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게임 리뷰 : 넘을 수 없는 붉은 꽃(越えざるは紅い花) // 2013 03 26

Rosier  2014. 4. 24. 02:19

판다리아에서 빠져나온 지도 그럭저럭 제법 됐다. 

5.2가 나오면 돌아갈까했는데 그다지 마음이 안 내켜서 요 한동안(이라고 해봤자 2달 전이지만)은 나비독 환상야화를 올클리어하고 리뷰를 쓰려고 했으나── 이왕 오랜만에 건드린 여성향 게임, 하다 만 거나 좀 더 해볼까 싶어서 아라로스를 켰다가 나비독은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그런 아라로스도 커티스랑 마이센&미하엘을 죄다 하고 나니 시들해져서... 

 

소장하고는 있지만 아직 손대지 않은 게임 중에 뭔가 골라보자는 생각으로 잡은 게 바로 이 넘을 수 없는 붉은 꽃이다.

여성향 노말 연애 게임으로 제작사는 Operetta Due.

이 회사 게임은 처음인데 일단 처녀작은 아니지만 19금 게임으로는 처음이라고 한다.

 

괜찮다카더라는 얘기가 있길래 해봤는데 한 캐릭터를 끝낸 심경은  ?   이런 느낌.

 

성우, 좋다. 

음악, 괜찮다. 

근데 CG에서 빵터짐.
대체 뭐야 이 
스탠딩보다 못한 CG 퀄리티는?

남캐들은 그나마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CG마다 여주인공 입술색을 마치 촌티 폴폴 나는 립스틱을 발라놓은 것마냥 칠해놔서 깬다.

 

성격 면에서 자기 주장이 강하고 행동력있는 여주인공이라는데 소신과 근성을 탑재했다는 점은 동감한다(내 취향에서는 좀 벗어났지만).

그러나 남자가 자빠뜨리면 바로 아흥아항 모드 돌입. 왜? 19금이라서??

남성향 게임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여성향 게임 아닌가.

H씬의 경우는 좀 과장을 보태서 여성향 게임의 탈을 뒤집어쓴 남성향 게임 수준. 
주인공이 남자를 공략하는 게 아니라 남캐들이 주인공을 공략하는 걸 지켜보는 기분이다(다른 곳에선 어차피 내 선택지에 농락당하지만).

물론 여기엔 H씬 퀄리티도 한 몫 단단히 했다. 

주로 남자 위주인 떡씬 그 자체만으로도 흠... 할 정돈데 효과음 왜 이래요??? 지금 날 웃기자는 거임????

그나마 성우분의 연기는 빛났스빈다. 이 게임에서 제일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성우(중에서 스.. 스.. 스X).

 

어쨌든 대부분의 단점은 남캐 보정으로 100%까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상쇄할만하다.

비록 내 취향에 딱 맞는 놈은 없었을지언정 나름대로 다양한 매력이 있는 공략 캐릭터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플레이한 가치는 있었달까.

 

총 공략 캐릭터는 6명(+2명) 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메인 공략 캐릭터가 3명, 거기서 파생되는 공략 캐릭터가 3명이다.

괄호의 +2는, 정식 공략 캐릭터는 아니지만 엔딩이 따로 있기 때문에 표시했다.

  

엔딩 및 각종 스포일러를 당하기 싫은 사람은 클릭 금지.



END 죄인(罪人)

 

나란의 어택을 물리치고 스렌을 계속 공략하다보면 사라나가 찾아와서 요즘 샤르가 이상하다는 얘기를 전해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을 보러 간 나아라는 샤르를 만나는데 그때 아무 의심 없이 샤르를 따라가면 불의의 기습을 당해 기절을 하게 되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나스라와 루스의 국경. 나아라만이라도 루스로 돌려보내고 싶었던 샤르는 자신의 몸을 이용해서 루스의 첩자를 나스라 국내로 끌여들였던 것이다. 그 뒤 나스라에 남겨진 다른 여자들은 강제적으로 나스라의 남자들에게 주어진데다 스렌은 나아라를 빼앗겼다는 사실에 격분해서 루스로 침공하자는 진언까지 하고 있다고.

엔딩 타이틀인 죄인은, 나아라가 자신으로 인해 전쟁의 불길이 타오르게 되리라는 걸 저주하면서 하는 말에 기인한다.

───이 몸은 죄인보다도 죄가 깊다는.

 

 

END 가슴 속에 간직한 고백(秘めた告白)

 

굳이 따지자면 죄인 엔딩의 후일담 같은 느낌.

샤르를 만났을 때 사라나가 한 말을 떠올리며 따라가면 그 뒤를 나란이 쫓아온다. 조용히 나아라를 루스로 돌려보낼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샤르는 나란을 칼로 찌르게 되고, 나아라는 절규하며 자신은 루스로 돌아가지 않겠노라 대답한다. 거기에 충격을 받은 샤르는 나아라가 루스로 돌아가지 않는 현실 따윈 필요없다며 자신의 목을 스스로 베어 자살.

그 뒤 첩자의 손을 잡느냐 안 잡느냐에 따라 엔딩이 나뉘는데, 여기서는 일단 첩자의 손을 잡고 루스로 돌아가자.


엔딩은 이 선택으로부터 일년도 더 지난 뒤의 이야기.

당연히 여기서도 분노 게이지가 만땅인 스렌 덕분에 루스와 나스라는 전면전을 치르게 되고, 결과는 국력의 차이에서 밀린 루스의 패배.

무너져가는 성에 홀로 남은 나아라를 스렌이 찾아와 그녀를 데려가려고 하는데...



END 붉은 바다에서(赤い海で)

 

나란과 샤르가 죽고 첩자의 손을 잡지 않은 채 나스라에 남으면 스렌은 루스와의 동맹을 위해 직접 대사로 나서고 나아라 역시 따라간다.

적지 한 가운데서 당당하게 동맹을 제안하는 스렌을 앞에 두고 나아라가 어떤 행동을 취할 지에 따라 엔딩이 갈라진다.

스렌을 지키겠다는 선택지를 고르면 오리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스렌을 검으로 찌르고 바닥에는 쓰러진 스렌의 붉은 피가 번진다.

 

 

END 사랑 싸움(恋しき戦い)

 

스렌 루트 베스트 엔딩.

마지막 선택지에서 스렌을 믿는다를 고르면 루스는 동맹을 받아들이는 대신 나아라를 루스에 두고 가라는 조건을 내건다.

  

국경에서 헤어지는 두 사람.

그리고 3년 뒤.

나스라의 문제를 해결하고 스렌이 돌아와서 해피엔딩, 해피엔딩.


왜 이렇게 짧냐고요? 

음, 어쩔 수 없음. 베스트 엔딩 재미없는걸 -ㅂ- 








나란, 18세

 

스렌 루트 파생 공략 캐릭터.

 

늘 스렌을 형이라고 부르며 따라다닌다.

실제로 피가 이어진 형제가 아니라 전장에서 스렌이 구해준 뒤 거둔 모양.

참고로 나아라하고 동갑.
그리고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성우가 내 취향(의 캐릭터를 연기한 사람).
 
 위와 같은 이유로 등장하자마자 사실은 스렌이 아니라 나란을 먼저 공략하려고 했었다.
근데 하다 보니 나란은 (진히어로도 아닌 주제에) 유일하게 회차 제한이 있는 캐릭터라 스렌을 클리어하지 않으면 나란 공략이고 나발이고 스렌 배드 엔딩밖에 안 뜬다는 불편한 진실.

애초에 모든 캐릭터가 오리한테서 나아라를 빼앗는 NTR을 연출하지만, 나란 루트는 NTR of NTR이다. 다른 파생 캐릭터가 본인 루트에 들어가야 제대로 만날 수 있는데 반해 나란은 스렌 루트 초기부터 내내 등장하면서 나아라의 마음을 흔들어대고, 이미 육체적인 관계로도 이어진 두 사람의 사이를 파고 들기에 그 시점에서 스렌과 나란의 공존은 이미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스렌이냐 나란이냐, 고민하게 만드는 양자택일.
덕분에 스렌 루트를 하면 나란이 눈에 밟히고, 나란 루트를 하면 스렌을 목놓아 부르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무슨 소리냐고?
한 쪽을 고르면 다른 한 쪽은 무조건 죽는 궁극의 선택이라 이 말씀.

스렌을 고르면 나란이 떠나가고

나란을 고르면 스렌이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다.
아, 나를 괴롭히는 형제여 

어쨌거나 나란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나아라한테 한눈에 반했는데 그녀는 이미 자신이 친형처럼 따르는 사람의 아내. 
즉, 형수님인 것이다.

난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움직일 수 없었어
숨을 쉴 수조차 없었어
왜 너를 이제야 만난 건지
하필 내 동생 형의 결혼식에서 신부가 된 널
이제 나는 어떡해야 하나

아는 사람은 아는 노래의 가사. 단어 하나만 바꾸면 정말 엄청난 싱크로다...(...)

이 루트를 타게 되면 남편 놔두고 바람핀다는 느낌이 확 나는데(루지의 경우는 토야하고 선을 넘지 않아서 그저 계약혼이라는 느낌밖에 없고 노르 이 개X끼는 언급할 가치도 없음) 스렌 입장에서 볼 때 진짜 아옳 ㅋㅋㅋㅋㅋ 
이것들을 죽여 살려 하는 느낌이겠지만, 자기 루트도 아닌데 뭘 어쩌리오.
여기서는 스렌도 그저 퇴갤하는 운명을 지닌 조연에 불과한 것을.

절벽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고 돌아온 스렌을 보러 가려고 할 때 나란이 말리는대로 참으면 이렇게.
그간 나란이 얼마나 절절한 심정으로 나아라를 짝사랑하고 있었는지 처음으로 폭발하는 장면이다.
질풍노도의 사춘기, 여자 냄새만 맡아도 벌떡할 나이에 한 지붕 아래서 사랑하는 여자가 형뻘되는 사람하고 잉야잉야하고 있는 걸 손가락 깨물며 참을 수 밖에 없었던 나란의 심정을 생각하면 이 누나는 그저 눙무리...... 

나아라는 자기가 강제로 결혼해서 원치 않는 생활을 강요당하는 걸 참아낼 수 있었던 이유가 나란이 있어줬기 때문임을 깨닫게 되고 그 감정이 사랑이라는 걸 느낀다. 서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원래 생활로 돌아가자고는 하지만, 생각해보자. 18세, 한창 혈기가 왕성한 시기의 남녀가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뻔히 알면서 과연 태연하게 지낼 수 있는지를. 손만 스쳐도 아주 난리가 난다.

머리 회전도, 감도 좋은 스렌이 이를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여기서도 자기를 사랑한다고 말하라며 다그치는 스렌. 그러나 나아라는 이미 스렌을 미워하지는 않지만 그 감정이 연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결정적으로 깨닫고 그저 스렌에게 사과만 할 뿐이다.

스렌이 진짜 대인배임을, 오히려 자기 루트에서보다 훨씬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바로 여기서 나아라의 마음을 인정해주는 장면이다.

「 네 성격으로 봐서, 사과를 받는다는 얘기는…… 더이상 나한테 희망은 없겠군 」

인정하면서도 끝까지 이혼은 안 해주지만-ㅅ- 어쨌든 인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니까.
이렇게 스렌과 나아라는 부부인 동시에 「맹우」가 되었다─── 는 이거 나란 루튼데 난 왜 스렌 얘기를 하고 있는 건가영...(...)

각설하고.
나아라와 함께 있을 구실을 만들고 싶어서 스렌 전용 채소를 숨겨가며(;) 둘이 같이 장을 보러 나온 나란.
스렌 루트에선 여기서 샤르가 나타나지만 나란 루트에서는 그런 거 없다
샤르를 눈치 챈 나란이 잽싸게 나아라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기 때문. 이렇게 샤르 비중은 공기가 되어가고... 가 아니라.

먼지가 붙었다며 은근슬쩍 손대는 나란(18세)군. 저 표정을 보라. 너무 귀여워서 잠시 정줄을 놓을 뻔 했긔.
이들의 닭살 행각을 지켜보던 상인이 두 사람을 부부라고 오해해서 불타는 상인혼을 발휘하는 바람에 나란은 나아라에게 붉은 보석이 붙은 반지를 사주기도 한다.

부부라고 오해받은 이 공간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면서도 이내 농담이라고 말을 바꾸며 웃어주는 나란.

하지만 이들의 겉보기만이라도 평안한 생활은 당연히 오래 가지 않는다. 오래가면 게임이 안 끝나니까. (-_-);
그러나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파생 캐릭터 중에서도 특히 나란은 스토리가 짧은 느낌이라(스렌하고 공통으로 출연하는 부분을 감안하면 그렇게 짧진 않을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더 이야기가 길었으면, 했었다.

어쨌거나 상황은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파른 비탈길을 굴러 내려가는 바퀴처럼 급변한다.
앞서 스렌 루트에서 나아라를 루스로 빼돌리던 샤르가 한 건 해주셨기 때문. 게임 내에서 직접적으로 등장하진 않지만 나란의 적절한 방해탓에 나아라를 만나지 못한 샤르는 본인이 직접 루스로 탈출해서 나스라 침공을 진언한 것이다.

루스에 맞서 나스라도 전군을 일으켜 출진하게 되고, 스렌은 나란에게 나아라를 지켜줄 것을 당부했지만 나란은 이번에야말로 자기도 출전하겠다고 말한다. 물론 자기도 나아라에게 있어서 당당한 남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란을 보며 혼자 생각하는 스렌. 이 이벤트는 스렌의 시점에서 보는 거라 스렌이 얼마나 나란을 생각해왔는지 잘 알 수 있다.
굳이 스샷을 두 장이나 찍은 건... 나란을 향한 애정이 느껴지는 스렌의 표정 때문에 스샷을 안 찍을 수가 없었다고나 할까...
왜 나란 루트에서 스렌한테 폭주하냐고 묻지 마시라. 이 루트 하다보면 스렌 완전 멋진 남자임乃


어쨌거나 앞에서 해온 선택지에 따라서 일단 엔딩이 갈린다.

땅파고 있는 여주인공을 보고 있노라니 이 뇽을 확 그냥... 싶지만, 스렌과 나란을 생각하며 참자...

 

 

END 부서진 붉은 보석(壊れた紅玉)

 

스렌도 나란도 둘 다 잃는 최악의 루트. 

스렌이 몸을 내던진 보람도 없이 나란도 죽는 꿈도 희망도 없는 루트 되시겠다.

 

 

END 그 날까지(その日まで)

 

나란을 공략하는 선택지를 맞게 고르면 스렌은 죽고 나란은 정신을 잃은 채 돌아오게 된다.

그 뒤 스렌을 잃어버린 절망에서 빠져나온 나란은 나아라에게 결혼을 제안하고 두번째 결혼 생활이 시작된다.

하지만 그것은 결혼이라는 이름의 동맹일 뿐인 계약 결혼이다.

나란이 나아라에게 품은 감정은 이미 연애 감정이 아니며 두 사람의 꿈이 이뤄질 밝은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내용의 노말 엔딩.

 

 

END 머나먼 미래(遙かなる未来)

 

바로 위 엔딩에서 뒷 이야기가 더 붙는 베스트 엔딩.

여전히 두 사람은 겉모양 뿐인 부부지만, 나아라는 각종 연애 상담(...)을, 나란은 부단한 노력을 계속하며 7년이 흘렀다.

그리고 그 인고의 세월 끝에...

 

「 ── 나아라. 나의 진짜 아내가 되어줘 」

 

군사 사령관이 되어서 나아라에게 고백하는 나란(그리고 스렌 코스프레. 이러니까 넌 스렌 빠돌이야).

나스라에서는 결혼해도 아이를 한 번 낳게 되면 그 여자는 바로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는 규칙이 있다. 

유일한 예외는 귀족들뿐인데, 군사 사령관은 후계자가 생기면 귀족 작위를 하사받기 때문에 그 법에서 제외가 된다나.

그걸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한 결과 손에 넣은 지위인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드디어 7년 만에 첫 거사를 치르면서 막을 내린다.

 



이제 마지막 루트로 가자.
안쪽의 검은 천막이 신경 쓰였다 ──── 노르/세후 루트


노르, 28세

  

메인 공략 캐릭터.

나스라의 정무 보좌관.

원래 어느 나라의 왕자였다는데 당시에 얼마나 놀아났는지 육욕 같은 속물적인 것에는 매력을 못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이 녀석은 십장생 개나리 같은 새X로 나한테 가장 설득력이 없는 캐릭터 되시겠다. 토야가 진 히어로라서 할까 말까 하는 와중에 뙇 등장하는 노르를 보고 아 시밤 제일 먼저 해야될 놈 발견! 이라고 생각했다.

 

초미형에 하라구로라니, 이건 안 해볼 수가 없잖아?

해달라고 도발하는 거지?

이렇게 이 게임에서 첫 공략 타자는 노르로 낙점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했던 노르 루트의 소감을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플레이 초반 : 역시 하라구로 미남이니 S속성 정도는 기본 탑재해야지

플레이 중반 : 아니 시발 주인공이 왤케 넙죽넙죽 넘어가는 거야. 오프닝 패기 어디갔심

플레이 후반 : 빨리 끝나라. 다음 캐릭터 정했다.

 

끝.

 

리뷰 서두에 이 게임에서 여주인공이 공략 캐릭터에게 사랑을 느끼는 과정이 스톡홀름 신드롬을 떠올리게 한다고 썼는데, 얘 루트가 진짜 더도말고 덜도말고 그 짝이다. 스렌의 강제성 따위 노르에 비하면 양반이다(-_-)

 

일단 노르 루트는 기본적으로 나아라가 초반에 겁나 당하다가(19금적 의미도 있지만 주로 정신적으로) 그녀의 올곧은 마음과 배짱, 거기에 따라온 결과를 보고 노르가 감화된다는 게 주 내용인데, 나아라 입장에서 보면 이 새끼는 졸라 원망하고 저주해서 쳐 죽여도 시원찮을 놈 이미지로 시작한 주제에 얼마 가지도 않아서 아잉아흥아항 ... 아놔... 

 

대체 이 새끼가 무슨 수작을 쳐했길래 나한테 욕을 쳐듣고 있는 지 궁금한 사람은 직접 해보는 편을 추천하지만 일단은 적어둔다.

 

원래 노르는 여자를 취할 마음이 없었고, 오히려 토야와 나아라가 결혼하길 바라는 입장이었다. 비록 적국이지만 나아라는 루스 왕의 여동생. 정치적으로 이용 가치가 충분했기 때문. 그러나 샤르의 도망 사건 때문에 나아라가 그날 밤 안에 결혼을 해야만 했고 노르는 이번 기회에 토야와 나아라를 어떻게 엮어보려고 했었지만─ 노르의 손에 마냥 놀아나지는 않겠다고 작정한 나아라는 자신의 결혼 상대로 노르를 지목한다.

 

어쩔 수 없이 나아라를 데리고 돌아온 노르가 제일 먼저 시킨 짓은 앞에서 여러번 언급했던 바로 그 문제의 문진...

초야 의식을 하긴 해야겠는데 자기는 육욕 같은데 흥미가 없어서 너 따윈 안을 마음이 없고, 어차피 의식의 감시관도 마침 자신이니까 너 혼자서 문진으로 처녀막을 찢으랍시는 충공깽   아, 물론 끝까지 가지는 않았다. 나아라의 흔들림 없는 의지를 보고 일단 직전에서 멈추기는 했다(일단 연애 게임이니까 더 나아가면 좀 곤란하다).


나아라 입장에서 노르는 자길 납치하고(직접 하지는 않았다고 해도 한통속이니까), 이용해먹으려 한데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적 수치심까지 끌어다 안겨준 천하의 개썅놈 이미지로 시작했다는 얘기다. 루트를 진행하다보면 스킨쉽 진도도 나가는 데 그거까지 변태가 따로 없다.

 

그럼에도 가~끔 듣기 좋은 말 좀 해주고, 신경 써줬다는 티 좀 낸다고 흐물흐물 녹아서 바로 넘어가는 쉬운 여자 루트.

거기다 사실은 이 녀석도 처음부터 나쁜 녀석은 아니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읊어대니 이 무슨 삼류 드라마냐.

차라리 나아라가 끝까지 안 넘어와서 얘가 좀 초조해한다던가(니놈만 아는 질투하지말고) 소소한 완급을 주는 이벤트라도 좀 있었다면.
노르 루트는 인간이 이 모양이다보니 공략 내내 빵터지는 개그는 고사하고 피식거릴 미소를 지을 기회 한 번 오지 않는다.
상상해보라. 이게 과연 연애의 ㅇ이나 꺼낼 수 있는 스토린지. 
만약 내가 나아라였다면 이 세상 끝나는 날이 와도 이 새끼랑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은 태양을 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애니웨이.

다 떠나서 내가 얘를 좋아할 수 없는 최대의 이유는, 나 역시 괴롭힘 당하는 것보다는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쪽이기 때문에!

같은 하늘 아래 같은 S는 양립할 수 없는 법인 것이다!!... 가 아니라 주인공 입장에서 플레이하는 나만 괴롭힘 받는 건 참기 힘들었다 ㄱ-

 

그런 이유로 내가 노르 루트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부분은 뜬금없이 나타나서 불씨를 싸지르고 떠난 스렌이었음

키스 마크 위에 키스 마크라니, 스렌 이 매력 덩어리♥ 그래서 두번째 타자가 스렌이었다는 얘기.

 

그 외에 첨언을 좀 하자면─ 노르 루트에서는 조연들의 이야기가 거의 안 나오기 때문에 게임을 시작하고 제일 먼저 공략할만 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장점 :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부작용 : 게임하기 싫어질 가능성이 있음)얘만 공략했을 때는 샤르는 그냥 나아라가 공략 캐릭터들한테 억지로 시집가게 만드는 역할로만 끝나는 줄 알았다. 사라나는 한 술 더 떠서 비중이 아예 공기.

 

욕 쓰다가 정작 스토리를 깜빡했는데, 초야의 문진 사건 직후, 노르는 나아라에게 내기를 제안한다.

토야가 개정하고 싶어하는 법에 반대하는 대신 중 필두인 오르테 대신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하면 자기도 루스 여자들의 해방을 약속하겠다고.

 

그렇게 나아라는 매일 같이 오르테 대신을 설득하기 위해서 그의 저택으로 향하고 그러다가 세후랑 눈이 맞... 는 건 다음 공략 캐릭터.

요약하자면 거기 왔다갔다 하면서 스렌도 만나고 깡패도 만나고 비 맞아서 쓰러지고 노르가 자기 과거 얘기 해주고... 한다는 내용.

 

후, 이만하면 됐다 싶지만 엔딩 설명을 위해서 노르의 과거 이야기도 첨부.

 

어느 나라의 왕자였던 노르는 어릴 때부터 신동이라는 말을 듣는 천재였고 그 재능을 발휘하고 싶었으나 그의 나라는 맏형부터 중책이 주어지는 체재였다. 그는 7번째 왕자라 아무런 결정권도 없었던 것. 돈도, 보석도, 여자도─ 모든 게 다 갖춰진 환경이었지만 오로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곳만은 주어지지 않았던 노르는 어느 날 둘째 형하고 내기를 하게 된다. 성인이 될 무렵에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자신의 직무와 교환해주겠다고. 매일 매일 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문무 양쪽으로 노력해서 드디어 성과를 낸 그는 약속을 이행하려 형을 찾아갔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상심한 노르는 그때부터 방종한 생활을 일삼다가(이때 육욕에 질린 듯) 여행 중에 해적의 습격을 받고 바다에서 표류하다 우연히 도착한 곳이 나스라였다고 한다. 나스라의 왕은 이 나라를 위해서 노르에게 힘을 빌려달라고 청하게 되고 노르는 나스라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는 얘기.

 

노르 루트 스토리 진짜로 끝.

 

 

END 노르(ノール )

 

다른 사람을 보는 게 마음에 안 든다고 가둬놓고 약을 써서 나아라의 모든 것을 노르로만 물들인다는 엔딩.

CG 없음

 

 

END 애완 노예(愛玩奴隷)

 

어쨌거나 여기서도 유폐당해서 노르의 충견이 된다.

CG는 있지만 수위가 조금...

 

 

END 붉게 물든 하늘(紅く染まる空)

 

위의 두 엔딩은 아예 배드 루트로 빠지는 거고, 남는 두 개는 그나마 애정이 싹트는 루트다.

외교를 위해서 노르의 고국과도 연락을 취해서 그곳에서 대사가 오기로 했는데 하필 같은 날 아직 남은 반대파 의원이 찬성하는 방향으로 갈아타겠다고 해서 노르는 만찬회에 참석하고 나아라는 그 의원에게 가기 위해 거리로 나온 사이에 저택이 펑!

 

이전부터 현 체제에 불만을 품고 있던 군부의 쿠테타로, 평소에는 노르가 그 움직임을 막고 있었으나 최근 나아라와의 계약으로 눈치채지 못한 사이 제거당한 것이다. 군 사령관인 스렌이 솔선해서 움직인 게 아니라 그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부대장들이 스렌을 왕으로 추대하기 위해 벌인 일이지만 부하를 버릴 수 없는 스렌으로서는 나서지 않을 수 없을 터였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스렌이 나아라를 차지하는 걸 더는 망설이지 않을 거라며 도망을 진언하는 에스터, 그리고 그런 에스터에게 루스로 돌아가지 않고 아직 나스라에 남은 여자들과 남편의 몸을 되찾겠다는 사명을 완수하겠노라 다짐하는 나아라. 그들이 홍련처럼 타오르는 하늘에 등을 돌리며 이야기는 끝난다.

 

개인적으로 뒷 이야기가 좀 궁금한 엔딩.

 

그러고 보면 스렌은 다른 루트에도 빠짐없이 얼굴을 내밀어서 나아라에 대해 예사롭지 않은 집착을 드러내는데, 진 히어로는 토야지만 스렌도 정 히어로쯤은 될지도 모르겠다. 엔딩 수로 보나 비중으로 보나 여러모로 제작진의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

 

 

END 내기의 끝(賭けの果て)

 

노르 루트 베스트 엔딩.

이런 시기에 반대파 의원이 접촉해오는 건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냐며 노르의 곁을 떠나지 않기로 결정한 나아라는 수상한 남자들을 보게 되고 그걸 에스터와 노르에게 알린다. 그 후 사신과 회담을 통해 긍정적인 대답을 이끌어내며 무사히 만찬회 종료.


 각종 CG랑 달콤한 대사 등을 모조리 쑤셔넣은 베스트 엔딩이지만, 난 여전히 석연찮다 이 문진남.
 









세후, 35세

 

노르 루트 파생 공략 캐릭터.

 

토야와 노르의 의견에 대립하는 대신의 아들. 
현 위치는 일단 아버지인 대신의 비서라고 되어 있으나 현실은...
글러먹은 아저씨라는 느낌?

파생 캐릭터 중에서 유일하게 메인 캐릭터와 제대로 이혼한 뒤에 재혼하는 인물.
아저씨 캐릭터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제일 마지막에 올클리어를 목적으로 플레이했는데 의외로 할만은 하다.
문제는─ 공략 캐릭터인 세후 본인보다 아버지인 오르테 대신이 더 매력적이라는 사실
난 자기 길을 간다! 는 느낌으로 신념이 확고한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긴 했지만.

세후 루트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삶에 아무런 의욕이 없는 아저씨의 갱생 스토리라고 할까.
부사로 어머니를 잃으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현실이 싫은 나머지 소중한 것을 만들지 않으며 살아온 세후는 자신이 바라는 걸 위해서라면 어떤 역경이 몰아쳐도 꿋꿋하게 찾아오는 나아라한테 감화되어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오야지 속성(무려 17세 연상의 위엄을 자랑한다)이라서 그런지 연애의 두근거림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만큼 마음도 편하게 두 사람이 가는 길을 지켜볼 수 있다.

스토리는 별 거 없이, 노르와의 계약 때문에 매일 같이 오르테 대신 집을 가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이후로 몇몇 사건을 거치며 나아라한테 반한 세후와 나아라가 결혼해서 오르테 대신을 설득하는 것까진 성공했으나 아직 반대파 의원들이 많이 남았기에 둘이서 그걸 설득하러 돌아다니는 게 끝이다.

너무 간단하지 않냐 싶겠지만 정말로 이게 다임.
심지어 CG도 6장 뿐인데, 그 중 4장이 H씬이라 마땅히 올릴 것도 없긔.

그렇다고 CG를 안 올리면 섭섭하니까.

 

 

END 달에서 온 사자(月からの使者)

 

의원들을 설득하고 의회에서 아버지인 오르테 대신의 연설만이 남은 상황이었으나 그가 독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세후가 그 책임을 맡게 된다.
긴장으로 떠는 세후의 손을 잡아주면 뜨는 엔딩이다.

나아라만 죽이면 세후가 원래대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한 반대파 의원의 칼을 대신 맞고 달에 먼저 가서 기다리겠노라며 죽음.

 

 

END 다정한 음색(優しい音色)

 

세후를 믿으며 몸을 떼면 배드 엔딩의 그 의원은 나아라가 사라진다고 해서 세후가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게 되어 습격을 중지하고 세후는 무사히 연설을 마친 다음 법안 개정을 통과... 시켰던 것 같다. 리뷰를 쓰다말다 쓰다말다 하다보니 기억이...

어쨌거나 그 뒤로 몇 년이 지나서 애도 낳고 잘 사는 두 사람을 볼 수 있다.

CG는 H씬이므로 생략한다. 파생 캐릭터는 루트 중에 잉야잉야가 한 번 뿐이라서 엔딩이 전부 그짓으로 끝난다(-_-);

 

 

 

이제 모든 공략 캐릭터는 끝났고, 그 외 기타 엔딩을 살펴보자.

 

 

토야 루트에서 볼 수 있는 우르 엔딩

 END 맹세(誓い)


토야와 결혼한 뒤 나아라를 시중들게 된 하인 우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우르는 영원히 비전하의 아군이예요~ 라는 귀여운 미소년 엔딩.

그렇다고 토야를 버리고 둘이 도망치거나 하지는 않는다(좀 더 크면 어떻게 될까?)

 


 

노르 루트에서 볼 수 있는 에스터 엔딩

END 영원히 기다리는 사람(永久の待ち人)


노르(ノール) 엔딩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에스터는 원래 노예였던 걸 노르가 사서 길렀다고 한다.

극단적으로 감정 표현이 없고 주종 관계 이외의 인간 관계가 전무한 그를 감화시킨 마성의 여인, 그 이름은 여주인공이어라.

노르한테 감금당해 사고 일색이 노르로 물드는 게 결코 나아라에게 있어서 행복이 아니라고 생각한 에스터는 노르를 배신하고 같이 도망을 치게 된다. 약에 침식되어 모든 사람을 노르라고 생각하는 나아라 곁에서 헌신적으로 그녀가 원래대로 돌아올 때까지 곁을 지키는 에스터를 마음에 들어한 플레이어가 적지 않을 듯 하다.

 

 

END 사라진 대답(消えた答え)

 

에스터가 데리고 나가려고 할 때 선택지 잘못 고르면 도망치던 와중에 추격자한테 에스터 사망. 

공략 캐릭터도 아닌데 배드 엔딩까지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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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게임을 올 클리어 한 난 감히 단언할 수 있다. 

본 게임 최대의 피해자는 모든 공략 캐릭터한테 NTR 당하는 오리라고 

NTR당하는 것도 모자라서 조연들조차 있는 그 흔한 엔딩 하나 없는 불쌍한 캐릭터.

나아라가 무사히 루스로 돌아가서 일이 잘 풀리는 노말 엔딩 하나 정도는 있어도 나쁘지 않잖아?

이 얼마나 불쌍한가... 아니, 그렇다고 오리를 공략하고 싶다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안 들지만(따라서 이미지도 생략).

 

 

어쨌거나 결론은, 한번쯤 해볼 만한 게임이라는 거.

딱히 나쁜 구석도, 그렇다고 확 좋은 구석도 없는 무난무난 무나니스트한 느낌.

앞서 서두에 CG 왜 이따구냐고 깠지만 여주인공인 나아라를 제외하면 나쁘지 않은 컷도 제법 있다.

 

  

최대의 장점은 공략 캐릭터별로 스토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게 당연하다면 참 당연한 건데, 간혹 공통 루트로 게임 플레이 시간 50% 이상을 꽉꽉 채워넣고 개별 스토리가 쥐꼬리만큼 보일랑 말랑해서  한 캐릭 공략하고 나면 스킵 한 방에 대부분 넘어가는 게임도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좋은 수준이다.

스토리의 전개나 비중의 차이야 어쩔 수 없고, 특정 캐릭터의 급전개는 이게 뭐야 소리가 절로 나올 때도 있지만.

 

모든 취향을 완벽하게 맞춰줄 수도, 장점만 있는 게임도 없는 법이다.

본 리뷰를 읽은 사람 중에 혹시나 아직 하지 않은 게임인데 어떤가 싶어서 살펴본 사람이 있다면 직접하고 판단하는 걸 추천한다.

쿠소 게임 따위는 추천하지 않으니까 지뢰 밟을 걱정은 하지 마시라.

 

 

이상으로 넘을 수 없는 붉은 꽃(越えざるは紅い花)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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