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MAtical Murder re:connect 렌(Bad)
Games/DMMd re:connect 2013. 8. 1. 21:43 |「 렌…… ? 」
「 …………
크르르르…… 」
「 ! 」
고개를 든 렌을 보고 아연실색한다.
렌은 핏발이 선 눈을 번들번들하게 빛내며 송곳니를 드러낸 채 낮게 신음하고 있었다.
…… 사냥감을 앞에 두고 입맛을 다시는 짐승처럼.
「 아…… 」
공포에 사로잡혀 뒤로 물러선다.
렌이 느긋하게 한 걸음씩 나와의 거리를 좁혀온다.
…… 이건 렌이 아니야.
내가 스크랩에 실패해서……
망가뜨려 버렸나?
「 카아아악!! 」
「 …… 으앗!!
…… 렌…… 읏! 」
…… 옛날.
나는 아오바에게 「머릿속의 친구」라고 불리고 있었다.
그렇게 불렸을 땐 나와는 다른 아오바의 단편(断片)…… 「또 하나의 아오바」와 함께 있었다.
「또 하나의 아오바」는 아오바의 「본능」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부분으로, 선악의 억제조차 없이 욕망에만 특화된 존재다.
인간은 누구나 욕망을 지니고 있지만, 욕망이 이끄는대로 행동한다면 사회생활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필히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며 살아간다.
그 「억제력」으로 아오바의 안에서 태어난 게 나였다.
개체 차이는 있으나 평범한 인간이라면 「이성」과 「본능」과 「억제력」이 저마다 무의식중에 균형을 유지하며 공존 또는 뒤섞여 있다.
하지만 아오바는 달랐다.
애초에 특수한 출생이기도 해서, 어린 마음과 몸에 미처 견딜 수 없을 정도의 부담이 가해졌을 것이다.
아오바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의식을 세 개로 나눴다.
혼자가 아니라 셋이서 지탱하고 있다고 스스로 착각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속였던 거다.
세이도 자신의 의식을 분산시키고 있었는데, 그것도 아오바와 마찬가지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의 일환이었다.
아오바가 아버지라고 부르는 나인과 만나 아오바라는 이름을 받았을 때, 그때까지 불안정했던 정신이 안정되었다.
아오바는 부친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뭔가를 감지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안정된 걸지도 모른다.
그 후에는 나도 「또 하나의 아오바」도 진정되어 아오바 안에서 제멋대로 떠들기 시작하는 일은 사라졌다.
아오바 자신의 「이성」이 제대로 움직여서 우리의 밸런스를 스스로 잡을 수 있게끔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인과 하루카가 긴 여행을 떠난 뒤, 아오바는 다시 정신의 균형을 잃었다.
그때까지 마음의 버팀목이던 걸 잃은 탓에 새로운 부담이 가해졌을 것이다.
나와 「또 하나의 아오바」는 재차 아오바의 의식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게다가 이번엔 예전과는 상황이 좀 달랐다.
아오바가 「또 하나의 아오바」…… 본능에 휩쓸리기 쉬워져 있었다.
아오바의 「이성」은 상당히 약해져 있는 것 같았다.
위험을 느낀 나는 필사적으로 아오바를 제지하려 했다.
그러나 아오바는 내 목소리를 굳이 듣지 못한 척했다.
아오바가 혼란의 한복판에서 방에 틀어박히기 일쑤였던 시기……
비가 내리는 가운데 바깥으로 훌쩍 나간 아오바는 길가에 버려져 있던 올메이트 기체를 주웠다.
「 ………… 」
내평겨쳐진 모습에 동정을 느꼈을 테지. 자신의 모습과 겹쳐졌는지도 모른다.
아오바는 그때까지 올메이트를 쓰지 않았지만, 모처럼이니 써보겠다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았다.
그때, 찬스라고 생각했다.
올메이트는 온라인에 접속하는 걸로 등록자와 의식의 파장을 공유해서 동기화시킨다.
세이가 자신의 의식을 인터넷상에 분산시킨 것처럼, 난 아오바가 올메이트를 등록할 때 몰래 내 의식을 밀어 넣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올메이트의 의식 프로그램과 동조하여 올메이트 대신 아오바에게 물리적으로 손을 쓸 수 있도록 하려고 했던 것이다.
결과는 잘 되어갔다.
나는 안쪽에서가 아니라 바깥쪽에서 아오바를 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아오바는 올메이트에게 「렌」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예전에 아오바는 내게 「널 처음 안았을 때 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지만 그건 착각이다.
「 널 처음 안았을 때, 엄청 폭신폭신하고 크다고 생각했었지. 지금보다 완전 커다랗다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야 」
정확하게는 어린 시절의 아오바가 「머릿속의 친구」인 나를 「자신을 감싸 안을 만한 커다란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오바의 안에서 「머릿속의 친구」였던 나와 올메이트 「렌」인 내가 뒤섞여버렸던 거다.
아오바는 「또 하나의 아오바」에 대해서는 「자신을 삼켜버리려는 무서운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 하지만, 그 뒤로 한동안은 「무서운 존재」여야 할 「또 하나의 아오바」가 아오바의 약 7할을 지배하는 듯한 상태에 빠졌다.
아오바가 내 말을 듣는 일은 거의 없어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감시라는 의미에서는, 내가 올메이트가 되는 방법은 유효했다고 생각한다.
「 괜찮잖아, 응? 한 번 정도는 말이지, 여자도 아니고 닳는 것도 아닌데 」
「 하아? 」
「 전부터 신경 쓰였다구, 너. 라임도 세고 잘 보면 제법 귀여운 얼굴이고 」
「 …………
비켜, 건들지 마 」
「 읏차차, 냉정하네. 그 주변에서 자주 시시덕거리면서 장난치고 놀았잖냐.
그렇담 나한테도 조금쯤은……
으큭! 」
「 비키라고 했지, 저리 좀 꺼져.
장난치는 거랑 하게 해주는 거랑은 완전 다르다고. 네가 말하는 건…… 」
「 크억 」
「 천박하고 비열한 욕망을 채우고 싶을 뿐이잖아. 그딴 거엔 관심 없다고 」
「 아파, 아프다고! 머리에서 발 치워줘! 」
「 …… 네가 날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마구 패고 난도질해서 죽일 작정으로 덤빌 거라면 상대해주겠지만.
날 망가트릴 맘 있어? 너 」
「 히익…… ! 」
『 아오바, 그 이상은 안 된다 』
「 …… 앙? 」
『 이미 충분할 것이다. 그 정도로 해두는 편이 좋다 』
「 …………
…… 쳇 」
「 큭, 빌어먹을!
너 머리 이상해……, 미쳤다고! 」
「 …… 흥.
미쳤다거나 안 미쳤다거나, 네놈이 정할 일 아니거든 」
『 아오바…… 』
「 너도 한창 좋을 때 막지 마~, 렌. 저걸로 그 녀석이 때리려고 덤벼들었으면 재밌었을 텐데 」
『 무의미한 싸움은 삼가는 게 좋다 』
「 네, 네. 근데 의미 있는 싸움 따윈 없잖아.
하핫 」
『 ………… 』
…… 그 후.
아오바가 라임에서 사고를 일으켰을 때, 외부에서 아오바의 의식에 강제적으로 개입해 라임 사고에 대한 기억은 모두 소거되었다.
아오바가 잊어버려도 내가 기억하는 건 가능했지만, 꽤 강압적인 조작이었기에 나까지 기억이 지워지고 말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나는 자신이 실은 「아오바 인격의 일부」라는 사실도 잊어버렸다.
그 이후로 나는 자신이 진짜로 「올메이트인 렌」이라고 믿으며 지내고 있었다.
…… 「츠지기리(辻斬り)」에서 웜에 감염되어 일으켜진 버그로 본래 자신의 기억을 모두 되찾을 때까지는.
*츠지기리(辻斬り) : 무사가 칼을 시험하거나, 또는 검술 수련을 위해 밤거리에서 통행인을 무차별적으로 베던 일, 혹은 그 사람.
노이즈가 아오바에게 막무가내로 라임을 걸었던 일을 빗대어 하는 표현.
나는 모든 걸 생각해냈다.
기억뿐만이 아니다.
올메이트로서도, 「아오바 인격의 일부분」으로서도 있을 수 없을 감정까지…… 일깨워버렸다.
나는 아오바를 좋아한다.
난 원래는 아오바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건 「자기가 자기한테 연애 감정을 가졌다」고 하는 기묘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그 일로 나는 지금까지 체험한 적이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애초에 나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감정은 무서운 것이다.
고민하면 고민할수록, 내 안에 「아오바를 좋아한다」는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지금까지 기억해온 아오바의 다양한 표정, 모습, 말.
그것들이 주마등처럼 내 안을 스쳐 지나가 아오바를 그리는 마음에 박차를 가했다.
이건 버그 탓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그랬던 걸 나 자신이 외면했을 뿐인가.
대답은 그 둘 다였다.
버그가 계기였던 건 틀림없지만, 이제까지 아오바와 보낸 나날은 내게 있어 둘도 없이 소중한 게 되어 있었다.
그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나는 아오바를 지키기 위해…… 아오바를 위해 태어난 존재니까.
단, 거기에 보답을 원하는 마음은 일절 없었다.
애초부터 그런 걸 생각하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데다 나는 처음부터 순수하게 아오바밖에 보지 않았다.
아오바를 지키고 싶다.
하지만 이런 상태로는 지금까지처럼 아오바를 대할 수 없다.
상반된 감정의 틈새에서 농락당하며 나는 재차 인간이 지닌 의식이나 감정이라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한 번 부풀기 시작하면 멈추는 건 불가능하다.
자기 안에 있음에도 컨트롤이 되지 않는다.
이런 걸 인간은 내부에 계속 지니고 있다는 건가.
동시에 감정이 일깨워진 탓에 「또 하나의 아오바」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나는 「또 하나의 아오바」…… 「본능」에 대해 적대 의식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니다.
내 역할은 「본능」을 억제하는 거니까 그대로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감정이라는 걸 이해했을 때, 「본능」이 아오바에게 뭘 요구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고 말았다.
「본능」은……
그는 외로워하고 있었다.
아오바한테 적 같은 취급을 당해서.
사실은 「본능」도 아오바로, 아오바를 지키기 위해서 태어났는데.
어째선지 나쁜 것처럼 취급되어 끝내는 내게 억제당하고 있다.
그는 나만큼 강한 자아에 눈을 뜬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아오바 속으로 되돌아가고 싶어서, 아오바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외로워하고 있었다.
「본능」도 「욕망」도 역시…… 아오바 자신이라고.
아오바에 대한 내 마음과는 다르지만, 나는 「본능」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 또한 「아오바에게서 분할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나는 아무리 의지를 지녔다고는 해도 「아오바의 일부」에 불과하다.
인간이 아니기에 내가 아오바를 그리워해봤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애초에 이런 마음을 내가 품은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
이 마음은 죄다.
그러니 나는 이 마음을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난 지금까지와 같은 역할을 완수할 수 없게 된다.
아오바면서 아오바를 그린다는 모순된 존재가 된다.
이는 결코 이뤄질 수 없는 마음이다.
빨리 지워버려야 한다.
…… 그럼에도.
마음을 죽이려고 하면 할수록, 아오바와의 추억이 떠오른다.
「 왜 그래? 」
『 생각이 지나치다. 사고 회로가 쇼트하겠어 』
「 진짜? 대체 내 사고 회로는 얼마나 빈약한 거야 」
『 비교 대상을 극히 일반적인 성인 남성으로 해서 그 사고 회로의 강도를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아오바의 사고 회로의 강도는…… 』
「 됐어, 됐어. 그런 건 됐으니까. 그 설명으로 더 쇼트하겠다 」
『 그런가 』
「 언제나 고마워 」
『 나야말로 』
「 앞으로도 잘 부탁해 」
『 나야말로 』
「 …… 넌 맨날 그 대답이구나 」
『 뭔가 이상한가? 』
「 널 처음 안았을 때, 엄청 폭신폭신하고 크다~고 생각했었어. 지금보다 완전 커다랗단 느낌이 들어서 말이야 」
『 그건 아오바가 성장했기 때문이겠지 』
「 그렇겠지. 폭신폭신한 건 지금도 여전하지만. 그보다, 형제 같은 거잖아, 우리. 지금은 내가 형이고 네가 동생 」
『 거기엔 찬성하기 어렵다 』
「 그 말할 줄 알았어 」
『 이런 데서 내가 행동 불능이 되면 아오바한테 폐를 끼친다 』
「 그렇지 않아. 내가 하는 말은 그게 아니라, 순수하게 네가 걱정되니까 」
『 괜찮다. 이런 일로 아오바의 손을 번거롭게 하기 싫다 』
「 그런 말 안 했잖아, 렌. 내 말 들어 」
『 신경 쓰지 마라 』
「 너 말이야……, 적당히 좀 해!
왜 그러는 거야, 너? 하는 말이 엉망진창이라고 」
…… 아오바.
내가 만약 「아오바의 일부」가 아니었더라면.
이 마음이 이뤄질 수 있었을까?
…… 아니, 그런 건 절대 있을 수 없다.
내가 「아오바」가 아니라면 애초에 나라는 존재 자체가 없었던 게 된다.
아오바가 있기에야말로 내가 있다.
내가 「아오바의 일부」가 아니게 된다는 건, 나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알고 있다.
그런 건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어쩌면」따위의 만에 하나도 없을 가능성을 생각해버리는 시점에서 난 역시 「억제력」으로서는 끝났을 거다.
더는 역할을 완수할 수 없다.
이 마음은 지워질 기색이 없다.
아무리 지우려 해도, 죽이려고 발버둥 쳐봐도.
………… 아오바.
아오바의 곁에 있고 싶다.
아오바를 껴안고 싶다.
그건 렌으로서인가?
렌이라는 이름도 원래는 올메이트에게 지어준 것이다.
그럼 나는 대체 뭐지?
이 나는 뭐라는 이름이며, 어떤 존재인가.
모른다.
나는 아오바다. 하지만 별개의 의지를 가지고 말았다.
렌도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뭐야?
「억제력」으로서의 역할도 완수할 수 없는 나는……
그런 건 길가에 굴러다니는 그냥 쓰레기나 마찬가지다.
이름도 역할도 없는.
…… 만약.
만약 내가 처음부터 「아오바」가 아니었더라면 이 마음이 보답 받는 일은 있었을까.
공전하는 사고가 쓸데없다는 걸 알면서도 또다시 똑같은 생각을 시작한다.
만약 내가 처음부터 따로 독립된 인격이었다면.
…… 아니, 그게 아니다.
만약 내가 아오바와 다른 육체를 지니고 있었더라면.
현실에 존재해서 아오바를 만질 수 있었더라면.
나와 아오바가 별개의 인간이었더라면.
이렇게는 될 수 없었던 걸까?
…… 분명 될 수 없었겠지.
뭐가 나쁘다거나 그런 문제조차도 아니다.
근본적으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나와 아오바가 「같은 사람」인 한, 난 아오바를 그리워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나와 아오바 사이에는 경계선이 있다.
한없이 하나에 가까운데 하나는 될 수 없는 경계선이.
나는 아오바의 곁에 갈 수 없다.
바로 옆에 있는데도 끝없이 멀다.
이것도 전부 감정을 알게 되어버린 탓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아오바와 완전히 하나가 되어버리면 된다.
…… 생각해서는 안 될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간다.
아오바에게 제일 가까이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그렇다면, 차라리……
하나가 되어버리면.
…… 안 된다.
그런 걸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금, 여기에서는.
하지만 마음은 멈추지 않는다.
감정이…… 폭주한다.
이대로 내가 포기하면 어떻게 되지?
아오바는 다른 누군가의 것이 될 뿐이다.
나라는 존재를 지워버리고 싶다고 스스로 바라서 확실하게 소멸할 수 있다면 좋다.
그렇지만, 만약 불가능하다면?
나는 아오바를 향한 마음을 품은 채, 꼼짝달싹도 할 수 없는 정신세계에서 잠자코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아오바가 다른 인간과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 싫다.
그런 건 싫다.
그렇다면 차라리.
나는, 아오바를.
나는, 아오바를.
나는, 아오바를.
나는.
나는.
나는.
나는,
나 , 는,
「 ………… 윽! 」
…… 렌이 짐승처럼 네 손발로 덮쳐와 두 팔과 두 다리를 짓누른다.
주위는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렌의 모습만이 눈앞에 어렴풋하게 떠올라 있다.
렌의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져 잘 안 보인다.
그러나 낮은 신음 소리와 함께 하얗게 빛나는 안광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미지근한 액체가 렌의 입가에서 얼굴 위로 뚝뚝 떨어졌다.
「 렌…… ! 」
급격한 공포에 사로잡혀 필사적으로 이름을 부른다.
렌이면서 렌이 아니다.
어쩌지.
무섭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도망칠 수 없다.
왜냐면 이 녀석은 렌이고……
그렇지만 이대로는……
「 크아아앗! 」
몸서리치는 것처럼 부르짖으며 렌이 내 위에 고개를 숙였다.
목에 격심한 열을 쳐넣는 느낌이 들어서 그 충격에 눈을 부릅뜬다.
「 으아, 아윽! 」
물어뜯겼다…… !
날카로운 송곳니는 쉽사리 피부를 찢고 살을 헤집어, 솟구치는 것처럼 선혈이 흘러넘친다.
「 아윽, 아파…… 앗! 그만해, 렌…… !! 」
있는 힘껏 외치며 나는 렌의 가슴을 두 손으로 밀쳐내려 했다.
내 저항 따윈 개의치 않고 렌이 오른손으로 내 가슴을 내리친다.
「 으아아…… 악! 」
마치 잘 갈아진 날카로운 나이프처럼 렌의 손톱이 옷과 함께 내 가슴을 도려냈다.
살에 으드득거리며 파고든 손톱은 그대로 끌어당기면 흉근이 뜯겨나가 버릴 것 같다.
통증보다 먼저 뜨거움과 쇼크에 휩싸여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은 것처럼 눈앞이 어두워진다.
가슴에 박힌 렌의 손가락이 제각각 흩어져서 움직이며 할퀴고 피를 휘젓는다.
그때마다 서서히 아픔이 확산되어 폐까지 붙잡힌 것처럼 호흡이 괴로워졌다.
왜……
어째서 이런 일이……
여긴 현실이 아니다.
아직 나 자신의 안이다.
난 렌의 스크랩에 실패했다.
렌은 나 자신이기도 하니까, 나는 자기 안에 들어와 있다는 이상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지금은 렌의 세계다.
여기에서는 렌이 모든 것.
렌이 바라는 대로 된다.
그럼 렌의 소원이라는 건……
…… 날 죽이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이런 상황은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어째서……
「 그으…… 」
렌이 내 목이나 가슴에서 흘러넘치는 피를 핥아 마신다.
꿀꺽, 귓가에 렌의 목이 맛있다는 듯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 아…… 」
정신을 차리자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아프다거나 슬프다거나 힘들다거나 괴롭다거나, 그런 감정조차 따라잡지 못한다.
「 렌……, 그만해줘……, 렌…… 」
내 목소리에 렌이 고개를 든다.
짐승처럼 가늘게 좁혀진 눈동자가 나를 뚫어져라 올려다본다.
거기엔 이성 따윈 파편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
새빨갛게 젖은 입가에는 마찬가지로 붉게 물든 혀가 축 늘어져 있다.
「 렌…… 」
그 모습을 보자 한층 더 눈물이 쏟아졌다.
「 그르르르…… 」
무슨 생각을 했는지, 렌이 몸을 뒤로 빼며 나를 억누르고 있던 힘을 풀었다.
두 손과 두 발이 해방된다.
「 …… 읏! 」
「 카으윽!! 」
「 흐악! 」
도망치려던 내 목덜미를 렌이 강하게 깨물며 확 잡아당겼다.
그 아픔에 힘이 빠져서 도망칠 타이밍을 잃는다.
두 손으로 렌의 몸을 막아내는 게 고작이다.
「 그, 만…… 윽, 렌…… ! 」
렌이 내 목을 물고 좌우로 고개를 흔든다.
맹수가 사냥감의 살에 보다 깊이 송곳니를 박아넣어 저항을 차단하려 하듯이.
실제로 목의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경동맥이 두근두근 맥박치는 소리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들린다.
렌은 내 목을 깨문 그대로 내 몸을 뒤집으려 했다.
「 아…… 으, 으윽…… ! 」
자세가 비틀어져서 물린 목이 경련을 일으키는 것처럼 아프다.
나는 부득이 렌의 움직임에 따라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렌이 간신히 물고 있던 목에서 떨어진다.
「 ………… 읏 」
해방되었다고 안도한 것도 잠시, 엎드린 내 허리를 높이 안아 올렸다.
「 크으으으…… 」
「 !? 」
그 체위에 흠칫했을 때, 허벅지에 뭔가가 닿았다.
딱딱하고 뜨거운 게 허벅지부터 엉덩이 표면을 따라 덧그리는 것처럼 움직인다.
「 렌…… 윽! 」
싫어…… !
기어서 도망치려고 하자 등 뒤에 손톱을 세웠다.
다섯 개의 칼날이 견갑골 바로 옆에 파고들어 세차게 할퀸다.
「 아아아…… 악! 」
그 날카로운 아픔에서 도망치려고 등을 구부렸을 때, 렌이 내 안에 사납게 흥분한 물건을 억지로 밀어 넣었다.
「 으아, 아아…… 윽! 아, …… 흐윽 」
「아픔」이 어떤 건지…… 모르게 될 정도로.
몸이 안쪽에서부터 쪼개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 아, 파……, 하, …… 읏 」
숨을 쉴 수 없다.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푹푹 찔리기만 할 뿐.
붉게 타올라 문드러진 나이프가 점막을 찢어발기며 파묻혀간다.
키잉, 날카로운 이명이 나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된다.
눈앞도 머릿속도, 모든 게 새빨갛게 물든다.
농후한 비린내에 가슴에서 치밀어 오르는 위액 섞인 피를 토해낸다.
목에 걸려 숨이 막힌다.
「 으……, 아으…… 」
괴로워서 흐느껴 울 수밖에 없었다.
통각이 작열하는 것처럼 뜨거워서 저린 감각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런 거 보다……
지금은 슬퍼서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되어버릴 만큼 난 렌을 뿌리치고 말았던 걸까.
렌이 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알아주지 않았던 걸까.
렌…….
「 크르르…… 」
렌이 내 옆에서 가슴에 팔을 감고 상반신을 안아 일으켜 세웠다.
미지근하게 젖은 감촉이 등을 미끄러진다.
아까 손톱으로 할퀸 곳에서 흐르는 피를…… 렌이 핥고 있다.
「 아…… 」
그 혀의 따뜻함과 다정함이 착각을 일으켜 나는 다시 눈물이 흘러넘칠 것만 같았다.
마치 위로해주는 것처럼…… 착각한다.
열을 내포한 상처는 한층 더 주어진 열에 더욱 강하게 아픈데도.
「 아악! 읏, 아, 으으…… 윽! 」
렌이 나를 오른팔로 감싼 채 내 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무리하게 벌려진 그곳은 몸과 마찬가지로 필시 상처가 생겨 지독한 뜨거움에 물기를 띠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 탓에 잘 미끄러져 통증 또한 배가된다.
「 으아악! 아, 하아…… 윽! 으으…… 」
지금의 렌에게는 이성 따윈 없다.
이건 짐승의 교미다.
당연히 배려 같은 것도 없이 난폭하게 몸을 흔든다.
나 자신은 쇠약해진 그대로, 서지도 않는다.
어중간하게 몸을 들어 올려진 만큼 가슴이 절반만 앞으로 내민 자세라 괴롭다.
벌린 채 내버려둔 내 입에서 불그스름하게 물든 타액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아까 울었던 탓인지, 아니면 너무 참혹한 아픔 탓인지, 코 안쪽이 뜨거워서 막혀 있는 것 같다.
「 아파, 아프다고…… 읏, …… 렌! 」
울부짖어도 내 목소리는 닿지 않는다.
거친 호흡에 가슴을 헐떡이고, 핏덩어리를 토해내고, 미적지근한 쇠 냄새를 맡고, 눈물과 콧물로 얼굴을 적시며.
…… 한순간.
증오를 끓어오르게 해볼까 생각했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긴 렌이 생각하는 대로 되는 세계다.
렌이 만약 날 증오해서 죽이려고 생각했다면 이런 세계가 되는 것도 납득할 수 있다.
…… 납득할 수밖에 없다.
만약 렌이 날 죽이고 싶은 거라면.
그렇다면 적어도.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나 자신도 렌을 미워해 보려고 했다.
난 아직 진심으로 저항하지 않았다.
아무리 해도 저항할 수가 없다.
상대가 렌이니까.
렌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하지만 솔직히 그렇다고도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렌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해서 그 몸을 내 쪽에서 으스러뜨릴 정도로 저항하면……
적어도 이 가혹한 상황에서는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런 어쩔 도리가 없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원래는 스크랩에 실패한 내가 잘못했다.
그래서 완전히 도망치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내몰려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 으, 크으으…… 」
렌이 쾌락에 맡겨 몸을 움직이며 아까 깨물었던 내 목에서 흐르는 피를 마셨다.
때때로 혀가 목이나 귓가를 핥는다.
그 감촉이 아무래도 다정해서, 또다시…… 마음이 흔들린다.
피투성이가 되어가며 나는 머리 한구석으로 어떻게든 활로를 찾아내려 하고 있었다.
…… 역시 안 된다.
할 수 없다.
나는 렌을 미워할 수 없다.
이렇게 하게 만들어버린 건 나 때문인데……
이 이상 뿌리치다니……
「 카으으…… 윽! 」
계속 움직이던 렌이 나직하게 으르릉거리며 내 안을 꿰뚫는 속도를 올렸다.
부쩍 세게 가슴을 끌어당겨져서 보다 깊이 렌을 받아들이게 된다.
렌의 가슴과 내 등이 밀착해서 몇 개나 그어진 등의 상처에 끈적한 열이 전해져 왔다.
「 흐, 으아…… 악! 」
상처에 인두를 꽉 누르는 것만 같아서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그 순간.
「 ………… ? 」
아주 잠깐, 내 몸에 뭔가가 흘러들어왔다.
그때……
렌에게 츠지기리를 걸어와 팔을 물렸을 때처럼.
이건……
이 감정은……
『 』
「 …… ! 」
「 크아아악! 」
「 으아앗! 」
어깻죽지를 물어뜯겨 의식이 강제적으로 되돌아온다.
지금 그거……
뭔가를 붙잡을 수 있을 거 같았는데.
파악하기 전에 감정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지금 건……, 렌의?
「 크으으으으으…… 」
렌이 어깻죽지를 물어뜯은 그대로 으르렁거리며 한층 더 깊이 송곳니를 박아넣는다.
「 아파…… 윽, 렌! 크, …… 이, 아아…… 악! 」
송곳니가 깊고도 깊게 근육에 파고들어 피가 흘러넘친다.
파직파직거리는 소리가 난다.
끼익끼익거리며 살이 삐걱거린다.
몸 안에서 끊어지는 소리.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 렌…… 으윽!! 」
「 크아아아악!! 」
「 흐……, …… 아…… 윽 」
렌이 내 어깨에서 뭔가를 뜯어냈다.
내 어깨에서…… 살을,
「 그르르르…… 」
나직하게 목이 울리는 소리가 나고 할짝할짝하는 소리가 났다.
질겅질겅거리는 소리도.
「 ……………… 」
「 크르르…… 」
그땐 이미 의식이 몽롱해서……
피가 체내에서 제법 흘러나와 버렸으니, 그 탓도 있을 거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슴 한가운데를 파먹힌 것처럼 피와는 다른 뭔가가 내 안에서 흘러나와 사라져 간다.
절망을 넘어선 체념.
크게 입을 벌린 구멍은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둡고 차갑다.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걸까.
나도……
렌도……
「 하아……, 아…… 윽, …… 아아…… 」
아련한 한기를 닮은 감각이 등줄기를 기어갔다.
대량 출혈에 의한 체온 저하? 다르다.
그게 아니라,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듯한 감각.
그건 마치 쾌감과도 비슷한……
모든 게 사라져가는 가운데, 뇌가 적어도 고통을 덜어줄 물질을 분비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통증이 아주 약간 줄어들어서 의식의 끝자락을 붙잡는다.
문득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이 지경이 되어 있는데도 렌에게서 살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날 죽이려 하고 있는데?
어째서.
그래서 난……
널 미워하려고 해서……
그렇지만 할 수 없어서……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자 공연히 슬퍼져서 눈물이 났다.
비록 이런 상태지만…… 어떻게든 렌에게 전하고 싶다.
나는 떨리는 팔을 돌려 어깨에서 피를 할짝거리는 렌의 머리를 살며시 어루만졌다.
난……
네가 소중하다고.
뿌리치는 일 따윈 없을 거라고.
계속 곁에 있고 싶다고.
힘이 들어가지 않으니 실제로는 손가락 끝에 머리카락이 약간 닿았을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너를……
「 ………… 읏
………… 렌……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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