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은 자주 들르는 카페에서 오래 전에 '막장 드라마 같은 여성향 게임이 있다'는 글을 보고 그럼 얼마나 막장인지 볼까나~ 했다가 나도 그 존재를 까먹고 있었던 게임.
그러다 근 1년 만에 떠올리고 기분 전환이나 할 겸 시작했더니 이럴 수가. 대박!!
이 대박 작품의 제작사인 아로마리에는 달의 빛 태양의 그림자로 여성향 게임계에 데뷔했는데 이게 또 충격을 야기하는 문제적 작품이었다.
당시 여성향 게임계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참신한 시도(물론 19금적인 의미)로 나도 재밌게 했던 기억이 난다.
후속작인 은의 관 푸른 눈물 역시 마찬가지로 불륜(엄밀히 말하자면 법적으로는 아니지만)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썼는데, 소재에 비해 게임은 제법 깔끔한 편이었다. 비교적 성인 취향이랄까. 아니 19금이니 이미 성인용이지만 뭐랄까 직장 여성의 이야기라 성숙한 느낌이 강하다.
근데 딱히 별다른 재미가 없다는 게 함정. 자극적인 소재를 버무려 놨는데 나한테는 좀 지루한 편이었다.
영 못 해먹겠다 싶을 정도로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충분히 할만은 하다), 손이 두 번 갈 정도는 아니었다.
원인은 역시 캐릭터의 매력 부재. 싫은 캐릭터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확 불타오를만한 캐릭터도 없었던 게 나의 감점 요인 되시겠다.
스토리 쪽으로 문제를 꼽자면 역시 여주인공의 불륜을 정당화할 거리가 부족해서일까.
어쨌든 캐릭터성의 부재, 이건 게임에 있어서 아주아주 중요한 요소다.
어떤 작품이든 기본적으로 캐릭터의 매력이 없으면 제 아무리 뛰어난 구성이라도 빛을 발하기 힘들기 때문.
특히나 이런 연애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여성향 게임이라면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까.
... 라고 썼지만 사실 내 취향의 미친 놈이 없으면 정이 안 가
아니 왜 리뷰가 이쪽으로 흘러가지.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나비독의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미친 놈들 대체로 개성적인 매력이 있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래, 이제와서 뭘 숨기겠는가.
게임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광대뼈는 이미 우주로 발사되고 있었는데...(...)
퀸로제의 비뚤어진 게임을 애정하고 있었지만, 빌어먹을 전연령의 벽에 가로막혔던 떡씬의 뽕을 이걸로 뽑았다.
전연령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사실 걔넨 판정만 전연령이지 텍스트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알지 않나.
상상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전연령도 나쁠 거 없지만 변태 성인 다 큰 아가씨인 나는 때론 이렇게 대놓고 보여주는 떡씬도 필요했을 뿐이다! 여성향의 탈을 쓴 남성향 에로가 아니라 여성을 위한 배드씬이!
물론 이 게임의 H씬이 훌륭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몇몇 장면에서는 성우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빨라서 아무리 흥분한 연기라고 해도 이건 좀 그렇다며 짜게 식거나, 과한 신음소리 및 효과음에 뿜기도 했었더랬다. 뭐든지 마음에 딱 들어맞는 건 찾기 어려운 법이다.
... 이 이상은 개별 리뷰에서 썰을 마저 풀도록 하자.
여기서 더 하다간 포스트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릴 가능성 100% (;)
보통 게임을 시작하면 제일 먼저 만나는 녀석을 고르는 편인데, 공략 사이트를 보니 얘는 다른 애들을 클리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진 히어로.
떡밥까지 깔려있다. 무려 주인공의 첫사랑이라는. 오오.
그래, 애니아리 할 때도 이 악물고 페터(+진상엔딩)를 마지막으로 클리어했던 나였으니 이번에도 참자.
먹는 거라면 모를까 게임할 때 맛난 거부터 해치우면 뒷감당이 힘들다는 것 쯤은 잘 아는 바. 삼국연전기할 때는 장비 하기 싫어서 봉산탈춤을 출 지경이었더랬지. 올클리어를 위해 티벳여우의 얼굴로 무념무상 클릭질을 시전했었다.
어쨌든 인내심을 발휘하여 공략 사이트에 친절하게 나열된 순서대로 플레이 고고!
끝낸 직후의 느낌은 짧다!
볼륨 너무 가벼운 거 아냐?! 전 엔딩 보는데 이틀도 안 걸렸다고!
정말 간만에 침식도 잊고 싱나게 달렸는데 레알 짧아서 눙무리 앞을 가린다...
시나리오만 보면 캐릭터 하나당 3박 4일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소재를 가지고 지금 장난하냐?!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엔딩 너무 짧은 거 아니냐고요! 특히... 특히... XXX 엔딩이!!
── 라며 격노한 나같은 유저가 많았는지 팬디스크를 발매한다고 한다. 그것도 배드 엔딩 위주로
배드 엔딩이라는데 왜 침을 질질 흘리며 광대발사를 하고 있는고하니,
이 게임은 독특하게도(아니면 내 취향이 독특하게도;) 해피 엔딩보다 배드 엔딩이 오히려 더 착착 감기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할 여지를 주는데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더 배덕적이고 퇴폐적이며 허무하다.
애초에 터부는 사람을 부추기지 않는가. 가로놓인 장애가 높으면 높을 수록 타오른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애니웨이.
짧긴 하지만 그만큼 여운과 몰입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임하고 먹먹한 감정을 느끼다니 스윗풀 이후로 처음임 (그러나 오마케가 웃겨서 오래 안 감)
이렇게 모든 엔딩을 다 보고 나서 간만에 마음에 드는 캐릭터도 발견했으니 번역이나 해볼까ㅡ 하며 번역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가서 깨달았다.
이거 19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 to the 망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그리하야 오갈 데 없는 울푼을 풀기 위해서 리뷰를 작성하기 시작한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
자, 이제 잡설은 이쯤하고 본격적으로 스토리 및 캐릭터 리뷰를 시작한다.
이 리뷰는 스포일러의 폭풍이 휘몰아치니 뒷통수 맞고 꺼이꺼이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그리고 게임 자체가 비운의 운명으로 포장한 금단의 근친을 깊게 다루고 있으므로 근친에 생리적인 혐오감을 지닌 사람 또는 어둡고 질척한 스토리에 질색하는 사람들은 페이지를 닫는 게 정신 건강에 여러모로 유익할 것임을 밝혀두는 바이다.
게임의 무대는 다이쇼 시대, 화족 노미야 가의 저택이다.
노미야 가는 자작이라는 작위는 있으되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가보까지 팔아치워도 먹고 살기조차 빠듯한 빈곤 귀족.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노미야 가의 영애인 유리코의 생일 연회는 집안의 경제적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성대한 것이었다.
주인공 유리코가 거기에 대해 의문을 품으며 게임은 시작된다.
이 게임의 주인공 노미야 유리코(디폴트 네임).
이름 변경은 가능하지만 그대로 진행하는 편을 추천한다.
디폴트 네임으로 진행할 경우에만 등장 인물들이 이름을 불러주기 때문(어차피 난 게임하면서 이름을 변경 한 역사가 없어).
말광량이 속성이지만 기본적으로 화족 영애인 만큼 순수 배양.
미인, 똑똑한 머리, 밝고 곧은 성격, 자체 방향제기능 탑재(몸의 분비물에서 백합 향기가 난다고 함).
방향제 기능은 그냥 그런 게 있나보다 했는데, 알고보면 스토리 전개에 중요한 복선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종특.
이 CG를 올렸다고 이게 이 아가씨 디폴트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사실 이 모습은 특정 루트를 탈 경우에만 볼 수 있는 여종업원 모습이고, 실제로는 화족 아가씨다운 기모노에 이마를 깐 올림머리 스타일로 내 기준으로 봤을 때 좀 많이 촌스럽다. 시대상을 감안하면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촌스럽다고 생각한 사람 많을걸?
유리코는 지나치게 화려한 연회에 불안감을 느끼며 참석을 주저하지만, 주역이기에 어쩔 수 없이 연회장에 나갈 수 밖에 없다.
그 와중에 이게 단순한 생일 파티가 아니라 자신의 결혼 상대자를 찾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뒤이어 난입한 불량배 무리에 연회는 엉망진창이 되고 심지어 아버지까지 살해당하는데, 그 시체는 도라지꽃을 지니고 있었다. 그걸 본 어머니는 충격에 휩싸여 쓰러지고 그로 인해 마음에 병을 얻어 몸져누운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명을 달리한다. 그러나 그 어머니의 시체에도 잔뜩 뿌려진 도라지꽃.
부모님의 시체에 놓여진 도라지꽃의 의미는?
과연 부모님을 살해한 자는 누구이며,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노미야 가의 미래는 어찌 될 것인가.
비운의 운명을 예고하는 처절한 무대는 이렇게 막이 오른다.
아래 나열한 순서는 공략 순이다.
시바 > 후지타 > 히데오 > 미즈히토 > 노말 > 마지마 로 플레이도 이 순서를 추천한다.
첫번째 공략 캐릭터, 시바 쥰이치
나이는 스물 여덟, 작위는 없으나 재산만은 엄청난 무역상.
노미야 가의 곤궁한 재정상황을 알고 유리코와의 결혼을 조건으로 모든 채무를 변제해주겠다며 나선다.
안하무인에 돈이 전부인 것처럼 굴지만 알고 보면 이 놈도 좋은 놈이었어, 라는 흔하고 재미없고 따분한 스토리.
해피 엔딩의 경우, 자선사업을 하고 있다는 게 밝혀지지만 그런 설정 따윈 아무래도 좋다.
제정신이 아닌 놈들이 판을 치는 이 게임에서 그나마 정상인에 가까운 사람.
그러나 유리코에 대한 집착만은 후지타 왈, 아내가 바람을 펴도,아내한테 살해를 당해도행복을 느끼는도M의 진수를 보여 준다고 한다.
그래도 내가 보기엔 얘가 제일 덜 미쳤다.
총 다섯명의 공략 캐릭터 중 네 명의 분기는 구혼하러 온 시바와 첫 데이트를 하게 되는 장면에서 오빠인 미즈히토가 유리코를 혼자 보낼 수 없다며 누굴 데려가라는 선택지에서 동행인으로 누굴 데려가느냐에 따라 갈리는데 시바 루트는 당연히 아무도 데려가지 않는다를 선택하자.
처음에는 가진 게 돈이니 지위를 탐내서 유리코한테 접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화족의 작위가 아니라 유리코 자체에 집착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거기엔 과거의 추억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창녀의 아들로 태어나 바닥을 기며 살아온 시바와 어린 시절 조우해 선행을 베풀었던 유리코. 유리코에게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던, 그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기억도 하지 못할 정도로 하찮은 사건이었지만 단 한 번도 친절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시바에겐 유리코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자신이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삶을 살아가게 한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초장부터 그 사실을 밝히는 건 아무래도 꼴사납다고 생각해서 돈으로 밀어붙이는 듯한 면모밖에 보여줄 수 없었던 조금은 서툰 남자.
끈질긴 구혼 어택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격에 유리코는 저도 모르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 남자와 연애를 잘 하려면 고분고분 순종하면 아니되고 앙칼지게 튕겨줘야 진도를 팍팍 뽑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차에서 갑자기 끌어안기게 된 시츄에이션에서 놔달라며 애원하지 말고 홱 밀쳐내야 한다던가.
시바 루트를 타게 되면 볼 수 있는 엔딩은 자상한 남자(優しい男 ), 감옥의 연인(座敷牢の恋人), 후회(後悔) 세 개가 있다.
이미 몰락을 피할 수 없게 된 노미야 가를 구하기 위해 유리코의 할머니가 가져온 혼담에서 나오는 선택지에 따라 엔딩이 나뉘게 되는데, 이게 예상과는 좀 다른 결과라 신선했었다. 유리코가 선을 본 뒤 상대방이 데려다 준다고 하는 걸 승락하면 해피엔딩, 거절하면 배드엔딩인 것이다. 보통은 맞선 본 남자의 제안을 거절해야 해피 엔딩이 열릴 거라 여기지 않을까. 물론 여기엔 다 이유가 있다.
맞선 상대측의 차를 타고 집까지 바래다 준 유리코. 본인 역시 맞선을 거절할 생각이긴 했으나 상대방 측에서도 유리코를 거절한다.
선을 볼 당시에는 꽤나 자신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처럼 보였던 터라 의문을 품는데, 알고봤더니 맞선을 본 남자 측에서 유리코의 집에서 일하고 있던 이 게임의 최종보스 흑막을 알아보고 꺼려했던 것이다.
뭐 어쨌든 그 뒤로 상황은 이러쿵 저러쿵 풀려서 두 사람은 사랑의 추억을 확인하고 결실을 맺으며 결혼으로 마무리한다.
바로 이렇게. 해피 엔딩에 대해서 별로 쓸 말은 없다. 알고보니 좋은 남자였다는 설정은 이 엔딩에서 나온다. 자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이 있었기에 그런 아이들을 구하고자 고아원을 운영하며 학교를 세울 계획을 가지고 있는 건실한 남자라는 조금은 시시한 엔딩.
다음은 배드 엔딩 루트.
맞선 본 상대방의 배웅을 거절하고 혼자 돌아오면 시바가 아닌 그 상대방과 혼담이 성사되는데 거기에 격분한 시바가 상대방을 몰락시키며 노미야 가를 더더욱 궁지로 내몰아 억지로 유리코를 차지하려고 한다. 그 와중에 유리코의 오빠인 미즈히토도 자살(이라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살해당한 게 아닐까 함)하며 홀로 남은 유리코가 자살을 하느냐 복수를 하느냐에 따라 배드 엔딩이 나뉜다.
자살을 선택하면 나오는 엔딩이 감옥의 연인.
원문인 座敷牢는 일본식 감옥이다. 애니나 만화책을 좀 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지하에 격자의 창으로 가로막힌 방을 본 적이 있을텐데 바로 그 방을 가리키는 말이다. 죽으면 가족들과 함께 있게 될 거라며 자살을 택한 유리코지만 물론 이 스토커 끈질긴 남자는 유리코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죽음의 문턱에서 유리코를 구해냈으나 이 과정에서 사경을 헤맨 유리코는 시력을 잃고 만다. 사실 여기서 진실을 알게 되어 두 사람의 마음이 이어지며 해피 엔딩으로 갈 수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이미 유리코의 마음 속에 그럴 여유가 있을 리 없다. 물론 계속 거절당해 상처받은 시바도 제정신일리는 만무하다. 모든 것을 다 잃은 유리코를 시바가 지하의 감옥에 가둬 떡 애욕의 나날에 빠져들며 엔딩을 맞이한다.
CG가 둘 다 19금 씬이라 올릴 수 없는 게 유감이다(-_-)
시바를 향한 복수를 선택하면, 유리코는 마음 속에 증오의 칼을 갈며 시바에게 시집간다. 이 남자를 죽이기 위해서.
매일같이 시바가 마시는 술에 독을 타서 시바를 결국 암으로 죽이는데 성공하는 유리코. 그러고보니 독인데 왜 암이요?
시바는 끝까지 자신은 행복했다며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죽는다. 그러나 복수를 달성했음에도 유리코의 마음은 어딘가 공허하다. 그리고 발견하게 된 시바의 일기에서 드러나는 진실. 사실 시바는 유리코가 맞선을 볼 상대를 몰아부치긴 했어도 그 상황이 시바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진행되었고 의도와는 다르게 노미야 가의 불행도 깊어졌던 것이다. 그리고 유리코가 복수심에 불타서 술에 약을 섞는 것도 이미 다 알고 있었지만 그것조차 행복으로 받아들이며 유리코를 위해 기꺼이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남겨진 유리코의 후회(後悔)로 엔딩은 막을 내린다.
시바를 공략하면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CG는 바로
이거다!! 남자의 섹시한 옆 얼굴
장면 자체는 H씬에서 나오는 거지만 별로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그렇다기보다 게임의 스토리 자체도 짧았고 한 지 얼마 안 되서 다 기억하고 있을 뿐, 시바 루트 자체가 별로 이렇다 할 모에 요소는 적어도 나한텐 없었다. 싫지도 않았지만. 그냥 평범했다고나 할까. 앞에 썼던 대로 얘는 등장인물 중에서는 해피 엔딩이든 배드 엔딩이든 제일 정상적이라서(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그저 모든 엔딩을 다 보고나면 이 놈은 그냥 끈질긴 도M이라는 것만 재차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다. 다른 게임에서 이 정도라면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미친 놈과 변태가 난무하는 이 게임에서 고작해야 M이라는 것 따윈 명함도 못 내민다.
시바 평점은 별 세개 ★★★ 땅땅!
두번째 공략 캐릭터는 노미야 가의 집사, 후지타 히토시
일명 모유남 게임 초반에 단 걸 좋아한다고 나오더니, 이걸 위한 복선이었던가;;;
나이 37세, 영국인과 혼혈. 어머니는 그럭저럭 유복했던 집안이었던 거 같으나 영국인 선원과의 사랑으로 후지타가 태어나고 버림을 받으면서 집안에서도 의절당해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심약한 성격으로 버림받는 걸 두려워함. 애인을 미즈히토에게 빼앗긴 전적이 여러 번 있으며 그게 트라우마가 된 듯. 유리코의 피아노 선생으로 들어왔지만 좀처럼 수업을 받지 않는 유리코 때문에 다른 쪽으로 실력을 발휘하다보니 노미야 가의 집사가 되었다고.
충실한 하인인 만큼 쉽게 넘어오지 않는다. 어정쩡한 도발로는 어림도 없다. 도발하고 도발하다보면 욱해서 키스하지만 그 뒤로 바로 도망가는 심약한 남자. 고자냐? 고자냐고?! 하지만 알고보면 킹왕짱 정력남에... 에 그게.. 그러니까.. 흠흠... 어쨌든 포기하지 않고 도발하다보면 울컥해서 경떡씬축
분기점은 위에 설명했다시피 시바와의 첫 데이트에서 동행인으로 후지타를 고르면 된다.
하지만 고른다고 따라가주지는 않는다-_- 왜냐면 하인이기 때문에 주인의 식사에 동석할 수 없다고.
어쨌든 후지타가 거절하면 괜히 다른 놈 들쑤시지말고 그냥 혼자 가서 시바 루트와 선택지를 달리 해주자.
엔딩은 아가씨와 집사(姫様と執事), 비밀클럽(秘密倶楽部), 영원한 하인(永遠の下僕) 세 가지다.
후지타와 잘 해나가다 보면 집안의 빚을 오빠인 미즈히토가 어찌어찌 변제하게 되는데 여기서는 특이하게도 진실에서 눈을 돌리면 해피 엔딩인 아가씨와 집사가 뜨고 진실을 추구하면 배드 엔딩인 비밀클럽이 뜬다. 영원한 하인은 초반부터 선택지를 유리코의 가학심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고르면 된다.
해피 엔딩인 아가씨와 집사는 집안의 빚을 다 갚고 후지타와 결혼해서 사는데 CG가 하나같이 삐리리라 그나마 가릴 곳 다 가린 게 이 CG임. 여기서도 후지타의 모유사랑을 엿볼 수 있긴 하지만 대략 평범하다. 게임을 그냥 돌리면 아무래도 해석하느라 몰입이 힘들어서 별 생각없이 후커로 돌리다가 거근이 왕자X(;)로 번역되서 뿜겼던 것만 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지금 생각해도 웃기다 뜬금없는 왕X지ㅋㅋㅋㅋㅋㅋㅋ ㅠ ㅠ 그러고보니 게임 진행 중에 첫떡을 치고 나서 피바다였다는 이벤트도 있었지(...) 어쨌든 나중에 그 단어를 거근으로 수정했다는 건 안비밀. 혼혈 설정을 여기 써먹다니, 아로마리에 무서운 아이
비밀 클럽은 집안의 빚을 대체 어떻게 변제하는지 알아보려 나선 유리코가 오빠인 미즈히토가 러시아에서 망명한 귀족 부인에게 몸을 팔아서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걸 후지타도 묵인하고 있다는 사실에 배신감도 같이 느끼게 된다.
그리고 오빠를 혼자 고생하게 둘 수 없다며 본인도 업소에 나가 몸을 파는 엔딩.
CG가 있긴 있는데 워낙 수위가 높아서 모자이크로 될 수준이 아니라 생략!
자, 드디어 대망의영원한 하인 엔딩이다. 이 남자의 변태적 성벽이 여기서 전모를 드러낸다.
유리코는 집안의 빚을 변제하기 위해 시바에게 시집가기로 하지만 조건을 내걸었다.
바로 후지타와 내연의 관계를 인정해달라는 게 그 조건. 시바 자신도 아이를 낳은 뒤라면 허용하겠다는 조건을 걸어 용인한다.
후지타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는 お乳を飲ませて下さい찌찌를 주세요(모유를 마시게 해주세요)는 바로바로 여기서 나오는 대사다! 무려 얼굴까지 붉혀가면서!! 오마케에서 이걸 두고 노는 거 보면 웃음 밖에 안남ㅋㅋㅋㅋㅋㅋ
이건 부분은 뒤에 오마케를 따로 쓸테니 나중을 기약하시라(...)
후지타 평점 별 세개 ★★★ / 뿜기는측면에서는 별 세개 반 ★★★☆
자, 다음 환자 캐릭터
오자키 히데오
오자키 남작가의 장남으로 노미야 가와는 일찌기 친분이 있어 두 사람은 소꿉친구 사이였으나 지금은 좀 소원하다.
나이는 24, 직업은 육군 소위.
소꿉친구, 안경, 츤데레, 새덕후, 동정남 다 수용할 수 있지만, 그 놈의 이대팔 가르마는 용서할 수 없다
등장인물들은 다 저마다의 그늘과 고뇌를 간직하고 있는데 그 어둠이라는 건 개인별로 받아들이기 나름이라 누가 더 힘드니 덜 힘드니 잴 수 있는 건 아니다. 불행과 고통은 견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어쨌든 그들의 고뇌에는 개개인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공통점이 존재하는데 바로 대부분 태생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대테마가 바로 혈통이기 때문에.
히데오는 다른 넷에 비하면 혈통으로 인한 고뇌는 그 비중이 비교적 낮긴 하지만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애초에 좋은 집안 아드님인 히데오에게 무슨 혈통에 컴플렉스가 있냐 싶지만, 사실 오자키 가는 유서 깊은 화족이 아니라 공을 세워 작위를 받은 신흥 화족이라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전통있는 노미야 가가 오자키 가를 경시했던 데서 유리코와 히데오 사이의 갈등은 시작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바랑 데이트할 때 히데오를 데리고 가면 루트가 열린다.
그동안 서먹서먹했던 이유가 유리코의 어머니인 시게코가 오자키 가와의 혼담을 비웃으며 일축한 것에 있음을 알게 되어 갈등이 좀 풀리나 싶었더니 그걸로 열폭했던 오자키 가에서는 노미야 가보다 훨씬 좋은 혼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부단히 발버둥을 친 결과 시로타 백작가(노미야는 자작가)의 고명딸과 히데오의 혼담을 착착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히데오가 품절남임을 알게 된 유리코는 그 사실을 탐탁치 않아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서서히 그 감정이 사랑임을 깨달아 간다. 자각하기만 하면 이 남자를 함락시키는 건 일도 아니다. 알다시피 순정만화(또는 여성향 게임)의 황금 법칙, 소꿉친구 캐릭터는 여주인공을 짝사랑하고 있다는 설정은 여기서도 건재하기 때문이다.
새콤달콤함을 불사지르며 서로의 감정을 사랑이라 확인하고 삐리리로 돌입할 때까지는 그야말로 풋풋하다.
앞서 말했듯이 히데오는 동정남이기 때문에(다른 놈들은 워낙에 다른 년여자랑 많이 굴러먹어서) 오히려 서툰 히데오와의 삐리리씬이 색다르다(... 고는 하지만 넌 내취향이 아녀 망할 이대팔 가르마).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것까진 좋았으나 히데오의 혼담은 건재했기에 이대로 가면 두 사람은 이뤄질 수 없었다. 그래서 히데오는 혼담을 깨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데, 그건 바로 전쟁이 한창인 시베리아로의 자원이었다. 살아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하니 백작가에서는 딸을 과부로 만들지 않으려면 혼담을 깰 수 밖에 없을 거라는 게 히데오의 계산이었던 것이다.
히데오 엔딩 역시 3개로 새(鳥), 거짓말쟁이(うそつき), 백(白) 으로 나뉜다.
엔딩 나눠보기는 아주~ 쉽다. 선택지 하나씩만 삐끗해주면 엔딩이 아주 그냥 바로 촤라락 뜨니까. 넌 역시 동정남답게 쉬운 남자였어
배드 엔딩 중 하나인 백(白) 엔딩에서 등장하는 CG.
시베리아로 출병하겠다는 히데오를 가만히 내비두면 히데오는 시베리아에서 불귀의 객이 되고 이 사진이 유품으로 유리코의 손에 전달된다. 히데오 루트 도중에 두 사람이 찍은 사진인데 당시 남녀가 나란히 사진을 찍는 건 장래를 약속한다는 뜻도 있었다고 한다. 히데오는 이 사진을 품에 안고 시베리아에서 전사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유리코는 이 사진을 찍은 곳으로 달려가 새하얀 눈 위에서 히데오가 맞이하러 오는 환상을 보며 동사하는 애절돋는 엔딩
자, 다시 히데오가 시베리아로 자원했다는 선택지로 돌아가자. 뒤쫓아가 싸닥션을 날리면 히데오는 저 사진을 떨구게 되고 유리코에게 다른 사진을 보내달라고 해서 유리코는 가족 사진을 보내주게 된다. 그 사진 덕분에 히데오는 최종보스 흑막의 존재를 알게 되어 유리코가 위기에 처한 걸 구하기 위해 탈영해서 돌아온다.
아참. 엔딩을 나누는 분기는 히데오가 구출하러 등장하기 전에, 즉 아직 시베리아에 있고 유리코가 그걸 기다리는 도중에 히데오의 약혼녀가 쳐들어와서 님들 무슨 관계냐고 물을 때 소중한 사람이다/그냥 소꿉친구다 에서 갈린다.
거기서 소중한 사람이라고 하면 약혼녀가 자기가 졌다며 약혼을 포기하고 두 사람은 경사스럽게 결혼.
해피해피한 새 엔딩이 뜬다.
왜 엔딩 타이틀이 새냐고? 그건 히데오가새 덕후기 때문이다. 시베리아에서의 탈영이 잘 무마됐으나 히데오는 전역을 결심하고 새 오덕 연구자의 길을 걷는다.
신종을 발견한답시고 시도때도 없이 유리코를 데리고 밀림오지를 탐험하는 히데오. 그 덕에 유리코는 두살인가 세살 난 어린 아들내미도 못 돌보고 이끌려 다니며 돌아가고 싶다고 발광하지만 훈훈하게 떡으로 마무리.
바로 이렇게. 아아, 행복돋는 표정이 훈훈하다 이 엔딩을 보면 노미야 부인이 왜 오자키 가를 멀리했는지 알 수 있다.
때는 바야흐로 노미야 가와 오자키 가가 아직 친분이 두터웠던 시절, 어린 히데오 소년의 생일에 노미야 부부는 그가 새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유리장에 박제된 새를 선물로 준다. 그 일이 기뻤던 히데오 소년은 무려 유리코를 박제로 만들어서 자기 방에 장식하고 싶다 고 했던 것이다!! 거기다 당시 히데오 소년은 동물 해부 도감을 읽으며 그 말을 했다고 하니, 노미야 부인이 이 새키를 자기 딸한테서 떼어놓고 싶은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걸 두고 제 무덤 제가 팠다고들 하지.
다른 하나의 배드 엔딩인 거짓말쟁이는 약혼녀한테 그냥 소꿉친구라고 얼버무리면 그 냔이 자긴 히데오를 포기할 수 없다며 약혼을 강행한다. 히데오의 탈영을 집안 빽을 써서 유야무야시킨 뒤 결혼하고 유리코 역시 결국 시바랑 결혼하지만 두 사람은 남의 눈을 피해 불륜을 저지르게 됨(다른 놈들 엔딩에 계속 등장해서 아내의 바람을 묵인하는 시바).
그냥 이렇게만 끝나면 평범한 불륜 엔딩이겠지만 얘도 딱히 정상은 아니라는 걸 이미 눈치코치 다 깠을 것이다.
어쩐지 뭔가 위험한 곳에 있으면 안 될 물건이 있는 거 같다고? 당신의 시력은 정상입니다.
히데오의 손에서 빛나는 면도칼을 보시라. 남편 공인으로 호텔에서 밀회하며 정사를 가지지만 그걸로 만족하지 않는 히데오는 유리코를 끝내 빽... 빽... 빽XX로 만들고야 만다. 으앜ㅋㅋㅋ 아 엄해.. 너무 엄하다... 맨정신으로 치기엔 너무 거시기한 단어다.
엔딩 타이틀 백은 여기도 잘 어울리겠는데 라고 생각했다고 말 못함(...)
자기는 유리코 말고는 서지도 않는데다(그럼 부인하고는 섹스리스?) 일주일에 하루밖에 못 안는데 네 년은 잘도 매일같이 시바한테 안기며 자신을 농락한다고 열폭한 히데오의 만행 되시겠다. 어쨌든 유리코에게 /애도
히데오 평점 : 기본 별 세개에서 동정남 컨셉과 새오덕질에 뿜겨서 별 하나 추가해 네개 하지만 이대팔 가르마에서 다시 하나 깎아먹어서 결론은 그냥 별 세개 ★★★ 낙찰
자, 이제 드디어 때가 왔다.지금까지 등장한 놈들이 다 비킬 때가.
시바, 후지타, 히데오 얘네 셋이 그나마 정상인에서 약간 변태끼가 있을 뿐인 덜 미친 놈들이라면 지금부터 소개할 녀석들은 기본 설정부터가 암울해서 제정신으로 자랄 수 없었던 게 이해가 될 정도이며, 이 게임의 타이틀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니 이 게임은 그냥 이 놈들을 위한 게임이다. 커피와 티오피의 차이는 다들 아시죠? 여기서부터는 별점도 없다. 그냥 무한대인 걸로.
등장부터 아주 내 마음을 선덕선덕하게 만든 노미야 미즈히토
CG 자체도 보배롭지만 얼마나 미모가 화려한지 예사롭지 않은 텍스트로 인물을 그리고 있다.
상아색의 피부에 까맣게 젖은 눈동자. 윤기가 도는 긴 흑발, 버드나무처럼 유연한 몸. 친오빠이건만 그 모습은 광채가 나는 것처럼 아름다워서 유리코는 종종 넋을 잃고 바라볼 때도 있다. 미즈히토는 취미로 시나 회화의 세계를 즐기고 있으나, 유리코는 무엇보다도 오빠 그 자체가 예술 같다고 생각한다.
이 얼마나 찬란하고 아름다운 묘사인가 게임 내에서 외모에 대한 찬사를 가장 많이 받으며, 시도 때도 없이 이 새키가 얼마나 미인인지 텍스트로 일깨워주는 건 미즈히토가 유일하다.
하지만 난 미즈히토가 말하는 순간,
이 분을 떠올렸긔☆
에이스보다 좀 아니, 훨씬 가녀린 느낌이지만 여튼 초반에 이 상큼한 기사님이 자꾸 머리에 떠올라서... 아 기사님 제발... 집중이 안 돼... 물론 끝 무렵에는 닥치고 오라버니 하며 두 손을 가슴에 곱게 모으고 있었음(...)
미즈히토는 유리코와 이복 남매로 22살의 화도가(華道家)지만, 사실은 그림을 좋아해서 화가를 꿈꿨었다.
그러나 부모의 반대에 부딪쳐 그 꿈을 접고 방탕한 생활로 빠지기 시작하여 현재 취미는 주색잡기, 즉 계집질ㅋ.
염세적이며 생에 대한 집착이 얕아 언제라도 사라질 것 같은, 허무하고 여리여리한 느낌을 풍긴다.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남자 주제에 여주를 웃도는 가련함과 미모를 보여주고 있음.
거기에 퇴폐적인 분위기가 아주 그냥 내 심장을 시속 200km로 강타하며 스트라이크
게임이 시작되는 생일 연회에서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에 병을 얻은 어머니가 미쳐 죽으면서 유리코에게 남은 단 하나의 가족으로, 시스콤 수준으로 여동생을 아끼며 사랑하는 미즈히토의 속마음은 다른 애들 공략하면 상대 캐릭터가 슬쩍 언급하는 일도 있을 정도.
하지만 내막을 알고보면 두 사람은 이복 남매조차 아니라는 사실이 그나마 이 루트의 유일한 구원 비스무리 했다.
부모님이 죽고 노미야 가의 당주가 되었으나 여전히 향락에 빠져 집안을 돌보지 않자 유리코가 미즈히토에게 제발 기생질 좀 그만하라고 애원하니 노력해보겠다며 약속은 하지만 쉽지는 않다. 미즈히토의 여자놀음은 단순한 계집질 이상의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 날 술에 취한 미즈히토는 유리코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며 자신의 출생에 대해서 털어놓는데, 그제서야 비로소 유리코는 미즈히토의 마음 깊이 자리잡은 어둠을 간신히 이해하게 된다. 이 오라버니는 단순히 자신의 꿈이 좌절되어 타락했던 게 아니었다. 미즈히토의 출생은 노미야 자작이 하녀를 건드려서 낳은 서자로 알려져 있었으나, 실은 어머니 쪽의 먼 친척인 시라카와 백작의 아들을 노미야 자작이 거둔 것뿐. 비록 서자지만 노미야를 차기 당주로서 이끌어 나가려했던 긍지와 화가를 향한 꿈이 동시에 좌절되면서 그는 어두운 나락으로 떨어졌던 것이다.
그 진실은 미즈히토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지만 동시에 희망을 주기도 했다. 바로 유리코와 친남매가 아니라는 부분에서.
미즈히토는 두 사람이 이복 남매라고 여길 무렵부터 이미 유리코에 대한 사랑을 품고 있었다고 하니 그간 얼마나 굴절된 감정을 길러왔는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나 친남매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찌됐든 둘은 법적으로 친남매니까. 희망은 희망이되 지독하게 어두운 희망이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미즈히토를 미치게 만드는 고뇌가 시작된다. 친동생이라고 생각해서 그간 어떻게든 그 마음을 억눌러왔는데 최악의 상황으로 장벽이 사라진 것이다. 얼씨구나 좋다며 손을 댈 수도 없고, '친동생이니까'라는 자제는 이미 효력을 잃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마음을 기녀를 통해 풀게 된 게 바로 미즈히토가 계집질을 시작한 이유다─ 라는 건 일단 내 생각이긴한데 아마도 십중팔구는 맞을 듯. 마지마 루트에서도 마지마가 유리코를 사랑한 나머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는 기루에 가서 유리코를 닮은 기녀를 샀다는 얘기가 있기도 하고, 실제로 유리코와 맺어진 뒤 미즈히토는 기루에 출입하지 않는다.
유리코 자신도 미즈히토에 대해 넋을 잃고 본다던가 설렘을 느낀다던가 하는 친오빠에 대한 감정 이상을 느끼고 있긴 했으나 친남매라고 여겼기에 그 이상으로 발전하지는 않았는데 미즈히토의 고백 이후 그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혈연이야 어찌됐든 당당할 수 없는 금단의 사랑을 선택한 데 비해 초반에는 가볍고 풋풋한(!) 느낌마저 들지만 진행할 수록 그 감정이 점차 깊어지며 근친상간의 배덕감을 세밀하게 표현한 과정이 실로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만든다.
미즈히토는 진 히어로는 아니라도 그에 못지않게 비중이 크다는 걸 엔딩의 수에서도, 게임의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다. 엔딩 수가 많은 만큼 선택지 삐끗하면 그야말로 배드엔딩의 쓰나미가 몰아친다.
야경의 머리카락(夜色の髪) / 한 쌍의 나비로(つがいの蝶に) / 창고 안에서(蔵の中で)
비밀의 공범자(秘密の共犯者) / 공허한 내일(空虚な明日)
엔딩은 이렇게 총 5개.
제일 먼저 엔딩을 볼 수 있는 순서대로 가면 참 별 거 없는 공허한 내일이 뜨는데, 미즈히토 대신 시바의 구혼을 선택한 유리코가 모든 것을 단념하게 되는 엔딩으로 CG조차 없다. 그야말로 공허함.
시바 대신 미즈히토를 선택하면 남매끼리 애정을 그려나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위에 적은 것처럼 비록 친남매가 아닐지언정 그간 남매로 살아온 시간과 세간의 눈이 있기 때문에 그들만의 비밀스러운 사랑을 플레이어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친오빠 XXX보다(이미 남은 캐릭터는 하나 뿐이지만;) 오히려 미즈히토X유리코 루트가 근친상간의 도착적인 감각이 몇 배는 강하다(걔 루트에서는 친오빠라고 알게 된 순간 미즈히토 못지 않은 배드엔딩 폭풍이 기다리고 있어서 남매의 배덕감이니 도착감을 제대로 느낄 상황이 아니다).
그렇게 서로 사랑을 키워나가던 도중, 미즈히토가 예전에 늘 가던 기루에서 그를 찾는 전갈이 오고 미즈히토가 다시 계집질에 빠질까봐 불안한, 그리고 기녀에 대한 질투심에 휩싸인 유리코는 다른 사람을 대신 보내기로 한다.
여기서 누구를 보내느냐에 따라 엔딩의 기로가 나뉘는데, 먼저 히데오를 보냈을 경우,
비밀의 공범자 엔딩을 볼 수 있다. 일명 붓플레이에서 이어지는3p 엔딩
... 이거 올렸다가 블로그 정지먹으면 어떻게 하지(...) 모자이크 떡칠하고 사진 크기를 줄이긴 했지만. 문제되면 지우거나 이웃 공개로 돌리는 걸로 하고. 이건 CG 전체보다 미즈히토의 반쯤 미친 표정이 눈부시다(작아서 잘 안 보이겠지만).
기루에 들렸던 히데오는 어딘가 수상함을 느끼고 조사해서 둘의 관계 뿐 아니라 미즈히토의 꺼림칙한 비밀(이라고 해봤자 후지타 루트에서 얘가 무슨 짓하는 지는 이미 다 까발려진 상태라 충격도 뭐도 없다)까지 폭로한다. 이미 정신이 나가기 시작한 미즈히토에게 히데오의 출현은 그를 완전히 미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히데오의 입을 막기 위해서 쓰리썸을 통해 공범자로 만드려 한다. 미즈히토의 광기는 유리코에게, 그리고 유리코에게서 히데오에게로 옮겨지며 최종장은 끝을 맺는다.
사실 아로마리에 전작에서도 3p를 보긴 했지만 그건 그 어떤 도착적인 느낌도 배덕적인 느낌도 광기도 느껴지지 않는,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산뜻하게 보고 넘길 수준이었다면 여기서는 3p의 진수를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AV 수준으로(-_-)
미친 놈들한테 휘둘리는 유리코도 참 불쌍한 인생이 아닐 수 없다... /묵념
이번에는 히데오 대신 후지타를 보낸다.
중간까지는 별 다를 거 없고 엔딩에 이르면 얘네는 창고에서 자기들만의 플레이 세상에 빠져있다.
역시 이 게임의 에로도는 미즈히토가 담당하고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정력;이나 크기; 면에서는 후지타가 우월하겠지만 걘 그냥 뿜기기만 하지 전혀 야하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ㅋ.. ).
한참 즐기시는 와중에 창고 문이 잠기는 소리가 난다. 그러나 창문에는 쇠창살이 있어서 탈출이 불가능한 상황. 누군가 열어주겠지 하며 기다리지만 밤이 깊어도 열어주는 사람은 오지 않고... 심상치 않음을 느낀 미즈히토는 창 밖을 내다보고 저택에 불이 난 것을 알게 된다.
미즈히토 루트에서 저택에 불은 나고 나고 또 난다. 덧붙여 게임 내에서 제일 많이 죽는 것도 미즈히토.
이래저래 불쌍한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내가 아니면 누가 이 남자를 구해주리.
모성애로 이루어진 연애 따윈 쌈싸먹으라며 개무시하는 나지만 미즈히토만은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남자한테 연심보다 모성애를 느껴서 시작한 사랑은 남자 발닦개 될 확률 99%다. 연애를 하고 싶은 거지 잠자리 가능한 엄마가 되고 싶지 않은 녀자들이여 주의하자. 뭐 이건 게임이니까 그런 건 가뿐하게 무시하고 난 미즈히토의 발닦개를 자청한다(...)
다시 원래 얘기로 돌아와서ㅡ
창고 안에서 타죽게 생긴 두 사람은 인생 최후의 떡을 치고 또 치고 아주 뽕을 뽑으면서 장렬하게 산화한다.
이제 마지막으로 마지마를 보내보자.
그럼 마지마를 알아 본 사람이 등장해서 심상치 않은 사실을 전해준다.
여기서도 마지마를 믿어주면 배드엔딩, 의심하며 몰래 조사하면 해피엔딩이다.
뭐, 마지마가 최종보스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나비독은 스토리 중간중간에 행복해지려면 진실에서 눈을 돌리고 사람을 의심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속담처럼 이 시나리오에서 행복해질 길도 그저 모르는 것만이 살 길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마지마를 믿었을 경우, 애절돋는 동반 자살 엔딩인 한 쌍의 나비로가 뜬다. 게임 타이틀의 '나비의 독'은 바로 이 엔딩을 의미한다.
최종장에서 저택은 또(!) 불에 휩싸이고 두 사람은 후지타와 마지마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는데, 현관으로의 탈출은 이미 그른 상황. 창문을 열어보지만 이미 저택은 불길에 잠식되어 살아날 길은 없다. 조용히 불길을 바라보던 미즈히토는 더없이 고요한 목소리로 유리코를 자신의 방으로 이끄는데 사실 여기서도 난 삐리리씬이 뜰 줄 알았지만(이 남자 이미지가 그렇잖아욧) 그는 조용히 감춰둔 독약을 꺼냈다. 두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약이라고. 유리코는 미즈히토의 덧없는 분위기가 늘 죽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현재의 육신을 벗어던지고 나비가 되어 같이 날아다니자며 약을 먹는 두 사람.
타이틀 중에서 '나비의 독'은 바로 이 장면의, 나비가 되기 위한 독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마지마를 의심하며 몰래 뒷조사를 했을 경우, 저택은 여전히 불타지만(...) 이번에는 죄다 밖에 있어서 목숨을 건진다. 저택이 불타는데도 묘하게 침착한 마지마. 진실을 알게 된 미즈히토가 마지마를 추궁하지만 마지마는 오히려 니네가 한 짓을 잘 알고 있다며 짐승만도 못하다고 매도한다. 그러자 미즈히토는 어차피 이제 상관이 없어질 사람이기에 말해준다며 자신들이 실제 친남매가 아니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밝힌다. 그러자 어쩐 일인지 그 말에 충격을 받은 마지마는 당신들은 이 저주에 침식당하지 않아 다행이라며 불타는 저택으로 뛰어들어간다. 여기서 마지마의 감정은 본인 루트를 하고 나면 그 속마음을 알게 되는데 그때 더욱 절절하게 와닿는다.
어쨌거나 몇년 뒤 프랑스 파리에서 펼쳐지는 최종장.
저택은 불탔으나 이들에겐 기이한 행운이 겹쳐, 빚도 사라지고 저택이 불타 오갈 데 없어진 남매를 미즈히토의 실제 친가인 시라카와 가에서 도움을 준다. 생부는 이미 죽었으나 그 누나(미즈히토에겐 고모)가 동생의 아이를 거둬준 노미야 가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그림을 다시 공부하게 된 미즈히토는 일본 내에서는 낙선의 고배를 수도 없이 마시지만 포기하지 않고 유리코를 동반해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는데 거기서 미즈히토의 그림이 대박을 쳐서 팔자를 뙇 편다.
그러나 이미 파리에서도 남매로 알려진 이들은 남들 눈에는 어디까지나 근친상간일 수 밖에 없기에 그 애정행각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거기다 불쑥 등장한 시바 때문에 질투와 불안에 사로잡힌 미즈히토는 이제까지 남매라는 굴레에 묶여 아이를 만들지 않고 있었으나 자신은 곧 일본 국적을 버리고 프랑스인이 될 거라고, 두 사람의 결혼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 속삭이며 사랑의 증거를 갖고 싶어 한다.
그런 미즈히토를 본 나는 이미 눈물콧물 다 흘리며 제정신이 아닐 뿐이었긔... 아아 오라버니이이이....
미즈히토와 유리코의 관계에서 중요한 점은, 얘네도 친남매는 아닐지언정 피가 섞여있다는 사실이다. 마지막 남은 마지마 요시키 루트를 타면 앞서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모든 진실이 밝혀져서 그다지 눈에 띄지 않을 뿐, 미즈히토의 생부는 바로 유리코 생모의 친척이니 거슬러 올라가면 같은 혈통임을, 더 나아가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셋 다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잊지 말자. 해피 엔딩에서 마지마는 이들이 저주받은 피에 침식당하지 않았다고 안심했지만 그건 그의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게임을 하다보면 루트에 진입하기 전에 유리코는 마지마에게 연정을 느끼고 있었고, 미즈히토에게 설레였다는 게 명시되어 있다. 유저의 선택 이전에 유리코 자신의 마음이 흔들린 것은 결국 다 피가 이어진 사람들이었다. 노미야 시게코가 죽기 전에 "같은 피가 흐르는 사람밖에 사랑할 수 없다" 는 말을 슬프게도 유리코 자신이, 그리고 유리코를 사랑하는 미즈히토와 마지마 또한 직접 그 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M_미즈히토 CG 더 보긔☆|접기|
CG가 미려한 나비독에서도 유독 미즈히토 건 퀄리티가 높은 것이 많다♡
물론 수위도 높아서 개중에 덜 위험한 것만 적당한 모자이크 칠 후 올림.
이제 마지막 캐릭터. 대박 오브 더 대박.이 게임의 진정한 흑막.최종 보스.
마지마 요시키.
나이 25, 노미야 가의 정원사, 부업아편왕, 노미야 유리코와 동복 남매.
이걸 두고 하는 말이 바로──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우으으 저 눈매하며... 지금 봐도 내 심장이 두근두근 꺅 이 무슨 게임에 안 어울리는 소녀심이냐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사랑해요 마지마★승리의 마지마미즈히토랑 더불어 내 안의 투탑
얘넨 둘 다 내 취향으로 미쳐서 불쌍해서 도저히 내 안에서 우열을 가릴 수가 없긔 역시 게임 타이틀을 거머쥘만한 놈들임(...)
나비의 독이 미즈히토의 이야기라면 꽃의 쇠사슬은 마지마를 두고 하는 말이다.
쇠사슬은 피의 굴레를 표현한 단언데 왜 '꽃'의 쇠사슬이냐면 노미야 유리코의 기본 설정에도 있는 방향제 기능이 그 해답의 열쇠 되시겠다.
앞서 종특이라 표현한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방향제 기능은 바로 얘네 집안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라서.
즉, 마지마 역시 천연 방향제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얘기.
사실 설정에 살짝 구멍이 있는데, 같은 향기라서 서로 못 느꼈다더니 껴안고 맡아보면 난다던가 미즈히토는 같은 향기라서 못 맡았다면서 마지마한테선 맡을 수 있다던가. 왜? 진 히어로라서? 이해는 안 되지만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이 정도 구멍은 애정으로 보듬으며 넘어가주자.
어쨌든 게임 시작하면 제일 처음 등장하는 마지마 요시키. 이 때만해도 내가 이렇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일단 취향이 아니었으니까. 왜냐면 그 등장 CG가
이랬거등. 첫 눈에 내 스타일은 아니었던데다 바로 뒤에 나온 미즈히토가 워낙에 새초롬하니 미형이라 별로 임팩트가 없기도 했고, 앞에서는 얘가 자꾸 최종보스라고 썰만 풀지 내막은 하나도 까발려주지 않아서 이 놈이 대체 뭐라는 거야? 라는 느낌 뿐이었는데──
얘 루트 들어갔더니 시나리오 진짜... 눈물콧물 다 흘리며마지마한테 충성을 맹세했다(...)
마지마 자체가 앞서 모든 루트를 클리어하지 않으면 해금되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마지마는 해피 엔딩을 제일 마지막에 보는 게 여운의 먹먹함이 몇 배로 밀려온다 ㅠ ㅠ (그리고 허탈함도 몇 배로 밀려온다;;)
모든 스토리의 중심에 선 인물로 이미 25년도 전에 이 집안의 비극적인 운명은 그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유리코의 어머니, 시게코는 과거 자신의 친오빠와 사랑에 빠졌었다. 단순히 사랑에 그친게 아니라 이들은 아이까지 갖기에 이르렀는데 이 금단의 아이를 집안에서 인정할 리가 만무하다. 태어난 아이는 하녀의 양자로 보내지고 시게코는 노미야 가로 시집을 가게 된다. 시게코에 대한 사랑이 집착 수준으로 끔찍했던 노미야 자작은 15년 전에 그 사실을 캐내 마지마 일가(당시 성은 달랐겠지만)를 몰살한다. 노미야 자작으로서는 시게코가 다른 남자와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는 점 자체를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즈히토의 이야기에서도 오래 전에 노미야 자작이 시게코의 친오빠가 보낸 기모노를 불태우며 마음의 안정을 찾아 침착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변모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진상을 알게되는 루트와 달리 정확한 연도는 안 나오지만 아마도 서로 맞물린 무렵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노미야 자작은 마지마까지 다 죽은 줄 알았으나 미약하게나마 숨이 붙어있었던 마지마를 그의 친부(시게코의 친오빠이자 유리코의 삼촌)가 구해내 되살린다. 그는 아들을 직접 키우려 했지만 마지마의 마음은 이미 복수심에 불타고 있었다. 마지마는 그 집을 뛰쳐나와 자신을 만든, 자신과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복수를 맹세한다. 한 번은 죽었던 목숨이라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었던 그는 밑바닥부터 기어 올라가 어느새어둠의 아편왕(...)이 되었다. 그리고 이 일족의 씨를 말리려고 노미야 가에 잠입했다가 그만 유리코에게 반해버리고 만다. 물론 유리코도 마지마에게 첫 눈에 반하는데 마지마의 말에 의하면 본능이, 이 몸에 흐르는 피가 그 사람을 사랑하라고 시키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마지마는 앞에 애들하고 선택지가 완전 반대로 독자적인 루트를 가지고 있는데, 앞의 캐릭터 루트 엔딩을 제외하고 남은 모든 엔딩이 마지마와 관련되어 있다. 그 수는 무려 7개. 괜히 진 히어로가 아니다.
마지마 루트 ─ 간직한 마음(秘めた想い) / 악인(悪人) / 이상한 공주님(おかしなお姫様)/여랑지주(女郎蜘蛛)
노말 루트는 유리코가 부모님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풀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노력하다가 시게코의 비밀을 알게 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지막에 범인을 선택할 때 잘못 찍으면 진범인 마지마가 잠든 유리코를 살해, 잘자라고 말하며 끝난다. 말 그대로 오야스미 엔딩. CG도 없다.
제대로 된 범인(마지마)을 선택하면 유리코는 혈혈단신으로 마지마를 찾아가서 자기가 알게 된 진실을 고한다.
이 눈매를 보고 어찌 마음이 설레지 않을 수 있으며
이 미소를 보고 어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으리오.
여러분, 이 화면은 CG가 아니라 스탠딩입니다. 멋지지 않나요
마지마는 유리코를 죽이려 했으나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는 말과 함께 마지막으로 껴안아 같은 향기의 존재를 확인한다.
유리코도 마지마의 향기를 맡고 눈물을 흘리면서 '이 남자는 자신과 피를 나눈, 오빠다!' 라고 절절하게 느끼며
마지마의 가슴에 안긴다. 당황하던 마지마도 유리코의 등 뒤로 팔을 돌리며 서로 강하게 끌어 안는다.
이어지는 마지마의 대사는「내 그림자가 당신에게 옮겨가기 전에 빨리 여길 떠나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俺の影があなたに移らない内に、早くここを去らなきゃいけませんね……)」 였다. 이 대사는 마지마 해피 엔딩을 보고 나면 애절함이 배가 되는데 이미 유리코를 사랑하는 마지마는 유리코가 자신을 더이상 사랑하게 되기 전에, 즉 그 광기가 옮기 전에 떠난 것이다.
마지마가 남긴 건 달콤한 잔향. 식어버린 장미 홍차. 등 뒤에 남은 온기 뿐.
유리코는 행복한 결말 따윈 없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꼭 말하고 싶었다며 허공을 향해 조용히 속삭인다.
「마지마…… 나………… 네가…… (真島……私…………お前のことが……)」
그 뒤 유리코는 진실을 파해쳐 낸 경험을 바탕으로 여탐정으로 활약하며 살다가 문득 모든 진상을 밝힐 수 있었던 열쇠인 도라지 꽃(일본어로 키쿄우=노미야 부부의 시체에 남겨진 꽃=마지마의 양모 이름)을 보고는 마지마를 떠올리며 엔딩을 맞이 하는데 이게 얼마나 먹먹했는지...
구구절절하게 말하지만 이건 해봐야 안다 (이 루트에서도 시바는 끝까지 끈질기게 구혼하며 따라다니지만 이미 너따윈 아오안)
다음은 다른 캐릭터 루트에서 삐끗하면 볼 수 있는 상하이 애완 인형 엔딩.
부모님 시체에 있는 도라지꽃(키쿄우)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면 유리코는 사부로에게 납치당해서 사고를 당하게 되고, 시력과 청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모든 걸 알 수 없게 된 유리코를 누군가가 다른 곳으로 데려가 입히고 씻기고 먹이고 치장하고 사랑해주는데, 유리코는 그 사람에게 친숙한 향기를 맡으며 사랑을 느끼게 되고, 만약 눈이 보인다면 이 사람의 모습이 보고 싶다고, 만약 귀가 들린다면 이 사람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바라지만 자신이 이 사람의 곁에 있을 수 있는 건 눈과 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임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다.
척봐도 알겠지만 이 실루엣은 마지마다. 모르긴 몰라도 노미야 일가 죄다 몰살하고 유리코만 데리고 상하이로 날랐을 듯.
그러다 걱정되서 찾아온 쿄코(유리코 엄마 친구)가 유리코를 지네 집으로 들고 튀어서 남성혐오증이 생긴 유리코와 레즈레즈관계로 발전함.
CG는 몇 개 나오지만 별로 볼 건 없으니까 그냥 생략.
이 엔딩은 엔딩 자체보다 뒷 얘기가 약간 궁금해지는 엔딩이었다.
타이틀인 女郎蜘蛛는 일본어로 죠로구모. 무당거미를 가리키는 말임과 동시에 아름다운 여자로 둔갑해서 유혹한 남자를 잡아먹는 거미 요괴의 이름이기도 하다. 왜 이런 타이틀이 붙었냐면 성폭행을 당한 뒤에 자신의 나약함을 뼈저리게 깨달은 유리코는 잠자코 당하는 게 아니라 남자를 먹어치우는 존재가 되기를 바라고 그 롤모델로 쿄코를 선택했기 때문. 엔딩의 끝 무렵에 유리코가 자신을 강간한 사부로의 처형을 냉정하게 말하는 부분에서 앞으로 쿄코처럼 변모해 나갈 유리코의 모습을 잠깐 엿볼 수는 있다.
이제 또 눈물콧물 쓰나미가 몰아칠 애절돋는 엔딩의 차례가 다시 왔다.
아 대체 무슨 게임이 구석구석 애절폭탄 지뢰밭이냐며...
이번 엔딩은 마지마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넉다운 된 플레이어를 수도 없이 양산했을 이상한 공주님 되시겠다.
여기서 유리코는 사부로에게 강간당할 뻔 하나 되려 사부로를 찔러 죽이고 살인자가 되어 패닉에 빠진다. 그걸 발견한 마지마가 사부로의 시체를 숨겨서 증거를 인멸해 죄를 덮어준다. 그리고 어느샌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게 된 미즈히토와 그를 찾으러 나간 후지타마저 사라지고 저택에는 유리코와 마지마만이 남는다. 저택을 팔아서 빚을 변제하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도 정원에는 사부로의 시체를 파묻었기에 그럴 수도 없는 상황에서 유리코는 점점 미쳐간다(뱀발이지만 사부로는 아마 유리코 손에 죽은 게 아닌 걸로 추측). 정신이 반쯤 나간 유리코에게 모든 진실을 털어놓는 마지마. 그러나 이미 유리코의 정신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뒤라 그녀는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하며(하지만 유저는 모든 진실을 마지마의 입으로 네타당하며-_- 여기선 운만 띄우고 해피엔드에서 다 까발려야 포텐 터지는건데 아오!!) 마지마가 시키는 대로 한다.
마지마는 자신도 혼자고, 아가씨도 혼자니 둘이 저택을 지키며 같이 있는 게 가장 좋다는 말과 함께 유리코를 매춘굴에 팔아 넘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마는 자신이 팔아넘긴 유리코를 일부러 '사서' 안는다. 그것도 고통스럽게 눈물을 뚝뚝 흘려가며. 바로 이게 일그러진 마지마의 사랑인 것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 있을 리가 없다. 마지마도 유리코도 자신의 마음을 서로에게 고백하지 않았으니까. 마지마는 유리코의 마음을 알 수 없었기에 유리코를 여기까지 타락시킬 수 있었겠지만.
끝까지 괴롭혀주고 싶었는데 그보다 먼저 마음이 망가진 당신은 너무나도 밉살스런 사람이라며, 그 순수한 눈동자는 자신의 죄를 더욱 자각시키기 위해서냐며 울먹이는 마지마... 마지마가 울먹이는 순간부터 나도 정줄을 놨을 뿐이긔... 어쩜 이렇게 마지마 엔딩은 눈물콧물 다 뽑는 최루탄 난사란 말이던가. 이 엔딩에서 마지마 최후의 대사 「姫様……愛しています……」를 듣는 순간은 혼절만이 답이다
유리코는 이 말을 듣기 위해서, 이 말을 듣는 순간만을 위해서 숨을 쉬고 있다고, 당장이라도 혀를 끊고 싶은 충동을 견디고 있노라 고백하며 끝난다. 완전히 미친 게 아니라는 방증이기에 더욱 서글픈 결말이다.
남은 엔딩인 간직한 마음과 악인은 마지마 루트의 큰 분기─ 유리코가 자신의 마음을 마지마에게 고백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고백하지 않으면 마지마는 복수를 실행하여 노미야 일가를 몰락하게 만들고(앞서 다른 루트처럼), 고백하면 계획을 중지한다.
결국 마지마의 복수극은유리코가 자길 좋아하느냐 안 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ㅅ-
마지마가 노미야 가에 들어온 건 유리코의 사춘기 무렵이라고 하니 이미 몇 년이나 지난 뒤다. 첫 눈에 유리코에게 반해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유리코의 곁에 머물고 싶었던 마지마는 복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지만 그 계획을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왔다는 걸 알게 되는데, 그게 바로 게임의 시작인 유리코의 생일 연회다. 이 연회는 유리코의 생일 축하 뿐만이 아니라 결혼 상대도 결정하는 자리였기 때문.
다른 남자에게 뺏길 바에야 모두 없애버리고 말겠다는 질투심이 사그라들었던 복수의 도화선이 되어버린 거다.
잘 기억하자. 복수심과 질투심은 종이 한장 차이라는 걸(...)
어쨌든 유리코의 고백을 들은 마지마는 방황하게 된다. 당장이라도 유리코를 자신의 걸로 만들고 싶은 마음과 광기에 물들지 않게 떠나보내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그러나 유리코는 한결같이 마지마를 사랑하며, 마지마가 거절하는 건 오로지 신분차이에 있다고 생각해서 화족의 영애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 자립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가출을 감행하여 홀로서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그런 유리코를 찾아온 마지마가 자신은 이제 노미야 가를 떠나겠다고 할 때 데려가 달라고 눈물콧물 줄줄 짜면 악인 엔딩, 그럼 자신도 노미야 가로 돌아가지 않고 수녀가 되서 일생을 마치겠노라고 튕기면 간직한 마음 엔딩으로 나뉜다.
악인 엔딩시에 뜨는 CG. 마지마는 유리코를 상하이로 데려가서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자신의 여동생이라 주위에 공언하며 곁에 둔다.
그러나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유리코는 자신에게 오빠는 미즈히토 뿐이라며 여전히 마지마를 사랑하지만, 마지마는 그런 유리코에게는 손가락 하나도 대지 않고 날마다 여자를 안는다. 유리코에게 단 하나의 위안이 되어주는 건 그나마 그 여자들이 전부 다른 여자라는, 즉 마지마가 마음에 둔 여자는 없다는 것 뿐이었다. 이 엔딩도 상상의 나래를 사방팔방으로 펼치게 하지만 이건 팬디스크에서나 기대하도록 하자. 마지마가 유리코를 사랑하고 있는 건 분명해도 게임 상에서는 그냥 믿을 수 있는 오른팔로밖에 안 써먹으니까 (더군다나 유리코는 마지마가 자신을 여자로 사랑한다는 자체도 모르고 있겠지)
어쨌든 유리코는 마지마를 사랑하니까 그를 해하려는 모든 것을 결코 그냥 내버려두지 않으며 명실공히 조직의 넘버 2가 되는데
이 남매 별명은 어둠의 아편왕과 얼음의 여제다(...)
구린 별명은 이미 어쩔 수 없고, 팬디스크에서 시나리오 라이터가 신내림을 받아 이 엔딩을 승천시켜주길 간곡하게 바라고 있다. 는 팬디스크 하고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헛된 쿰을 쿠었구나...
대망의 마지막 엔딩 간직한 마음.
기대를 너무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밋밋했지만 마지마의 미친 순애보를 확인할 수 있다.
수녀가 되어 버리겠다는 유리코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으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 유리코는 집에 가면 헤어질 수 밖에 없다고 그대로 도망치자고 하지만 마지마는 노미야 부부에게 당신을 달라고 말하겠노라며 저택으로 데려간다. 물론 허락을 받을 리가 없고, 마지마 본인도 허락 받으러 온 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럼 대체 왜 온거냐는 그들의 의문에 마지마는 자신의 정체를 넌지시 암시하고 마지마가 아들임을 깨달은 시게코는 충격에 휩싸여 마지마가 유리코를 데려가는 걸 내버려둘 수 밖에 없었다. 이건 시게코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죄를 명백하게 형태로 보여준, 일종의 복수극이기도 하다.
그리고 경사스러운 근친상간 애정을 확인하는 시간. 앞에서 눈물콧물 다 빼서 이제 남은 게 없다. 그냥 본다...
역시 사랑하는 남자는 뭐가 달라도 다른지 삐리리씬에서 유리코 태도부터가 확연한 차이가 있다 (...)
얼마나 혼을 빼놨는지 이 걸로 짐작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_-)
그리고 이어지는 최종장은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마지마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 그건 최고로 행복하면서도 너무나 괴로운 시련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가씨와 ―――― 유리코와 부부가 되었다.
그렇다 ――――『친누이』와.
물론 그녀는 그걸 모른다. 친오빠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따위는.
나도 평생 말할 일은 없겠지.
만약 그 사실을 누군가가 그녀에게 알리려 한다면, 난 망설이지 않고 그 녀석을 없앨 것이다.
이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자.
그래, 지금까지 이상으로 비정해져야 한다 ―――― 아내이자 여동생인, 사랑스러운 그녀를 위해서.
마지마의 입으로 모든 진실이 세세하게 드러나지만 이미 알 건 다 알고 있으니까 별 다를 건 없고 그냥 둘이 결혼해서 죽고 못 산다는 뒷 얘기를 볼 수 있다. 서로의 향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서로의 존재가 마약과도 같은 존재라고 하는데─ 피의 굴레와 더불어 서로가 서로에게 빠져서 헤어날 수 없는 속박, 과연 '꽃의 쇠사슬'이다.
아, 마지마가 씨없는 수박 생식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ㅇㅇ 노미야 자작한테 죽을 뻔해서 사경을 넘나드는 고열 뒤에 아이를 남길 능력이 없어진 것 같다며 이거 하나만은 감사한다고. 아이를 남길 수 없으니 이들은 부모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리코는 마지마의 진짜 직업도, 혈연 관계도 무엇하나 모른다(그러니 마지마 시점으로 진행될 수 밖에). 마지마는 모든 어두운 진실에서 유리코를 지킬 것이며 진실을 알리려고 하는 자는 망설이지 않고 없애서 유리코를 행복하게만 만드리라 다짐하며 끝을 맺는다. 마지마가 자기 혼자 똥물 다 뒤집어 쓰고 유리코는 어떻게든 깨끗하게 지키려는 순애보는 돋지만 앞서 별별의 구구절절 애절애절 돋는 엔딩을 겪어온 유저 입장에서는 상당히 김빠지는 엔딩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유리코도 진실을 알게 되서, 그걸 알고 있다는 걸 필사적으로 마지마한테 감추려고 한다던가 하는 시츄에이션은 생각 못한 거임?! 둘 다 남매인 걸 알게 되서 근친상간의 죄악에 미쳐간다던가 하는 그런 엔딩도 있을 수 있고.
진짜오빠보다 가짜오빠가 더 두근두근한 엔딩인 건 어째서냐고요;ㅁ;
레알 이게 최선이었냐고!! 진 엔딩 주제에에에에에!!
... 그래도 아름다운 CG로 마무리. 아마도 이 게임에서 가장 아름답고 서글픈 CG
얘 CG는 살색이 많아서 건질 게 몇 장 없다(...)
이렇게 유저의 혼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는 게임을 다 끝마치고 나면 오마케가 열리는데 제작진의 말에 따르면 이게 바로 진정한 트루 엔딩이다. 제작진 마저 포기한 트루 엔드(...) 시바, 후지타, 히데오, 미즈히토, 마지마, 쿄우코, 덤으로 사부로까지 총 출동해서 서로 사이좋게 까고 까이면서 이 지긋지긋하고 어둡고 서글픈 게임을 훈훈하게 마무리하려는 의도인 듯 하다. 그리고 물론 난 그 의도대로 뿜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