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게임 리뷰 : 나비의 독 꽃의 쇠사슬(蝶の毒 華の鎖) // 2012 06 14

Rosier  2014. 4. 14. 13:46

본격 19금 근친물 여성향 게임.


이 게임은 자주 들르는 카페에서 오래 전에 '막장 드라마 같은 여성향 게임이 있다'는 글을 보고
 
그럼 얼마나 막장인지 볼까나~ 했다가 나도 그 존재를 까먹고 있었던 게임.

그러다 근 1년 만에 떠올리고 기분 전환이나 할 겸 시작했더니 이럴 수가. 대박!!


이 대박 작품의 제작사인 아로마리에는 달의 빛 태양의 그림자로 여성향 게임계에 데뷔했는데 이게 또 충격을 야기하는 문제적 작품이었다.
당시 여성향 게임계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참신한 시도
(물론 19금적인 의미)로 나도 재밌게 했던 기억이 난다.
후속작인 은의 관 푸른 눈물 역시 마찬가지로 
불륜(엄밀히 말하자면 법적으로는 아니지만)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썼는데, 소재에 비해 게임은 제법 깔끔한 편이었다. 비교적 성인 취향이랄까. 아니 19금이니 이미 성인용이지만 뭐랄까 직장 여성의 이야기라 성숙한 느낌이 강하다.
근데 딱히 별다른 재미가 없다는 게 함정. 자극적인 소재를 버무려 놨는데 나한테는 좀 지루한 편이었다.
영 못 해먹겠다 싶을 정도로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할만은 하다), 손이 두 번 갈 정도는 아니었다.
원인은 역시 캐릭터의 매력 부재. 싫은 캐릭터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확 불타오를만한 캐릭터도 없었던 게 나의 감점 요인 되시겠다.
스토리 쪽으로 문제를 꼽자면 역시 여주인공의 불륜을 정당화할 거리가 부족해서일까.

어쨌든 캐릭터성의 부재, 이건 게임에 있어서 아주아주 중요한 요소다.

어떤 작품이든 기본적으로 캐릭터의 매력이 없으면 제 아무리 뛰어난 구성이라도 빛을 발하기 힘들기 때문.

특히나 이런 연애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여성향 게임이라면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까.

... 라고 썼지만 사실 내 취향의 미친 놈이 없으면 정이 안 가


아니 왜 리뷰가 이쪽으로 흘러가지.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나비독의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미친 놈들 대체로 개성적인 매력이 있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래, 이제와서 뭘 숨기겠는가.
게임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광대뼈는 이미 우주로 발사되고 있었는데...(...)
 

퀸로제의 비뚤어진 게임을 애정하고 있었지만, 빌어먹을 전연령의 벽에 가로막혔던 떡씬의 뽕을 이걸로 뽑았다.
전연령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사실 
걔넨 판정만 전연령이지 텍스트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알지 않나.

상상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전연령도 나쁠 거 없지만 변태 성인 다 큰 아가씨인 나는 때론 이렇게 대놓고 보여주는 떡씬도 필요했을 뿐이다!
여성향의 탈을 쓴 남성향 에로가 아니라 여성을 위한 배드씬이!


물론 이 게임의 H씬이 훌륭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몇몇 장면에서는 성우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빨라서 아무리 흥분한 연기라고 해도 이건 좀 그렇다며 짜게 식거나, 과한 신음소리 및 효과음에 뿜기도 했었더랬다. 뭐든지 마음에 딱 들어맞는 건 찾기 어려운 법이다.


...  이 이상은 
개별 리뷰에서 썰을 마저 풀도록 하자.
여기서 더 하다간 포스트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릴 가능성 100% (;)


보통 게임을 시작하면 제일 먼저 만나는 녀석을 고르는 편인데, 공략 사이트를 보니 얘는 다른 애들을 클리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진 히어로.

떡밥까지 깔려있다. 무려 주인공의 첫사랑이라는. 오오.


그래, 애니아리 할 때도 이 악물고 페터(+진상엔딩)를 마지막으로 클리어했던 나였으니 이번에도 참자.

먹는 거라면 모를까 게임할 때 맛난 거부터 해치우면 뒷감당이 힘들다는 것 쯤은 잘 아는 바.
삼국연전기할 때는 장비 하기 싫어서 봉산탈춤을 출 지경이었더랬지. 올클리어를 위해 티벳여우의 얼굴로 무념무상 클릭질을 시전했었다.

어쨌든 인내심을 발휘하여 공략 사이트에 친절하게 나열된 순서대로 플레이 고고!


끝낸 직후의 느낌은  짧다! 
볼륨 너무 가벼운 거 아냐?!  전 엔딩 보는데 이틀도 안 걸렸다고!

정말 간만에 침식도 잊고 싱나게 달렸는데 레알 짧아서 눙무리 앞을 가린다...

시나리오만 보면 캐릭터 하나당 3박 4일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소재를 가지고 지금 장난하냐?!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엔딩 너무 짧은 거 아니냐고요! 특히... 특히... XXX 엔딩이!! 

── 라며 격노한 나같은 유저가 많았는지 팬디스크를 발매한다고 한다. 그것도 배드 엔딩 위주로 


배드 엔딩이라는데 왜 침을 질질 흘리며 광대발사를 하고 있는고하니,

이 게임은 독특하게도(아니면 내 취향이 독특하게도;) 해피 엔딩보다 배드 엔딩이 오히려 더 착착 감기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할 여지를 주는데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더 배덕적이고 퇴폐적이며 허무하다. 

애초에 터부는 사람을 부추기지 않는가. 가로놓인 장애가 높으면 높을 수록 타오른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애니웨이.
짧긴 하지만 그만큼 여운과 몰입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임하고 먹먹한 감정을 느끼다니 스윗풀 이후로 처음임  (그러나 오마케가 웃겨서 오래 안 감)



이렇게 모든 엔딩을 다 보고 나서 간만에 마음에 드는 캐릭터도 발견했으니 번역이나 해볼까ㅡ 하며 번역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가서 깨달았다.

이거 19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 to the 망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그리하야 오갈 데 없는 울푼을 풀기 위해서 리뷰를 작성하기 시작한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


자, 이제 잡설은 이쯤하고 본격적으로 스토리 및 캐릭터 리뷰를 시작한다.

이 리뷰는 스포일러의 폭풍이 휘몰아치니 뒷통수 맞고 꺼이꺼이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그리고 게임 자체가 비운의 운명으로 포장한 금단의 근친을 깊게 다루고 있으므로 근친에 생리적인 혐오감을 지닌 사람 또는 어둡고 질척한 스토리에 질색하는 사람들은 페이지를 닫는 게 정신 건강에 여러모로 유익할 것임을 밝혀두는 바이다.




 
이제 마지막 캐릭터. 대박 오브 더 대박. 이 게임의 진정한 흑막. 최종 보스 

마지마 요시키.

나이 25, 노미야 가의 정원사, 부업 아편왕, 노미야 유리코와 동복 남매.


이걸 두고 하는 말이 바로──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우으으 저 눈매하며... 지금 봐도 내 심장이 두근두근 꺅 이 무슨 게임에 안 어울리는 소녀심이냐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사랑해요 마지마★승리의 마지마 미즈히토랑 더불어 내 안의 투탑
얘넨 둘 다 내 취향으로 
미쳐서 불쌍해서 도저히 내 안에서 우열을 가릴 수가 없긔 역시 게임 타이틀을 거머쥘만한 놈들임(...)


나비의 독이 미즈히토의 이야기라면 꽃의 쇠사슬은 마지마를 두고 하는 말이다. 

쇠사슬은 피의 굴레를 표현한 단언데 왜 '꽃'의 쇠사슬이냐면 노미야 유리코의 기본 설정에도 있는 방향제 기능이 그 해답의 열쇠 되시겠다.
앞서 종특이라 표현한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방향제 기능은 바로 얘네 집안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라서.
즉, 마지마 역시 천연 방향제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얘기.

사실 설정에 살짝 구멍이 있는데, 같은 향기라서 서로 못 느꼈다더니 껴안고 맡아보면 난다던가 미즈히토는 같은 향기라서 못 맡았다면서 마지마한테선 맡을 수 있다던가. 왜? 진 히어로라서? 이해는 안 되지만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이 정도 구멍은 애정으로 보듬으며 넘어가주자.


어쨌든 게임 시작하면 제일 처음 등장하는 마지마 요시키. 이 때만해도 내가 이렇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일단 취향이 아니었으니까. 왜냐면 그 등장 CG가

이랬거등. 첫 눈에 내 스타일은 아니었던데다 바로 뒤에 나온 미즈히토가 워낙에 새초롬하니 미형이라 별로 임팩트가 없기도 했고, 앞에서는 얘가 자꾸 최종보스라고 썰만 풀지 내막은 하나도 까발려주지 않아서 이 놈이 대체 뭐라는 거야? 라는 느낌 뿐이었는데──

얘 루트 들어갔더니 시나리오 진짜... 눈물콧물 다 흘리며 마지마한테 충성을 맹세했다(...)

마지마 자체가 앞서 모든 루트를 클리어하지 않으면 해금되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마지마는 해피 엔딩을 제일 마지막에 보는 게 여운의 먹먹함이 몇 배로 밀려온다 ㅠ ㅠ (그리고 허탈함도 몇 배로 밀려온다;;)


모든 스토리의 중심에 선 인물로 이미 25년도 전에 이 집안의 비극적인 운명은 그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유리코의 어머니, 시게코는 과거 자신의 친오빠와 사랑에 빠졌었다. 단순히 사랑에 그친게 아니라 이들은 아이까지 갖기에 이르렀는데 이 금단의 아이를 집안에서 인정할 리가 만무하다. 태어난 아이는 하녀의 양자로 보내지고 시게코는 노미야 가로 시집을 가게 된다. 시게코에 대한 사랑이 집착 수준으로 끔찍했던 노미야 자작은 15년 전에 그 사실을 캐내 마지마 일가(당시 성은 달랐겠지만)를 몰살한다. 노미야 자작으로서는 시게코가 다른 남자와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는 점 자체를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즈히토의 이야기에서도 오래 전에 노미야 자작이 시게코의 친오빠가 보낸 기모노를 불태우며 마음의 안정을 찾아 침착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변모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진상을 알게되는 루트와 달리 정확한 연도는 안 나오지만 아마도 서로 맞물린 무렵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노미야 자작은 마지마까지 다 죽은 줄 알았으나 미약하게나마 숨이 붙어있었던 마지마를 그의 친부(시게코의 친오빠이자 유리코의 삼촌)가 구해내 되살린다. 그는 아들을 직접 키우려 했지만 마지마의 마음은 이미 복수심에 불타고 있었다. 마지마는 그 집을 뛰쳐나와 자신을 만든, 자신과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복수를 맹세한다. 한 번은 죽었던 목숨이라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었던 그는 밑바닥부터 기어 올라가 어느새어둠의 아편왕(...)이 되었다. 그리고 이 일족의 씨를 말리려고 노미야 가에 잠입했다가 그만 유리코에게 반해버리고 만다. 물론 유리코도 마지마에게 첫 눈에 반하는데 마지마의 말에 의하면 본능이, 이 몸에 흐르는 피가 그 사람을 사랑하라고 시키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마지마는 앞에 애들하고 선택지가 완전 반대로 독자적인 루트를 가지고 있는데, 앞의 캐릭터 루트 엔딩을 제외하고 남은 모든 엔딩이 마지마와 관련되어 있다. 그 수는 무려 7. 괜히 진 히어로가 아니다.


마지마 루트 ─ 간직한 마음(秘めた想い) / 악인(悪人) / 이상한 공주님(おかしなお姫様)/여랑지주(女郎蜘蛛) 

노말 루트 ─ 여탐정(女探偵) / 잘 자요(おやすみ)

다른 캐릭터 루트에서 삐끗하면 상하이 애완인형(上海愛玩人形) 을 볼 수 있다.


최종 보스답게 엔딩이 무자비하게 휘몰아치는데 간직한 마음과 여탐정 빼고는 죄다 배드엔딩 쓰나미다. 방심하지 말자.



노말 루트는 유리코가 부모님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풀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노력하다가 시게코의 비밀을 알게 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지막에 범인을 선택할 때 잘못 찍으면 진범인 마지마가 잠든 유리코를 살해, 잘자라고 말하며 끝난다. 말 그대로 오야스미 엔딩. CG도 없다.



제대로 된 범인(마지마)을 선택하면 유리코는 혈혈단신으로 마지마를 찾아가서 자기가 알게 된 진실을 고한다. 


이 눈매를 보고 어찌 마음이 설레지 않을 수 있으며


이 미소를 보고 어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으리오.

여러분, 이 화면은 CG가 아니라 스탠딩입니다. 멋지지 않나요 



마지마는 유리코를 죽이려 했으나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는 말과 함께 마지막으로 껴안아 같은 향기의 존재를 확인한다.

유리코도 마지마의 향기를 맡고 눈물을 흘리면서 '이 남자는 자신과 피를 나눈, 오빠다!' 라고 절절하게 느끼며

마지마의 가슴에 안긴다. 당황하던 마지마도 유리코의 등 뒤로 팔을 돌리며 서로 강하게 끌어 안는다.

이어지는 마지마의 대사는「내 그림자가 당신에게 옮겨가기 전에 빨리 여길 떠나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俺の影があなたに移らない内に、早くここを去らなきゃいけませんね……)」 였다. 이 대사는 마지마 해피 엔딩을 보고 나면 애절함이 배가 되는데 이미 유리코를 사랑하는 마지마는 유리코가 자신을 더이상 사랑하게 되기 전에, 즉 그 광기가 옮기 전에 떠난 것이다.


마지마가 남긴 건 달콤한 잔향. 식어버린 장미 홍차. 등 뒤에 남은 온기 뿐.

유리코는 행복한 결말 따윈 없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꼭 말하고 싶었다며 허공을 향해 조용히 속삭인다.

「마지마…… 나………… 네가…… (真島……私…………お前のことが……)


그 뒤 유리코는 진실을 파해쳐 낸 경험을 바탕으로 여탐정으로 활약하며 살다가 문득 모든 진상을 밝힐 수 있었던 열쇠인 도라지 꽃(일본어로 키쿄우=노미야 부부의 시체에 남겨진 꽃=마지마의 양모 이름)을 보고는 마지마를 떠올리며 엔딩을 맞이 하는데 이게 얼마나 먹먹했는지...
구구절절하게 말하지만 이건 해봐야 안다 
 (이 루트에서도 시바는 끝까지 끈질기게 구혼하며 따라다니지만 이미 너따윈 아오안)



다음은 다른 캐릭터 루트에서 삐끗하면 볼 수 있는 상하이 애완 인형 엔딩.


부모님 시체에 있는 도라지꽃(키쿄우)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면 유리코는 사부로에게 납치당해서 사고를 당하게 되고, 시력과 청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모든 걸 알 수 없게 된 유리코를 누군가가 다른 곳으로 데려가 입히고 씻기고 먹이고 치장하고 사랑해주는데, 유리코는 그 사람에게 친숙한 향기를 맡으며 사랑을 느끼게 되고, 만약 눈이 보인다면 이 사람의 모습이 보고 싶다고, 만약 귀가 들린다면 이 사람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바라지만 자신이 이 사람의 곁에 있을 수 있는 건 눈과 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임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다.


척봐도 알겠지만 이 실루엣은 마지마다. 모르긴 몰라도 노미야 일가 죄다 몰살하고 유리코만 데리고 상하이로 날랐을 듯.

따지고 보면 어찌됐든 사랑은 이루어진 셈이다... (...)



여랑지주(무당거미) 엔딩은 마지마 루트라고 하기조차 민망하게 마지마는 아예 안 나온다.

부모님 살해의 진상을 캐려고 창고를 뒤지다가 사부로한테 ㄱㄱ당한 유리코는 자폐증세로 쳐박혀서 남자를 두려워하게 된다.

그러다 걱정되서 찾아온 쿄코(유리코 엄마 친구)가 유리코를 지네 집으로 들고 튀어서 남성혐오증이 생긴 유리코와 레즈레즈관계로 발전함.
CG는 몇 개 나오지만 별로 볼 건 없으니까 그냥 생략.


이 엔딩은 엔딩 자체보다 뒷 얘기가 약간 궁금해지는 엔딩이었다.
타이틀인 
女郎蜘蛛는 일본어로 죠로구모. 무당거미를 가리키는 말임과 동시에 아름다운 여자로 둔갑해서 유혹한 남자를 잡아먹는 거미 요괴의 이름이기도 하다. 왜 이런 타이틀이 붙었냐면 성폭행을 당한 뒤에 자신의 나약함을 뼈저리게 깨달은 유리코는 잠자코 당하는 게 아니라 남자를 먹어치우는 존재가 되기를 바라고 그 롤모델로 쿄코를 선택했기 때문. 엔딩의 끝 무렵에 유리코가 자신을 강간한 사부로의 처형을 냉정하게 말하는 부분에서 앞으로 쿄코처럼 변모해 나갈 유리코의 모습을 잠깐 엿볼 수는 있다.



이제 또 눈물콧물 쓰나미가 몰아칠 애절돋는 엔딩의 차례가 다시 왔다. 

아 대체 무슨 게임이 구석구석 애절폭탄 지뢰밭이냐며... 

이번 엔딩은 마지마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넉다운 된 플레이어를 수도 없이 양산했을 이상한 공주님 되시겠다.


여기서 유리코는 사부로에게 강간당할 뻔 하나 되려 사부로를 찔러 죽이고 살인자가 되어 패닉에 빠진다. 그걸 발견한 마지마가 사부로의 시체를 숨겨서 증거를 인멸해 죄를 덮어준다. 그리고 어느샌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게 된 미즈히토와 그를 찾으러 나간 후지타마저 사라지고 저택에는 유리코와 마지마만이 남는다. 저택을 팔아서 빚을 변제하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도 정원에는 사부로의 시체를 파묻었기에 그럴 수도 없는 상황에서 유리코는 점점 미쳐간다(뱀발이지만 사부로는 아마 유리코 손에 죽은 게 아닌 걸로 추측). 정신이 반쯤 나간 유리코에게 모든 진실을 털어놓는 마지마. 그러나 이미 유리코의 정신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뒤라 그녀는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하며(하지만 유저는 모든 진실을 마지마의 입으로 네타당하며-_- 여기선 운만 띄우고 해피엔드에서 다 까발려야 포텐 터지는건데 아오!!) 마지마가 시키는 대로 한다.


마지마는 자신도 혼자고, 아가씨도 혼자니 둘이 저택을 지키며 같이 있는 게 가장 좋다는 말과 함께 유리코를 매춘굴에 팔아 넘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마는 자신이 팔아넘긴 유리코를 일부러 '사서' 안는다. 그것도 고통스럽게 눈물을 뚝뚝 흘려가며. 바로 이게 일그러진 마지마의 사랑인 것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 있을 리가 없다. 마지마도 유리코도 자신의 마음을 서로에게 고백하지 않았으니까. 마지마는 유리코의 마음을 알 수 없었기에 유리코를 여기까지 타락시킬 수 있었겠지만. 

끝까지 괴롭혀주고 싶었는데 그보다 먼저 마음이 망가진 당신은 너무나도 밉살스런 사람이라며, 그 순수한 눈동자는 자신의 죄를 더욱 자각시키기 위해서냐며 울먹이는 마지마... 마지마가 울먹이는 순간부터 나도 정줄을 놨을 뿐이긔... 어쩜 이렇게 마지마 엔딩은 눈물콧물 다 뽑는 최루탄 난사란 말이던가. 이 엔딩에서 마지마 최후의 대사 「姫様……愛しています……」를 듣는 순간은 혼절만이 답이다

유리코는 이 말을 듣기 위해서, 이 말을 듣는 순간만을 위해서 숨을 쉬고 있다고, 당장이라도 혀를 끊고 싶은 충동을 견디고 있노라 고백하며 끝난다. 완전히 미친 게 아니라는 방증이기에 더욱 서글픈 결말이다.



남은 엔딩인 간직한 마음과 악인은 마지마 루트의 큰 분기─ 유리코가 자신의 마음을 마지마에게 고백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고백하지 않으면 마지마는 복수를 실행하여 노미야 일가를 몰락하게 만들고(앞서 다른 루트처럼), 고백하면 계획을 중지한다.

결국 마지마의 복수극은 유리코가 자길 좋아하느냐 안 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ㅅ-


마지마가 노미야 가에 들어온 건 유리코의 사춘기 무렵이라고 하니 이미 몇 년이나 지난 뒤다. 첫 눈에 유리코에게 반해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유리코의 곁에 머물고 싶었던 마지마는 복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지만 그 계획을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왔다는 걸 알게 되는데, 그게 바로 게임의 시작인 유리코의 생일 연회다. 이 연회는 유리코의 생일 축하 뿐만이 아니라 결혼 상대도 결정하는 자리였기 때문.

다른 남자에게 뺏길 바에야 모두 없애버리고 말겠다는 질투심이 사그라들었던 복수의 도화선이 되어버린 거다.

잘 기억하자. 복수심과 질투심은 종이 한장 차이라는 걸(...)


어쨌든 유리코의 고백을 들은 마지마는 방황하게 된다. 당장이라도 유리코를 자신의 걸로 만들고 싶은 마음과 광기에 물들지 않게 떠나보내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그러나 유리코는 한결같이 마지마를 사랑하며, 마지마가 거절하는 건 오로지 신분차이에 있다고 생각해서 화족의 영애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 자립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가출을 감행하여 홀로서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그런 유리코를 찾아온 마지마가 자신은 이제 노미야 가를 떠나겠다고 할 때 데려가 달라고 눈물콧물 줄줄 짜면 악인 엔딩, 그럼 자신도 노미야 가로 돌아가지 않고 수녀가 되서 일생을 마치겠노라고 튕기면 간직한 마음 엔딩으로 나뉜다.

 

악인  엔딩시에 뜨는 CG. 마지마는 유리코를 상하이로 데려가서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자신의 여동생이라 주위에 공언하며 곁에 둔다.

그러나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유리코는 자신에게 오빠는 미즈히토 뿐이라며 여전히 마지마를 사랑하지만, 마지마는 그런 유리코에게는 손가락 하나도 대지 않고 날마다 여자를 안는다. 유리코에게 단 하나의 위안이 되어주는 건 그나마 그 여자들이 전부 다른 여자라는, 즉 마지마가 마음에 둔 여자는 없다는 것 뿐이었다. 이 엔딩도 상상의 나래를 사방팔방으로 펼치게 하지만 이건 팬디스크에서나 기대하도록 하자. 마지마가 유리코를 사랑하고 있는 건 분명해도 게임 상에서는 그냥 믿을 수 있는 오른팔로밖에 안 써먹으니까  (더군다나 유리코는 마지마가 자신을 여자로 사랑한다는 자체도 모르고 있겠지)

어쨌든 유리코는 마지마를 사랑하니까 그를 해하려는 모든 것을 결코 그냥 내버려두지 않으며 명실공히 조직의 넘버 2가 되는데

이 남매 별명은 어둠의 아편왕과 얼음의 여제다(...)
구린 별명은 이미 어쩔 수 없고, 팬디스크에서 시나리오 라이터가 신내림을 받아 이 엔딩을 승천시켜주길 간곡하게 바라고 있다.
는 팬디스크 하고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헛된 쿰을 쿠었구나... 




대망의 마지막 엔딩 간직한 마음. 
기대를 너무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밋밋했지만 마지마의 미친 순애보를 확인할 수 있다.


수녀가 되어 버리겠다는 유리코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으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 유리코는 집에 가면 헤어질 수 밖에 없다고 그대로 도망치자고 하지만 마지마는 노미야 부부에게 당신을 달라고 말하겠노라며 저택으로 데려간다. 물론 허락을 받을 리가 없고, 마지마 본인도 허락 받으러 온 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럼 대체 왜 온거냐는 그들의 의문에 마지마는 자신의 정체를 넌지시 암시하고 마지마가 아들임을 깨달은 시게코는 충격에 휩싸여 마지마가 유리코를 데려가는 걸 내버려둘 수 밖에 없었다. 이건 시게코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죄를 명백하게 형태로 보여준, 일종의 복수극이기도 하다. 



그리고 경사스러운 근친상간 애정을 확인하는 시간. 앞에서 눈물콧물 다 빼서 이제 남은 게 없다. 그냥 본다...  
역시 사랑하는 남자는 뭐가 달라도 다른지 삐리리씬에서 유리코 태도부터가 확연한 차이가 있다 (...)

 
얼마나 혼을 빼놨는지 이 걸로 짐작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_-)


그리고 이어지는 최종장은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마지마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 그건 최고로 행복하면서도 너무나 괴로운 시련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가씨와 ―――― 유리코와 부부가 되었다.

그렇다 ――――『친누이』와.

물론 그녀는 그걸 모른다. 친오빠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따위는.

나도 평생 말할 일은 없겠지.

만약 그 사실을 누군가가 그녀에게 알리려 한다면, 난 망설이지 않고 그 녀석을 없앨 것이다.

이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자.

그래, 지금까지 이상으로 비정해져야 한다 ―――― 아내이자 여동생인, 사랑스러운 그녀를 위해서.


마지마의 입으로 모든 진실이 세세하게 드러나지만 이미 알 건 다 알고 있으니까 별 다를 건 없고 그냥 둘이 결혼해서 죽고 못 산다는 뒷 얘기를 볼 수 있다. 서로의 향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서로의 존재가 마약과도 같은 존재라고 하는데─ 피의 굴레와 더불어 서로가 서로에게 빠져서 헤어날 수 없는 속박, 과연 '꽃의 쇠사슬'이다.


아, 마지마가 씨없는 수박 생식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ㅇㅇ 노미야 자작한테  죽을 뻔해서 사경을 넘나드는 고열 뒤에 아이를 남길 능력이 없어진 것 같다며 이거 하나만은 감사한다고. 아이를 남길 수 없으니 이들은 부모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리코는 마지마의 진짜 직업도, 혈연 관계도 무엇하나 모른다(그러니 마지마 시점으로 진행될 수 밖에). 마지마는 모든 어두운 진실에서 유리코를 지킬 것이며 진실을 알리려고 하는 자는 망설이지 않고 없애서 유리코를 행복하게만 만드리라 다짐하며 끝을 맺는다. 마지마가 자기 혼자 똥물 다 뒤집어 쓰고 유리코는 어떻게든 깨끗하게 지키려는 순애보는 돋지만 앞서 별별의 구구절절 애절애절 돋는 엔딩을 겪어온 유저 입장에서는 상당히 김빠지는 엔딩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유리코도 진실을 알게 되서, 그걸 알고 있다는 걸 필사적으로 마지마한테 감추려고 한다던가 하는 시츄에이션은 생각 못한 거임?! 둘 다 남매인 걸 알게 되서 근친상간의 죄악에 미쳐간다던가 하는 그런 엔딩도 있을 수 있고.
진짜오빠보다 가짜오빠가 더 두근두근한 엔딩인 건 어째서냐고요;ㅁ;

레알 이게 최선이었냐고!! 진 엔딩 주제에에에에에!!



... 그래도 아름다운 CG로 마무리. 아마도 이 게임에서 가장 아름답고 서글픈 CG  



이렇게 유저의 혼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는 게임을 다 끝마치고 나면 오마케가 열리는데 제작진의 말에 따르면 이게 바로 진정한 트루 엔딩이다. 제작진 마저 포기한 트루 엔드(...)  시바, 후지타, 히데오, 미즈히토, 마지마, 쿄우코, 덤으로 사부로까지 총 출동해서 서로 사이좋게 까고 까이면서 이 지긋지긋하고 어둡고 서글픈 게임을 훈훈하게 마무리하려는 의도인 듯 하다. 그리고 물론 난 그 의도대로 뿜었음.

그다지 길지 않으므로 전문을 첨부하며 이 리뷰를 마친다.


진짜 최종장 『타올라라! 다이쇼 낭만 집사 카페』를 보고 싶은 사람은 여기로.



덤으로 플레이하면서 제일 의외였던 사실은 바로 나이.
미즈히토가 제일 어리다 

개인적으로 히데오 ≒ 마지마 < 미즈히토 < 시바 < 후지타 순서로 보였는데

실제 나이는 미즈히토 < 히데오 < 마지마 < 시바 < 후지타 였다니

시바랑 후지타는 그렇다 치고 미즈히토 히데오 마지마는 정말 의외였음

어딜 봐도 마지마가 미즈히토보다 어려보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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