로 】 ……… 쿠로토………
【 쿠 로 토 】 ……… 하나시로.
【 하나시로 】 ……… 싫어………. 나는 싫어, 절대로………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왜 그렇게 간단히 결정하는 거야! ……… 어째서………
어째서,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걸 알아주지 않는 거야……… !
【 긴 슈 】 모르는 건 바로 너다, 바보 자식!
【 하나시로 】 ……… 긴슈……… !
【 긴 슈 】 몇 번을 말해야 알겠나, 저 남자가 어떤 생각으로 그렇게 결정했는지 잘 생각해 봐라! 왜 모르는 거냐, 네 녀석은………
【 하나시로 】 어떤 생각이냐니………
【 긴 슈 】 ……… 큭……… 여기에 살아있는 생명이라는 건 널 말하는 거겠지.
【 하나시로 】 …………………
【 긴 슈 】 너, 왜 저 남자를 죽이고 싶지 않은 거냐. 저 남자에게 있어서 죽는 게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 하나시로 】 ……………… 읏.
【 긴 슈 】 ……… 네게 잔혹한 일을 강요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너밖에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부탁한다. ……… 구세주………
【 하나시로 】 ……… 으, 으흑………
【 쿠 로 토 】 ……… 하나시로………
【 하나시로 】 알아……… 알고 있어, 그러니까 싫은 거야!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 더이상………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마………
【 쿠 로 토 】 약속을 하나 할까?
【 하나시로 】 ……… 에………
【 쿠 로 토 】 다음에 또 우린 반드시 만날테지. ……… 그러니까 그때를 위해서.
【 하나시로 】 ………………. 그런………
【 쿠 로 토 】 뭐든 괜찮아. 그래도 기쁜 약속이 좋겠군.
【 하나시로 】 ……… 그만해, 이제………
【 쿠 로 토 】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좋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난 내가 이렇게 되는 게 싫지 않아.
【 하나시로 】 ……… 에………
【 쿠 로 토 】 널 만난 것도 포함해서, 정말로.
【 하나시로 】 …………………
【 쿠 로 토 】 ……… 그러니까. 다음에 다시 널 만나는 게 기쁘다고 생각해.
【 하나시로 】 ……… 어………
【 쿠 로 토 】 ……… 응……… ?
【 하나시로 】 싫어, 난 이제 평생 만나고 싶지 않아……… !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 흑………
【 쿠 로 토 】 ……… 그래.
【 쿠로타카 】 ……… 그게, 약속인가?
【 쿠 로 토 】 ……… 아아.
【 쿠로타카 】 괜찮겠니, 그걸로.
【 쿠 로 토 】 ……………… 아아.
【 쿠로타카 】 ……… 이런 이런………
【시로후쿠로】 ……… 하나시로………
【 하나시로 】 ………………, ……… 읏……… 으흑………
【시로후쿠로】 …………………
【 쿠 로 토 】 ………………… ……… 하나시로.
【 하나시로 】 …………………
【 쿠 로 토 】 ……… 하나시로.
【 하나시로 】 ……………………………………………………………………………………… 큭!
.
.
.
【 쿠로타카 】 ……… 음? 왜 그래, 그런 데서.
【시로후쿠로】 ……… 아뇨………
【 쿠로타카 】 꼬맹이는 어쩌고 있지?
【시로후쿠로】 ……… 울다 지쳐서 잠들었습니다. 긴슈 대장이 곁에 있습니다만.
【 쿠로타카 】 ……… 그래………
【시로후쿠로】 당신이야말로 상처는 이제 괜찮으십니까.
【 쿠로타카 】 아아, 어떻게든 됐어. ……… 그 애가 치료해줬으니까.
【시로후쿠로】 …………………
【 쿠로타카 】 ……… 그런 표정하지 말아줘. 난 아무렇지도 않아.
그 애가 스스로 선택한대로 살아가는 게 내 소망이니까. ……… 만족해.
【시로후쿠로】 ……… 전, 그렇게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 쿠로타카 】 ……… 이봐……… 겨우 봄이 온 거라고. 하얀 새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시로후쿠로】 그 때……… 그 아이에게 아무 말도 걸 수가 없었어요.
【 쿠로타카 】 ……… 응?
【시로후쿠로】 그 남자 앞에 선 그 애한테, 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그게……… 너무 한심합니다.
대체 저는 뭘 하고 있는 걸까요.
【 쿠로타카 】 ……… 시로후쿠로………
【시로후쿠로】 그렇지만……… 주께서 남겨주신 이 모형 정원을 계속 지킬 겁니다. 그 마음은 변함이 없어요.
간신히, 저도 알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여기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하나라는 걸.
【 쿠로타카 】 ……… 아아.
【시로후쿠로】 그럼, 실례. 내일은 채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 쿠로타카 】 여긴 언제쯤 돌아올 생각이지? 나는 이제 귀환할 때지만.
【시로후쿠로】 ……… 저 애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저도 끝까지 지켜보고 싶어요. 돌아오는 건 그 다음에 생각하겠습니다.
【 쿠로타카 】 흐응, 그런가.
【시로후쿠로】 말해두겠습니다만, 무턱대고 채국에 오지 않도록 하세요. 끝났다고 해도, 당신이 검은 새임에는 변함이 없으니까요.
【 쿠로타카 】 그건 승락할 수 없겠는데. 재밌으니까 거긴.
【시로후쿠로】 ……… 쿠로타카……… ?
【 쿠로타카 】 아니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 그보다 한 가지 제안이 있는데.
【시로후쿠로】 뭡니까?
【 쿠로타카 】 그 애들처럼 우리들도 약속을 하지 않을래?
【시로후쿠로】 ……… 에………?
【 쿠로타카 】 다음에 저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를 위해서. ……… 기뻐질 수 있을만한 약속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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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덮었던 눈은 전부 꽃이 되어, 모든 것을 축복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 구세주가, 이 세계를 구원한 것입니다.
【 하나시로 】 ……… 흐응, 대단하네 구세주란 거. 눈, 전부 꽃이 되어버렸구나.
【시로후쿠로】 ……… 네에.
【 하나시로 】 마왕을 해치웠기 때문이지? 멋있다∼
【시로후쿠로】 ……… 그렇습니다만, 나쁜 건 마왕이 아니라, 사실 싸움이랍니다.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게 되었을 때, 「그」가 구해주는 거예요. ……… 구세주와 함께.
【 하나시로 】 ……… 흐응………?
【시로후쿠로】 …………………
이 책의 뒷 부분은 다음에 계속하죠. 오늘은 어디로 놀러 갔었나요?
【 하나시로 】 응, 있잖아, 거리에 따라갔었어! 오늘 축제였으니까.
【시로후쿠로】 그러고보니, 오늘은 봄의………. 올해는 이미 져버렸으니 조금 쓸쓸하네요.
【 하나시로 】 응, 다들 그렇게 말했어. 그치만 말야……… 쨘!
【시로후쿠로】 ………………? 벚꽃잎……… 아직 피어있는 나무가 있었습니까.
【 하나시로 】 아니, 친구한테 받았어. 아직 피어있다고. 산 위에 있는 집이라서.
【시로후쿠로】 ……… 친구?
【 하나시로 】 오늘 축제에서 처음 만난 애야. 엄청 재밌었어. 시로후쿠로도 다음에는 같이 가자!
【시로후쿠로】 ……… 네에………. ……… 그래서, 그 아이의 이름은 뭐라고 하던가요?
【 하나시로 】 쿠로토라고 한대. 이상한 모자를 쓴 아저씨가 데리러 와서 돌아가버렸지만.
【시로후쿠로】 ……………………… 쿠로타카………………………?
때가 올 때까지는 만나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던 게………?
………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따져 봐야겠군요………
.
.
.
【 쿠로타카 】 ………………. 으─음 ………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 쿠 로 토 】 쿠로타카, 아까부터 끙끙거리는데, 무슨 일이야?
【 쿠로타카 】 아니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으으─음. 단지 너희들의 인력은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 쿠 로 토 】 ……………… ?
【 쿠로타카 】 그야 뭐 채에 갔던 건 곤란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주의는 기울이고 있었다구?
그런데 어째서 잠깐 눈을 뗀 틈에 미아가 됐나 싶었더니, 그 애랑 친구가 되어 있는 거야……… 으─음.
【 쿠 로 토 】 이봐, 쿠로타카 뭔가 이상한데. 괜찮아?
【 쿠로타카 】 아니아니아니, 괜찮아. ……… 그보다, 어땠어 축제는?
【 쿠 로 토 】 ……… 에………
【 쿠로타카 】 즐거웠니?
【 쿠 로 토 】 ……… 응.
아주 즐거웠어. 친구도 생겼고.
【 쿠로타카 】 ……… 그거 잘 됐네.
………………. 미안하군 꼬맹아. 갑자기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어.
이래서야, 이번에도 또다시 걱정스러운 예감이 오싹오싹 드는데………. ……… 그렇지, 쿠로토?
【 쿠 로 토 】 ……… 응? 뭐라고 했어?
【 쿠로타카 】 ………………. 아니, 아무것도. 너한테 한 말이 아니야.
【 쿠 로 토 】 ……… 흐응………???
【 쿠로타카 】 그보다 어때, 그 아일 다시 만나고 싶어?
【 쿠 로 토 】 …………………
응, 만나고 싶어.
【 쿠로타카 】 ………………. 그래.
굉장하구나, 너희들은.
【 쿠 로 토 】 ……… 굉장하다니, 뭐가?
【 쿠로타카 】 ………………. 아니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면 또 만날 거야. 틀림없이,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 쿠 로 토 】 ……… 응. 또 같이 놀자고 약속했어.
【 쿠로타카 】 …………………
……… 나 참. 대체 이뤄진 건 누구의 약속이려나.
psp판 엔딩 두 개는 원판의 어두운 분위기를 쇄신하려 넣은 것처럼 밝다(비록 걷어낼 수 없는 그늘이 드리워져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등장인물 전원이 고스란히 남는 엔딩. 쿠로토와 하나시로의 무시무시한 인연도 확인할 수 있고.
마지막으로 나오는 스틸이 게임 시작할 때 나오는 거랑 똑같은 걸로 봐서 이대로 무한 루프가 시작되나...
이걸로 화귀장 본편의 스토리는 전부 끝이다.
오마케 A little story는 직접 해보자.
글이 너무 길어져서 지금 혼절하고 싶은 심정임
중간중간에 번역을 너무 과하게 한 것 같다. 왜 이랬지?
읽는 사람도 지치고, 쓰는 나는 더 지치는 이 글을 나는 왜……… !
총평
성우는 전반적으로 좋았다. 하지만 쿠로토에 대해서는 더이상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작화는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서 분위기가 마음에 드니까 일단 좋게 평가하긴 하는데 잘 그렸다고 하기엔 좀... 미묘하지.
음악은 이미 동인 게임(출신)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경지.
스토리 자체는 고전적 클리셰인만큼 뻔하지만 안타까움을 잘 살렸다는 점이 훌륭하다.
서정적이고 애절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니 메마른 감성의 잔재나마 찾아보고 싶다는 사람은 해보도록 하자, PSP판을.
글의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PC판은 쉽게 추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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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1 하라는 아라로스는 안하고!! 라고 소리치는 분이 있다면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전함
뱀발 2 이 게임에 잘 어울리는 노래를 한 곡 소개한다.
ルルティア의 僕らの箱庭 제목부터 우리들의 모형 정원이고 가사 싱크로율도 제법 높다.
그리고 같은 가수의 愛し子よ 를 얀데레 버전 하나시로 테마곡으로 추천.
정신나간 가사지만 쿠로토를 향한 하나시로의 사랑이 얀 쪽으로 심화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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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이상으로 길고 긴 화귀장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