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을 마치고 커티스를 찾는다.

 

「 기다렸지∼ 」

 

「 볼일은 끝나셨습니까? 

 

「 응.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



「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은데요? 좀 더 느긋하게 하셨으면 좋았을텐데.

   전 기다리는 건 부담되지 않으니까……. 얼마든지 기다리겠습니다 

 

「 남자치고는 드무네. 여자의 볼일은 시간이 걸리니까 싫다는 사람이 많지 않아? 」

 

난 여자치고는 쇼핑 같은 게 빠른 편이다.

그럼에도 기다리는 걸 싫어하는 남자들이 많다고 배웠다.

 

「 커티스는 의외로 관대…… 

 

「 …… 익숙하거든요. 

   직업 상, 표적을 매복하고 기다리는 일 같은 건 늘상 있는 일이니까요 」

 


「 매복은 싫어하지 않아요……

   … 기다리는 동안은 마음이 설레요.

   빨리 함정에 빠져주지 않을까 하고 상상하며 기다리는 건 즐겁답니다 」

 

「 ………….

   날 기다리는 거랑 표적을 기다리는 게 같은 심정이란 말이지…… 

 

「 네. 표적을 기다리고 있는 기분이예요…… 

 

그게 수줍어하며 할 말일까…….

커티스는 호의적인 의미로 하고 있는 말 같지만…….

…… 기뻐해야 할지, 무서워해야 할지, 이쪽은 반응이 곤란하다.








「 있잖아, 커티스는 옛날부터 강했어? 」

 

술집은 있는 것만으로 기분이 흥겨워진다.

주변의 누구나 들떠있는 장소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고 있는 거겠지.

평소라면 묻는 걸 주저할 만한 일도 반은 재미로 물어볼 수 있었다.

터부시 된 건 아니지만, 암살업이라는 성질상 일에 관한 화제는 브레이크가 걸려 있었다.

 

「 물론, 처음부터 지금처럼 강했던 건 아닙니다.

   말단이던 시기도 있었어요 」

 

「 그러네, 갑자기 정점에 섰을 리는 없겠지 」

 

그렇지만 말단인 커티스 나일, 약한 그 같은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어쩐지 처음부터 강했을 것만 같다.

 

「 그러나 비교적 빠르게 개화한 편입니다. 올라오는 건 빨랐어요.

   이런 직업에서 재능을 늦게 피우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성공하던지, 죽던지 둘 중 하나니까요…… 

 

말의 구석구석에 씁쓸함이 배어난다.

어두워질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커티스는 화제를 바꿨다.

 

「 초반에는 실패도 많이 했었어요.

   신참 시절엔 실수 연발에……. 얼빠진 짓만 저질렀습니다 」

 

술을 마시고 있는 탓인가 어조가 차분해진다.

 

「 실패? 어떤 거, 어떤 거??? 」

 

「 이제와서 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실패담입니다만…… 

 

좀 전의 씁쓸한 기운이 빠진다.

즐거운 화제 같다.

 

「  얘기하면 크게 웃으실 것 같네요 」

 

「 안 웃을게, 안 웃을게 」

 

「 이미 벌써 표정이 풀려 있는데요……?

   …… 정말 안 웃을 거죠? 

   오래된 부하들한테는 아직도 이야깃거리로 놀림을 받거든요. 

   부끄러워요…… 

 

동료들 사이에서의 우스갯거리.

꼭 들어보고 싶다.

약간 빨개진 커티스를 보고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커티스 나일의 실패담 같은 건 그리 쉽게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술 때문만이 아니라 뺨을 붉히는 커티스에게 귀엽다는 태평한 생각을 한다.

 

「 … 옛날엔 자주, 행동이 과했었습니다 

 

크흠, 헛기침을 하며 커티스는 부끄럽다는 듯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 표적의 얼굴을 판별할 수 없게 만들거나, 신체 일부를 갖고 돌아오라는 의뢰였는데 멀쩡한 부분이 아무데도 없었다거나

   그 결과, 죽였다는 증명을 못해서 보수를 깎이기도 하고, 피투성이 팔을 갖고 돌아가 의뢰인의 저택 융단을 더렵혀서

   혼나기도 했죠 」

 

 헤, 헤에 」

 

「 화재로 보이게 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화약을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이웃집을 말려들게 해서 날려버리거나

   표적과는 다른 사람을 죽여버려서, 다시 했더니 또 다른 사람이고 그런 농담 같은 실수도 있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제대로 표적도 해치웠지만요.

   그 무렵은 매일같이 말려들어서 손해를 냈었죠 

   믿기 어려울만큼 초보적인 실수뿐이라…. 떠올리면 정말이지

   하, 부끄럽네요…. 하핫, 저한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는 얘깁니다… 

 

「 ………… 

 

커티스는 쑥스러워하며 머리를 긁적인다.

…… 지금 한 이야기의 어디에 쑥스러운 요소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 어이없으신가요? 

   그런 바보 취급하는 눈으로 보지 마세요….

   저도 미숙했을 때라니까요… 

 

겸연쩍어 해봤자 어떤 반응을 돌려줘야 할지….

지금 얘기를 듣고 어이없는 눈이나 바보 취급하는 눈으로 본다는, 그런 무서운 짓은 하지 않았다.

경련을 일으키고 있을 뿐이다.

 

「 나이가 많은 부하들한텐 비웃음을 당한다구요….

   죽여버리고 싶어요

   … 프린세스 아이린은 웃지 않으시네요 」

 

기쁘다는 듯이 뺨을 물들여서…, 더욱 더 반응이 난처하다.

 

「 그, 그게∼……. 그치만, 처음 시작할 무렵의 실패는 누구나 하는 걸 」

 

「 상냥하시군요, 프린세스 아이린 」

 

「 그, 그런가?! 」

 

「 네……. 이런 웃기는 이야기를 듣고도 바보 취급 안 하고 어울려 주잖아요 

   다정한 분이십니다… 

 

「 그, 그렇지는 」

 

커티스 안에서 내 주가가 확 상승한 것 같다.

내가 보기엔…, 지금 이야기에 웃을 수 있는 사람 쪽이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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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os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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