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뷰 : DRAMAtical Murder re:connect // 2013 06 14
Review 2014. 4. 25. 03:58 |요즘 여성향 게임 중에 진짜 재밌다고 여긴 게 없어서 게임 불감증이 도졌나 보다 싶었다. 한동안 다른 거나 해야겠다며.
근데 그게 아니었다! 게임 불감증이 아니라 진짜로 그다지 재밌는 게임이 없었던 것뿐이었다.
삭막해진 게임 라이프에 단비 같은 활력을 넣어준, 어떤 상황에서든 재밌는 건 역시 재밌다는 걸 다시금 확인시켜준 이 게임의 리뷰를 내 어찌 쓰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어쩐지 쓰다가 미뤄둔 포스트가 많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Nitro + CHiRAL, 과연 언제 어느 때라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자, 타이틀만 봐도 알다시피 DRAMAtical Murder의 팬디스크로, 키랄에서 내놓은 단독 팬디스크로는 두 번째다.
하지만 첫 번째인 토가이누의 팬디스크는 별다른 추가 내용이나 후일담, 심지어 보이스도 없는 단순한 타이핑 게임 및 악세사리 같은 거라고 하니(안 해봐서 잘 모름) 확실히 각 엔딩들의 후일담을 담은 리커넥트가 눈부시지 않을 수 없다.
레알 팬디스크라는 건 모름지기 이 정도는 해줘야지! ──── 라고 키랄 때문에 눈만 높아진 rosier(여, n세)가 나불거립니다...
공략 캐릭터들의 해피/배드 애프터 스토리 두 가지가 존재하며 무려 서브 캐릭터의 후일담까지 있다(키랄이시여!).
내가 쓴 DMMd 본편 리뷰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당시 내가 딱 세 명의 조연을 언급하며 왜 얘네가 공략 캐릭터가 아니냐고 거품 물었던 적이 있는데 진짜로 걔네 스토리가 나와서 아, 사람 마음은 다 똑같은 거구나란 걸 다시금 느꼈다.키랄이 날 스토킹 했구나
그리고 개인적으로 본편에서 의문을 느꼈던 부분(본편 리뷰에도 착실하게 적어놨던 그것들)을 착착 짚어줘서 좀 후련했다.
키랄이 내 후기를 봤... 을 리는 당연히 없고 나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겁나 많긴 했었나보다ㅋㅋㅋㅋㅋ 역시 사람 마음 다 똑같아222
그렇지만 전부 짚어주긴 하는데 거기서 끝이다. 말그대로 짚어주기만 한다. 이렇다 할 해결책 같은 건 딱히 없고 마음 먹기 달린 문제라는 결론이라 심심하다. 뭔가 부족하다. 내 예상을 뛰어넘는 걸 주지는 못했다는 말씀. 세상사 전부 맘 먹기에 달렸다는 거 모르는 사람이 있겠냐고. '국영수 위주로 공부하면 됩니다' 같은 모범적(이고 가식적인) 답안을 받은 거 같아서 마음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애정 어린 변명을 해주자면 어차피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들 투성이라서 말 그대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태생적인 한계라고나 할까, 근본적인 문제라고나 할까(이해해도 씁쓸하다는 게 함정).
어쨌거나 해피 후일담은 정말 설탕 쏟아지게 달달달달하고 배드 루트는 레알 고퀄의 끝판을 보여주는데 어쨌거나 정말 어느 캐릭터 하나 버릴 일 없이 짱 재밌긔. 특히 본편할 때 버리는 카드로 썼던 특정 캐릭터 편(밍X)에서 장족의 발전을 확인하고나니 눈물이 앞을 가리... 는 일은 물론 없지만 훈훈훈훈♥
팬디스크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내용도 알차지만 서비스 정신이 그야말로 투철하다.
무슨 소리냐고? 에이 19금 게임에 서비스 얘기가 나오면 뻔한 말 아니겠음? 본편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에로도가 업업업!
까놓고 말해서, 겁나 야함
대체 왜 같은 19금 게임을 해도 노말보다 BL이 날 더 부끄럽게 만드는 거지?!?!
난 대체 왜!! 남자 둘이 붙어서 이챠이챠하는 걸 보고 광대가 튀어나갈 거 같은 거야?! 아앜
BL 게임을 그닥 많이 해보지는 않았고(다 꼽아봤자 열 개나 되려나) 제일 최근에 했던 게 DMMd 본편(일 년쯤 전)이니까 이렇다하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노말보다 쓸데없는 효과음(특히 질퍽거리는 물소리)이 없어서 오히려 더 낫다는 생각까지 든다. 하기야 여자 사람인 나는 영원한 타자가 될 수 밖에 없으니까 철저한 방관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BL물이 당연지사 깔끔하게 느껴지는 걸테지. DMMd 수위로 BL이 아니라 노말 게임이 발매됐으면 이걸 물핥빨하고 있을 때가 아닐 것이다ㅋㅋㅋㅋㅋㅋ 게임 제작사들도 그걸 다 아니까 노말 여성향 게임은 결코 BL 이상으로 수위를 올릴 수가 없는 걸테고.
애니웨이.
이 이상은 뭘 써도 게임 내용 주절거리게 될 게 뻔하니까 서론은 이쯤하자. 더 쓰다간 본론에 쓸 내용이 없어지고 말 거야
본격 리뷰에 돌입하기에 앞서, 아직 DMMd를 하지 않았다면... 뒷말은 생략한다.
리커넥트는 19금 여성향 BL 게임이며 제작사는 니트로 플러스 키랄 이다.
위의 경고를 이해하지 못하고 들어온 사람을 위해, 이 글을 읽으면 안 되는 사람들을 친절하게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 BL이 싫다
- 고어가 싫다
- 위의 두 단어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여기 해당하는 사람이 본 포스팅을 읽고 받는 정신적인 충격 및 후유증은 책임지지 않는다.
인물 소개나 기본 스토리는 이미 다 알 거라는 가정 하에 생략한다.
만약 기억에서 소거되었다면 본편을 다시 해도 좋고, 귀찮으면 리뷰라도 다시 보고 오자(상냥한 포탈 여기를 클릭).
게임을 켠 뒤 나오는 각종 현란한 경고문을 광클하면 오프닝이 시작된다.
그리고 대망의 리커넥트 로고가 뙇!
아케이드 풍 메인 타이틀. 어쩐지 키보드로 움직여서 보물상자 먹으러 가야할 거 같고 포탈을 들어가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사실 이 스샷을 찍기 전에, 그러니까 게임을 바로 시작한 직후에는 리뷰고 나발이고 일단 게임을 해야하니까 ㅇㅇ 난 일단 이걸 시작해야겠으니까 스샷 따윌 찍을 정신이 어딨어 지금 빨리 게임 해야 되는데 ───요런 마인드였기 땜에
리뷰를 쓰는 지금 시점에 와서 게임 타이틀 화면은 이랬다는 말씀. 올 클리어하면 로고 화면 및 모션도 변하는 게 진짜 깨알 같다.
그러나 충실한 리뷰를 위해 세이브를 와장창 날리고 깨끗하게 다시 돌아간 타이틀 화면을 찍은 것이다.
물론 리뷰만을 위한 건 아니다. 간만에 너무 마음에 드는 게임을 발견했는지라 요즘 한동안 끊었던 번역질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어차피 새로 플레이를 해야되고, 그럼 하는 김에 세이브 날려서 리뷰용 스샷 좀 찍을까? 이렇게 됐다는 얘기.
어쨌거나 한 캐릭터의 애프터 스토리를 전부 다 보고 나면 그 캐릭터가 포탈 옆에서 조신하게 대기타고 있는데 그 위에 커서를 올려놓으면 한마디씩 한다. 그거까지 다 찍어서 편집하는 건 과연 나라도 좀 귀찮기 때문에 스샷은 생략하는 대신 각 캐릭터별 리뷰에 써놓기로.
색색깔의 포탈을 타고 들어가면 그 캐릭터를 상징하는 물건이 두개 놓여있다.
요런 식으로.
색깔을 보면 이미 누군지 답이 대충 나오지만
아이템을 보고 쐐기를 박는 확신. 우산하면 클리어 아니겠음?
왼쪽이 해피 루트, 오른쪽이 배드 루트란 거 역시 색깔로 한 눈에 티가 난다.
본 팬디스크에서 볼 수 있는 스토리는 본편에서 노이즈 배드 엔딩 2를 제외한
모든 엔딩의 후일담 및 보너스 스토리 2편이다.
해피는 캐릭터 별로 차이는 좀 있지만 기본적으로 달달하고 흐뭇하며
배드는 뇌가 오버클럭될 정도로 강렬하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매트릭스냐
암튼 과연 뇌 내 크래쉬 어드벤쳐 게임
키랄은 게임 캐릭터가 아니라 유저들의 뇌를 부술 작정이 틀림없다(...).
그 외 보물 상자들을 클릭하면 각종 보너스들이 가득하지만 메인은 어디까지나 엔딩 후일담.
이거저거 다 쓰려면 난 이번 달이 끝날 때까지 이 포스트를 쓰고 있어야 할지도 모르니까 생략할 부분은 생략하자.
해피 엔딩 후일담에서는 루트별로 선택지가 한 개씩 나오는데 어느 걸 고르느냐에 따라 러브씬의 내용 및 CG가 달라진다.
무슨 말이냐면 캐릭터 별로 떡씬이 무려 세 번이나 존재한다는 뜻이다.
키랄이 진짜 작정하고 유저들을 홀릴 생각을 한 게지. 스토리 자체의 농도도 짙은데 무려 횟수까지
이 팬디스크를 정말 대체 얼마나 투철한 서비스 정신에 입각해서 제작했는지 모를 노릇이다.
배드 엔딩 후일담은 단순히 리커넥트에만 국한할 얘기가 아니라 지금까지 키랄이 발매한 모든 엔딩 중에서도 유저들의 멘탈을 파괴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엔딩들이 몰아치므로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나는 코우자쿠 → 노이즈 → 클리어 → 밍크 → 렌 → 그 외 순서로 플레이했지만
리뷰는 본편에서 했던대로 밍크 → 코우자쿠 → 노이즈 → 클리어 → 렌 순으로 간다.
밍크 「 정말 성가신 녀석이다 」
Happy Route
본편의 엔딩에서 아오바가 쌩고생 끝에 밍크를 찾아내고 만나는 장면에서 끝나는데, 만나기까지의 과정과 만난 뒷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아오바의 밍크 작업기 즉, 아오바가 밍크한테 열라 작업하는 이야기.
대체 밍크 이 새X 지가 뭐라고 아오바를! 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를 정도로 아오바의 노력과 근성이 눈물겹다.나의
다른 애들은 아오바가 좋아서 난리가 나는데 밍크 혼자 조낸 싸늘ㅋㅋㅋㅋㅋㅋㅋㅋ 아저씨 좀 차도남이시네요.
역시 최고령답게(만약 아니라면 좀 무섭겠다) 밀당 스킬도 장난이 아님.
전체적인 소감을 말하자면 본편에서 못 다 이룬 사랑을 여기서 이뤘구나,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키랄 측에서도 본편 밍크 루트의 연애 요소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몰랐을 리가 없다. 그래서인지 대개 시작부터 알콩달콩 하트가 뿅뿅뿅뿅 날아다니는 여타 해피 루트에 비해 밍크 루트의 2/3가 연애 시작 과정이다. 본편에서는 그냥 플래그만 꽂아놓고 아예 여기서부터 진짜 연애가 시작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다른 캐릭터들 루트에서 아오바는 상대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걸 확실하게 알고 있다. 그걸 기반으로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혹은 해결 될 방법이 없는) 갈등을 풀어가는 그야말로 후일담 형식을 갖춘데 반해, 밍크는 아예 관계를 새로 만들어가는 것이나 다름 없다. 밍크X아오바 루트는 그냥 팬디까지 포함해서 엔딩으로 쳐야한다.
본편만 하고 팬디를 안해본 사람 중에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꼭 해보자.
밍크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나처럼 밍크를 버리는 카드로 쓴 사람이라면 더욱.
이 여자가 본편 리뷰에서 취급도 안 하던 밍크에 대해서 왜 이렇게 좋은 말만 하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도 있을텐데...
더이상 밍크는 드레드 헤어도, 핑크 헤어 밴드도 아니거등!!
은 반쯤 농담이고, 공략 캐릭터의 호불호랑 상관없이 우쭈쭈하게 되는 게 이 팬디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진짜 밍크가 내 수비 범위 근처에 스치기만이라도 했으면... 아니, 만약 그렇더라도 아마 나는 밍크를 핥지는 않았겠지.
왜냐면 이 루트에서 아오바가 진짜 겁나 이뻐섴ㅋㅋㅋㅋㅋ 밍크 따위 눈에 안 들어왘ㅋㅋㅋㅋㅋㅋㅋ
미남과 야수. 넌 어쩌자고 여기서 이렇게 예쁜 거니!!녀
색기면 색기! 미모면 미모!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네 누나가 격하게 아낀다, 아오바야!!
... 진정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용을 한 번 살펴보자.
갖은 개고생 끝에 간신히 밍크와 재회한 건 좋은데 그가 한다는 말은──
...... 어?
아니 이 새끼가?
여기서부터 밍크의 현란한 밀당이 시작된다.
위에서 내가 아오바가 밍크를 작업하는 얘기라고 했지만 스킬은 밍크가 한수 아니, 몇수 위다.
아오바는 밀당? 그게 뭐임? 먹는 거임? 이런 느낌으로 무조건 고고고 어택어택어택! 일뿐.
요렇게 치고 빠지는 밍크의 밀당 스킬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나저나 아오바가 너무 예뻐서 그런가 어쩐지 애지중지 아끼면서 키운 애를 밍크한테 뺏기는 기분.
뭔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축복해줄 수가 없다. 이게 다 밍크 때문임. 밍크가 잘못했네
특히나 공략 캐릭터 중에서 제일 덩치가 좋은 밍크랑 비교되서 보다시피 몸도 여리여리한 게 아주 여심(내 마음)을 제대로 후려치기 때문에
대체 왜 아오바가 뭐가 아쉬워서 밍크랑! 이라며 절규를 하는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나저나 아오바 허리 라인이 나보다 잘 빠진 것처럼 보이는 건 내 눈의 착각이겠죠?
서로의 마음을 받아들인 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겠노라 다짐하는 엔딩 CG.
아오바한테 자기 부족 전통 의상 입히고 장식해주고... 아주 그냥 결혼식을 해라, 응?!
근데 이 화면 어쩐지 뭔가 데자뷰처럼 느껴지는데. 뭐지? 이런 느낌을 어디서 받은 거 같아. 눈을 부빗부빗... 어라? 이건 바로...
자, 뭔가 느낌이 꽤 비슷하지 않은가? 둘 다 아저씨라서?! 성격은 완전 다르지만.
그래도 인생을 새출발하는 아저씨 + 창창한 청년 조합이라는 속성이 비슷한 건 사실.
Bad Route
스크랩의 실패로 말미암아 자신을 몰아붙이며 마음 속 깊숙히 가라앉은 아오바를 대신해서 등장하는 욕망 아오바.
다른 걸 다 떠나서...
여기서도 아오바의 미칠듯한 미모 포텐은 그칠 줄을 모르고 터지기 때문에 마음이 많이 심란하다.
나 스스로한테 의외였던 건 본편에서는 결코 훈남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밍크를 얘도 나름 나쁘지 않구나, 정도는 인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딱히 밍크가 잘나 보여서가 아니라 아오바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차마 이 루트를 버릴 수가 없었던 게 한 몫 단단히 했다.
상황은 본편 엔딩에서 밍크가 아오바의 목을 뽑기 직전의 과정이다.
자신과 비슷한 냄새가 나는 존재가 최후에 곁에 있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구원이라는 밍크. 그러나 그가 감지했던 건 겉으로 드러난 아오바가 아닌 죽음과 파괴의 화신이나 다름없는 욕망 아오바였다. 그럼에도 밍크가 지키고 싶어하는 건 욕망 아오바가 아닌 원래 아오바라는 사실이 좀 아이러니하게 느껴지지만 욕망 아오바가 원하는대로 해주면서까지 「아오바」를 돌려받고 싶을 정도로 밍크에게 아오바는 중요했다(고 한다).
어차피 현실로 돌아갈 수 없으니 즐길 거나 즐기자고 밍크를 부추기는 욕망 아오바와 자신의 상념 안에 갇혀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는 밍크의 치열한 접전(이라고 쓰고 서비스 씬이라고 읽는다)이 볼거리.
밍크는 이것이 현실이 아니며, 설령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표면에 드러나게 되는 건 욕망 아오바라는 걸 깨닫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뜻대로 해주는 건 바라는대로 해주면 목이든 뭐든 다 주겠다는 말 때문이다.
밍크에게 있어서 욕망 아오바를 안는 행위는 의식과도 같은 것이었다(는 결국 서비스지만).
다른 공략 캐릭터들과 달리 밍크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없기 때문에 여전히 밍크가 어떤 경유로 아오바의 영혼이나마 지키고 싶어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오바가 예뻐서 돌아가시겠는데 내가 지금 이 아저씨 감정선을 신경쓰고 있을 때냐고.
마지막은 본편 엔딩 CG와 같다.
그나저나 목은 뽑은 줄 알았는데, 평범하게 나이프로 자른 거였더랬다.
... 평범이란 단어를 이런 데서 쓰게 만들다니, 키랄 무서운 아이
리커넥트를 한 뒤 내 안에서 '밍크에 대한 호감도'라는 없던 항목이 추가되었을 정도로 본 팬디스크의 수혜자.
이딴 새X 관심 없음 → 나쁘지 않네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게 어디냐.
물론 딴 애들 하면서 다 까먹었다는 건 안 비밀.
코우자쿠 「 여어 ... 뭔가 쑥스럽네 」
Happy Route
리커넥트에서 제일 달달하다고 꼽는 엔딩.
얘네는 본편에서도 내가 다 부끄러울 정도로 꽁냥꽁냥하더니 팬디에서도 그 모습이 어디 가질 않는구나.
뭐랄까, 보고 있으면 모니터에서 막 단내가 나는 거 같다. 모니터를 보면서 혼자 실실 실실... 끄아아악
오밤중에 불 꺼진 방 안에서 혼자 실실거리다가 몸을 비틀었다가 말을 못 잇는 내 모습을 누가 봤다면 그야말로 심야 호러 괴기물이 따로 없었을 듯.으앜 앜 엄마 아앜
나를 이다지도 두근두근 콩닥콩닥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공헌한 것은 다름아닌 아오바의 초절정 꽃미모였다. 다른 어떤 루트에서보다 아오바 미모가 대박 오브 대박인지라 본편까지만 해도 "아오바? 주인공ㅇㅇ" 요런 의식 밖에 없었던 나를 팬디 깔자마자 단숨에 아오바순이로 만들어버릴 정도의 파괴력을 자랑한다.
특히나 욕실이라는, 사람에 따라서는 성적 판타지를 자극할만한 상황에서 스토리가 펼쳐지는 것도 주 포인트. 효과음이며 반향되는 목소리하며 뭐 하나 그냥 넘어갈 게 없어서 이거 진짜 노리고 썼구나 ── 아니, 이 표현은 적당하지 않으려나. 애초에 상업 게임이라는 거 자체가 대상을 노리고 제작하는 거니까. 그럼 달리 뭐라고 해야할까, 유저(나)의 니드를 짚어내는 데 성공한 회심의 키랄?
여튼 대충 이런 감상이 머릿속을 맴돌 정도로 내 손발이 오그리토그리 했다는 얘기다.
시작은 아오바의 머리카락을 잘라주는 장면부터.
여기서 장장 2시간을 소비했다는 부분에서 아오바를 향한 코우자쿠의 깊은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끈질긴
게다가 자른 뒤에 그 머리카락을 간직하려는 부분(야이 스토커야)에서 아오바는 무슨 징그러운 짓이냐며 질색하지만 코우자쿠에게는 깊은 의미가 담겨있는 일이라니 그러려니 하자. 사실 나도 어린 시절 내 머리카락 한 뭉치를 지금까지 갖고 있기도 하다. 그치만 코우자쿠랑 같은 취급은 정중히 사양한다. 난 내 머리카락이니까!
머리카락도 잘랐겠다, 샤워를 하겠다는 아오바.
이렇게 갔으면 아~무 일도 없었겠지만 이게 무슨 일상 생활 이야긴가요? 아니죠, 이건 어디까지나 우리를 위한 팬디스크 아님?!
아아아아아아앜!!!!
코우자쿠 뿐만이 아니라 나까지 격침시킨 아오바의 유혹 멘트
... 코우자쿠 말고 내가 들어가면 안 되겠니?!
물기를 머금은 아오바의 모습을 보라. 같이 아오바를 핥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BL 게임을 하면서 공략 캐릭터도 제껴놓고 눈에 불을 켠 건 아오바가 처음인 듯.
야 니가 너무 색기 터져서 코우자쿠한테 눈이 안 가, 내가!!
짧은 머리 대박이야!!! 코우자쿠 굿잡!乃
이래도 아오바한테 안 넘어오시겠습니까
물론 내용은 얘네가 욕실에서 끈적끈적 달라붙어서 으쌰으쌰한다는 게 전부일 리는 없고(그러나 임팩트가 너무 크다...), 코우자쿠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은 종식되었으나 사라지지 않을 코우자쿠의 고뇌를 같이 짊어지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싶은 아오바와 아오바가 자신의 그림자에 더럽혀지지나 않을까 걱정되지만 그럼에도 아오바를 받아들여서 함께 걸어가기로 한 코우자쿠의 이야기가 전체 테마다.
스토리는 고작 몇 줄(사실 한 줄도 가능)로 끝내놓고 얘네들의 알콩달콩 연애질은 요약이고 뭐고 지금 내가 무슨 소릴 적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핑크핑크 무드가 자욱한 엔딩. 보는 내내 엄마 미소(라고 우겨보자)가 피어난다.
Bad Route
기본적으로 나는 해피 엔딩만큼이나 배드 엔딩도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배드 엔딩을 더 아끼는데, 개중에서도 키랄의 배드 엔딩은 뭐 하나 버릴 게 없는 고퀄이다. 보면 볼 수록 키랄은 배드 엔딩에 특화한 제작사라는 걸 깨닫는다.
시간은 오벌 타워에서 코우자쿠의 스크랩에 실패하고 쓰러진 아오바와 코우자쿠. 실패하긴 했어도 정신 세계에 갇히는 일은 없이 현실로 돌아오긴 했지만, 코우자쿠의 이성은 점점 문신에게 침식당해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계속 짧아진다.
정신을 차린 코우자쿠는 철책 속에 갇혀있었고 그런 그의 앞에 완전체 욕망 아오바의 등장.
아오바가 새하얗게 변했기 때문에 시로바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뜬금없는 완전체 드립이 왜 나왔냐 묻는다면, 밍크 편에서 나온 아오바는 어디까지나 밍크의 정신 세계에서 실체가 없이 부상했을 뿐이지만 여기서는 아예 아오바의 몸을 접수했기 때문이다.
코우자쿠에게 등을 돌리고 사라지기 직전의 이 모습은 과연 시로바의 연기인가, 진짜 아오바인가. 후자가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차피 어느 쪽이든 이들에게는 파괴와 충동만을 요구하는 본능밖에 남아있지 않기에 결국 그 말로는 파멸일 수 밖에 없다.
밍크의 배드 루트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시로바의 파괴 욕구는 결코 외부로만 향하지 않는다. 코우자쿠가 망가져가는 과정도, 망가진 코우자쿠가 자기를 망가트리는 것도 그에게는 모두 쾌락의 일부일 뿐. 그런 의미에서도 완전체라고 할 수 있다. 무슨 의미인지는 SM(엔터테인먼트 회사 말고 사디즘과 마조히즘의 SM)을 생각해보자.
이 CG는 사실 아랫부분을 봐야 되는데... 모자이크 칠해서 올려봤자 의미가 없으니 궁금하면 해보자.
우리가 남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을 것이다(...)
코우자쿠의 심리는 해피와 배드 둘 다 보고나면 정말 절절히 와닿게 된다. 특히나 배드 루트 쪽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을 보면 아오바가 자신을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조금이라도 거부당할까봐 무서운 마음, 아오바를 지키고 싶은 마음 등 여러가지로 점철된 피말리는 감정 묘사가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기도.
마지막 부분에서 코우자쿠가 바란 건 이런 게 아니라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아오바의 말과 그 말에 집나간 이성이 돌아온 듯 광란 상태에서도 아오바의 이름을 부르는 코우자쿠. 그리고 아오바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코우자쿠의 귀를 막는 시로바의 마지막 모습이 정말이지 애잔한 코우자쿠의 배드 후일담은 이렇게 막을 내린다.삼각관계
여담으로 시로바가 자기 안으로 깊숙히 가라앉은 아오바를 언급하면서
라며 다른 사람에게 절대 보여주지 않고 자기만의 것으로 하겠다는 독점욕을 발휘한다. 이렇듯 코우자쿠 애프터 스토리임에도
시로바X아오바 플래그가 더 돋보이는 이야기(는 뻥. 저 다음 대사는 깔아뭉개서 지워 없애버릴 거야 다ㅋ).
노이즈 「 그보다... 좀 더 이리로 오면 어때 」
Happy Route
노이즈가 독일가서 기반을 잘 닦아놓고 아오바를 맞이하러 오는 본편 해피 엔딩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본격 노이즈의 따님 손자님을 주십시오.아드님
본편의 '그' 노이즈가 타에 할머니의 정면에서 나한테는 아오바가 필요하다고 단언하는 부분에서 아, 정말 어른이 됐구나 라며 감개에 빠지기도 했다. CG를 크게 보면 잘 안보이지만 아오바의 얼굴이 살짝 빨갛게 물들어서 부끄러워하는 게 포인트. 아니 근데 농담이 아니라 이건 진짜 결혼 허락 맡는 거나 다름없는 전개인 건 맞다.남편이 옆에 있어서 그래
어쨌거나 경사스럽게 허락도 받았겠다 아오바는 독일로 갈 준비를 하는데... 이 해피 루트에서는 공략 캐릭터인 노이즈보다 아오바 본인의 내적 갈등이 두드러진다. 노이즈가 자기한테 빠져있는 게 그저 각인효과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 철저히 타인을 배제하던 시절의 노이즈는 이미 사라졌으니 앞으로 미래가 창창한 그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라는 아오바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불안은 이 후일담의 중요한 부분(즉, 서비스씬!)을 좌우한다.
대놓고 노이즈한테 물어보느냐 혼자 싸매고 있느냐에 따라서 뒷부분이 좀 많이 다르다. 어쨌거나 한다는 건 공통이지만
밍크나 코우자쿠의 선택지는 그냥 하는 방식(;)이나 장소(...)의 차이였다면 노이즈는 아예 취급의 급이 달라진다(더불어 수위도).
위에서부터 '노이즈에게 물어본다'를 고르면 노이즈한테 결박 + 눈가림 된 채 능욕당하는 아오바를 볼 수 있다.
노이즈 입장에서 보면 자기를 못 믿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빡치지 않을 수가 없긴 한데...
앞에서 한 말 살짝 정정. 어른은 됐지만 많이 밝히는 건 여전히 변함없구나...
이렇게!!
아오바가 궁지에 몰려서 울부짖으며 속마음을 다 털어놓을 때까지 노이즈의 추격은 멈추지 않는다.
안 물어보면?
안 물어본다고 얘가 아오바를 안 괴롭힐 거라고 생각하지 말자.
물어봤을 때보다 수위가 약간 낮을 뿐이다.
어쨌거나 엔딩은 훈훈하게── 가 이번 키랄의 방침인 듯. 모든 해피 엔딩의 끝은 하나같이 훈훈함의 극치를 달린다.
그나저나 이야기가 왜 여기서 끝나?
그래서 독일로 가서 잘 살았냐고 못 살았냐고.
Bad Route
역시 노이즈는 해피보다 배드가 갑이라며 본편 리뷰에서 썼던 바로 그 엔딩의 후일담.
여기서 노이즈가 어떤 과정으로 타인과 단절된 상황에서 자라게 되었는지 그 과거가 보다 자세히 드러난다.
예전에 어디서 본 것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상상력이 있는 인간은 잔인해질 수 없다고. 타인의 아픔을 리얼하게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데미지를 자기도 입고 말기 때문에 지독해질 수가 없다는 뜻인데, 반대로 말하면 그런 상상력이 없는 인간은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다는 소리다(그걸 상상하면서 오히려 즐기는 사람을 우리는 변태라고 부른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빛을 볼 수 없는 사람에게 빛이 어떤 건지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아픔을 느낄 수 없는 노이즈에게 타인의 아픔이란 그야말로 덧없는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 어린 시절의 노이즈는 남을 때리고 자기도 맞는 걸 '놀이'라고 생각했지만 언젠가부터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상대 아이는 결코 노는 게 아니라 정말로 노이즈가 미워서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그런 나날이 반복되던 어느 날, 부모에게조차 버림받은 이 아이는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그 노이즈가 되었다.
자신은 결코 들어갈 수 없는 양지를 어둠 속에서 그저 바라만 보며 내게는 이런 게 필요없노라 말하는 노이즈의 모습은 마치 여우가 신포도를 두고 하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니 아픔 따윈 몰라도 사는데 지장없다며 철저히 혼자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던 노이즈에게 아픔을 느끼게 해주고 노이즈의 속으로 성큼성큼 들어가려고 했던 아오바의 존재는 그야말로 구원이었을 것이다. 절실히 원하지만 결코 붙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게 손에 들어오면 인간은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진심으로 원했다면 움켜쥔 손에서 살갗이 터지고 피가 흐르더라도 놓지 않으리라. 그런데 하물며 그 고통 자체를 바라고 있었다면.
해피 엔딩과 배드 엔딩을 가르는 건 다름이 아니라 노이즈가 그토록 바라마지않는 고통이 수단이냐, 목적이냐에 달려있다.
다시 말해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몸이 되어 자기 안에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고 자기 또한 모두가 속한 세계로 들어갈 것이냐와 고통을 손에 넣었다는 사실에 만족해서 거기에 안주할 것이냐의 문제라는 소리.
노이즈의 정신 세계는 서로 닿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찢어지고 살이 패이며 피가 흘러 넘치는 지독한 아픔만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아오바는 격통에 시달리면서도 이게 아무리 리얼해도 결코 현실이 아니라며 같이 돌아가자고 노이즈에게 말하지만
줄곧 알고 싶었으나 알 수 없었던 아픔과 처음으로 자신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아오바를 손에 넣은 노이즈에게는 여기가 현실이든 아니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의 말대로 그는 이미 너무 지쳐있었기 때문에.
이제 편해지고 싶어?
이제 포기하고 싶어?
이제 쉬고 싶어?
이제 잠들고 싶어?
이제 눈 뜨지 않아도 돼?
이제 힘내지 않아도 돼?
이제 그만둬도 돼?
루트 첫 화면에서도 나오는 이 질문들은 본편에서 아오바가 노이즈를 스크랩했을 때 노이즈의 의식이 아오바에게 묻는 것들인데 이 질문 그 자체가 노이즈의 마음이 지르는 비명과도 같은 피맺힌 절규다. 물음표를 떼고 생각해보자.
아, 이 심각한 와중에 아오바 우는 얼굴이 또 너무 예뻐서 분위기를 이어갈 수가 없네... 뭔가 더 쓸 말이 있었던 거 같은데...
여튼 쓰다보니까 문장에 힘이 좀 들어가서 다시 읽어보니 오글오글... 뭐 아무렴 어떠랴.
노이즈는 역시 해피 엔딩보다 배드 엔딩이 더 심금을 울리니까. 심각한 엔딩은 심각하게 취급해줘야 제 맛
클리어 「아오바씨! 좋아합니다! 」
Happy Route
본편의 알몸 에이프런은 잊어라. '클리어가 달라졌어요'라도 찍는 줄 알았던 애프터 스토리들이었다.
하기야 생각해보면 그것도 그런가. 아오바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무렵의 클리어는 말 그대로 새하얀 백지장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당시의 클리어와 여러 가지 일을 겪고 보다 인간에 가까워진 지금의 클리어가 다른 건 당연한 이치.
해파리의 노래와 함께 클리어 등장.
초반에 클리어를 수리하는 과정 이야기가 자세히 나오는 편으로 아오바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지문을 찬찬히 읽다보면 역시 시나리오 라이터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근데 가끔 아무나 하는 애들도 있는 게 문제다). 스토리 자체의 아이디어도 아이디어지만 표현력이 딸려서 묘사가 시망이 된 게임들을 보면 참 안쓰러운데 DMMd는 그런 구석이 없어서 참 다행이다.
기본적으로 클리어 해피 루트는 진지함과 개그 사이에서 오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공략 캐릭터 중의 누구보다도 감정 표현이 풍부하며 때로는 인간보다 인간다운 클리어지만 결국 그와 아오바 사이에는 절대로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리 둘의 관계를 가볍게 풀어나가려 해도 그건 불가능하다. 그 너머에 있는 진실, 즉 진정한 의미에서 클리어는 살아있지 않다는 현실에서 눈을 돌릴 수가 없으니까. 여기서 오는 아슬아슬함이 바로 클리어 루트의 매력되시겠다.
내가 본편 엔딩에서 느꼈던 의문이 그대로 갈등이 되었다.
아오바가 인간인 이상 언젠가는 클리어를 남겨두고 먼저 죽게 되는, 두 사람에게 결코 피할 수 없는 운명 말이다.
차라리 두 번 다시 만나지 않고 헤어지던가(아오바), 아오바의 죽음에 맞춰서 자동적으로 부서지게 세팅을 하던가(클리어).
그런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지만 사실 이별이라는 건 클리어가 기계든 인간이든 필연적으로 찾아올 수 밖에 없는 일이다.
흔히들 말하지 않는가. 당장 내일 죽을지 살지도 모르는 게 인간의 목숨이라고.
두 사람은 더이상 기계니 인간이니 하는 그 사실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한정된 시간을 소중히 보내기로 한다.
시간을 소중히 보낸다 = 한다
앞에 분위기가 좀 시리어스해서 분위기 쇄신용인지 아니면 그저 서비스 마인드가 투철한 건지 몰라도 CG 수위가 좀 쎄다.
여러분은 지금 스크롤이 필요하겠죠.
CG를 내려보고 싶겠죠.
그럴 거예요.
선택지 바꾸면 뜨는 CG는 6... 6... 눈치 빠른 사람들은 뭔지 알 거라고 믿고 넘어간다.
모르는 사람들은 모자이크로 될 수준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두자.
한정된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결코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두 사람의 사이에 일어난 일을 무엇 하나 잊지 않도록 클리어와 손을 마주잡고 걸어가기로 결심한 아오바.
듣기에는 좋고 훈훈한데 결국 해결책은 어차피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교과서적인 내용이다.
그나저나 아오바는 여기에서나 저기에서나 왜 이렇게 예쁜 거야?! 쓰다보니 얘기가 다 기승전아오바로 끝나고 있음
Bad Route
아 씨바, 할 말을 잊었습니다
이 엔딩의 모든 것을 정의할 수 있는 강력한 한마디.
특히나 나는 신체 결손에 좀 약한 편이라 섬세한 내 유리 하트에 금이 가는 소리를 들은 기분이었다.
간단히 설명해서 눈 뽑고(그것도 무마취 상태로), 다리 자르고, 팔 자르고 성대를 적출하기 직전에 끝난다. 그나마 눈 뽑는 거 말고는 텍스트로 간단하게 언급하고 지나가서 다행이지 그거 전부 시나리오에 넣었으면 이 게임은 엽기호러고어 뭐 이런 장르가 되었을 것이다.
CG를 잘 보면 아오바 팔이 겨드랑이 밑으로 없는 부분이 살짝 보인다. 고작 그림일 뿐인데도 오싹오싹...
난 쏘우1에서 제일 무서웠던 부분이 의사 아저씨가 자기 발목 자르는 거였단 말임 ㅜ ㅜ
원래의 클리어라면 토우에한테 회수되어 고쳐진 이 시점의 클리어가 망가져버렸다고 표현할 지도 모른다.
깨끗하게 수리된 지금이 에러가 발생하던 예전보다 더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아이러니.
── 를 게임 내에서 표현하고 싶은 것 같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좀 달아보자면, 수리된 클리어를 두고 알파는 '전에는 인간틱했지만 지금은 우리들의 동료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데, 천만에. 나는 클리어한테 인간보다 인간다운 로봇이라는 표현을 쓴다(아오바도 이 말을 쓰지만 의미는 천양지차). 그 제일 큰 이유는 바로 이 배드 루트 스토리 그 자체에서 기인한다. 인간이 숲을 걸으면 길이 생기고 별을 보면 별자리가 생긴다는 글을 읽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 자기화하지 않고서는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뜻으로 하는 말임을. 그야말로 여기서의 클리어에게 딱 맞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자기가 인간이 될 수 없으니 아오바를 만들어진 것으로 바꾸면 된다는 사고회로 자체가 너무나도 인간적이다. 다시 말해 상대방을 독점하고 싶다는 욕망, 더 나아가 '나'처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는 부분에서 클리어는 이미 로봇의 범주를 벗어났음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욕망은 인간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지금의 사회를 있게 만든 원동력이 아니었던가. 그러니 비록 클리어가 아오바한테 하는 짓거리는 비인도적일지언정 비인간적이지는 않다. 클리어는 어엿하게 인간다운 로봇이다.
그나저나 난 왜 리뷰하다말고 클리어 인간설을 장황하게 펼치고 있는 거지= =
좀 길게 쓰려고 하면 아오바가 눈에 밟혀서 쓰려던 거 까먹고, 기껏 좀 썼다 싶었더니 비현실을 현실로 끌고와서 나불거리고...너무 예쁜
여튼 노이즈랑 클리어 루트에서는 개인적으로 딴죽 걸 부분(그러나 게임하는데 몰라도 아무 지장이 없는 부분)이 좀 있어서 리뷰로 쓰다보니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 같다. 적당히 걸러서 읽어주길 당부하는 바이다.
어쨌거나 아오바는 예뻤습니다. /묵념
렌 「 아오바, 어딘가 나가보자 」
Happy Route
내가 나르시시즘 종결판이라고 일컬었던 엔딩의 애프터 스토리. 레알 금단의 루트.
근친상간? 여기다 명함도 못 내밈.
딴 애들이 중간에 선택지로 소소하게 분기가 나뉜다면 렌은 아예 시작부터 이야기 노선 자체가 다르다.
난 딱히 체크하는 게 없어서 전혀 몰랐지만 어쨌거나 오피셜 웤스랑 새로운 이야기,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한다.
과연 시작부터 다른 공략 캐릭터들과 차원이 다른 진 히어로님.
먼저 오피셜.
애초에 갖가지 실험 덕에 피폐한데다 오랜 병원 생활로 인해 약해진 몸 + 인체에 적응하지 못한 렌의 훈련도 겸해서 재활 훈련으로 나날을 보내는 아오바와 렌. 문득 키 차이가 궁금해진 아오바는 렌을 불러서 재보는데...
「 …… 너, 현실 세계에서도 역시 나보다 키가 큰 거냐 」
「 이건 내 탓이 아니다. 원래 세이는 아오바보다 키가 1cm 크다 」
「 이 차이는 1cm 정도가 아니잖아~ 」
쌍둥이임에도 아오바의 키가 작았다. 두 사람의 신장 차이는, 아오바가 렌의 입술 정도에 오는 위치라고(키 궁합마저 환상적이다. 에라 더러운 진 히어로 보정). 살짝 토라지는 아오바의 표정과 말투가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며 스토리의 시동이 걸린다.
그리고 여기서도 일전에 내가 품었던 의문이 고스란히 갈등이 되어 스토리가 펼쳐진다.
인격 자체가 아오바의 일부에서 비롯했는데 한술 더 떠서 쌍둥이 형의 몸을 가진 렌을 아오바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세이의 몸으로 아오바하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게 세이를 모독하는 건 아닐까 싶은 렌(이라고 해도 어차피 렌은 아오바돌이지만).
두 사람의 고뇌는 깊기만 하다.
뭐, 고민을 하건 안 하건 니네가 가야할 길은 이미 정해져(=서비스) 있지만 말이야
어쨌거나 서로의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하며 하기로 했는데 그 순간 생각치못한 아오바의 뜬금포가 작렬한다.
...... 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려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 ㅠ
참고로 つっこまれる는 무려 박히는 이라는 엄한 직역이 가능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육성으로 빵 터졌긔 ㅠ ㅠ
웃느라고 정신이 반쯤 나갔다가 '그래, 이런 의문을 품을만도 하지. 다들 너무 자연스럽게 널 아래 깔잖아(는 당연하지 키랄게임인데). 어쨌거나 너도 남잔데ㅇㅇ' 라며 마음을 잘 추스리고 다음 대사들을 계속 봤더니, 이번에는 대답하는 렌 때문에 쓰러졌다.
이 무슨 돌직구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 ㅏ... 누가 이 남자들 좀 어떻게 해줘요
뭐지 이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것들이 날 죽이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버스!! 리버스다!!!! 폭풍간지 아오바를 보겠구나!!!! 렌이 바텀이라늬ㅣㅣㅣㅣㅣ 오늘 무슨 축제날인가요??!!
그리고 그 결과는 ─── !!
네... 뭐... 보다시피...... 진격의 렌을 보았스빈다 ㄱ-
설레발치며 호들갑을 떨었는데(심지어 아오바가 렌을 밑에 까는 부분까지 갔는데!!) 결국 아오바의 하극상(...)은 실패로 돌아가서 쓸쓸하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는 '아아, 역시' 라는 생각도 있었다. 어차피 키랄은 주인공 총수가 모토. 아, 토가이누에서 유일한 예외가 하나 있었던가. 그치만 걔도 엔딩에서는 아키라 깔아눕힐 기세로 성장했으니까 그냥 총수라고 치자.
에이... 애써 위안을 삼으려고 해도 역시 아쉽다.
아오렌을 보고 싶었는데 그런 건 니 머릿속에서나 감상하랍시는 키랄의 가르침 ㅠ ㅜ
「 언제나 고마워 」
「 나야말로 」
마무리는 너무나도 그들답게.
DMMd를 한 사람이라면 저 짧은 대화에 정말 많은 것이 담겨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이야기
렌이 퇴원해서 재활 훈련하는 건 마찬가지다. 단지 오피셜에서는 집 안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여기서는 집 밖으로 나간다는 차이점.
무엇보다 제일 큰 차이점은 오피셜에서의 고뇌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부분일까.
아오바가 렌한테 물건을 보여줬더니 렌은 자연스럽게 냄새부터 맡는다던가, 뭐 좀 가지고 오라면 입에 물고 가져오려고 한다던가.
그리고 여기서도 빠지지 않고 깨알 같이 등장하는 렌의 키와 체격에 대한 아오바의 열등감 등 보다 가벼운 분위기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거리를 돌아다니다 아는 사람이랑 마주치고 그 올메이트(평소 렌을 마음에 들어하던)가 아오바 뒤에 서 있는 렌에게 「저 사람은 설마 ……」라는 대사를 치자 렌은 갑자기 아오바를 잡아끌고 추격자를 찍는다.
그들이 도망쳐 들어간 곳은 인적이 없는 뒷골목. 그리고 난데없이(아니 당연히라고 써야하나;) 발정하는 렌
야 내가 너 아오바 끌고 골목길로 들어갈 때 알아봤다!
어쨌거나 흥-_-분한 렌을 아오바가 어찌어찌해주려는 상황에서 선택지가 발생한다.
아오바가 해준다. 뭐를?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요?
아래(알았다구)의 경우는
이 씬을 대체 뭐라고 설명하면 좋단 말인가. 이런 공공연한 페이지에서 맞ㄸㅏㄹ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
목소리를 참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아오바.
이래저래 폭풍 같은 ㅅㅅ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오바와 렌의 대화를 잠깐 보자.
「 자, 빨리 집으로 돌아가자. 바로 목욕하고 싶으니까 」
「 바로? 」
「 그래. 말해두겠지만 너 때문이다? 」
「 나? 」
내가 약간 심술궂은 말투로 말하자 렌의 머리 위에 「 ? 」마크가 떠올랐다.
「 확실히 둘 다 제법 땀을 흘려버렸다만 」
「 그게 다가 아니라고. 그럼 같이 할까? 목・욕 」
살짝 놀리는 것처럼 웃으며 렌의 얼굴을 밑에서 들여다본다.
이걸로 렌이 좀 당황한다거나 곤란해한다거나 하면 좋겠는데~ 같은 상상을 하면서.
…… 그런데.
「 아아 」
「 거기서 즉답이냐 」
시원스럽게 즉답해서 힘이 빠진다.
「 주저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있는 건가? 」
「 그런 건 아니지만 말이야 」
뭐, 남자끼리 목욕하자고 들어봤자 동요하지 않는 게 보통인가.
오히려 그걸로 렌을 당황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내 쪽이…… 어쩌면 불순?
그래도 저런 일을 한 다음이니까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 라던가.
적어도 반한 사이끼리 목욕이라고 하면, 그렇잖아?
…… 그렇지도 않으려나.
…… 그렇지도 않은가.
…… 역시 내가 불순한 것 뿐일까.
렌은 살아있는 인간으로서는 아직 아기나 마찬가지고, 거기에 비하면 난 더럽혀져 있구나~ 라고 해야하나…….
………….
…… 뭐, 됐어.
깊이 생각하지말고 내버려두자.
코우자쿠랑 비슷한 시츄에이션인데 상대의 반응은 극과 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욕실 플레이는 코우자쿠하고만 하라는 키랄의 계시
오피셜과 달리 엔딩 CG는 딱히 없고(파워ㅅㅅ하느라 CG 다 뽑았으니까) 렌과 손을 맞잡고 집으로 걸어가는 장면에서 끝난다.
Bad Route
배드 후일담들은 전반적으로 공략 캐릭터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짚어줘서 좋았는데 그중에서도 렌의 이야기는 그 애절함의 궤를 달리한다.
공략 캐릭터 전원에게 있어서 아오바는 중요한 존재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렌 이상으로 아오바가 중요한 사람은 없다. 그걸 알기 쉽게 보여주는 게 바로 위의 스크린샷. 렌에게 있어 아오바는 그의 전부다. 흔히 소설이나 게임 혹은 드라마 같은 매체에서 '난 널 위해서 태어난 거야' 라는 식의 대사가 많이 쓰이는 걸 보았을 것이다. 그게 그냥 너랑 만나서 다행이라는 의미를 강조해서 쓰는 비유적 문구라면 렌은 문자 그대로 아오바를 위해서 태어났다. 하나부터 열까지 오직 아오바만을 위한 맞춤형 공략 캐릭터가 렌이다.
아오바만을 위해 존재하는 렌. 그렇기에 배드 루트에서 렌의 고뇌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렌의 심정이 워낙 절절한지라 직접 읽는 편이 좋을 것 같아 번역해서 여기 올리려다가 어차피 나중에 다 번역할 예정이니 생략.
짧게 설명하자면, 아오바를 지키기 위해서 태어났는데 아오바를 좋아하게 되었다 → 1차 멘붕
아오바를 좋아해봤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 감정도 용서받을 수 없다, 근데 죽어도 이 마음을 못 지우겠다 → 2차 멘붕
고뇌에 고뇌를 거듭한 렌은 결국 생각하지 않아야 할 부분까지 이르러버렸다.
여기서 렌 내부의 돼! 안 돼! 의 격렬한 갈등을 반복하지만

요약글로 접어두는 센스 따윈 발휘하지 않음.
렌도 렌이지만 도저히 렌을 떨쳐낼 수 없는 아오바의 마지막 마음도 애절돋는다(비록 고어의 향연에 가려질지언정).
이렇게 된 이유는 애초에 아오바가 자기의 인격을 이성(아오바), 본능(시로바), 억제력(렌)으로 분할해버렸기 때문이니까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팠다는 말은 이걸 두고 하는 말인가(아닙니다). 애초에 이렇게밖에 될 수 없었던 아오바의 과거가 시크릿 루트에서 나온다. 그래도 설마 자기 인격 중 하나가 자기를 좋아해서 폭주할 줄은 몰랐겠지만.
궁금한 건 지금 벌어지는 상황은 아오바의 정신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니까 실제 아오바의 몸은 그저 쓰러진 상태일 것이다.
렌은 일단 폭주해서 아오바를 먹어치우는 중이고 자연스럽게 남은 건 본능인 시로바 뿐인데.
그럼 아오바 몸은 이제 시로바 차지? 이걸로 후속편 갑시다
농담이고, 사실 올 클리어 한 뒤에 내가 원한 건 시로바X아오바 커플링. 진짜로. 레알 진지함. 궁서체임.
DMMd 버전 귀축 안경R 석류편을 보고 싶드앙...
바이러스&트립 「 언제라도 기다릴게요, 아오바씨 / 아오바, 이리 와 」
DMMd 팬덤에서 바이러스랑 트립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나는 모르지만, 모르긴 몰라도 필시 보통은 아닐 것이다.
인기도 뭣도 없는 서브 캐릭터 루트의 퀄리티를 이 정도로 뽑아줄 리가 없으니까.
리커넥트 자체가 지금까지 키랄 작품 중에서도 탑을 달릴 정도로 주인공이 심하게 구르는데(하다못해 스윗풀 요우지도 아오바보다는 차라리 나아보일 지경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손 꼽을 정도로 가혹하게 구르고 또 구르는 루트의 소유자가 바로 얘네다. 더욱이 마음의 근간에 애정이 없어서 공략 캐릭터들 배드 엔딩 후일담보다 더욱 으스스한, 혹자는 실시간 멘붕을 겪었을테고, 혹은 나처럼 이를 아득아득 갈며 아오바의 역습을 간절히 바라마지 않은 사람도 있을 충공깽의 쓰나미가 휘몰아치는 우이토리 루트 후일담.
사람 하나를 철저히 폐인으로 만들어가는 그들의 과거 이야기도 나온다.
그들의 첫 만남. 좌 바이러스 우 트립.
이 두사람은 토우에의 연구실에 잡혀왔던 아이들로, 평소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쌍둥이가 아니라 생판 남이란 사실이 한 눈에 보인다.
현재의 두 사람. 바이러스는 별로 안 변했는데 어쩐지 트립만 3단 변신...
쌍둥이도 아닌 두 사람의 외모가 닮은 이유는 트립이 바이러스를 처음 만났을 때 자기는 이 녀석을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했기에 당연히 기준이 바이러스가 되었단다. 그래서 머리카락을 염색하고 스타일도 따라하고 심지어 눈깔도 세트로 맞췄다고.
아니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왜 이 루트에 우이토리 커플링은 없는 거지?!
딱 보면 각이 나오잖아. 트립이 바이러스한테 한 눈에 반해서 따라가고 외모도 상대방한테 맞추고 이거야말로 사랑...! (아님)
그나저나 얘네 이야기 중에서 나를 제일 경악시켰던 건 다름아니라 바이러스가 트립보다 무려 6살 연상이라는 사실이었다
바이러스가 연상이라는 건 첫 CG부터 감이 왔지만, 6살... ...트립,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삭은 거니
애니웨이, 과거 이야기에서 거칠었던 시기의 아오바와 바이러스&트립에게 농락 당하며 자유 의지를 잃어버린 아오바의 대비가 강렬해서 지금의 아오바가 더 처절해보인다.
일단 시작하면 본편에서 두 놈한테 개떡 같이 쳐맞다가 단념해서 뜨는 그 배드 엔딩에서 시작.
'토우에 밑에서 일하는 건 맞지만 딱히 충성을 바치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더 꼴리는 쪽이 있으면 그리로 간다'가 이 둘의 모토.
아오바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적당히 몸을 빼주려고 했었는데 단념하는 기색이 느껴지는 아오바를 보고 있자니 마치 자기를 붙잡아 가달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단다. 여기서 우리에게 포기하면 망한다는 교훈을 주는 학습 게임 제작사 키랄
아오바를 납치했으니 토우에를 피해 일본은 떠야하는 게 당연지사. 외국으로 잠적한 그곳에서 그들에 의한 아오바의 조교가 시작된다.
실시간으로 멘탈이 붕괴되고 있는 아오바의 심경 묘사가 '이런 상황에 처하면 진짜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생생함이 피부에 절실하게 와닿아서 참 불쌍한데, 정말 안쓰러운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아오바의 이미지를 위한 친절한 모자이크(이제와서?).
수위가 정말 장난 없다. 내가 여성향 게임에서 수간을 보는 날이 올 줄이야.
요즘 일본 여성향 게임계에서 무슨 바람이 불고 있길래 이렇게 상상을 초월하는 작품들이 나오는 거지?
물론 진짜 짐승이 아니라 바이러스와 트립의 올메이트, 즉 기계이므로 따지자면 완전 수간은 아니며 키랄 나름의 배려인지 직접적인 CG도 없고 지문 수위도 그렇게 세지는 않지만 그래도 컼 소리가 나올 수준까지는 간다. 그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무슨 자동 완성 기능 같은 게 내 머릿속에 탑재된 것 마냥 아오바가 유린당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서 너무 애처롭달까.
원래 엔딩에서 쓰리썸을 보여줬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바이러스와 트립의 개별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
레알 피 말리는 선택. 어느 쪽을 가든 아오바의 참상을 목도하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오른손 Virus Route
바이러스는 아오바에게 신체에 대한 폭력은 결코 그 어떤 것도 쓰지 않는다. 폭력이 인간을 굴복시키는 방법 중에서도 괜찮은 효과를 발휘한다는 걸 모르기 때문이 아니다. 아오바를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그저 바이러스 본인이 폭력을 좋아하지 않으며 그 외에도 인간을 굴종시킬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명령을 듣지 않은 아오바가 좁은 철제 상자에 갇히는 장면이 등장한다. 몸 하나 꼼짝달싹할 수 없을 만큼 좁고 한 줄기 빛도 비치지 않게끔 밀폐된 상자에 갇혀서 무려 3일이나 방치당한 아오바의 공포심은 뭐 이깟 일로 멘붕하냐고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실제로 구속은 사람의 자유 의지를 빼앗기에 아주 적절하고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그러니까 결론은 아오바는 말을 참 잘 듣는다~ 는 이야기.
CG가 좀 아슬아슬 감이 없잖아 있는데 전체 샷은 더 위험함.
또 하나의 결론은 아오바는 역시나 여기서도 레알 이쁘더라~ 는 얘기.
... 어쩌다가 이런 결론이...?
왼손 Trip Route
트립은 어린애다. 작중에서도 아오바가 직접 인증하는 캐릭터성.
선악의 유무와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을 때 하는, 사회화가 되기 전의 동물적 상태에 있는 어린아이와 비슷하다. 아오바가 아무리 괴로워해도 거기에는 심술이나 악의 같은 건 없다. 어린아이들 특유의 순수한 잔혹성이라고 할까. 애들이 웃으면서 잠자리의 날개를 잡아 뜯고 개미를 짓뭉개는 것처럼.
어쨌거나 바이러스와 트립이 아오바를 이렇게 몰아부치는 이유는 과거의 아오바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의 아오바는, 아무하고나 해버릴 것 같은, 누구든 OK 할 것 같은 그런 위험한 분위기가 있었잖아?
실제로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뭐든지 가능할 것처럼 보였어.
지금은 평범한 오빠 같은 느낌이지만 옛날의 아오바도 그건 그거대로 아오바라고 생각해.
그런, 타락한 방향으로 휩쓸려 가는 걸 거부하지 않는 아오바.
아오바의 안에는 원래부터 그런 성질이 잠들어 있어.
그걸 알고 있으니까 말이지, 우리들.
그래서 이렇게 아오바가 손에 들어온 지금, 그 부분을 철저하게 끄집어내고 싶다고나 할까.
아마 아오바도 자각하지 못한 부분일테니까.
그걸 위해서는 평범한 오빠인 아오바 쪽을 부수지 않으면 안 돼.
... 오호라.
그러니까 니네가 아오바를 굴리고 굴리고 또 굴리면 옛날 아오바가 뾰롱 하고 튀어나오겠네?
나이스!!
아오바를 굴리는 걸 허락한다!!! 고 해도 얘네들은 아오바의 본능이 드러나기 전에 아오바가 죽어버려도 전혀 개의치 않을 놈들이라...
봐주는 일 따위는 절대 없다.
애 목구멍이 막힐 때까지 케잌 밀어넣고 흘러넘치는 거 아깝다고 자기가 낼름낼름.
잘못한 게 없는데도 죄송하다고 용서해달라고 비는 아오바.
아오바의 인간성과 자존심이 갈갈이 찢겨나가는 가슴 아픈 장면인데... 느닷없이 나 어릴 때가 생각나서 심기가 불편함
나도 어릴 때 혼나면 뭐 잘못했는지도 모르면서 잘못했다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울고불고 할 때가... 또르르...
이거 위 CG(아오바 손)가 요 사자 새X한테 겁나 당하는 장면이고 이건 그 다음 트립한테 당하면서 허덕허덕하는 장면.
지독한 고통 뒤에 찾아오는 쾌락은 더없이 달콤한 법이다. 아오바가 무너지는 것도 이해가 가는 부분. 애초에 사람의 심리가 10번을 개떡같이 대해도 1번 잘해주면 '사실은 좋은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던가. 아오바의 심경 변화를 보면 조만간 얘네 발닦개가 될 것만 같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아 그러니까 아오바 버전 오카에리 엔딩 좀
바이러스와 트립 루트를 하다보면 중간에 아오바가 그들에게 스크랩을 시도해본 적이 있었다고 회상하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아무 효과도 없이 실패로 돌아갔단다. 이유는 스크랩으로 공격할 수 있는 마음의 약점 같은 게 이 둘에게 없기 때문이라고. 아오바는 두 사람을 철저하게 감정이 결핍되어 쾌락만을 추구하는 인형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하는데 여기서 드는 생각이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사이코패스 그리고 두번째는 클리어. 기계인 클리어는 스크랩이 통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엔딩이 나뉘는데 얘네는 스크랩도 안 통하고 짤없는 배드 엔딩 뿐이다. 여러모로 묘하게 대칭을 이룬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더 쓰다보면 또 장광설이 이어질 것 같으므로 자체 편집하고
마지막으로 바이러스와 트립에게 한마디만 하자.
야.
미즈키 「 앞으로도 잘 부탁해, 아오바 」
전원의 에피소드를 다 보고나면 열리는 새 포탈을 타고 들어가보니 뜨는 아이콘은 다름아닌 눈물 모양.
아니 이건 다름아닌 미즈키의 상징 아니더냐!!
늘 일회용으로 조기 퇴갤하는 미즈키를 보며 가슴이 짠했는데 이렇게 내주다니 키랄 나이스!!
라고 외쳤으나 네... 그렇죠, 그냥 훈훈한 우정 루트더라고여... 없어 애정씬이...... 머리가 썩었나봄...
음란마귀가 씌였나, 왜 난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애초에 엔딩도 없는 미즈키와의 뒷 얘기를 넣어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할 판에 어째서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뇌된 미즈키를 스크랩했지만 그를 구해내는데 실패한 아오바의 가슴에는 언제나 무겁게 자리잡고 있었던 미즈키가 기적적으로 폐인이 될 위기에서 기사회생한 뒤의 아주 건전하게 우정을 확인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 외에 아오바 자신의 포탈 및 미니 게임, 몇가지 보너스가 있다.
아오바의 과거 이야기는 후일을 기약하자. 공략 캐릭터 리뷰 다 쓰고 나니까 급 피로 급 지침
미니 게임 올클리어 CG
총평
이 리뷰의 모든 것이 아오바의, 아오바에 의한, 아오바를 위한 포스트가 되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 나를 약간 슬프게 한다.
원래는 이렇게 쓸 생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쓰다 보니 어째... 마성의 아오바
게임을 다 끝내고 후기를 읽어보면 리커넥트의 시나리오가 윤리 심의에 걸려서 표현을 부드럽게 수정한 부분이 몇 개 있다고 한다. 난 유저들을 생각해서 서술이나 CG가 극한으로 치닫지 않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심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원래는 더 막 나갔다는 얘긴데... 원판 완전 궁금. 그치만 순화했다고 해도 키랄이나 고어에 면역이 없는 사람들이 보면 그야말로 아연실색 멘붕할 장면들이 대거 포진해 있으니까 방심하지 말자. 이게 짤막한 팬디스크였기에 망정이지 게임 하나 분량이었으면 그 여파가 장난이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이 긴장감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적절한 완급 조절을 하며 게임을 끌어나갈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보면 짧았기 때문에 이만큼 농밀한 스토리가 어울리는 걸지도 모른다. 여운도 원래 뭔가 좀 아쉬울 때 많이 남는 법이고. 첫술에 맛이 진하다고 느껴지는 음식은 먹는데 한계가 있는 법이니까 딱 이 정도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마지노선일지도.
그리고 해피 루트에서 선택지 별로 떡씬이 나뉘는 것도 에로겜(...)답게 만들어보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만큼 야한 게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기준은 모르겠다. 키랄 게임? 아니면 여성향 게임? BL 게임? 어쨌든 내가 한 거 중에서는 제일 야해) 플레이를 해본 스태프들한테서 땀이 분출했다는 보고가 연달아서 들어왔단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후치이 카부라 씨. 그랜절을 올리겠음.
CG는 리뷰에서 보는 그대로이니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음향과 연출에 대해서는 더이상 논해봤자 손만 아프다. 본편 리뷰에서도 극찬한 바가 있으니까 그냥 넘어가고 성우들의 연기 역시 다 좋은데(뭐 난 딱히 어색하거나 거슬리지만 않으면 다 좋게좋게 들리는 막귀 소유자지만), 특히나 아오바 담당 성우의 열연이 눈부시다.
시나리오의 마음에 안 드는 점은 서론에서 나불거리고 내려왔으므로 생략.
이 팬디스크는 본편만 하고 끝내서는 결코 안 될, 단순히 서비스 디스크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것까지 반드시 플레이해야 DMMd를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다는 점에 그 가치가 있다. 역시나 키랄 게임은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나의 믿음을 더욱 견고하게 굳혀준 작품.
BL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꼭 한 번 플레이 해보기를 추천한다.
단, 이건 내가 거부감이 없기 때문이니 평범무난하게 사랑, 연애, 행복, 도덕, 상식의 범주 안에서 게임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이 회사, 특히나 이 게임은 가급적 멀리하도록 하자. 그래도 꼭 해보고 싶은 사람은 전엔딩 제패에 미련을 버리고 해피 엔딩만 파면 된다. 그치만 일단 시작하면 배드 엔딩 안 보고는 못 배길 거라는 게 함정.
원화가 호냐라라의 올클리어 축전
코우자쿠랑 노이즈는 얼굴만 마주대면 싸우는 구만(블록 무너진 클리어는 무슨 죄냐)
이 짤을 바칩니다.
그리고 차기작도 빨리 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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