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유령이 아니라 인간이니까 괴인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작품이라 이걸 국내 번역을 따라 오페라의 유령으로 쓸 것이냐, 그걸 모티브로 한 일본 게임이니 일본 번역을 따라 오페라좌의 괴인으로 쓸 것이냐를 두고 잠깐 고민했는데 원작과의 차이점 및 게임 자체의 완성도나 게임 내 분위기에 맞춰서 그냥 섬나라 식으로 쓰는 걸로.
미라이 사의 게임을 플레이한 건 이게 처음이다. 결론부터 말해서─ 앞으로도 미라이라는 이름만 보고 게임을 할 생각은 없다.
보통 게임을 하나 해보고 재밌으면 그 회사의 다른 게임에도 흥미를 가지고 플레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내게 이 대표적인 예로는 니트로 플러스 키랄, 퀸로제, 아로마리에가 있다) 미라이를 이 대열에 끼울 마음은 들지 않는다는 뜻.
그렇다.
나름 상냥하게 돌려서 말했지만 그냥 까놓고 말해서 게임이 별로였다는 뜻이다.
뭐가 별로였는지 자세한 내용은 본격 리뷰에 들어가서 기술하기로 하고 일단 전체적으로 한 번 훑어보자.
공략 캐릭터는 총 다섯.
엔딩 갯수는 캐릭별로도 차이가 꽤 나는 편이고 other end 및 따로 기록되지 않는 bad end까지 포함하면 숫자가 제법 된다.
게임 볼륨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기가 좀 그런 게, 워낙에 잠깐 하다가 말다가 딴짓하다가 다시 하다가... 를 반복하느라 얼마나 걸렸는지 잘 모르기 때문인데 일단 짧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다. 뭐, 짧건 길건 시나리오가 루즈하고 긴박감이 별로(라고 쓰고 거의라고 읽자) 없기 때문에 지루해서 짧은 것도 길게 느껴지는 매직을 제공하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으려나.
진히어로 격인 한 캐릭터(라고 해도 너무 뻔해서 다 알겠지만)를 제외하고 나머지 넷은 공통 부분이 존재한다.
요즘 공통 루트가 없는 게임을 좀 연달아 하다보니 간만의 공통 루트라 더 지루하게 여긴 감이 있을지도(는 어차피 스킵).
공통 부분이 좀 지루하더라도 엔딩 하나를 보고 나면 분기점에서 세이브한 걸 로드해서 다른 엔딩을 보는 것보다 처음부터 새로하는 걸 추천한다. 이유는 이 게임은 2회차에서 새로운 시나리오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기 때문.
공통 루트 외에 캐릭터 개별 루트도 하나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뉜다. 너무 평범해서 하품하며 무념무상 클릭하게 만드는 루트와 나름 얽히고 섥혀서 공략 캐릭터들이 흑화하는 루트(그나마 후자가 낫다). 이건 분명히 칭찬해야할 점이긴 한데 시나리오 라이터의 능력이 부족한 탓인지, 그냥 나한테 안 맞아서 그런지 괜히 게임을 엿가락처럼 늘렸다는 느낌.
다 떠나서 이 게임에서 제일 볼만한 건 CG다. CG 보려고 게임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CG는(만) 미려한 편.
쩔어준다고 극찬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구도가 왜 저래 싶은 것도 존재함) 스탠딩CG가 이벤트CG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는 된다.
자, 이제 본격 리뷰로 들어가기에 앞서
- 나는 이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 했다
- 나는 이 게임을 할 예정이 있다
- 나는 근친물에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
위 사항에 포함되는 사람은 요약글을 클릭하지 말고 여기서 페이지를 닫자.
아래 쓰여질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문제가 아니라 그다지 좋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 것임을 미리 일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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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 프랑스 파리의 오페라좌.
그곳은 유럽의 가수들이 무대에 서기를 꿈꾸는 장소.
그러나 오페라좌에는 괴인이 있다는 무서운 소문이 있었다.
실력이 늘지 않는 걸 고민하던 오페라좌의 가수, 주인공 크리스틴.
그녀에게 어디에선지 모를 "아름다운 목소리"가 말을 걸어온다.
크리스틴은 그 "아름다운 목소리"에 이끌리는 것처럼 노래 레슨을 받기 시작하지만……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건,
오페라좌에 모인 다섯 명의 남자들이 펼치는 다정하면서도 미쳐버릴 것 같은 사랑의 술책에
크리스틴이 농락당하고 유혹받는 애증의 연회.
제각각의 기구한 운명이 겹쳐, 애절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떤 자는 지나치게 한결같이 사랑한 나머지 광란과 망집에 몸을 물들이고,
어떤 자는 간직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해 쾌락과 속박의 포로가 되며,
또 어떤 자는 사랑에 현혹되어 배덕과 금단의 밀월로 떨어져 간다.
「 너를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겠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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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게임을 올클리어하고 리뷰에 참고하려고 공식 홈페이지 가서 보고 번역한 시놉시스.
여기서도 제작사가 소비자를 상대로 또 약을 팔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이 시놉시스 자체가 틀린 말은 아니다.
애초에 모티브로 한 원작 자체가 밝고 명랑한 내용은 아니므로 이 게임 타이틀을 보고 그런 걸 기대하지 않는 만큼, 스토리 개요에도 농락, 애증, 광란, 망집, 속박, 배덕, 금단, 밀월 등 각종 칙칙하고 끈적한 단어 투성이다.
근데 문제는 게임 내내 그런 음습한 분위기도, 오페라좌를 떠도는 불길한 소문과 피비린내 나는 사건도 전혀, 정말이지 하나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는 어차피 방관자에 지나지 않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지만, 게임이건 영화건 소설이건 그 방관자에 지나지 않는 대상을 얼마나 몰입을 시킬 수 있느냐 아니냐가 바로 성패를 가르는 갈림길인 것이다. 그런데 설정만 해놔봤자 그걸 못 느끼면 말짱 꽝 아닌가? 무섭지 않은 공포 영화를 성공적이라고 쳐줄 사람이 어딨겠냔 말이다.
리뷰를 쓸 때 간혹 얘기하지만 여성향 게임이 흥하기 위해서는 스토리나 공략 캐릭터 둘 중 하나는 잡아줘야 한다.
둘 다 잡으면 명작이 되는 거고, 비록 둘 다는 아니지만 어느 하나라도 잡으면 재밌는 게임이 된다.
그리고 이 게임은 둘 다 어필하는데 실패한 게임에 속한다 ㄱ-
크리스틴 다에
「 아버지, 부디 지켜봐 주세요…… 」
얌전하지만 심지가 강한 여주인공.
프리마돈나를 목표로 매일 노래 연습을 하고 있지만
실력이 늘지 않는 점에 컴플렉스를 품고 있다.
어느 날부터 음악의 천사에게 레슨을 받게 되어
프리마돈나로서의 계단을 올라간다.
어... 사실 스샷이 있었는데 원글에서 짤렸는지 사라져 있었다.
그렇다고 다시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스샷할 정성 따윈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그냥 생략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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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워낙 개성적인 여주인공이 많아서 그런지 간만에 이런 소극적이고 평범한 여주인공이 신선하긴 했다. 그렇지만 역시나 입체적이질 못해서 재미가 없다.
게임을 하다보면 간혹 3인칭, 혹은 공략 캐릭터 시점이 나올 때가 있는데 이 게임은 거의 크리스틴의 1인칭 시점으로 흘러간다(뭐 많은여성향 게임이 다 그렇듯이), 이 1인칭 시점은 주인공의 심리를 표현하기엔 쉬울지 몰라도 잘못 쓰면 정말 지루하고 단조롭기 짝이 없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는데 이 시나리오가 딱 그 꼴이다.
일부러 의도한 건지 아니면 그냥 못 써서 그런 건지, 깊은 생각이나 고민을 하는 티가 안 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시나리오 라이터의 어휘력 및 문장력 부족인 듯.
어쨌거나 그 덕에 지문이 지루해서 게임 진도를 빼기 힘들었다는 점이 제일 인상에 남았다.
게임 시점에서는 천애고아로, 과거 회상을 보면 원래 가족은 아버지와 오빠가 있는 3인 가정이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오빠가 사라지고 아버지는 그 일로 마음에 병을 얻어 앓다가 사망했다고 한다. 그 뒤 고아원에서 자라긴 했어도 남몰래 그녀를 후원해주는 사람이 있어 크게 가난에 시달리거나 불편한 생활을 겪지는 않은 것 같다. 때때로 정체 모를 악몽에 시달리며 잠에서 깨어나는데, 특정 루트에서 밝혀지는 사실에 의하면 어린 시절 열병에 걸려서 부분적인 기억 상실에 걸렸었다고.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던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오페라좌 지배인 비서(레미)의 추천으로 오디션을 보고 합격해서 꿈에 그리던 오페라좌에 입단한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고 아버지가 얘기하던 '음악의 천사'라고 여기며 그에게서 레슨을 받기 시작한다.
그녀가 입단한 뒤 오페라좌의 괴인은 그녀를 프리마돈나로 무대에 세우라는 협박장을 보내고 그 때문에 주위의 의혹어린 시선에 마음 고생을... 하긴 하는데 그게 진짜 별로 안 심각해 보이는 게 문제다.
엑스트라들이 빈정거린다던가 괴롭히는 장면도 있기는 있지만 어필부족으로 fail.
기본적으로 수동적이라 굉장히 갑갑하고 공략 캐릭터들한테 휩쓸려 가기 쉽다.
즉, 유저들의 복장을 뒤집어 놓기도 쉽다.
오페라좌의 괴인
「 넌 나의 것이다! 아무한테도 넘겨주지 않겠어……!! 」
얼굴에 가면을 쓴 의문의 남자로,
오페라좌의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존재.
어느 날 크리스틴에게 노래의 레슨을 제안한다.
평소에는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가
크리스틴에게 노래 레슨을 해주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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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그 유명한 팬텀.
하지만 설정은 꽤 다르다. 선천적으로 얼굴이 흉측한 팬텀과는 달리 이 괴인은 어릴 때 크리스틴을 지키다가 얼굴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즉, 첫 만남의 설정도 다르다는 얘기. 원래는 어린 시절부터 이미 가족처럼 가까이 지낸 사이이며 가족을 잃은 크리스틴에게 꾸준히 돈과 편지로 남몰래 후원해왔다는 스토리가 존재한다.
크리스틴이 가족을 잃은 게 자기 때문이라고 자책하며 프리마돈나가 되고 싶어하는 그녀의 꿈을 이뤄주려고 하지만... 근데 정작 크리스틴을 오페라좌에 열리는 오디션에 추천한 건 레미였다는 거.
그러니까 크리스틴의 프리마돈나 드림을 이뤄주고 싶다는 괴인의 숙원은 레미가 없었으면 얘는 시도도 못했을 거라는, 사상누각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성립하고 있는 설정이 거슬린다.
다른 루트에서는 오페라좌에 들어가기 전에서는 만날 일이 없지만, 그의 루트에서는 입단 전에 거리에서 마술을 공연하는 그를 크리스틴이 발견하고 아는 사이가 된다. 근데 자기랑 계속 관계를 지속하면 크리스틴에게 좋을 일이 없다고 판단하고 세계 순회를 떠난다는 뻥을 치고 그녀 앞에서 자취를 감춘 뒤 오페라좌에서 음악의 천사님으로 등장(왜?;).
어릴 때부터 가족이나 다름없었다는 그를 크리스틴이 알아보지 못하는 건 앞서 말했던 열병 탓에 그에 대한 기억만이 쏙 빠져있었기 때문이란다.
본명은 에릭. 크리스틴을 지키려고 할 때 분명히 상처는 이렇게 입었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알 수 없다. 분명히 칼빵 한 줄 맞았잖아? 눈동자는 왜 또 멀쩡한 거임??
이건 필시 봐줄 수도 없게 못 생겼다는 원작 설정을 그대로 따라갈 수 없어서 둔 무리수가 아닐까 함.
어쨌거나 다른 공략 캐릭터들의 엔딩을 각 1개 이상 클리어해야 루트가 열리기 때문에 사실상 제일 마지막에 플레이하게 되며, 그간 쌓인 복선과 궁금증을 해소하는 역할의 진 히어로. 그러나 CG 수도 엔딩 수도 다른 캐릭터한테 확 밀리는데다 시나리오도 그저 그렇고 무엇보다 성우 궁합이 별로인 안습캐.
오페라좌에서 괴인이 크리스틴한테 말을 거는 순간 크리스틴은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목소리인가'라며 감탄하지만, 아니 글쎄요...
성우는 콘도 타카시로, 이 분이 담당한 게임 캐릭터를 몇 개 꼽아보자면 나비독의 마지마, 디아러버의 스바루, 마주의 밀러 등등 연기력이나 목소리로 흠잡고 싶은 부분은 없다. 다만 게임 내에서 명시하는 '미성'하고는 거리가 좀 멀지 않습니까, 제작사 님들아.
적어도 내 귀에는 결코 미성으로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따지자면 영화에서의 팬텀도 미성이라고 하기 좀 그렇지만 적어도 그분은 노래가!!)한층 더 몰입할 수 없었다고나 할까... 크리스틴이 아름다운 목소리라며 뿅 갈 때마다 나는 짜게 식었다.
자기 트루 루트에서는 순애 돋는 괴인인데 남의 루트에서는 각종 악역에 어떨 땐 크리스틴을 강간해서 애 인생을 꼬이게 만드는 장본인.
야, 크리스틴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며?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냐?
게다가 말도 왔다갔다 한다. 자기랑 관련되면 좋을 게 없다고 자취 감춰놓고 음악의 천사인 척 하면서 앞에 나타나서 꼬아놓는다던가,
크리스틴하고 서로 마음이 통해서 사랑하게 됐을 때는 널 다시는 떼어놓지 않겠다느니, 자기도 같이 있고 싶다는 크리스틴한테 니가 싫어해도 놔주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쎄게 나가놓고 엔딩으로 가니까 짤없이 버린 채 자기 할 일 하러 간다던가
자기 복수는 해야겠고, 크리스틴은 사랑하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는데 딴 놈하고 붙어먹으면 열 받아서 돌아가시겠고...
이런 모순을 안은 캐릭터가 드문 건 아니지만 얘는 그게 너무 어필이 안 되서 망한 케이스 되겠다.
또 눈에 거슬리는 점 중에 하나는 일인칭.
중간에 혼잣말 할 때 오레를 쓰는 걸 봤는데 다른 장면에서는 혼잣말이건 남 앞에서건 무조건 와타시로 통일.
시나리오 여러 명이서 나눠 썼니?
어쨌든, 그러니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면,
난 마지마도 좋아하고 스바루도 좋아하지만 괴인은 안 좋아해요.
하여간 진 히어로니 타이틀 메인이니 뭐니 떠들어봤자 현실은 고작 엔딩 3개.
거기다 제대로 된 해피 엔딩은 하나도 없으니 기대하지 말자. 더 가공할 사실은 트루 루트라고 할만한 엔딩에는 CG가 없다는 거다(...)
엔딩은 꿈에서 깨어나(夢から醒めて), 사랑스러운 사람의 목소리(愛おしい人の声), 절망의 빛(絶望の光) 세 가지다.
첫번째는 그나마 마지막에 괴인이 크리스틴을 찾아오면서 끝나고(하지만 CG가 없지)
두번째는 애가 혼자 꿈에서라도 사랑하는 사람 목소리를 듣겠다면서 끝나고
세번째는 오페라좌의 지하에서 육욕에 빠져 이챠이챠하면서 끝.
이렇게 허무한 진 히어로는 토가이누 이래로 처음이다
라울 드 샤니
「 나야, 크리스틴. 기억하고 있어? 」
해군이며 필립의 남동생.
자작의 작위를 가진 젊은 귀족.
어릴 때 크리스틴과 만난 적이 있으며 서로 덧없는 첫사랑 사이.
지금까지도 크리스틴을 한결같이 마음에 두고 있는 성실하고 순정적인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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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 크리스틴과 이어지는 인물로 사랑을 손에 넣은 승자.
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공략 캐릭터 1.
공식 엔딩은 4개지만 따로 저장되지 않는 배드 엔딩까지 포함하면 7개,
기타 엔딩까지 포함하면 약 9개나 된다(승자는 망해도 3대를 간다더니).
일단 평범 루트에서는 기억에 남는 게 진짜 없다시피 하고,
본래 캐릭터와 달리 얀데레화 하는 흑화 루트는 약간 할 만 하다.
크리스틴이 어린 시절 라울을 좋아했다는 걸 아는 괴인이 질투심을 불태우며 크리스틴을 강간하고 우연찮게 그 모습을 보게 된 라울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점점 성격이 변해가며 크리스틴을 몰아세우는 과정을 그려낸다.
그렇지만 뭐...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안 된다
일단 평범 루트부터 가보면 말 그대로 평범하게 라울과 크리스틴의 첫사랑이 이뤄진다.
모든 루트에서 일단 괴인은 악역이고, 라울 루트에서는 전반적으로 필립의 반대가 장애물이지만 그나마도 평범 루트에서는 별로 갈등을 조장하는 느낌조차 없다.
이 루트에서 볼 수 있는 엔딩은 총 세가지다.
공식적으로 당신과(晴れて貴方と)
크리스틴은 프리마돈나가 되고 필립의 승락을 받아서 당당하게 결혼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
기다리고 기다린 날(待ちに待った日)
일단 오페라좌는 불나서 망하고 시간이 지나서 필립이 두 사람의 결혼을 인정해준다.
BAD END 1
괴인하고 다투다가 라울 사망. 크리스틴은 그대로 괴인에게 사로잡혀 살아가면서 호시탐탐 괴인을 살해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칼로 찔러봤자 힘이 부족해서 죽일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뒤 그럼 독으로 살해하면 되지 않겠냐는 크리스틴의 웃음으로 끝난다.
흑화 루트로 넘어가면 라울은 크리스틴이 괴인한테 강간당하는 장면을 좋아서 그러는 거라고 오해해서 성격이 점점 뒤틀려간다.
크리스틴의 집에서 괴인한테 편지가 온 것처럼 위장해서 자기 저택으로 데려간다던가, 괴인 때문에 위험하다는 이유를 붙여 오페라좌에 못 나가게 한다던가, 어디선가 피투성이로 돌아와서 괴인한테 당했다는 거짓말을 한다던가, 다른 남자랑(그게 설령 형일지라도) 조금이라도 친해보이면 성깔 나온다던가... 어쨌거나 애가 맛이 갈 때까지 갔기 때문에 어느 엔딩으로 가도 상쾌하지 못한 엔딩 뿐이다.
이쪽 루트 초반에 크리스틴을 좋아했노라며 꽃반지를 끼워주는 순정남 라울(Before)
엔딩 무렵에 인정해주지 않는 필립과 가문을 버리고 두 사람만의 결혼을 올리는 정신나간 라울(After)
괴인 사용 전과 사용 후. 같은 CG 다른 느낌. 두번째 CG를 잘 보자. 애 눈이 제 정신이 아니다
게다가 반지를 끼워줄 때 반지가 작아서 크리스틴이 아프다고 하니까 두 번 다시 뺄 수 없게 일부러 작은 사이즈를 고른 거라며 그 아픔을 느낄 때마다 자기를 생각하랍신다. 원래 멀쩡하던 애들이 한 번 미치면 갈 때까지 가는 법이라는 걸 충실하게 답습하는 캐릭터.
어떤 당신이라도……(どんな貴方でも……)
파리를 떠나 다른 마을에 가서 사는 두 사람이지만 크리스틴이 다른 남자랑 얘기 좀 했다고 난리가 남.
크리스틴은 라울이 어떤 사람이라도 가장 사랑하는데는 변함이 없다고 했... 던 거 같다(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이걸로 뜻대로(これで、思い通り)
아니, 이게 아니라.... 하지만 느낌은 이런 느낌
사이를 인정해주지 않는 필립. 그런 필립에게 형이 말하는 것도 알겠다며 순순히 수긍하는 것처럼 행동한 라울은 남몰래 필립의 식사에 약을 탄다(...). 병에 걸려 쓰러진 채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필립은 마음이 약해져서 두 사람의 결혼을 인정한다.
그 뒤 초점 없이 죽은 눈으로 크리스틴에게 사랑을 고백.
크리스틴은 라울의 옆에 있는 게 애정 때문인지 공포 때문인지 혼란스러워해도 이미 도망칠 길은 없다.
BAD END 2
둘이서만 결혼식을 올리자고 했을 때 바로 수긍하지 않으면 크리스틴을 죽이고 그 뒤를 따라 자살.
BAD END 3
애를 어두운 곳에 가두고 방치 플레이.
바깥은 무서운 곳이라며 세뇌시키며 크리스틴의 멘탈을 부수고 두 번 다시 노래를 하지도, 저택을 나가지도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낸다.
다른 애들도 흑화 루트에서 조금씩 변모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 중에서도 라울이 제일 쎄다.
여자한테 미쳐서 아주 그냥 보이는 게 없다는 느낌.
이 아래로는 라울 엔딩으로 분류되는 게 아니라 other end로 나뉜다.
그 이유는 라울과 필립 사이에서 방황하는 삼각 관계로 진행되기 때문.
그래도 엔딩만 놓고 봤을 때 라울 엔딩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걍 여기다가.
많은 애정을(たくさんの愛情を)
라울 흑화 개인 엔딩처럼 집안 버리고 둘이 나와서 사는 것까지는 같은데 분위기가 좀 심하게 다르다.
평범하게 부부로 생활하는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가 생겼으나 크리스틴은 이 아이에겐 자기들밖에 없다며 염려하자 라울이 그만큼 애정을 듬뿍 쏟으면 되지 않겠냐는 훈훈한 결말.
널 만져도 되는 건, 나 뿐(君に触れていいのは、僕だけ)
라울과 필립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는 엔딩.
필립은 자기 약혼녀랑 결혼하고 크리스틴도 라울과 결혼했으나, 필립과 크리스틴은 남몰래 밀회를 가진다.
그러다가 라울한테 딱 걸리고 애가 또 흑화될 조짐을 보이며 끝.
필립 드 샤니
「 당신은 신비로운 여성이군요. 어쩐지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
라울의 형으로 오페라좌의 후원자.
노르망디 지방을 다스리는 영주이며 백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다.
가문이 결정한 약혼자가 있다.
다정하고 어른스러운 포용력이 있는 성격.
말투는 정중하고 우아하며 아랫사람에게도 상냥하다.
귀족다운 몸가짐으로 늘 차분하고 침착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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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처음 라울을 공략하려다가 원작을 고려할 때 걔는 나중에 하는 편이 좋겠다 싶어서 노선을 변경, 골랐던 게 바로 이 남자다.
왜냐면 기대치가 낮아서. 어쩐지 제일 재미없는 루트일 거 같아서 골랐더니─
아아, 내 이 미칠듯한 감이여... 진짜 볼 거 없는 루트라는 걸 확인했다.
이때 깨달았어야 했는데... 얘만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공략 캐릭터 전원이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는 걸
그는 자기 감정과는 별개로 가문을 가장 우선하는 가치관의 소유자다.
이미 약혼자도 있고 게다가 크리스틴은 평민.
그런 그에게 크리스틴은 처음에는 그냥 관심이 가는 여자에 지나지 않았지만,
크리스틴이 마음에 든다 > 흔들린다 > 안 되겠다, 내가 졌다
이렇게 흘러가는 판에 박은 듯한 로맨스 물이라서 전혀 감흥이 없다.
게다가 갈등의 원인이 될 법한 약혼자 건도 쌍방 다 서로에게 마음이 없는 정략이었기 때문에 갈등 축에도 못 들어간다.
당신이 있어 준다면(貴女がいてくれるなら)
파혼하고 크리스틴과 장래를 맹세한 사이가 되지만 괴인은 그걸 좌시하지 않고 공격해온다. 그런 필립을 감싸다 상처를 입은 크리스틴의 가수 인생은 쫑나고 그냥 오페라를 좋아하는 백작 부인으로 살아간다는 엔딩.
당신의 발자국 소리(あなたの足音)
약혼자랑 그대로 결혼하고 크리스틴을 정부로 둔다. 엔딩명은 크리스틴이 필립이 찾아오는 발소리를 기다리는 내용에서 기인한 것.
두번째 루트에서는 라울이랑 엮이길래 형제 양다리라도 하는 줄 알았더랬다. 뚜껑을 열어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렸음.
여기서의 크리스틴은 라울을 좋아하며 알콩달콩 사랑하고, 필립은 가문의 차이를 들먹이며 그들의 사이를 반대한다.
어차피 여자는 거기서 거기라며 크리스틴을 꼬셔서 라울의 눈을 뜨게 해주려는 흑심을 품은 필립이지만 크리스틴의 한결같은 모습을 보고 생각을 고쳐먹게 될 즈음, 라울은 전쟁에 나가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져온다.
그 뒤 크리스틴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위로해주는 필립에게 마음을 열며 새로운 사랑을 싹 틔우고, 필립이 기어이 약혼까지 해소하며 함께 하려고 하는 찰나 라울이 생환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시작되는 갈등.
라울에게 필립과의 관계를 당당히 밝히느냐 마느냐로 엔딩이 갈린다.
평범 루트보다는 나은 두번째 루트지만 딱히 필립이 흑화한다는 느낌은 없고 라울과 필립 사이에서 갈등하는 크리스틴을 뒷통수 한 대 갈겨주고 싶었던 루트.
최고의 선물(最高の贈り物)
라울한테 제대로 필립과의 사이를 고백하고, 필립은 원래 약혼자랑 파혼하고 크리스틴이랑 약혼, 프리마돈나도 되고 사랑도 얻고.
교착하는 마음(交錯した想い)
필립을 좋아하는 상태로 라울이랑 결혼.
미뤄둔 채로……(先延ばしにしたままで…… )
필립과 라울 양다리를 걸친 채 시간은 흘러간다 -ㅅ-
마찬가지로 other end로 분류되지만 어디까지나 필립엔딩으로 보이는 엔딩 하나 더.
언젠가 꼭(いつか、きっと)
다른 장애물은 다 넘어섰는데 아직 샤니 가에서 정식으로 인정을 안해줌.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꼭 가문의 인정을 받아내겠다는 필립의 말에서 기인한 엔딩명.
참고로 얘는 배드 엔딩이 없다.
피르맹 리샤르
「그 정도로 궁시렁거리지 마. … 아니면 내가 입 다물게 해줄까」
오페라좌의 새로운 지배인.
언뜻 보기엔 상냥하고 정중하게 대해주지만
본성은 어둡고 냉혹하며 타인에게 일절 용서가 없는 성격.
윗사람을 대할 때도 비아냥이나 거만함이 드러나며 그걸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음악가로서의 일면과 함께 실업가로서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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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상으로는 음악가이며 오페르좌의 새로운 지배인.
그러나 뒤로는 밀리외(우리나라 식으로 말하자면 조폭)의 우두머리.
음....
음.......
음............
음.................?
저거 말고 이 남자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이 뭐가 있더라.
캐릭터 설명에 나온 내용이랑 이면의 얼굴이 조폭 두목이라는 거 말고 이 남자한테 대체 뭐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누가 나한테 이 남자의 매력 좀 설명해줘요.
얘 루트로 가면 괴인을 대신해서 크리스틴한테 노래 레슨을 시켜준다. 그러다가 눈 맞고 하는 거지 뭘. 근데 진짜 리뷰를 쓰긴 써야겠는데 이 남자에 대해서는 뭘 어떻게 써야할지 지금 내 머릿속이 백지상태다. 기억이 하나도 안 남. CG를 보면서 돌이켜봐도 그 상황만 생각나고 어떻게 연결이 되었는지 떠오르지가 않는다. 그렇다고 다시 플레이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냥 쿨하게 넘어가기로.
스토리 대신 CG로 떼우기.
스토리 자체가 아예 기억이 안 나는 건 아닌데 별로 쓸 내용이 없다는 게 문제.
어지간하면 이렇게 안 넘어가는데 진짜 더럽게 인상에 안 남았나보다.
좋고 싫고를 떠나서 기억에 안 남으니까 뭐라고 깔 말도 없다 ㄱ-;
그런 의미에서 닥치고 엔딩.
최고의 프리마돈나(最高のプリマドンナ)
그냥 최고의 프리마돈나가 됐나보다....(...)
BAD END 1
크리스틴이 죽는다.
위의 루트가 평범하게 크리스틴한테 노래를 가르치며 프리마돈나로 키운다면 이 루트는 크리스틴과 괴인이 모종의 관계에 있는 사이가 아닌가 의심하며 한 편으로는 괴인을 쫓기 위해 크리스틴을 자기 저택에 가둬두면서 점점 사랑으로 발전한다.
널 곤란하게 해도 되는 건(お前を困らせていいのは)
그냥 크리스틴을 곤란하게 해도 되는 건 리샤르 뿐인가 보다.....(...)
BAD END 2
크리스틴이 죽는다 2.
other end 쪽에서는 라울 필립 루트에서 삼각 관계를 펼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리샤르와 레미 사이에서 오락가락한다.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라울 필립 루트보다 더 두드러진달까...
사랑해(愛してる)
레미 차고 리샤르를 고르면 레미는 오페라좌에서 사라진다.
쾌락의 늪으로(快楽の淵へ)
other 3번째 엔딩은 두 사람과의 사이를 동시에 유지하는 엔딩인데 여기서는 아예 쓰리썸으로 나간다.
난 지금 엔딩 CG가 어느 건지도 구별이 안 가는 상황에 놓여있다.......
워낙에 떡CG가 많아서 그걸 다 구별하는 것도 쉽지가 않고 모자이크 칠해가며 올릴 애정도 없어.....
내가 이 게임 리뷰를 왜 쓰기 시작했더라?
레미
「 당신은 오페라좌에 있어서 불이익 밖에 되지 않습니다 」
리샤르 가의 집사장이며 오페라좌의 지배인 비서이기도 하다.
과묵하고 필요없는 말은 하지 않으며 표정에도 감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대단히 유능해서 리샤르의 명령을 실수없이 충실하게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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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는 없는 오리지널 캐릭터.
그 정체는 사실 크리스틴이 어릴 때 생이별한 오빠 카일 다에다. 오빠가 왜 공략 대상이냐, 사실은 혈연 관계가 없는 남 아니냐는 질문은 고이 넣어두자. 하다못해 이복 남매였다던가 하는 비하인드 스토리 따위조차 없는 그냥 친오빠다. 이쯤 되면 너무 쿨해서 오히려 상쾌할 정도.
근데 근친스러운 냄새가 하나도 안 난다는 게 함정.
같은 섬나라의 모 게임은 근친 게임은 이복 남매끼리도, 비혈연 남매끼리도 오만 난리가 다 나는데 정작 친남매인 얘네는 진짜 쌈박하게 받아들인다 ㄱ-;
시놉시스에 쓰여진 배덕과 금단의 밀월이 어쩌니 하는 부분은 바로 이 남자를 두고 하는 말이건만 왜 실제 플레이에서는 배덕도 금단도 느껴지질 않는 거니!
어쩐지 처음에 크리스틴이 오빠랑 생이별한 과거를 떠올릴 때부터 '공략 캐릭터 중에 섞여있을 거 같다' 싶었는데 혹시가 역시가 되더라는, 뭐 그런 얘기.
어쨌거나 모든 캐릭터를 통틀어서 개인 엔딩만 8개라는 위엄을 자랑하는데다 이 게임 내에서 제일 애절한 엔딩도 이 남자의 차지이며 심지어 루트도 3개로 나뉜다. 이쯤되면 제작사의 푸쉬를 많이 받았다는 티가 나는 정도가 아니라 얘를 진 히어로라고 내세워도 될 정도다. 타이틀 화면의 괴인은 페이크다 이 병X들아!라는 게 제작진의 진의인가?
리샤르가 조직의 우두머리라는 이면을 가지고 있듯이 그도 조직의 일원이며 어린시절 그가 가족 앞에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게 됐던 원인도, 크리스틴을 재회해서도 자기가 오빠라는 걸 밝히지 못했던 이유도 다 그 때문이다. 가족에게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 있기 때문이라나. 크리스틴도 처음에 친오빠라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 해서 좀 답답하지만 어릴 때 생이별했으니 그렇다고 치자. 어릴 때랑 얼굴이 많이 달라졌겠지 뭐.
첫 공략에서는 무조건 특정 엔딩으로 끝나기 때문에 원하는 엔딩을 따로 보려면 필히 2회 이상은 플레이 해야만 한다.
다른 공략 캐릭터들 죽는 엔딩은 그냥 배드 엔딩 취급으로 기록에도 안 남는데, 얘는 죽는 엔딩만 3개(...) 죄다 정식 엔딩으로 포함된다.
대체 얼마나 밀어주는 거니. 그래도 덕분에 이 게임에서 그나마 제일 할 만했던 캐릭터.
같은 인물 다른 상황들.
누구보다도 다정한 사람(誰よりも優しい人)
1회차에서는 어떤 공략 루트를 따라가건 무조건 이 엔딩으로 끝난다.
둘 사이의 과거니 뭐니 그런 거 하나도 안 나오고 그냥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확인하면서 끝.
우선 첫번째 루트에서는 크리스틴의 마음은 레미한테 있지만 레미는 크리스틴에게 냉정하게 대하며 필요 이상으로 다가서려 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라울이 라이벌로 등장, 크리스틴에게 청혼을 하게 된다. 사실 레미도 크리스틴을 사랑하고는 있으나 그녀의 행복을 위해서 자기 쪽에서 물러서려는 것.
다른 나라(外の国)
밀어내는 레미한테 개의치않고 어택어택하다보면 결국 레미는 조직을 떠나 크리스틴과 외국으로 도피해서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
사진의 두 사람(写真の二人)
레미를 포기하고 라울의 청혼을 받아들이면 뜨는 엔딩.
결국 라울과 결혼하지만 그 전에 예행연습이라며 찍은 사진을 두 사람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전해주지 못한 편지(渡せなかった手紙)
괴인한테 납치된 크리스틴을 구하러 갔다가 칼 맞고 사망하심.
두번째 루트의 레미는 조직 내에서 시기를 당해서 배신자의 오명을 쓰고 살해당할 운명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레미는 그 사실을 크리스틴에게 밝히지 않고 조만간 파리를 떠나 멀리 가게 될 거라고만 하며 같이 가겠다는 크리스틴에게 결단코 안 된다고 거절한다. 그 뒤 크리스틴은 리샤르에게 레미가 곧 죽게 될테니 남겨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진실을 듣게 되고 이미 어떤 방식으로도 그것이 철회되지 않을 일임을 알게 되지만 도저히 레미에게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일상 속에서 자그마한 행복을 쌓아가며 보내는 그들의 모습이 애절한 루트.
이룰 수 없는 약속(かなわない約束)
데이트할 때 레미한테 구두를 선물받고 그걸 신고 같이 놀러가기로 약속했는데 이미 레미는 죽으러 떠난 뒤.
후회(後悔)
도망치다가 둘 다 같이 죽는 장면이 애절하다.
푸른 하늘 아래서(青空の下で)
도망치는데 성공해서 행복하게 잘 사는 루트.
세번째 루트. 마찬가지로 오명을 뒤집어 쓰지만 여기서 레미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 좀 쎄게 나온다.
크리스틴한테 말 안하고 몰래 나가서 사람 죽이고 돌아온다던가 여튼 나름대로 다크한 포스를 풍기며 강압적인 인상으로 변신.
어지간하면 이런 CG를 올릴 열정을 발휘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레미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이게 엔딩 장면인데 앞에 뭔가 꼬일 일이 있었던 거 같은데... 어쨌거나 대충 이런 엔딩이다(;)
other end 중에서 레미 엔딩으로 볼 수 있는 당신이 모든 것(貴女がすべて)
앞서 리샤르 쪽에서 레미가 떠났다면 이번에는 리샤르가 떠난다. 레미는 그대로 오페라좌에 남아서 새로운 지배인 비서를 하는 모양.
레미 루트에서 의문을 품게 되는 건── 니네 애는 어떻게 할 생각이니??
총평
한 마디로 그냥 재미가 없다.
서두에도 쓴 것처럼 유일하게 칭찬할 만한 부분은 CG.
그러나 이 게임을 하고 내가 느낀 건, CG가 아무리 예뻐도 캐릭터와 스토리가 안 받쳐주면 별 의미가 없다는 거.
CG만 볼 거라면 공략 보고 선택지 골라가며 게임을 할 필요도 없이 그냥 예쁜 일러스트 찾아보는 게 훨 빠르니까 당연한 얘기려나?
사람마다 취향은 제각각이라 이 게임을 재밌게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한 번 하고 때려치운 일회용 게임 중에서도 하위권.
뭐 하나 빠져들만한 구석이 요만큼도 없었던 게 패착의 원인이리라.
역시 여성향 게임은 그 무엇보다도 캐릭터빨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우쳐준 게임이라는데서 굳이 의의를 찾을 수는 있겠다.
서두에 제목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부분을 잠깐 언급했는데 걍 까놓고 말해서 원작 훼손 수준 원작하고는 비교도 안 될만큼 형편없는 재미를 보장하기 때문에 오페라의 유령이라고 안 한거다. 기존에 있는 작품을 모티브로 하더라도 그 원작을 안 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할 게 아닌가. 뭐, 오페라의 유령 안 본 사람은 게임 하지도 말라는 거임? 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으면 이해 못할 부분 투성이다(특히나 괴인의 과거사나, 조연 중에 다로가라고 나오는 페르시아인의 등장 부분이).
그렇다고 원작을 충실히 따라간 것도 아니면서. 모티브만 따올 거면 차라리 아예 독자적인 세계관을 짜던가...
지금까지 한 여성향 게임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평면적인 게임이다.
별로 까고 싶은 부분이 넘쳐나는 것도, 딱히 욕할 부분이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재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