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게임 리뷰 : 화귀장(花歸葬) // 2012 08 24

Rosier  2014. 4. 18. 03:09

알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게임.

시작은 PC버전 동인 게임이었으나, PS2판, PSP판, 만화책 등등 다양하게 출시된 나름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 작품.

 

소프트 BL이라고들 하지만 딱히 BL이라고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그렇게 보일지 말지는 생각하기 나름).

굳이 말하자면 사랑에 관한 이야기긴 한데 흔히 말하는 연애 같은 것과는 백만광년쯤 거리가 떨어져 있다.

恋ではなく、愛でもなく. もっとずっと、深く重い─  라는 모 BL게임의 캐치 프레이즈가 여기도 잘 어울릴 거란 생각이 든다.

이 게임의 주인공인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건 연애나 사랑 같은 두근두근하고 달달한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

뭐, 사실 연애나 사랑이 달콤한 건 어디까지나 일부분일 뿐 현실적으로 파고 들면 꽤나 추잡하긴 하지만 일단 제쳐두자.

 

PC판은 성우도 없고 시스템도 불편한데다(나온 시기가 2003년임을 생각하면 오히려 좋은 수준일지도), 작화 역시 그렇게 나쁘다곤 할 수 없지만 좋다고도 할 수 없는 미묘한 경계선에 걸쳐있다. 단, 작화는 워낙 취향을 많이 타는 부분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부드러운 색감을 좋아하는지라 만족하는 편. 자세한 건 리뷰 본론의 스샷을 보고 확인하자.

 

어쨌거나 처음에 시작했을 때까지만 해도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딱히 스포일러를 접한 건 아니지만 중반까지만 가도 스토리 자체가 큰 줄기는 쉽게 파악이 가능한 타입의 시나리오라서. 
맘 편하게 정줄 놓고 소설이나 하나 보는 셈치고 플레이 했는데(심지어 공략도 안 봤다. 질리면 그냥 때려치울 생각이었기 때문에) 엔딩을 두 개 보고 나서, 어머 이건 리뷰를 써야해 라는 마음을 먹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재미있었으니까.

 

소감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전형적이고 뻔한 내용을 안 뻔하게 만든 게임

여타 매체물에서 이따금 보는 세기말 스토리를 보다 서정적으로 표현한 게임.

 

화귀장은 진행의 약 90% 이상이 등장 인물들의 대화로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주인공 시점(어쩌다 가끔 다른 사람)이지만 행동을 설명하는 나레이션 같은 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엔딩이나 이벤트 중에 나오는 경우는 있다). 그럼에도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잘 살아있어서 집중 모드로 읽다보면 몰입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단점은 행동 서술이나 심리 묘사를 별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인물들의 대사가 약간 설명조로 흘러간다는 점과 대사에 의존하는 진행 방식이니만큼 효과음이나 연출이 아주 중요한데, 이 부분이 미비해서 한 박자 늦게 상황을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 

보이스도 없고 효과음도 부실하니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때려치우기 십상이다게임에 적응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과 인내심을 요한다. 성우만 있었어도……!! 라는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대목.

 

그래서── PSP판까지 플레이했다. 아라로스도 때려친 PSP판을.

플레이 할 사람은 가능하면 PSP판(혹은 PS2판)을 하는 걸 추천한다.

PC판의 약점을 확실히 보완했다고 할까, 성우만 있으면 이런 게임만큼 풀 보이스의 위력이 발휘되는 게임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게임 내 모든 문장을 다 읽어주니까乃  까막눈이라 한자에 약해서 일문만 보고 플레이하기에 애로사항이 꽃피는(안 그래도 읽기 힘든데 한자로 아주 도배를 했다.うるさい를 五月蠅い로 쓴다던가, 각종 한자 만행을 저지름-ㅅ-) 나 같은 사람에게는 더없이 은혜로운 버전이다.

게다가 내용이 추가된 부분도 있고 엔딩도 늘었다. CG 역시 늘었다! PSP판을 하자!!

 

일어를 잘(혹은 전혀) 못한다고 걱정하지 마시라.

한글 패치가 있으니 문제삼을 필요없다. 대사가 바뀐 곳이나 오역 등이 간혹 눈에 띄지만 게임을 즐기기엔 전혀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한글 패치는 은월화라는 일본 여성향 게임 한글화 팀에서 제작했으며 현재는여우화로 개명, 이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몇몇 게임의 한글 패치도 제공하고 있으니 관심있는 사람은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는 것도 괜찮다.

 

그러니 일본어 가능자라면 그냥 PSP판을, 일본어를 못한다면 한글 패치를 깔고 PC판과 PSP판을 동시에 하면 된다(는 귀찮).

한글버전이 없는 PSP판 추가 내용은 리뷰에 충실하게 적어놨으니까 참고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플레이 시간은 PC판은 하루 정도, 공략을 보면 시간 낭비없이 빠르게 깰 수 있다.

물론 PSP판은 목소리도 다 들어야하고 약간 더 기니까 시간을 좀 더 잡아먹지만 오래 걸리지 않는 건 마찬가지.

 

엔딩은 PC 14개, PSP 16개로 수가 꽤 많지만 제작자 공인 트루 엔드 외에는 지뢰밭이다.

게임에 몰입하는 타입이라면 눈물콧물 줄줄 뽑을 최루성 강한 엔딩이 여기저기 포진해 있으니 주의하자.

물론 나처럼 새드 엔딩 보려고 플레이하는 사람은 예외.

  

BGM이나 스토리 라인은 어지간한 회사에서 출시한 평작 이상. 오히려 음악 때문에 이 게임을 접한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제대로 된 업체에서 자본을 투자해 이 시나리오를 게임으로 만들었으면 대작 반열에 올랐을 법하다.

아니, 이미 ps2에 이어 psp까지 출시했고 코믹스화까지 되었으니 대작인가...?


만화책도 국내에 이미 정발로 나와있다. 

작화는 괜찮지만 게임 시나리오가 아니라 시간의 경과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게임보다 재미는 없다.

일단 트루 엔드 루트를 따르고 있으나 원작과 다른 부분도 있다. 캐릭터들 성격도 좀 많이 순화된 편.

그냥 게임을 다 끝내고 보너스라 생각하면 읽어볼만 함.

 

 

리뷰를 읽기 전에 주의할 점

 

스포일러 지뢰밭이다. 아니, 스포일러 정도가 아니라 아예 대놓고 스토리를 돌직구로 낱낱이 까발리기 때문에 그냥 이 글을 보면 게임을 안 해도 해본 느낌이 들 정도일테니 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은 게임을 하고 나서 다시 돌아오라. 이 글은 도망가지 않는다. 간혹 리뷰를 보고 게임을 하고 싶어지는 사람도 있는 거 물론 안다. 그래도 모든 스토리와 결말을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자.

 

PC판과 PSP판을 아우르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PSP판을 기준으로 작성했으니 중간에 번역한 부분은 PC판과 대사가 다를 수 있다.



어쨌거나 이 다음에 쿠로토가 머리를 식히러 어떻게 할 건지에 따라 또 길이 달라진다.

마을로 내려가면 내용이 계속 이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면 또 엔딩이 나온다.

엔딩부터 보자.



다시 로드, 집으로 돌아가지 말고 마을로 내려가보자.

마을로 가면 과거에 하나시로가 스즈네를 죽인 걸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마을 사람과 채국 병사를 만난다.

물론 오지랖 넓으신 쿠로토가 끼어들지 않을 리 없고, 쿠로타카가 나타나서 쿠로토를 데려가려고 한다.


쿠로타카와 함께 갈 경우, 화귀장에서 가장 가슴 아픈 엔딩이란 평이 많은 봄을 고하는 새 엔딩이 뜬다.


더이상 도망치는 건 싫다를 선택하면, 쿠로타카는 하나시로와 긴슈 일행이 자기들의 집으로 향했다고 알려준다.

되돌아갔을 때 집은 이미 불타는 중. 설상가상 하나시로까지 그 안에 있었다.


쿠로토는 집 안으로 뛰쳐들어가서 하나시로를 찾는데, 못 찾았을 경우에는 엔딩 14.



하나시로를 제대로 찾으면 안경 루트의 궁극 엔딩, 은의 나선이 뜬다.


이걸로 PC판에서 볼 수 있는 엔딩은 전부 끝이다.

남은 건 추가된 일명 새 루트 엔딩 두 가지.


베스트 루트 쪽에서 빠져나오는 스토리로 연구자가 남긴 그림자를 다들 만나는, 즉 창조주를 만나는 상황으로 흘러간다.

시로후쿠로의 망할 년 이미지를 재고할만한 여지를 주며 대부분의 엔딩에서 찌질찌질하는 쿠로토가 제법 강단있는 모습을 보인다.

어떤 평에 따르면 기존의 베스트 엔드에서는 자식들이 애쓰는데 비해 신규 루트에서는 부모새들이 애쓴다고.



이 뒤 하나시로는 신이 정말 있으면 이렇게 하고 싶었다며 연구자를 향해 칼을 들이미는데...

시로후쿠로와 쿠로타카 두 사람이 앞을 막아선다. 

그렇다고 전에 하나시로표 칼빵맞고 죽은 시로후쿠로처럼 쿠로타카가 죽는 일은 없으니 안심하자.

그 다음 쿠로타카가 시로후쿠로에게 숨겼던 사실을 절절히 말해주는 이벤트 등등을 거치고 나서 마지막으로 쿠로토의 의견을 묻는다.


살아가고 싶다를 선택하면 엔딩 15, 이 세계를 지키고 싶다를 선택하면 엔딩 16이다.

내용 설명은 각각 요약글 안에 포함.




이걸로 화귀장 본편의 스토리는 전부 끝이다.


오마케 A little story는 직접 해보자.

글이 너무 길어져서 지금 혼절하고 싶은 심정임 

중간중간에 번역을 너무 과하게 한 것 같다. 왜 이랬지?

읽는 사람도 지치고, 쓰는 나는 더 지치는 이 글을 나는 왜… !




 

 

총평


성우는 전반적으로 좋았다. 하지만 쿠로토에 대해서는 더이상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작화는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서 분위기가 마음에 드니까 일단 좋게 평가하긴 하는데 잘 그렸다고 하기엔 좀... 미묘하지.

음악은 이미 동인 게임(출신)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경지.

스토리 자체는 고전적 클리셰인만큼 뻔하지만 안타까움을 잘 살렸다는 점이 훌륭하다.


서정적이고 애절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니 메마른 감성의 잔재나마 찾아보고 싶다는 사람은 해보도록 하자, PSP판을.

글의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PC판은 쉽게 추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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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1  하라는 아라로스는 안하고!! 라고 소리치는 분이 있다면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전함 



뱀발 2  이 게임에 잘 어울리는 노래를 한 곡 소개한다.

           ルルティア의 僕らの箱庭  제목부터 우리들의 모형 정원이고 가사 싱크로율도 제법 높다.


           그리고 같은 가수의 愛し子よ 를 얀데레 버전 하나시로 테마곡으로 추천.

           정신나간 가사지만 쿠로토를 향한 하나시로의 사랑이 얀 쪽으로 심화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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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이상으로 길고 긴 화귀장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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