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을 마치고 커티스를 찾는다.

 

「 기다렸지∼ 」


「 서두르지 않으셔도 괜찮은데……
   …… 기다리고 있는 시간은 즐거워요.
   그렇지만 당신이 서둘러서 제 곁으로 와주시는 것도 기쁘네요 


「 에……?  

「 사냥감이 제 발로 들어오는 거 같지 않습니까?

   일을 하고 있을 때 표적의 모습을 방불케 하시는군요 」

 

「 에에……?! 」 




「 농담이예요.
   당신을 일로 삼을 생각은 없습니다.

   …… 진담으로 받아들이셨어요? 」

 

「 무, 무서운 농담 하지마.
   당신의 농담은 요만큼도 안 웃겨
…… 

 

「 죄송합니다.
   당신을 기다리는 게 즐거워서
……

   …… 약간 진심이었습니다 」

 

「 …… 그것도……, 농담이지? 」

 

「 …… 농담입니다 」

 

커티스의 농담(?)은 정말로 웃을 게 못 된다. 








「 다양한 인간을 표적으로 삼아왔습니다만…… 

 

술안주 삼아 커티스는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해줬다.

 

「 그렇게 간단히 얘기해도 돼? 」

 

잔혹성만 고려하지 않으면 흥미로운 얘기도 많았지만, 너무나도 간단히 가르쳐줘서 겁을 먹는다.

 

「 착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고용된 암살자가 일 자체에 대한 비밀을 지킬 의무는 없습니다.

   일절 발설을 금하는 경우엔 별도 요금입니다.

   의뢰인의 개인 정보만 누설하지 않으면 자신이 관련된 과거의 일을 아무리 얘기해도 상관없거든요.

   정보는 사용하기 나름입니다.

   전혀 흘리지 않으면 지명도를 올릴 수 없고, 너무 흘리면 자신의 몸을 위험에 처하게 하죠 」

 

「 보복으로 이 다음에 암살자가 표적이 되는 일도 있는 거지? 」

 

「 그런 복수뿐만이 아니라 유명한 암살자를 죽여 명성을 올리려는 사람도 많습니다 」

 

커티스는 태연하게 말한다.

그에게 있어서는 동업자도 위협이 안 되나보다.

 

「 저 정도쯤 되면 목숨이 아까운지 안 오지만요.
   
…… 지루해요.

   원한은 실컷 사고 있으니 예전에는 자객을 대응하기도 바빴어요.
   이제와서는 그립네요.

   최근에는 그런 일도 없고 부하한테 지시만 내릴 뿐, 스스로 일하러 나설 때도 적으니까 몸이 둔해져요…… 

 

「 커티스는 일을 실패한 적은 없어? 」

 

「 없네요.
   전에 말한 것처럼 신참 무렵의 미스나 과실은 있었지만, 표적을 그르친 적은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면 다른 어떤 암살자라도 무리죠.
   그런 일은 없어요 」

 

자신가다.

하지만 커티스 나일답다.

그거야말로 희대의 암살자라는 자신감으로, 이런 말을 해주면 의뢰인은 안심할 수 있는 거겠지.

자기 실력에 자신이 있다.

그건 틀림없지만, 커티스의 말이 연극조를 띠고 있는 걸 봐서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는 자신에 대해 찬사할 때 냉정하다.

커티스 나일이라는 별개의 인간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 전 일찌기 일을 고를 수 있는 신분이 됐어요.
   비싼 일만 골라서 했죠.

   표적이 아무리 억센 남자든, 어린아이든, 여자든, 노인이든 비싼 일은 좋은 일입니다.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지금까지 실패해서 평판을 떨어트린 적도 없어서 항상 비싼 보수를 받아왔어요 」
 


 


「 …… 하지만 그런 제게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은 있었답니다 」

 

커티스는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예전의 실수담을 얘기했을 때랑 비슷하다.

과거의 오점, 지금 떠올려봐도 부끄러운 일이다, 라고.

그리워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 전망이 있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어렸지만 배우는 게 빠르고 장래성이 있었죠.

   대개의 암살자가 그렇듯이 그도 고아로 의지할 곳도 없었어요.
   살아가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기술을 익혀갔습니다.

   열심인 학생은 귀여운 법입니다.
   나이가 어리기도 해서 부하들은 모두 잘 보살펴주고 있었습니다.

   소년도 따르고 있었어요.
   가르치는 건 암살 기술이니까 온화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부하들은 남동생처럼 다뤘던 겁니다 」

 

흐뭇하다는 듯 얘기하지만 커티스는 어디까지나 방관자라는 입장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 부하들은∼ 」이라는 말투로, 소년의 이름도 부르지 않는다.

 

「 이야기 흐름으로 봐서……, 죽었어? 」

 

「 네.
   인질로 잡혔거든요.
   아무리 전망이 있다고 해도 어린앱니다. 손 쉽게 잡을 수 있어요.

   암살자 길드가 맡은 아이를 유괴하다니, 자살하고 싶은 거란 생각밖에 안 들지만

   어리석은 녀석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

 

커티스는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목소리나 표정으로부터는 슬픔을 감지할 수 없다.

 

「 몇 갠가 조건을 내걸고 그걸 받아들이면 풀어주겠다고……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은 아니었습니다.
   
일을 몇 개쯤 포기해서 지정된 인물을 죽여주면 됐어요.

   그렇지만 가능하더라도 받아들일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 일은 명예를 더럽히는 겁니다.

   한 번 흠집이 나면 이후로도 비슷한 일이 이어지고 맙니다.
   결코 받아들일 수 없어요.

   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 그래서 그 아이는 요구를 물리쳤기 때문에 살해당한 거구나.

   …… 어린앨 유괴해서 죽이다니, 지독해 」

 

커티스가 나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입장이라는 게 있다.

가증스러운 건 유괴범이다.

그렇게 옹호하자 커티스는 고개를 저었다.

 

「 아뇨, 그는 유괴범한테 살해당한 게 아닙니다.

   …… 제가 죽였거든요 

 

「 에…… 」

 

내가 죽인 거나 마찬가지라는 비유일까,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커티스는 그것도 부정한다.

 

「 제가 이 손으로 죽였습니다 」

 

「 대체 왜…….
   
구하러 가서 죽였다는 말이야!? 」

 

「 구하러 갔던 게 아니라 해결하러 갔던 겁니다.
   결단은 빨랐어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단과 동시에, 거처를 밝혀내자마자 잠입했습니다.

   녀석들은 어리석긴 했지만, 그런대로 실력은 있었습니다.

   눈치채지 못한 채로 괴멸시키는 지경에 이르지는 못했거든요.
   절 앞에 두고 소년을 방패로 삼았죠.

   그 왜, 자주 있는 상황입니다.
   이 녀석이 어떻게 되어도 괜찮은가, 이 이상 다가오지 마라
…… 고.

   일을 틀어지게 할 수는 없지만, 효과는 있어요.
   잠입했던 게 부하라면 틈이 생겼을 겁니다.

   그래서 전 단독으로 갔습니다.
   저라면 망설이지 않으니까 」

 

커티스는 시선을 떨어트려 손을 보았다.

 

「 소년은 단숨에 죽여 줬습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나이프를 던져서 확실히 즉사시켰어요.

   공포도 아픔도 없었을 겁니다 」

 

「 …… 다른 놈들은?
   몰살시켰어? 」

 

괴롭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는 해도, 피해자를 죽여버린다는 건 심한 부조리다.

거기에 범인까지 무사하면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다.

이런 사고 방식은……, 『평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동정만으로 그친다면 『평범』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 이상, 복수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버린다.

 

「 전 돈이 되지 않는 살인은 정말 싫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가 죽여준 건 소년뿐입니다.

   나머지 인간은 말이죠……, 어느 누구도 죽이지 않았어요. 

   움직임만은 빼앗았지만, 급소를 빗나가게 해서 치명상을 입히진 않았죠 」

 

어째서…… 라고 항의하려는 내게 커티스가 미소지었다.

 

「 부하들에게 선물했습니다.

   인원 수가 많아서 혼자 다 가져갈 수 없었기에 사람을 써서 본거지인 슬럼가로 옮겼습니다.

   부하들은 선물을 기꺼이 받아, 정중하고 정중하게 다뤄줬어요.

   일도 아닌데 특별히 정중하게.
   수 개월에 걸쳐 울분을 풀었습니다.

   …… 당신한테 말하면 기분이 나빠지실 것 같으니,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그 이후로 우리 식구를 유괴하려는 어리석은 자는 없어졌습니다.

   무슨 일이든 본보기가 중요하답니다.

   죽이지 않는 건 자비 같은 게 아니예요.
   죽여주는 편이 친절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고자 했다면, 소년을 산 채로 되찾을 수도 있었겠죠.
   그렇지만 전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

 

「 후회는 하지 않는구나. 복수해서 기분이 풀렸어? 」

 

쓰라린 이야기였다.

하지만 커티스의 표정은 그만큼 어둡지 않았다.

어딘가 아련해 보이지만 슬퍼보이진 않아서 나도 거기에 맞췄다.

 

「 길드장으로서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내가 보기엔 대단히 무겁게 들리지만, 커티스에게 있어서는 침울해질 만한 얘기는 아닌 듯하다.

타인에 대해 이야기 할 때의 독특한 거리감이 있다.

동료를 자기가 죽였다는 비장감은 전해져 오지 않는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일으킨 사건으로, 죽은 소년도 약간 친한 타인……, 그런 말투다.

열의가 깃들여 있지 않다.

 

「 그렇지만,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전 하고 싶은 것 밖에 하지 않는데…….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게 처음으로 겹쳐져 버린 겁니다 」

 

커티스는 슬퍼보이긴 커녕 쑥스러워하는 기색이다.

어째서 이런 화제로 쑥스러워 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쑥스러울 요소는 아무데도 없는 것 같지만…….

 

「 소년은 제대로 죽일 수 있었습니다.
   손은 미끄러지지 않았고, 나이프도 빗나가지 않고 꽂혔습니다.
 

   그래도……
   망설이지 않을 작정이었는데 망설였다. 그게 수치랍니다 」

 

굉장히 무거운 이야기……, 일 것이다.

그럼에도 커티스의 표정은 변함없이 어울리지 않는다.

 

「 …… 왜 거기서 얼굴을 붉히는 거야 」

 

「 왜냐니……. 부끄러우니까요.

   미숙하잖아요?
   그런 건 부끄럽지 않습니까?

   ………… 쑥스럽네요 」

 

뺨을 발그레 물들이며 수줍어하는 모습은 극히 『평범』한 청년같다.

그러나 그는 커티스 나일.
『평범』하지 않다.

『평범』하지 않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 이렇게 상식을 벗어난 사람일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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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os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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