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티스 나일 : 제재
Games/Arabian's Lost 2014. 4. 6. 14:46 |커티스의 거주지인 슬럼에 들어간다.
전에 간부들과 대화를 하고 있던 장소를 목표로 나아갔다.
「 길을 헤매기 쉬운 구조네…… 」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걸까.
슬럼가는 마치 미로같다.
골목길을 빙빙 돌아 커티스의 본거지에 간신히 도착한다.
「 …… 규칙은, 알고 있겠죠.
당신은 규칙을 어겼어요. 지금부터 어떻게 될지도…… 」
「 …… 알고 있습니다 」
「 각오는 됐다는 거군 」
「 부디 뜻대로 심판을 내려주시길 」
「 …… 말하지 않아도 」
커티스가 신호하자 주위의 부하들이 각각의 무기로 베기 시작했다.
곤란해, 업무 중인가?!
암살 현장 같은 데 있기 싫어.
……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낌새가 이상하다.
다수로 둘러싼 암살도 아닐테고, 대상인 남자는 재산가로 보이지 않는다.
어느 쪽이냐면, 린치 같았다.
더 이상한 건 고통을 받고 있는 남자에게서 저항의 의지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떠는 기색도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피에 물들어 가도 목소리를 꾹 눌러 참고 있다.
커티스는 그 모습을 위에서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 ………… 」
일이라면 참견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건…….
「 …… 프린세스 아이린, 참견하시면 안 됩니다 」
역시 눈치채고 있었다.
부하들은 눈치채지 못했던 듯, 뒤를 돌아보며 찾는 사람도 있었지만 커티스는 태연하게 계단 위에 있다.
칼에 베여 붉게 물들어가는 남자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는다.
가만히 보고 있다.
나는 그 커티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나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커티스가 참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면 그게 옳은 것이다.
복종하게 되어버릴 것 같은 위엄이 있었다.
이건 이상한 일이다.
이상하지만 정당한 일이다, 라고.
남자들이 한차례씩 칼자국을 새기고 나자 주위가 조용히 가라앉는다.
부상을 입고 쓰러진 남자를 양측에서 들어올렸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커티스를 올려다 보았다.
마지막으로 커티스가 한 번 벤다.
무표정하다.
계단에서 내려오지 않은 채, 내려다보며 상처를 입힌다.
치명상이 아니라는 건 나도 알 수 있었다.
죽이는 게 목적은 아니다.
…… 고통을 주었을 뿐이다.
기분이 나빠질 정도로 애처롭고 잔혹하다.
그러면서도 신성한 의식 같았다.
「 …… 이상입니다.
데려 가세요 」
커티스가 명령하자 부하는 곧바로 움직인다.
피투성이의 남자가 어딘가로 끌려간다.
저 남자가 어떻게 되는 걸까 신경이 쓰이면서도 끝까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서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들어가서는 안 될 신성한 자리처럼 느꼈던 것이다.
「 …… 뺨에 피가 묻어버렸네요.
화려하게 피가 튀도록 해야만 하는 규정이거든요.
용서해주세요 」
커티스가 그렇게 말하고 뺨을 닦아 줄 때까지 말을 잘 듣는 어린아이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 …… 아무렇지도 않아.
만지지 마…….
아무렇지도 않다니까 」
「 미움을 사 버렸습니까 」
말과는 다르게 전혀 기가 죽지 않은 커티스한테 고개를 휙 돌린다.
신성한 자리처럼 느꼈었지만, 현실은 신성하긴 커녕 린치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저항하지 않는 상대에게 그런 처사를 하는 건 좋아할 수 없는 수법이다.
「 후후, 저기압이시네요.
같이 외출하려고 찾아오신 거죠?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말았습니다 」
커티스는 나의 뺨을 콕콕 찌른다.
장소의 분위기를 전혀 파악 못하고 있다.
…… 이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 굳어지셔서, 귀엽네요 」
「 ………… 」
「 피가 무서운 게 아니죠?
당신은 그렇게 나약하지 않아요.
놀라셨던 거군요……. 타이밍이 나빴어요.
………….
…… 방식에 불만이 있으십니까? 」
알고 있는 주제에 설명은 하지 않는다.
커티스는 몸을 떼어 놓았다.
「 저도 튀어온 피를 뒤집어써서 한심한 꼴입니다.
갈아입고 올게요 」
설명은 말할 나위도 없고, 변명도 하지 않은 채 커티스는 떠나 버렸다.
그 순간, 커티스의 부하들에게 둘러싸였다.
지금까지 그토록 린치와도 같은 짓을 하고 있던 무리다.
흠칫, 몸이 떨린다.
이런 무리 안에 남겨두고 간 커티스를 원망한다.
「 프린세스, 프린세스……!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저건 의식 같은 것으로 당하는 쪽이 나쁜 거예요.
아니, 각오한 거니까 나쁜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 어쨌든 커티스 님이 잘못하신 게 아니니까 그 부분만은 오해하지 마세요! 」
「 ………….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
설명해주려는 건 알겠지만 의미을 파악하기 어렵다.
커티스를 감싸려고 하는 건 이해했다.
「 이디트……. 당신의 설명은 너무 서툴러요…… 」
「 뭐라고?! 」
「 …… 프린세스께 전해지게끔 이야기하세요 」
「 맞아. 좀 더 제 3자의 입장에서 설명해야 해.
아까 끌려간 자는 우리 길드의 사람입니다. 외부인이 아니예요 」
「 …… ?!
한식구를 린치했어!? 」
더욱더 더 심하다.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동료에게 행하기엔 너무나 잔혹한 처사다.
「 아리크……. 너무 단적이잖아요.
그는 표적을 죽일 수 없었어요. 실패했던 겁니다.
제재는 이 길드의 규칙. 구분을 짓지 않으면 다음 일을 돌릴 수 없어요.
본인도 납득하고 있습니다. 납득할 수 없었다면 빠져나갔겠죠 」
「 ………….
임무를 실패하면 저런 꼴을 당하는 거야? 」
암살자에게는 암살자의 룰이 있으리라.
어려운 세계다.
그러나 본인도 납득한 후의 일이라는 걸 알고 납득한다.
당연히 의식적으로 보였을 터다.
「 설마요.
실패할 만한 일은 돌리지 않고, 실패하면 정보가 누설되지 않도록 자해하든가……
정보를 남기고 도망쳤을 경우는 다른 제재가 있습니다.
실패라고는 해도, 그가 한 건…… 」
「 그 자식, 표적을 죽일 수 있었는데 죽이지 않았거든요 」
「 그래요. 즉, 자신의 의지로 임무를 실패한 겁니다 」
「 자신의 의지로? 어째서? 」
「 글쎄요, 거기까지는 듣지 않아도 괜찮은 일입니다.
속사정을 털어놓는 건 수치라서 거기까지는…… 」
「 표적이 일가족이었기 때문이겠지. 어린 녀석이 있었으니까 전원까지는 죽일 수 없었다 」
「 …… 이디트 」
설명하고 있던 남자가 나무라는 것처럼 말린다.
그러나 주의를 받은 쪽은 신경쓰지 않았다.
「 상관없잖아, 말해도.
그딴 건 자기만족이야. 녀석이 실패한 덕에 수고가 두 번이다.
잠든 동안 쓱 해치웠으면 편하게 죽을 수 있었을텐데 」
「 이디트가 맞아. 결국 죽게 되겠지.
부모를 죽였으니까 지켜줄 사람도 없어. 공포에 떠는 시간이 길어졌을 뿐이야.
불쌍하다고 생각했으면 안 아프게 해치웠어야 했어 」
「 …………
프린세스께서는 납득이 가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찬성입니다.
하지만 죄는 가벼워요. 길드에 끼친 폐는 적었으니까 저래봬도 벌은 가벼운 편이랍니다.
간부들이 한칼 씩.
피보라는 요란하지만, 대단한 상처는 아닙니다.
곧 회복해서 일하러 돌아올 수 있습니다 」
「 돌이킬 수 있는 범위 내의 실패였단 얘기지 」
그건 깨닫고 있었다.
커티스의 부하들은 용서가 없었지만 결코 칼을 한 번 이상 휘두르지는 않았다.
의식처럼 보였던 건 그 때문이다.
「 돌이킬 수 없는 실패도 있구나? 」
「 그야…… 」
「 이디트! 」
「 네이 네이…… 」
「 프린세스,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조직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커티스 님에게는 다정한 부분도 있습니다.
당신의 약혼자 후보로 지명되었을 때 거절할 수 없었던 것도 부하를 위해서랍니다.
마음에 든 부하가 큰 실수를 범한 탓에 왕한테도 지원을 부탁하지 않을 수 없어서…… 」
「 그 탓에 왕에게 빚이 생겨, 권력에 흥미도 없는데 커티스님은 거절할 수 없었지 」
「 어이, 그거야말로 말해도 되는 거냐…… 」
「 너무 떠들었네요…….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커티스 님은 당신과 있으면 기분이 좋으시거든요 」
「 …………
…… 그렇구나 」
마지막에 겉치레 말을 해줬지만, 거의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커티스가 약혼자 후보를 받아들이다니, 이상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역시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커티스가 돌아오자 부하들이 흩어져갔다.
이야기가 과했다고 생각했는지 뛰어가는 사람도 있다.
「 다 갈아입었습니다.
아직 화를 내고 계신 겁니까? 」
내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커티스는 좀 전의 일의 영향 때문이라 여기는 것 같다.
「 화 같은 건 안 났어 」
따지고 싶었지만 따져봤자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커티스 나일 씩이나 되는 자가 나랑 같이 있는 건 왕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서다.
당연하다.
뭔가 목적이나 사정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커티스에게 나한테 어울려 줄 만한 의리는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함께 해 주는 건 부수적인 뭔가가 있는 게 뻔한 일이다.
대체 왜 책망하고 싶어지는 걸까…….
「 당신이 화를 내면 전 약해져 버리는 것 같아요.
아까도 무심코 봐주고 말았습니다.
화내는 건 상관없지만, 슬슬 출발할까요?
당신을 위해서입니다.
오늘도 수행할테니까요…… 」
…… 이 녀석이 잘못했다.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게 나쁜 거다.
헷갈린다.
마치 진짜 나만을 위해서 함께 있겠다는 식으로 행동하니까…….
사무적으로 도와줬다면 곡해 따윈 하지 않을텐데.
노려보지만 커티스는 여전히 신경쓰는 기색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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